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ndustry Report:이스라엘 재생 에너지
이스라엘은 협소한 영토, 국토의 대부분이 건조한 사막인 자연환경, 천연 자원의 절대 부족으로 에너지 수요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그러나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긴장 관계로 인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경제 호황으로 에너지 수요가 더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IT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이 분야에 강점을 지닌 이스라엘 경제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 소득이나 생활 수준은 이미 서유럽 선진국 수준이다. 에너지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와 기업들은 신(新)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의 합리적 이용을 도와주는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2009년 9월 영국 가디언이 발표한 세계 100대 그린 에너지 기업에는 전기 자동차로 유명한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 등 8개의 이스라엘 기업이 포함됐다. 국가별 순위도 미국(55개), 영국(13개), 독일(10개)에 이어 세계 4위였다.
에너지의 합리적 이용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이스라엘의 물 재활용 수준은 현재 75%에 달한다. 정화한 오폐수의 대부분을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5년까지 이 비율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물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땅속에 파이프를 묻어 식물의 뿌리나 잎에 필요한 만큼의 물만 정확히 공급하는 ‘세류관개(細流灌漑, Drip Irrigation)’ 기술을 처음 개발한 국가이기도 하다. 세류관개 기술을 개발한 후 이스라엘의 농작물 생산량은 기존보다 40%의 물을 덜 쓰고도 50% 늘었다.
이스라엘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강국으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이스라엘 현지 취재를 통해 이스라엘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분석했다.
기후 조건을 이용한 태양에너지 사용에 올인
이스라엘의 물 재활용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된 건 국토의 대부분이 연간 강수량이 20㎜가 채 안 되는 극심한 건조 기후 탓이다. 워낙 물이 부족하다 보니 그나마 있는 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독보적인 물 재활용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정부와 기업은 사막 기후의 특성상 태양광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을 감안해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80년부터 최고 높이 27m까지의 모든 신축 건물에 태양열을 활용한 온수 공급 장치(solar water heating system)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이스라엘 가정의 80%가 태양열 집열 장치를 사용해 가정용 온수를 만들어 쓰고 있다. 일반 가옥 지붕에 2㎡ 크기의 집열 장치와 물 저장 탱크를 설치하면 이 집열 장치가 태양열을 흡수, 평균 20℃의 물을 50℃까지 데워준다. 데워진 물을 저장 탱크에 모으면 일반 가정에서 필요한 온수 수요의 80%를 충당할 수 있다. 이 장치를 통해 1가구당 연간 약 2000킬로와트(㎾h)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집열 장치나 저장 탱크의 색깔만 봐도 그 가구가 유태계인지, 이슬람계인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태계 가정은 흰색을, 이슬람계 가정은 검은색을 사용한다. 건국 이후 수차례 계속된 주변 아랍 국가와의 전쟁 때 워낙 민간인이 다치는 일이 많아 서로 피아(彼我)를 구별하기 위해 다른 색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북부보다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기에 더 유리한 기후 조건을 지닌 남부 네게브 사막과 남동부 아라바 지역을 신재생 에너지를 위한 ‘국가 우선 지대(National Priority Zone)’로 선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지역에서 그린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 및 발전소에 세제 혜택 부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 도시인 에일랏(Eilat)은 이스라엘 최초의 태양시(Solar City)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센티브 및 세제 혜택 제공
이스라엘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관한 다양한 인센티브 및 세제 혜택도 마련했다. 대표적인 제도가 2004년부터 시행된 신재생 에너지 지원금(renewables premium)이다. 이스라엘 전력공사(IEC)가 아닌 민간 에너지 발전업체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전기를 IEC에 판매할 때 이스라엘 전력청(PUA)이 일정한 지원금을 해당 기업에 제공하는 구조다.
지원금 수준은 화석 연료를 활용한 발전기를 신재생 에너지 발전기로 대체함으로써 줄어드는 각종 공해 물질(이산화탄소, 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비용을 산정해서 결정한다. 비용 산정 기준은 이스라엘 환경부가 공해 물질 배출량을 측정하는 지표인 gram/㎾h다.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에는 ㎾h당 2.5센트,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h당 1.5센트의 지원금을 준다.
태양열 발전 시설에 대한 발전 차액 지원제도(Feed-in Tariff)도 있다. 2006년 8월 PUA가 만든 이 보조금은 태양열 발전시설 업체에 가동 후 첫 20년간은 표준 비용을, 그 후 10년간은 표준 비용보다 낮은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100메가와트(㎿) 미만의 태양열 발전 설비에는 ㎾h당 20.7센트, 100㎿ 이상의 태양열 발전설비에는 ㎾h당 16.5센트를 각각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행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과거 IEC의 허가가 필요했던 자가 소비용 태양열 발전 장치의 설치에 관한 허가 제도를 없앴다.
에너지 이용 효율성 향상 제도 마련
이스라엘 정부는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에어컨의 사용에 관한 제도다. 이스라엘 정부는 2005년 성능 계수(COP, coefficient of performance) 3등급 미만인 에어컨 수입을 금지하는 법을 채택했다.
전기요금 할증제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력청(PUA)은 연간 전기 소비량이 6만㎾h 이상인 소비자에게는 의무적으로 전기요금 할증제를 적용하고 있다. IEC 분석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1.7%가 연간 6만㎾h 이상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이들이 일으키는 전력 과부하는 전체 과부하의 55%를 차지하므로 앞으로는 할증 비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기업 등 에너지 수요자에게 에너지 효율성 증대 방법을 자문해주는 에너지 컨설팅 회사(ESCOs, energy service company)의 설립도 독려하고 있다. 현재 20개 정도의 회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 기업에 국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외국의 전문가를 초청, 소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펀드 조성 등 지원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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