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DBR Case Study: 신영증권의 리스크 관리와 흑자 경영 전략

“잘 따져보고, 잘하는 것에만 집중”
고객과 함께 이뤄온 ‘53년 연속 흑자’

신민기 | 394호 (2024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신영증권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든 여러 차례 충격에도 53년간 흑자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원국희 회장부터 이어진 ‘가치투자’ ‘장기투자’ 철학을 이어 가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신중하게 따져보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이같이 보수적이고 신중한 리스크 관리에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심사에서 쉽게 통과되는 딜도 신영증권에선 번번이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판단이 대부분 옳았음에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일찌감치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해왔다.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강점으로 하는 만큼 고위험 고수익을 선호하는 단기 투자자보다 고액 자산 고객이 많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기업문화와 적극적인 의사소통 덕에 임직원들이 회사의 경영 스타일을 깊이 이해하게 된 것 역시 구성원들이 장기 성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됐다.



53년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흑자를 낸 회사가 있다. 그것도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 증권회사 이야기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굵직한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줄도산하고 코스피가 280까지 떨어졌을 때도,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사나운 파도에도 가라앉지 않고 반세기 넘게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925년 설립된 이후 37년간 연속 흑자를 낸 바 있는 일본의 노무라홀딩스도 때때로 적자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1999년 상장 이후 줄곧 흑자를 기록했던 골드만삭스도 금융위기의 파고는 넘지 못했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유일무이한 신화의 주인공은 바로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개소와 함께 창립됐다. 처음부터 탄탄한 실적을 낸 것은 아니었다. 설립 후 네 차례나 주인이 바뀌고 만성 적자를 내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1971년 창업주인 원국희 회장이 인수하면서부터 연속 흑자의 역사가 시작됐다. 현 원종석 대표이사 회장의 아버지인 원 회장은 대림산업 계열사였던 서울증권에 다니며 모은 돈 500만여 원에 지인들 돈을 보태 마련한 3000만 원으로 신영증권을 인수했다. 고객에게 내 줄 유자차를 집에서 담가올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회사를 경영한 끝에 지금의 신영증권을 만들 수 있었다.

신영증권은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큰 증권사였던 적이 없다. 올해 3월 기준, 자기자본 1조5200억 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1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형사의 자리를 지키며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왔다.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숱한 위기를 넘겼고, 반짝 수익보다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쌓는 것에 우선순위를 뒀다. 다른 증권사들과 확연히 다른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인 조직문화 역시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 기업의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리스크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기업의 흥망은 어느 때보다 급격해져 이제 갓 생겨난 기업이 하루아침에 천문학적 기업가치를 지닌 글로벌 기업이 되기도 하고, 수십 년 이어온 기업이 이름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신영증권의 꾸준한 흑자 경영 기록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DBR이 신영증권의 흑자 경영 비결을 살펴봤다.

20240527_141538

엄격한 리스크 관리

2022년 9월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증권사들에 대출을 갚기로 한 지 이미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채권을 샀던 증권사들은 대출 보증을 선 강원도에 대출금 2050억 원을 상환하라고 독촉했다. 하지만 당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빚을 갚는 대신 레고랜드를 개발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국채만큼이나 신뢰도가 높은 채권이라고 여겼기에 기꺼이 투자했던 증권사와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당연히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다. 국채와 지방채도 못 믿는 판국에 LG유플러스, 코리안리, 롯데건설 같은 우량한 회사채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자금줄이 말랐고, 레고랜드와 무관하게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들 역시 부실 우려가 커지며 유동성에 위기가 왔다. 채권 만기일까지 버티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유동성에 위기가 닥친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산을 팔아치워야 했다. 대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해 많은 증권사가 어닝 쇼크를 냈고, 부도설이 나돌 정도로 증권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이때 레고랜드 관련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던 신영증권마저도 채권시장 붕괴로 위기를 겪었다. 강원도의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적자가 이어진 것이다. 황성엽 사장은 DBR과의 인터뷰에서 “50년 넘게 이어온 흑자 경영의 역사가 여기서 끊어지게 되는 건가 싶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리스크에 대비해 유동성을 쌓아놓고 고위험 투자를 피하는 등 미리 보수 경영을 견지한 덕에 신영증권은 이 고비를 잘 버텨낼 수 있었다. 결국 12월부터 흑자로 돌아서며 결과적으로 흑자 기록을 잇는 데 성공했다.

신영증권에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영증권만의 ‘가치투자’ ‘장기투자’ 철학은 투자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창업주인 원국희 회장은 어렵게 회사를 시작한 만큼 작은 실수로도 큰 손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며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았다. 또 아무리 큰돈을 벌 가능성이 있어도 단기적인 손익에 치우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폈다. 황 사장은 “그런 창업주의 경영 철학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며 “지금도 신영증권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신중하게 따져 보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40527_141546

① 리스크 관리 시스템

최근 국내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는 신영증권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증권사와 캐피털, 저축은행 등 국내 금융사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던 부동산 PF가 부실화하면서 금융업계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26조3000억 원 수준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에 따라 손실액은 4조6000억~7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부동산 PF 충당금이 높은 곳들은 벌써 적자를 내고 있으며 2분기부터는 더 많은 증권사가 PF 충당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신영증권은 무리하게 부동산 PF 투자에 뛰어들지 않았기에 관련 부실 자산과 우발채무에 대한 충당금 부담을 덜며 안정적으로 수익 창출을 이어갈 수 있었다. 황 사장은 “시장이 좋을 때 남들처럼 엄청난 수익을 내지 않는 대신 시장이 나쁠 때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등산으로 비유한다면 올라갈 때 전력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30% 정도 힘을 아껴뒀다가 내려올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IMF 외환위기 역시 무척 힘든 시기였지만 신영은 이때도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다.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량회사의 회사채가 20% 넘는 고금리로 나왔는데 보유 현금을 동원해 우량 채권을 사 모은 덕에 수익을 냈다. 단, 당시 증권사들이 손쉬운 돈벌이로 생각해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던 회사채 지급보증 업무는 하지 않았다. 만약 채권 발행기업이 부도라도 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약정액 기준 증권업계 4위였던 동서증권과 8위였던 고려증권이 회사채 지급보증을 과도하게 했다가 부도가 나기도 했다. 이처럼 고수익의 유혹이 있을 때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따지고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 위기를 극복한 비결이 됐다.

20240527_141555

실제 신영증권의 부실자산은 다른 증권사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신영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1 규모는 465억 원으로 다른 증권사의 부실자산이 늘어난 데 반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자산건전성 위험도는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타 증권사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그나마 가진 고정이하자산도 대부분 라임펀드 관련 대지급금(460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고정이하비율이 0.1% 미만일 정도로 낮았다.

20240527_141602

물론 이처럼 보수적이고 신중한 리스크 관리 방침에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심사에서 통과된 딜도 신영증권에서는 번번이 제동이 걸린다. 이럴 때면 ‘답답하다’는 원성이 나오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판단이 대부분 옳았다는 것에 임직원들도 공감하고 있다. 창업자인 원국희 회장은 현역에 있을 때부터 “큰돈 벌 욕심에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게 낫다”며 “아슬아슬한 편법투자나 고위험 투자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하라”는 지론을 강조해 왔다. 원 회장이 2017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후에도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이어져 왔다. 아들인 원종석 회장은 1988년 신영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 200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선대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각자대표로 원 회장과 발을 맞춰온 신요환 전 사장과 황성엽 사장 역시 30년 넘게 신영에 몸담으며 신영만의 경영 스타일을 체득한 검증된 신영맨들이다. 다른 증권사에 비해 장기 근속자가 많은데 이들이 자연스럽게 회사의 경영 스타일을 구현하면서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은 더욱 확고해졌다. 황 사장은 “신영증권은 조직의 색깔이 그 어느 증권사보다도 명확하다”며 “비즈니스나 경영 관리 측면에서 모두 안정적인 쪽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일 때마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꾸준히 정비해왔다. 2008년 당시 하이닉스 반도체의 전환사채(CB) 딜이 대표적이다. 당시 신영증권의 자기자본이 5000억 원 정도였는데 하이닉스 CB 발행 규모가 5000억 원이었다. 그해 전체 CB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딜이었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리먼 사태로 인해 최악의 딜이 됐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체 CB 발행액 중 30%(1500억 원)가 청약 미달됐는데 이를 총액 인수계약을 맺은 신영증권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것이다. 황 사장은 “당시 1년 넘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후 3시 반마다 전체 임원이 모여 유동성 위기를 점검하는 회의를 했다”며 “결과적으로 위기를 넘기고 오히려 사상 최대 흑자를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리스크 관리 관련 조직을 더욱 키웠고 투자 기준도 더욱 엄격하게 조정했다”며 “지금 같으면 아무리 수익성이 좋더라도 자기자본에 육박하는 규모의 딜은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20240527_141611

② 수익 구조 다변화

신영증권의 다변화된 수익 구조는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의 수익 구조는 개인이 주식을 사고팔 때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과 주식 및 채권 발행,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IB) 부문, 채권과 파생상품 등을 거래하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 자산관리(WM) 부문 등으로 구성된다. 과거 국내 주식시장이 성장하던 시기 국내 증권사들의 주 수익원은 브로커리지 수수료였다. 하지만 과도한 브로커리지 수수료 의존도 탓에 증시 동향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리고, 개미들은 손실을 보는데 증권사들만 수익을 챙긴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대부분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100%에 가까웠을 때조차도 신영증권의 영업수익 대비 수수료 수익 비중은 44.6%에 그쳤다. 황 사장은 “증권업계의 고질병이었던 잦은 주식 매매로 인한 고객의 손실과 회사의 과도한 수익 추구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다”며 “또 앞으로 주식 위탁 수수료율이 하락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기에 사업다각화를 통해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당시 증권회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회전율 위주의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자산 확대 중심의 자산관리형 영업을 선택했다.

안성학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위험관리 강화 및 수익원 다양화 필요’ 보고서에서 “증권사는 각 주요 사업 부문 내에서도 금융 소비자 및 기업 수요 변화, 제도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 전체 수익 구조에서 비중이 가장 적은 자산관리 부문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역”이라며 “이를 위한 고객기반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40527_141619

신영증권은 일찌감치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해왔다. 대형사 위주의 자산관리 시장에서 중형사로서 초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강점으로 하는 하우스인 만큼 고위험 고수익을 선호하는 단기 투자자보다 고액 자산을 가진 장기 고객이 많았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2012년에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운용과 승계에 대한 종합적인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APEX 패밀리오피스’를 내놨고, 이듬해 여러 명의 프라이빗뱅커(PB)를 팀으로 묶는 ‘팀 자산관리 서비스’를 도입하며 자산 운용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강화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패밀리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신영증권은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부문에서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것이다. 신영증권은 이처럼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다른 증권사들이 편중된 수익 구조로 인해 시장 상황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때도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


신영증권의 사명은 ‘고객의 신뢰가 곧 회사 번영의 근간’이라는 의미의 ‘신즉근영(信則根榮)’에서 따온 것이다. 사명대로 눈앞의 수익보다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 2020년 라임 펀드 사태 당시에도 신영증권은 증권사 중 최초로 자체 보상안을 내놨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판매된 상품이라 당시 상황에서 사실상 법적인 책임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고객이 피해를 입은 만큼 보상을 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수익에 소극적인 점도 다른 증권사와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는 보유한 자금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지만 은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데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 및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도 크게 늘었다. 주식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증권업계의 신용거래 융자금 규모는 총 17조5549억 원으로 전년보다 8.6%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신용공여로 벌어들인 이자수익 역시 크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 2조921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신영증권의 신용공여금은 48억 원에 그쳐 다른 증권사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업계 평균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금 비율을 적용하면 신영증권은 연간 수백억 원의 이자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자를 깎아주는 신용거래 이벤트까지 해가며 앞다퉈 신용공여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신영증권이 이자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신용공여에 소극적인 것은 고객의 자산을 증대하면서 회사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황 사장은 “빚을 내 투자하면 주식이 하락할 때 버티기 힘들어 손절매를 해야 한다. 이는 가치투자에도 맞지 않고, 고객에게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업 본업의 비즈니스 활동이 아닌 단순 이자수익을 통한 이익 개선은 신영증권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기에 신용공여는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은 신용공여를 ‘빚투’ 수단이 아니라 고객에게 유동성을 지원하는 서비스 차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갑작스럽게 현금이 필요해 주식을 손절매해야 하는 경우에 한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이 대출을 요청하면 일대일 상담으로 고객의 자금 용도를 확인하고 살핀다. 대출 가능한 종목도 다른 증권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같은 이유에서 레버리지 부담이 높은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 CFD란 실제 투자 상품을 보유하지 않은 채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을 이용해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기도 했다. 신영증권은 장외파생상품 라이선스를 오래전부터 보유하고 있었지만 CFD는 아예 추진하지 않았다.

신영증권만의 ‘가치투자’ 철학도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와 궤를 같이한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사서 주가가 오를 때까지 장기간 투자하는 방식으로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2007년 방한했을 당시 한국 주식 중에 신영증권에 투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은 거래대금을 늘리기에 바빠 잦은 거래를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신영증권에서는 한 달에 너무 많은 거래가 발생하면 해당 영업 관리자에게 감사실에서 주의를 내린다.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도 너무 잦은 거래를 하는 고객에게는 따로 연락을 해서 거래를 자제하도록 권할 정도다. 이처럼 단기 실적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 덕분에 신영증권 고객의 절반 이상은 10년 이상 된 장기 고객이다.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

여의도 한복판에서 신영증권 직원을 찾는 방법이 있다. 바로 넥타이를 맨 직장인을 찾는 것이다. 과거 넥타이와 정장은 여의도 증권맨들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자율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부분 증권사가 비즈니스 캐주얼 정책을 도입하면서 이제 여의도에서 넥타이를 맨 증권맨을 보기는 힘들어졌다. 복장이 자유로워지면서 IT 부서 등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 증권사 직원 중에는 스타트업처럼 후드티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신영증권만은 영업직이건 아니건 여전히 딱딱한 정장 차림을 고수하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복장에서부터 회사의 경영 스타일과 문화가 묻어난다”며 “정장이 다소 딱딱하고 불편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정통성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생기기도 하고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20240527_141627

① 안정 지향적인 인사 정책

신영증권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는 고용 및 인사 정책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올해 3월 기준 신영증권의 정규직 비율은 97.7%로 국내 증권사 중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본사에서 리포트 책자를 나르는 학생 아르바이트생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규직이다. 신규 채용 역시 외부에서 경력직을 데려오기보다는 신입 공채를 위주로 한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매년 꾸준히 50~100명 수준의 신규 채용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중소형사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를 매년 공채로 뽑아왔다. 신영의 DNA를 강조함으로써 전 직원이 동일한 비전과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입사 후부터 성과에 대한 부담을 주는 대신 핵심 업무에 집중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도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덕에 ‘증권맨들의 사관학교’라는 회사로선 다소 억울한 이름도 갖게 됐다. 신영증권에서 제대로 배운 뒤 성과급 비중이 더 큰 다른 증권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구조조정이 없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대부분의 국내외 증권사에 칼바람이 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신영증권은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신영의 고용 원칙은 원국희 회장의 ‘안정적인 고용이 더 높은 생산성을 낸다’는 지론이 이어진 결과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에도 고용 유연성이 빠르게 확대됐고 철저한 성과 우선주의가 자리 잡았다. 일반 직원이 증권사 CEO보다도 훨씬 높은 성과급을 받은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강정구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 영업지점장은 지난해 급여 7000만 원에 상여금 56억800만 등을 합쳐 56억9400만 원을 받았다. 퇴직금 33억7100만 원 등 총 66억22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장석훈 삼성증권 전 대표이사에 이어 국내 증권사 중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이다. 증권업계 연봉 3위는 과장이었다. 윤태호 다올투자증권 채권본부 과장은 ‘샐러리맨 신화’로 지난해 이미 이름을 알렸다. 채권 및 기업어음(CP)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윤 과장은 지난해 상여금으로만 41억4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신영증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황 사장은 “성과급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단기적인 성과의 유혹 때문에 고객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보상 체계를 통해 직원들이 고객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탁 사업을 확대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당장 눈에 띄는 고객 유치 실적이나 수익 성과가 나지 않아 고민하는 직원에게 오히려 황 사장이 “신탁은 백년지계니 당장의 실적을 보지 말고 길게 보고 공을 들이라”고 다독일 정도다.

20240527_141636

② 보수적이지 않은 의사소통 구조

보수적인 사내 문화를 갖고 있는 만큼 의사소통 역시 톱다운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질 것 같지만 실제 신영증권의 사내 소통은 양방향으로 활발하게 이뤄진다. 신영증권만의 독특한 시무식이 그 예다. 경영진이 나와 한 해의 경영 목표를 제시하고 독려하는 보통의 시무식과 달리 신영증권은 경영진이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간담회로 열린다. 올해 1월 열린 시무식에서도 황 사장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연차가 어린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회사의 비전과 혁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내에 유튜브용 스튜디오를 만들었는데 사장이 임직원들과 실시간으로 비대면 타운홀 미팅을 가지기도 한다. 직원들은 “사장님은 재테크를 어떻게 하시는지” 또는 “회사가 정체돼 있다는 느낌도 있는데 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등 곤란한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2018년부터 6년째 이어오고 있는 월간 회의도 활발한 의사소통 창구다. 부서별로 월 1회씩, 여러 부서를 돌아가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마다 회사의 현안과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 직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물론 CEO로부터 직접 회사의 경영 철학에 대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있다. 황 사장은 “회사가 보수적이라고 해서 젊은 직원들이 지레 자기검열을 하거나 도전하지 않으려 해선 안 된다”며 “바꿀 수 없는 핵심 가치가 있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만큼 직원들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100년 흑자 경영을 꿈꾸며

신영증권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 대해 한편에서는 위험을 회피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한다. 과도한 몸집 불리기를 경계하는 탓에 중형사에만 머물러 갈수록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국내 증권사들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나 초대형 IB로의 전환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커지면 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어 수익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증권사 대형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보고서에서 “종투사나 초대형 IB 및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면 영업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규모의 경제 진전과 수익원 및 자금조달 구조 다각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형사로 남는 증권사들은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영증권은 ‘신탁’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시장 내에 고유한 입지를 다진다는 목표다. 신탁은 고객이 가진 재산을 수탁자인 증권사에 맡겨 관리하고, 사후 상속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서비스다. 신영증권은 2017년 업계 최초로 신탁 기반의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내놓았다. 아직은 국내에 신탁 시장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할수록 이에 맞춘 자산관리와 상속 등 부의 세대 이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더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9년에는 자회사로 신영부동산신탁을 설립했다. 기존 부동산신탁 회사들이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주로 하는 데 비해 신영부동산신탁은 일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중소형 부동산 자산관리에 집중한다. 또 지난 3월에는 가족의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관리 서비스인 ‘APEX 패밀리 서비스’도 출시했다. 자산관리와 자산 승계를 결합해 자녀나 손자녀의 출산, 결혼 등 가족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 계획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다.

황 사장은 “단기 성장의 관점에서는 보수적이거나 도전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전문성 있는 투자 및 리스크 분석과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혁신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되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거나 회사 수익을 내려 위험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으로 안정적인 경영 방침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DBR mini box I:Interview: 고봉찬 신영증권 사외이사·서울대 경영대 교수

“信則根榮 사명에 맞춰 장기적 고객 가치에 투자”



신영증권이 53년간 흑자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이사회를 통한 견제와 내부 통제도 한몫했다. 금융시장에 복잡하고 위험한 파생금융상품이 늘어나면서 이사회를 통한 견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최근 일어난 부동산 PF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 내부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재무 분야 전문가로 한국증권학회장을 지내기도 한 고봉찬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2021년부터 신영증권의 사외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고 교수는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통해서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교수와의 일문일답.

증권사 이사회의 리스크 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신영증권 이사회는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나.

신영증권 이사회는 매 분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위험 관리 시스템과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현황과 평가를 보고받는다. 또한 별도의 소위원회인 위험관리위원회에서는 실무책임자와 준법감시인으로부터 위험통제기구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잠재적인 불확실성은 없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잘 작동돼 온 덕분에 최근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신영증권이 부동산 PF 부실이나 투자 상품 손실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타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은 것에 비하면 신영증권은 이러한 자산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이러한 위험 관리 시스템과 함께 내부 통제 시스템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례로 최근 홍콩H지수 녹인(Knock-in)i ELS 판매 건과 관련해 신영증권은 불완전판매로 인한 민원이 전무했다는 점은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내부 통제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신영증권은 라임펀드 사태 때도 피해 고객들에게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손실을 보상해 주었을 정도로 고객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한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경영 철학이나 기업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 한쪽 벽에는 ‘신즉근영(信則根榮)’, 즉 ‘고객의 신뢰가 곧 회사 번영의 근간’이라는 뜻의 사명이 크게 걸려 있다. 매번 회의 때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고객의 신뢰라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이러한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해왔고, 그 결과 53년 연속 흑자 경영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본다. 이 같은 신영증권의 기업문화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조직에 깊게 뿌리내렸다. 임직원들 역시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고객 가치 증대를 목표로 일을 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고객 가치 외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어떤가.

신영증권은 지난해 12월 우선주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안건을 임시주총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를 통해 우선주 주주들은 거래량 부진으로 인한 상장폐지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보통주 주주들은 전체적인 거래량 증가로 전체 주주 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결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주주들이 경영진을 신뢰하고 회사 경영을 믿고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 측에서도 유례없는 일로 향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신영증권이 흑자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있다고 보는가.

신영증권이 다음 반세기에도 흑자 경영을 계속 유지하려면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조만간 인구고령화의 빠른 진전으로 인해 고령층의 노후 자금을 수탁 운용하는 다양한 자산관리와 컨설팅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증권은 이미 이에 대비해서 신탁 중심의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동안 쌓아온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고령화와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나라가 장기 저성장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 홈바이어스(home bias) 현상이 크다. 따라서 직접 및 간접 형태의 해외 투자 기회를 개발해 안정적인 장기 투자 수익원을 발굴하고 글로벌 분산투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DBR mini box II: 성공요인 및 시사점

자산 관리는 보수적으로, 위험 관리는 체계적으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jyseo@smu.ac.kr



증권사·은행 등 금융사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영업 전략은 위험 감수 행위(risk taking behavior)로 나타나는데 이는 정보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 관점 에서 설명할 수 있다. 고금리 상황과 달리 저금리 환경에서는 차주의 정보에 대한 금융사 간 정보 비대칭이 완화돼 정보 열위인 금융사로 하여금 비우량 차입자를 자금 운용 대상으로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금융사가 고위험 시장에 진출하는 유인이 높아진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인해 초래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도 과거 저금리 기조하에서 증권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위험자산 보유 전략ii 과 관련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며 나타난 고금리 기조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져오고, 부동산 금융자산 부실로 이어졌다. 특히 PF 본사업 이전의 브리지론 공급을 주도적으로 해온 증권사의 부실이 한층 심화된 상태다.

신영증권은 최근 부동산 PF 시장 침체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증권사 중 하나다. 타 증권사와 달리 기업금융(IB), 부동산 금융 등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지 않은 보수적 자산운용 전략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을 유지하며 오랜 기간 꾸준히 영업 부문 흑자를 기록해온 신영증권의 사례를 통해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1. 보수적 자산운용 전략을 고수한다

신영증권은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위탁매매 부문의 시장지배력은 높지 않지만 주식 시황에 민감도가 낮은 자산 위주의 안정적 운용을 통해 꾸준한 영업이익을 창출한다. 주로 국공채 위주의 안전한 채권 운용을 통해 신용위험을 낮추고 있다. 또한 신영증권은 채권 포트폴리오의 효과적 듀레이션(duration)iii 관리에도 주력해 금리 변동에 따른 시장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보수적 자산운용의 결과로 신영증권의 영업순수익 커버리지iv 는 최근 3개년 평균 약 177%로 우수한 편이다. 증권사 평균이 142%임을 감안할 때 신영증권의 영업순수익 커버리지는 우수한 경영 성과로 판단된다. 또한 신영증권의 2023년 자기자본 순이익률(ROE)v 도 8%로 업계 평균인 2.7% 대비 약 3배 정도 높아 성과 창출 능력도 우수하다.

GettyImages-1432017779_[변환됨]


2. 위험 익스포저(exposure) 중심의 위험관리에 주력한다

신영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 노출액의 비율인 위험 익스포저 비율vi 을 낮추려는 노력을 경주 중이다. 신영증권의 2023년 말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은 33.7%로 코로나 발발 시점인 2020년 1분기의 56.6%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발부채는 현재 증권사의 채무는 아니지만 앞으로 특정 사태가 일어나면 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부채를 말하는데 대체로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큰 증권사의 경우 우발부채 역시 큰 편이다.

신영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자체 헤지 비율vii 은 2023년 말 48.5%로 중소형 증권사 평균인 약 17% 대비 높다. 하지만 이는 위험자산 운용에 따른 위험 헤지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동 비율에서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인 헤지 자산 비중이 크지는 않아 위험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평가된다. 신영증권의 철저한 위험관리 덕분에 2023년 말 신영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은 -0.9%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의 2.5%에 비해 자산건전성이 크게 개선됐음을 시사한다. 순요주의이하자산은 대손충당금 보호를 못 받는 1개월 이상 연체 상태의 부실 전 단계 혹은 부실성 자산을 의미하는데 최근 PF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관련 증권사의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 역시 급증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자산 비율은 3.4%이고 자기자본 1조 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에는 13.2%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신영증권의 철저한 위험관리는 더욱 돋보인다.


3. 자기매매 중심의 수익 창출 역량이 뛰어나며 타 영업 부문으로의 수익 다변화를 지향한다

신영증권의 수익 창출은 대체로 자기매매 중심의 운용사업 부문에서 창출된다. 2020년 1분기∼2023년 1분기를 기준으로 신영증권의 사업 부문별 영업순이익 비중을 보면 상대적으로 자기매매 등 운용 수익을 통한 수익 창출 비중이 크다. 동 기간 중 평균 운용 수익 비중은 약 62% 수준으로 IB(23%), 위탁매매 및 자산관리(18%)에 비해 큰 편이다.하지만 신영증권의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구조viii 다변화 수준은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살펴보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2023년 신영증권의 순영업수익 점유율은 2.0%이다. 지난 2021년의 1.1%에 비해 지속 상승세이며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2023년 중 위탁매매, 자산관리, IB의 시장점유율은 순서대로 0.4%, 1.8%, 1.2%를 기록했다. 신영증권이 수익 창출을 위한 시장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사업 다변화에 상당 부분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필자는 고려대 사회학과(부전공 행정학)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UIUC)에서 경영학 석사(MBA), 고려대에서 재무론(Finance)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LG투자증권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근무한 바 있고 삼성경제연구소와 IBK경제연구소에서 재무·금융 분야의 리서치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위원, 한국신용카드학회장 등의 직책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금융기관 경영론, 투자론, 기업재무이며 금융 규제 및 금융기관의 경영 합리화 방안 등을 다룬 국내외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인기기사
NEW

아티클 AI요약 보기

30초 컷!
원문을 AI 요약본으로 먼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보세요. 정보 서칭 시간이 단축됩니다!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