DBR•현대기아차 CASE STUDY

‘대범한’ 中國人 입맛에 과감히 맞췄다. 엘란트라 위에둥, 마음을 얻었다

90호 (2011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정태준 인턴연구원(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이 참가했습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볼품이 하나도 없네요. 작고 뭉뚝한 게 만화에 나오는 강아지 코 같아요.”

범퍼는 왜 이렇게 투박하고 밋밋하게 만들었지요? 크기만 크고 장식은 하나도 없어서 허전합니다.”

콘솔 박스는 수납 공간이 넉넉하질 않군요. 트렁크도 입구가 좁아서 물건을 넣고 빼기가 불편할 것 같습니다.”

사이드 미러, 자동차 뒷유리 모두 너무 작아 보입니다. 불안해서 어디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겠어요?”


2006
6월 베이징현대가엘란트라(현대자동차아반떼XD’의 중국 내 통용 브랜드. 중국 내 명칭은 伊蘭特)’의 후속 모델(현대자동차아반떼HD’)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 품평회(Product Clinic) 현장. 현대자동차가 2003년 아반떼XD 개발 후 3년여 만에 풀모델 체인지(Full Model Change)로 내놓은 신차였지만 중국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베이징, 광저우, 항저우 등 3개 대도시를 돌아가며 품평회를 실시했지만 반응은 똑같았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소비자들의 지적 사항은 한마디로 요약됐다. 아반떼HD의 디자인이따치(大汎)’, 즉 중국인들의 대범한 기질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

베이징현대는 고민에 빠졌다. 혹평을 받은 자동차를 그대로 내놓았다간 시장에서 외면당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더욱이 2006년은 판매 실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점이었다. 아무리 시간에 쫓기더라도 어정쩡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 분명했다.

베이징현대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역사를 통틀어서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안이었다. 바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 지역 시장에 특화된 전략 차종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현대자동차의 수출 전략은 상품성을 인정받은 차종을 거의 그대로, 혹은 약간의 부품 수정 정도만 거쳐 판매하는 식이었다.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게 페이스리프트(Face Lift·프레임이나 범퍼 등 차체 디자인을 수정) 작업을 거쳐 개조차량을 판매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조차량 개발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개발 기간이 길어져 자칫 신차 출시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현대는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전세를 역전시킬 만한 방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전략 차종 개발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8 4월 예전보다 훨씬따치(大汎)’해진 아반떼HD의 개조차엘란트라 위에둥(悅動)’은 한때 업계 8(2007)로까지 추락했던 베이징현대를 단숨에 4(2009)로 끌어올리는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엘란트라 위에둥은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250개 승용차 모델 가운데 판매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베이징현대 최초의 중국 현지화 모델인 준중형급 세단 엘란트라 위에둥의 성공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후발주자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베이징현대

현대자동차는 2002 10월 중국 현지 기업인 베이징기차투자공사와 5050 합작으로 베이징현대를 설립하고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폭스바겐(1984), GM(1996), 혼다(1997) 1980년대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메이커들에 비하면 한참 뒤에 진입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베이징현대는 초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경쟁사들을 따라잡았다. 차량 판매대수 기준으로 2003년 업계 12(52128, 시장점유율 2.4%)에 불과했던 베이징현대는 2005년 판매대수(233668)가 무려 4배 이상 늘며 업계 4(점유율 7.5%)로 급부상했다.

후발 주자임에도 베이징현대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해마다 최신형 모델의 신차를 중국에 선보인 전략 덕택이었다. 한국에 아반떼XD를 내놓은 2003년 중국에도 엘란트라로 브랜드명만 바꿔 그해 12월에 내놓은 게 대표적 사례다. 서승현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 중국경영전략팀 부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GM, 도요타 등 대부분 글로벌 업체들이 몇 년 된 구형 모델을 중국 시장에 내놓고 팔았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최신형 모델을 중국에 출시해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실제 엘란트라는 2004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무려 10만 대 이상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시장 상황도 호의적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차량 공급이 워낙 달리다 보니 차량을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는 상황이었다. 서승현 부장은 “2003년 소나타 국내 가격이 대당 약 1600만 원 정도였는데 중국에서는 2600만 원 정도를 받고 팔았다글로벌 시장 가격에 비해 중국에선 평균 130% 높은 가격으로 팔아도 판매가 성사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제조 원가 생각할 것 없이 무조건 시장에 빨리 내놓기만 하면 됐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2006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 정부의 자주 브랜드 강화 정책에 힘입어 치루이(奇瑞), 지리(吉利), 화천(華晨) 등 저가의 중국 토종 자동차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엔 값싼 가격만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제휴 등을 통해 역량이 다년간 축적되면서 품질이 날로 좋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적극적인 정부 지원까지 합쳐지자 이제는 글로벌 업체들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세를 넓혀갔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그동안 높은 가격에 고사양, 고품질 차량을 주로 내놓았던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들까지 차량 가격을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중국 토종업체, 글로벌 메이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더욱이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각각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디자인에 적극 반영한 개조차량캠리파사트를 잇따라 내놓으며 중국인들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승현 부장은당시 베이징현대는 밑에서는 중국 토종 업체들에, 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에 치이는샌드위치신세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최초의 지역 특화 전략 차종 개발

베이징현대는 중국 시장 진출 후 EF쏘나타(2002 12),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XD, 2003 12), 투싼(2005 6), NF쏘나타(2005 9), 베르나(한국명 엑센트, 2006 3) 1∼1 6개월 주기로 최소 1대의 신차를 꼬박꼬박 출시해왔다. 초창기 내놓은 두 모델 EF쏘나타와 엘란트라는 꽤 성공적이어서 베이징현대의 업계 순위를 2003 12위에서 2005 4위로까지 수직 상승시켰다. 그러나 2005년 이후 내놓은 세 개 모델(투싼, NF쏘나타, 베르나)은 시장에서 참패를 당했다. ·대형차종인 투싼과 NF쏘나타는 글로벌 메이커 대비 브랜드 파워가 열악한데다 현지 고객 취향의 사양을 탑재하는 데에도 실패해 경쟁사 제품 대비 우위를 갖지 못했다. 소형차종인 베르나는 기능이나 사양 면에서 별 특징도 없는 상황에서 오락가락한 가격 정책으로 혼란까지 초래하며 소비자의 불신을 불러왔다. 서승현 부장은너나 없이 가격인하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베이징현대는 베르나를 출시하며 절대 가격을 인하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계속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재고가 쌓이자 결국 2개월 만에 방침을 수정해 가격을 낮췄다고 털어놨다.


중국 현지인 대상 품평회 및 소비자 성향조사 실시

20066월 중국 3개 주요 도시에서 10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엘란트라의 후속모델(한국명 아반떼HD)에 대한 고객 품평회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 진행됐다.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신차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베이징현대 설립 후 최초로 실시하는 품평회였다. 현대자동차는 대개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을 거의 그대로 판매한다. 혹한, 혹서 등 지역별 기후 특성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국가별 규제에 따라 약간의 부품만 수정할 뿐 엔진,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은 물론 기본적인 차량 골격을 이루는 프레임이나 범퍼 등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게 보통이다. 베이징현대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수요자의 니즈를 자동차에 반영하기보다 한국에서 판매하던 모델 그대로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했다. 따라서 이전까지는 현지 시장에서 품평회를 실시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게 베이징현대의 판단이었다. 더욱이 2008년 초에는 베이징현대 제2공장 완공이 예정돼 있었다. 당장 2008년부터 연간 양산 규모만 30만 대에 달하는 자동차 공장을 놀리지 않고 가동시키려면 안정적인 판매 물량이 확보되는 신차 생산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과거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사전 시장조사 및 고객 취향 반영 등 제품 개선이 미흡한 상태에서 신상품을 투입해봤자 재고만 쌓일 게 뻔했다. 실패는 베르나 하나로 족했다

품평회 결과 중국 소비자들은 후속 모델의 외관 디자인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좌우 폭은 좁고 상하 폭은 넓어서 전체적으로 전면 분위기와 부조화를 이룬다는 의견이 많았다. 범퍼는 앞뒤 할 것 없이 너무 단순하고 둔해 보인다는 지적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앞 범퍼는 크기는 크면서 장식이 없어서 밋밋하기 그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후면부 디자인에 대한 혹평도 많았다. 예를 들어 리어램프는 헤드램프에 비해 너무 작아 약해 보이고, 리어윈드실드도 크기가 작아서 후방시야 확보가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차 앞 모양과 뒷모양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어서 조화롭지 못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 1)

품평회와 함께 추가로 실시한 소비자 성향 조사는 품평회에서 나온 소비자들의 의견을 해석할 수 있는 좋은 열쇠가 됐다. 조사 결과 중국인들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동기 중 1순위는주위의 시선으로 드러났다. , 중국인들은 주변 사람과 비교해 그들보다 최소한 같거나 더 나은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며 되도록이면 눈에 띄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시욕이 강하기 때문에 외부로 보여지는 부분에 상당히 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또한 대다수 중국 소비자들은 주변 사람을 의식하는영조성 문화성향(남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경향)’까지 갖고 있어서 주위의 동료나 친구들에게 제품의 품질, 신뢰도, 기능 등에 관한 의견을 사전 탐문해본 다음 구매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② ‘
따치(大汎)’하지만 경제적인 개조차량 개발

품평회 결과와 소비자 성향 조사 결과를 종합하자 베이징현대는 엘란트라 후속 모델에 대한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었다. 준중형차인 C2 세그먼트(자동차 배기량 기준 1600∼2000) 차량에 대해 중국 소비자들이공공연하게요구하는 것은 싼 가격이지만은밀하게바라는 것은 바로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이었다. 값은 싸지만 화려한 세단, 가격과 체면이라는 중국인들의 이율배반적 소비 성향을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차를 내놓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전략차종 개발을 놓고 정작 베이징현대 내부에서한방(55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 내 현대자동차 측 파견 인력)’중방(베이징현대 내 베이징기차투자공사 측 파견 인력)’ 간 분열이 일어났다. 중방 측은 단기적인 수익 확보에 우선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현지화를 할 경우 개발 투자비에 많은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개조 없이 그대로 제품을 출시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품평회를 주도한 한방 측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자국 소비자들을 고려해 맞춤형 제품을 만들겠다는데 중방 측이 반발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승현 부장은중대한 결정을 놓고 의견이 분열되는 것은 합작 법인에선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면서시장 상황이 좋았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실적도 좋지 않자 별도 개발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한 중방 측 우려가 예상 외로 커서 한방 측이 중방 측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중방의 동의를 얻어낸 베이징현대는 품평회 실시 후 1년 뒤인 2007 5월부터 본격적인 개조차 개발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개조차 작업의 초점은 전면과 후면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변경해 중후하고 다이내믹한 느낌이 나도록 하는 데 뒀다. 과거 엘란트라에 비해 전고는 6㎝ 높였고 전폭은 5㎝ 늘렸다. 전장은 1.7cm가 길어졌다. 한국 모델(아반떼 HD)은 이전 모델(아반떼 XD)보다 전장길이를 2cm 줄였지만 중국 모델에선 오히려 더 늘렸다. 값싼 차라도 폼 내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체면을 살릴 수 있도록 배려한 디자인이었다. 차체 앞면의 라디에이터 부분과 헤드라이트 부분도 최대한 번쩍번쩍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문도 크게 만들어 타고 내릴 때 편하게 했고 하이테크 이미지 구현을 위해 콘솔박스 등 내부 디자인도 고급스럽게 변경했다. (그림 1)

자칫 겉만 번드르르해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평을 듣지 않기 위해 기능 개선에도 힘썼다. 특히 소비자 조사 결과 기존 모델에 대한 최대 불만 사항 중 하나로 꼽혔던 연비 문제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 C2급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엔진 출력은 기존 엘란트라 수준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과거 리터당 9.6㎞였던 연비를 리터당 10.4㎞ 수준으로 8% 개선했다.

C2 세그먼트 경쟁 제품과의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고려해 세부 사양 변화에 실속을 기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중요한 사양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양은 과감하게 없앴다. 예를 들어 카세트 플레이어처럼 중국 소비자들이 있건 없건 별로 상관하지 않는 사양은 기본 사양에서 제외시켰다. 반면 스피드 센싱 도어록(일정 속도 이상 되면 차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기능)처럼 중국인들이 중시하는 안전 관련 사양은 기본으로 장착했다. 이 밖에 후방 경보 장치, 선루프, 사이드 에어백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고급 옵션들을 소비자들이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판매 가격과 기대 이익을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 원가(Target Cost)를 설정한 후 목표 재료비 달성을 위한 현지화 설계로 적극적인 원가절감을 추진함으로써 과시적 효과와 현실적인 가격 모두에 관심을 두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 2)




새로운 포지셔닝의엘란트라 위에둥탄생

디자인이 새로워진 만큼 제품 포지셔닝에도 과거와 차이를 뒀다. 기존 엘란트라는듬직하고 믿음직한 가정용 차의 왕이라는 콘셉트로 C2급 저급 시장(일반 가정 및 영업용 택시 등)을 공략했다. 목표 고객층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소비자. 상대적으로 가격과 유지비 등 실용성을 더 중시하고 사용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주 공략층으로 삼았다하지만 후속 모델은 적극적이고 활력 넘치는 이미지로 C2급 내에서도 중고급차 이미지로 포지셔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콘셉트도 가정용 차가 아니라선진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최신 유럽형 스타일의 신세대 엘리트 차로 바꿨다. 타깃 연령층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낮춰 과거 엘란트라 고객층보다 상대적으로 더 경제력이 높고 진취적이며 젊은 소비자들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그림 2, 3)

포지셔닝이 바뀌고 디자인도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베이징현대는 중국 내 전국적인 네이밍 공모를 실시해엘란트라 위에둥(悅動)’이라는 새 이름을 최종 결정했다. 아반떼HD가 소비자에게 안겨 주는 운전의 즐거움(), 아반떼HD의 개성과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뜻하는 두 글자의 결합이었다



엘란트라와 엘란트라 위에둥병행 판매감행

엘란트라를 개조한 엘란트라 위에둥 개발이 한창이었던 2007년 베이징현대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성장했지만 베이징현대의 시장점유율은 반대로 20%가 줄어들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지만 신차 하나 출시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타격은 더욱 컸다. 서승현 부장은중국은 영업소 방문 판매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매장 판매만 가능하기 때문에 신차 효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크다일단 신차가 나와야 사람들이 모이는데 새로운 차를 내놓지를 못하니 판매는 고사하고 모객 자체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2007년이 어려운 한 해가 되리라는 것은 이미 엘란트라 후속으로 개조차량을 내놓기로 결정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였다. 애당초 얼마간 타격은 있더라도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의 차량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라는 원칙하에 진행됐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순위가 2006 4위에서 2007 8위로 곤두박질치자 베이징현대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에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구 모델 엘란트라, 신 모델 엘란트라 위에둥을 동시에 판매하는병행 판매전략은 바로 이 같은 위기감에서 베이징현대가 찾은 돌파구였다.

이전까지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병행 생산판매를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신차의 경우 출시 초기에는 가격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구형차와 동시에 판매할 경우 신차가 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할 경우 후속 모델이 출시되면 구형(엘란트라)은 단종시키고 신형(엘란트라 위에둥)만 판매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2007년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면서 베이징현대는 제품 개발과 함께 판매 방식에서도 과거와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국은 말이 한 나라지 하나의 시장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지역별로 경제 수준의 격차가 매우 크다. 지역마다 경제 발전 단계가 각각 다르다는 것은 바꿔 말해 자동차 같은 내구재는 신형과 구형 모두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따라서 신형 엘란트라 위에둥을 판매하더라도 과거처럼 구형 모델을 단종시키지 말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판매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처음엔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전략이었기 때문에 본사 마케팅팀에서조차 반대했지만 결국 현지 법인의 판단을 믿고 병행생산 판매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형 모델인 엘란트라 위에둥은 유행과 스타일에 민감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동남부 연안의 대도시(1)를 주 타깃으로 하고 가격을 10만 위안(당시 약 1700만 원)선으로 책정했다. 반면 구형 모델인 엘란트라는 충칭, 다롄, 난징, 칭다오 등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2,3)를 겨냥했고 신형 모델보다 1만 위안 저렴한 9만 위안( 1530만 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타깃 고객도 달랐다. 신형 엘란트라 위에둥은 스타일과 성능을 핵심 판매 포인트로 삼아 젊은 화이트칼라층을 목표 고객으로, 구형 엘란트라는 실용성을 강조해 일반 가정이나 자영업자 위주로 판매 전략을 세웠다.

2008 4월 베이징현대는 중국 인기 영화배우인 금성무를 모델로 기용한 대대적인 TV 광고를 내보냈다. 엘란트라 위에둥의 진취적인 특성을 표현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베이징현대 최초로 스타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 엘란트라 위에둥은 그해 약 85974대가 팔리며 히트 조짐을 보였다. 여기에 운도 따라줬다. 2009 2월 중국 정부가 1600㏄ 이하 소형차에 대한 구매세(소비세) 10%에서 5%로 인하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힘입어 엘란트라 위에둥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결국 2009년 한 해 동안 239449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베이징현대가 2007년 한 해 동안 팔았던 전체 차량대수(231137)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엘란트라 위에둥은 중국 시장 내 전체 승용차 모델 중 판매 순위 2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대히트를 쳤다. 그 결과 2007년 자동차 판매대수 기준 8위까지 주저앉았던 베이징현대는 2009 4위로 급상승했다. ( 4)



신형 엘란트라 위에둥 덕택에 구형 엘란트라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2005 176589대로 정점을 찍은 후 해마다 판매대수가 추락해 2008 117761대까지 실적이 하락했던 엘란트라지만 2009년엔 171605대로 과거 전성기 때 실적을 회복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도 중국 시장 전체 6위에 올랐을 정도였다. 서승현 부장은충칭 같은 2급 도시 거주민들은 자동차 브랜드를 평가할 때 1급 도시인 베이징 등에서 많이 보이는 차인지 아닌지를 놓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엘란트라 위에둥이 대도시에서 많이 보일수록 구형 엘란트라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지게 돼 두 모델의 판매가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시사점

베이징현대의 엘란트라 위에둥 사례는 기업 경영에서 현지화의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인 경쟁 구도가 깨져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전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은 높은 가격에 고품질 사양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품질은 낮지만 값싼 가격을 내세우는 토종 업체들로 양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글로벌 업체들 역시 가격 인하에 나서기 시작했고 토종 업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브랜드와 품질을 높여가는 시점이었다. 치열한 경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베이징현대는철저한 현지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베이징현대의 현지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베이징현대는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현지고객의 목소리 즉, VOC(Voice of the Customer)에 귀를 기울였다. 신차 출시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베이징현대는 중국 소비자들의 차별화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객 품평회와 성향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영조성 문화와 같은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과 디자인 선호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제품 디자인에 대한 고객 니즈 외에도 연비 및 가속성능을 개선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둘째, 엘란트라 위에둥은 제품은 물론 마케팅 측면에서도 현지화를 적용해 성공을 이룬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지역별 경제 수준의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신형 모델과 구형 모델에 대한 수요가 공존함을 포착, 과감한 병행판매를 실시한 것이다. 병행생산 판매는 현대자동차가 그 어느 곳에서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시도였다. 베이징현대는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병행 생산 판매를 강행함으로써 구형 모델 단종을 통해 자칫하면 날려버렸을 수도 있는 매출 창출 기회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거점뿐 아니라 두 모델의 차별적 포지셔닝 노력을 한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 엘란트라는믿음직한 가정용 차의 왕으로, 엘란트라 위에둥은활력 넘치는 신세대 엘리트 차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상호 잠식을 막고 오히려 시너지를 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 결과 신형 엘란트라 위에둥이 출시된 후에도 구형 모델인 엘란트라의 매출이 오히려 급상승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얻었다.

셋째, 현지화 마케팅의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한맥락(context)’을 잘 관리한 것도 베이징현대 현지화 성공의 이유 중 하나다. 당시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형변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단계였고 새로운 중국 정부의 정책이 예상되는 시점이었다. 베이징현대는 이를 정확히 예측해 발 빠르게 대응했다. 중국 시장 진출 초기 베이징현대는 2000㏄급 이상 중·대형차 시장에 매달렸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경우 중·대형차를 구입할 때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고려해 중국에서 전체 자동차 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준중형차 시장(C2 세그먼트)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는데 때마침 중국 정부가 1600㏄ 이하 차량에 대한 구매세를 10%에서 5%로 인하한 것이다. 2공장을 완공해 중국 내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딜러 네트워크를 확대해 놓았던 것도 엘란트라 위에둥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많은 기업들이 현지화(Localization)를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현지화가 언제나 옳은 결정은 아니다. 가격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드자동차는 오히려원 포드(One Ford)’를 내세우며 단일 모델로 승부하는 글로벌화(Globalization)를 천명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른바월드카(World Car)’에 대한 로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결국 현지화와 글로벌화의 전략은 시장 특성과 고객 특성, 그리고 브랜드 효과와 투자비를 감안해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내려야 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그리고 방향이 정해진 뒤에는 베이징현대가 했던 것과 같이 과감하고 철저한 전략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profkim@snu.ac.kr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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