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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 Case: CJ ENM의 IP 생태계 확장 시스템

탁월한 기획, 소통 플랫폼, 톱 매니지먼트
‘글로벌 IP 파워하우스’ 밸류체인 갖추다

김윤진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CJ ENM 음악 사업의 경쟁력은 1)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아티스트 IP 기획과 발굴 2) 엠넷플러스와 KCON 등 온오프라인(O2O) 플랫폼에서의 팬덤 결집 3) 웨이크원이라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한 트레이닝과 마케팅이라는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회사가 이를 골자로 한 ‘IP 생태계 확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차별화된 IP 기획력이 있다. CJ ENM의 음악 전문 채널 Mnet은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는 편견을 거부하고 틀을 깰 것을 요구하는 조직 문화로, 콘텐츠 유통 단계에서는 1539 타깃층을 뾰족하게 겨냥한 숏츠 및 영상의 생산과 유포로 연일 화제성 있는 K-서바이벌 예능들을 탄생시켜 왔다. 이렇게 축적된 IP와 전 세계에 있는 K-팝 소비자를 연결하는 O2O 팬덤 소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아가 매니지먼트 역량까지 강화해 아티스트의 ‘발탁-성장-지지-성공’을 지원하는 풀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게 CJ ENM이 그리는 청사진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쇼미더머니’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CJ ENM의 음악 전문 채널인 Mnet이 방영한 오리지널 서바이벌 예능이라는 점이다.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나 선호를 떠나 그 누구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는 Mnet의 경쟁력을 꼽자면 단연 ‘화제성’이다.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이슈몰이를 하고, 특히1539 타깃층을 중심으로 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가령,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인 가수 발굴 프로젝트였던 슈퍼스타K는 총 8번의 시즌을 거듭하며 대한민국 오디션 열풍에 불을 지폈고, 힙합 서바이벌 장르를 연 쇼미더머니는 11번째 시즌을 이어 나가며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 10주년을 넘긴 프로그램이 됐으며,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시리즈는 힙합과 마찬가지로 비주류 문화였던 스트리트 댄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K-서바이벌 예능 포맷의 포문을 연 Mnet 콘텐츠의 영향력은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형성하는 팬덤의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7월 데뷔한 신인 그룹 ‘ZEROBASEONE(제로베이스원)’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팬덤의 화력에 힘입어 각종 K-팝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배경에도 Mnet의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제로베이스원은 2023년 초 5세대 신인 K-팝 보이 그룹 데뷔 프로젝트로 Mnet에서 방영된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이다. 이 프로그램은 관련 영상 및 숏츠가 유튜브와 틱톡에서 각각 누적 조회 수 4억 뷰, 47억 뷰를 기록했을 정도로 Z세대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데뷔도 전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출되고 대규모 팬덤을 구축한 결과 제로베이스원은 미니 앨범인 ‘유스 인 더 셰이드(YOUTH IN THE SHADE)’를 발매 하루 만에 약 124만 장 판매(한터차트 기준)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 하루 사이에 앨범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겨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8월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팬 콘서트 ‘2023 ZEROBASEONE FAN-CON’의 티켓 1만8000장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고연차 아이돌에게도 ‘꿈의 무대’ 중 하나인 고척스카이돔에 데뷔한 지 갓 한 달 된 신인이 입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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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Mnet의 콘텐츠 지식재산(IP) 기획력과 연출력은 IP를 기반으로 한 음악사업 밸류체인(value chain)을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잘 기획된 IP가 플랫폼 사업으로 연결되고, 최근에는 매니지먼트 사업으로의 시너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보이즈 플래닛’의 성공은 단순히 방송 채널 광고 수입만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CJ ENM의 신생 온라인 팬덤 플랫폼인 엠넷플러스와 오프라인 플랫폼인 ‘KCON JAPAN 2023’ ‘KCON LA 2023’로 팬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제로베이스원 멤버를 선발하는 투표를 엠넷플러스에서 진행한 결과 184개국의 시청자가 플랫폼을 통해 총 940만여 표를 행사하면서 적극적으로 그룹의 탄생에 동참했다. 이렇게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팬덤이 플랫폼으로 유입된 결과 엠넷플러스는 대형 기획사들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하이브)나 디어유(SM엔터테인먼트)에 비해 서비스 기간이 짧은 후발 주자인 데도 불구하고 성장 속도에 있어서만큼은 이들을 앞지르고 있다는 게 CJ ENM 측 설명이다. 접속자의 80% 이상이 해외 국적 소유자라는 것 역시 글로벌 팬덤이 효과적으로 플랫폼에 이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제로베이스원은 CJ ENM 산하의 전속 레이블 ‘웨이크원’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인기는 매니지먼트 사업에서의 수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제로베이스원의 탄생 여정과 성공적 데뷔는 1)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아티스트 IP 기획과 발굴 2) 엠넷플러스와 KCON 등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의 팬덤 결집 3) 웨이크원이라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한 트레이닝과 마케팅이라는 CJ ENM의 음악사업 밸류체인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CJ ENM이 ‘IP 생태계 확장 시스템(Music Creative ecoSystem, 이하 MCS)’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이 같은 풀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995년 개국한 CJ ENM의 음악 전문 채널 Mnet이 10여 년간 축적한 자산을 토대로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로 거듭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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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서바이벌 예능 강자의 ‘IP 기획력’

CJ ENM의 IP 생태계 확장 시스템, 즉 MCS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자 가장 중요한 축은 바로 IP 기획력이다. Mnet 콘텐츠들의 인기와 화제성은 단순히 개별 PD나 작가 등 창의적인 크리에이터 한두 명의 뛰어난 개인기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가령, 슈퍼스타K 시리즈의 성공 이후 경쟁사들도 콘텐츠와 인력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MBC ‘위대한 탄생’, SBS의 ‘K팝스타’ 등 유사 오리지널 프로그램들을 제작했지만 슈퍼스타K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했고, 이후 쇼미더머니 외 다수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연출진이 다른 매체로 이적해 JTBC ‘믹스나인’ ‘알유넥스트’, MBC ‘소년판타지’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만들었지만 Mnet에서만큼 화제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는 뛰어난 인력(manpower)의 역량이 물론 중요하긴 하나 2009년부터 CJ ENM이 회사 차원에서 축적하고 체계화한 노하우, Mnet이란 채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경쟁사가 쉽게 모방하거나 복제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CJ ENM이 말하는 IP 기획력에 있어 회사의 비교 우위는 크게 제작과 마케팅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1) 제작 단계

먼저,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회사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조직 문화다. 일단 대표이사나 수장의 교체가 잦은 회사와 비교해 콘텐츠에 대한 오너십이 있기 때문에 ‘잘 안되더라도 일단 밀어주는 분위기’ ‘오리지널리티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게 CJ ENM 음악사업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Mnet 은 개국 초기부터 ‘순결한19’ ‘아찔한 소개팅’ 같은 프로그램처럼 오늘날 유튜브에서 볼 법한, 혹은 시대를 앞서간 듯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기존 지상파에서 금기시되던 것들을 건드리고 틀을 깨 왔다. 조직 안에서 ‘Mnet스피릿’이라고 불리는, 조직원들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의 핵심도 바로 ‘편견을 깨는 새로움’이다. 박찬욱 CJ ENM 음악/Mnet사업부장은 “구성원들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거나 학습하지 않아도 기존에 했던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이런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가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마냥 실패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없지만 ‘Mnet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한다는 자부심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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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Mnet에서 성공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기존 예능에서 통용되는 문법이나 공식을 파괴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기획도 가수들의 무대 뒤편에서 조연으로 가려져 있던 댄서들을 주연으로 바꾸자는 역발상에서 나왔고, 이전에 방영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고등래퍼’의 기획도 그늘진 곳에서 빛을 못 보던 하위 스트릿 장르를 조명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실제로도 이들 프로그램의 방영으로 댄서와 래퍼들의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뛰었으며 스트릿 문화가 명실상부한 Z세대의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숱한 스타가 배출됐다. 마찬가지로 일반인이 아닌 기획사 소속 연습생이나 이미 데뷔한 가수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는 프로듀스101, ‘퀸덤’ ‘킹덤’ 등의 기획안도 초창기에는 외부에서 상식 밖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사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세상에 나오자 일반인보다 실력이나 외모가 출중하고 훈련받은 연습생들이 대중에게 더 매력적으로 비춰졌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그룹인 I.O.I(아이오아이), Wanna One(워너원)이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키며 매출과 수익 면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마찬가지로 퀸덤이나 킹덤도 이미 데뷔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던 가수들을 재조명하고 성적과 무관하게 새로운 팬덤의 형성을 도우면서 출연자는 물론 기획사들까지 윈윈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아티스트와 플랫폼이 윈윈할 때 궁극적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학습하면서 CJ ENM은 ‘휴먼 IP’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박 사업부장은 “IP를 기획할 때 단지 특정 음악, 특정 상품을 알리는 게 아니라 관련 음원 제작 및 유통, 글로벌 송출, 콘서트 기획 등을 망라하는 플랫폼 사업으로의 시너지를 많이 고민하는 편”이라면서 “이렇듯 일찍부터 확고한 휴먼 IP의 방향을 정립하고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부터 플랫폼 사업 관점에서 사고한다는 게 CJ ENM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아티스트의 매력을 살리고 팬덤을 구축하지 못하면 출연자뿐 아니라 플랫폼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콘텐츠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아티스트 이름을 알림으로써 휴먼 IP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이해관계자가 모두 윈윈하는 길이자 Mnet 콘텐츠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아울러 회사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에 대한 비전이 모든 콘텐츠 제작의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특정 프로그램, 음악으로 단기간에 빠른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휴먼 IP 자산을 어떻게 쌓아 나갈지를 더 중요시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다고 한다. 슈퍼스타K도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잘됐듯이 한 포맷을 꾸준하게 밀어주되 단순히 복제만 하기보다는 변주를 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서 글로벌 댄스 크루를 추가한 것도 시즌 1과 차별성을 두려는 일종의 변주에 해당된다.

Mnet을 보고 자란 세대가 입사 후 CJ ENM에서 기대하는 것 역시 이런 조직 문화다. 흔히 조직으로부터 기대하는 ‘워라밸’이나 복지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창작의 자유,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존중이 직원들을 유인하고 타사 대비 매력도를 유지하는 특징인 셈이다. 편견을 깨는 새로운 기획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독려하는 장도 마련돼 있다. 가령, PD 직군에서는 여러 부서가 기획안들을 피칭하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채택할지 논의하고 제작비를 따내는 ‘그린라이트 커뮤니티’가 있고, 그보다 연차가 낮은 조연출 AD 직군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작은 규모라도 시도해 보고 제작할 수 있는 ‘디지털 플라이트’란 기회가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라이트에서 한 조연출이 레트로 열풍에 맞춰 2000년대 Mnet의 프로그램들을 원초적 재미를 되살리자는 리부트(Reboot) 프로젝트를 제안해 ‘채령 K대 가다’ ‘아찔한 소개팅Z’ 등 과거 프로그램을 재현한 ‘엠넷리부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시도와 기획에 강도 높은 업무량이 동반되지만 그 대신 CJ ENM은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년 단위로 어떤 프로그램의 기획과 연출에 참여할지 등을 미리 알려주고 업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본인들이 언제 일에 몰두하고, 언제 쉴 수 있는지 미리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2) 유통 단계

제작 단계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Mnet 프로그램들이 화제성에 있어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으로는 바이럴을 만들어 내는 전담 마케팅 조직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포스터나 옥외광고를 거는 게 바이럴 마케팅의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본방송 외에 Z세대를 겨냥한 숏츠와 영상을 얼마나 빠르게 생산하고 유통시키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CJ ENM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연출을 맡은 A팀 외에 이렇게 SNS에 업로드할 콘텐츠를 올리는 B팀을 따로 구성한다. 그리고 마케팅팀 산하의 전담 인력들이 B팀에 붙어 파생 콘텐츠들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2022년 9월 발매된 ‘스트릿 맨 파이터’의 계급미션 곡이었던 ‘새삥’ 음원이 멜론 월간 차트 1위에 오른 것도 가수 지코의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노래의 안무 챌린지가 계속해서 B팀이 만든 숏츠 등을 통해 여러 채널에 노출되고 확대 재생산됐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박 사업부장은 “챌린지가 유행하고 SNS에서 퍼지면 자연스레 프로그램이 홍보가 되고,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면 챌린지가 더 유행하는 선순환이 생긴다”면서 “그리고 이런 반복 노출은 결과적으로 음원, 콘서트로도 연결돼 롱테일에서도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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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을 할 때는 Mnet이 지상파 방송사처럼 전 연령대를 상대로 한 채널은 아니기 때문에 핵심 타깃층인 1539의 소비 행동을 분석하고, 이들에게 노출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시청자가 저절로 찾아오길 기다리기보다는 타깃층을 뾰족하게 선별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평가지표(KPI)도 가구 시청률이 아닌 1539 타깃 시청률이며, 유튜브나 틱톡 등 미디어에서 알고리즘을 타도록 하고 타깃층의 본방송 시청까지 유도하는 게 마케팅팀의 최우선 목표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제작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며 제작만큼이나 유통에도 큰 비중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CJ ENM의 철학이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따르면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을 겪으면서 제작 및 유통 단계 전반에 걸쳐 리스크 관리도 강화됐다. 사회 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짐에 따라 프로그램마다 태스크포스(TF)가 전반적인 퀄러티 체크와 함께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들을 검수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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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팬덤을 결집시키는 O2O 연계 ‘플랫폼’

MCS 생태계를 완성하는 두 번째 축은 바로 온오프라인(O2O)을 잇는 팬덤 소통 플랫폼이다. 그동안 CJ ENM은 주로 오프라인 플랫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이를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하고 O2O 고객 경험을 혁신하려 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인 엠넷플러스를 이끌 책임자로 삼성전자, LG전자, 엔씨소프트 등을 거쳐 매스프레소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던 김지원 사업부장을 선임한 것 역시 콘텐츠 IP와 K-팝 소비자들 간의 온오프라인 접점을 확충하고 Mnet 등 방송 채널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플랫폼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다.

1) 오프라인

CJ ENM의 간판 오프라인 음악 플랫폼은 바로 K-컬처 페스티벌인 ‘KCON’과 글로벌 시상식 ‘MAMA AWARDS’다. 그동안 CJ ENM은 2012년 미국을 시작으로 11년간 일본,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멕시코, 호주, 태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는 총 9개 국가에서 33회에 걸쳐 KCON을 개최해 왔다. 회사는 KCON이 단순히 일회성 ‘쇼’에 그치기보다는 전 세계 시민을 연결하고 K-문화를 알리는 플랫폼이자 교두보가 돼야 한다는 일관된 방향을 고수했다. KCON을 종합 컨벤션 사업으로 바라보고 통상적인 콘서트 기획 사업과는 다른 규모의 투자를 지속해온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팬들이 단순히 콘서트만 보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한국 아티스트를 알게 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팬과 스타의 접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가령, KCON 무대에 오를 정도의 인지도는 없던 신인 그룹도 글로벌 시장에 눈도장을 찍고 팬이나 지역 음악 관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했다. 이는 대형 기획사들이 자사 소속 아티스트만을 모아 해외 공연을 하거나 방송사 주최로 현지 한인 대상 공연을 하는 데 그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박 사업부장은 “BTS도 신인 시절 KCON을 통해 글로벌 팬들과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할 정도로 KCON은 신인들의 글로벌 진출 발판이자 마중물이 돼 왔다”면서 “회사가 오프라인 플랫폼의 역할을 계속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CJ ENM은 음악에 집중하되 전 세계인들이 K-팝뿐 아니라 K-푸드, K-뷰티 등 종합적인 한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융합형 페스티벌로 KCON을 확장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 CJ CGV 등의 계열사들을 동원하고 여러 한국 기업 부스를 입점시켰다. 최근에 열린 ‘KCON LA 2023’에는 메인 스폰서인 삼성 갤럭시를 비롯해 한국관광청까지 참여할 정도로 이제는 KCON이 민간, 정부 기관이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페스티벌로 성장했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일사천리로 기업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상당한 출혈이 동반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간 투자의 결실이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KCON에 가면 한국의 음악, 아티스트를 넘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됨에 따라 단일 콘서트를 능가하는 티켓 파워가 생긴 것이다. 박 사업부장은 “다른 콘서트의 경우 구체적인 가수 라인업에 따라 판매 실적이 좌우되고, 좋은 라인업을 갖추고도 영업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반해 KCON의 경우 K-문화에 관심 있는 글로벌 한류 팬들이 라인업을 확인하지 않고도 블라인드 상태에서 표를 구매하는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음악, 패션, 뷰티, 여행 등을 망라하는 총체적 고객 경험을 제공한 결과 2012년 2만 명 정도였던 미국 KCON 규모는 2023년 약 20만 명을 수용해 10배가량 커졌다. 일본에서 열린 ‘KCON JAPAN 2023’도 사흘간 12만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2) 온라인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오프라인 플랫폼은 계속 가져가면서도 디지털에서도 글로벌 팬덤을 집결시키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과의 연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 ENM은 2022년 10월 팬덤 소통 플랫폼 엠넷플러스를 출범시키고 그동안 회사가 쌓아온 오리지널 IP와 음원, KCON을 필두로 한 페스티벌과 각종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 등 K-팝 콘텐츠 라이브러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보이즈 플래닛’ 등의 그룹 멤버 선발 투표나 ‘엠카운트다운’ 같은 방송의 순위 투표를 플랫폼상에서 진행하면서 누적 가입자 2000만 명을 모으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음악 방송 순위 투표를 엠넷플러스에서 진행하자 쟁쟁한 아티스트들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될 때마다 엄청난 숫자의 팬덤이 연대하고 플랫폼에 유입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CJ ENM이 하이브처럼 BTS의 소속사도 아니고, YG엔터테인먼트처럼 블랙핑크의 소속사도 아니지만 BTS와 블랙핑크가 음악 프로그램 1위 경쟁에서 맞붙으면 BTS, 블랙핑크의 팬들이 모두 엠넷플러스에 접속한다는 게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Mnet의 플랫폼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인 셈이다.

이렇게 모은 전 세계 이용자를 붙잡아 두고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CJ ENM은 모바일 앱 체류 시간과 빈도 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팬(Fan)과 상호작용(Interactive)을 결합한 이른바 ‘팬터랙티브’ 콘텐츠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팬들이 아티스트의 캐스팅부터 무대 제작까지 다양한 K-팝 라이프 사이클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케이팝 메이커’, 데뷔 후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던 아티스트가 엠카운트다운이나 MAMA AWARDS 등 오프라인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팬들이 기회를 주는 ‘로드투맥스’가 대표적인 팬터랙티브 콘텐츠에 해당된다. 박 사업부장은 “플랫폼으로 팬덤을 결집시키는 데는 성공을 거뒀지만 앞으로 이들을 플랫폼에 록인(Lock-in)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면서 “팬들이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더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3) 메가 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매니지먼트’

상대적으로 CJ ENM이 늦게 뛰어든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휴먼 IP의 발굴을 넘어 아티스트의 ‘발탁-성장-지지-성공’에 이르는 풀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지막 축이 바로 매니지먼트다. CJ ENM은 그동안 산하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쌓은 역량을 총동원해 통합 레이블인 ‘웨이크원’을 중심으로 한 매니지먼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웨이크원에는 제로베이스원 외에도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플러(Kep1er), 아이즈원 출신이자 넷플릭스 흥행작 ‘오징어게임’ 시즌 2에 합류한 조유리는 물론 여성 듀오 다비치, 싱어송라이터 로이킴과 하현상, 댄스 크루 엠비셔스(Mbitious)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다.

이렇듯 보유 아티스트를 늘려가고 있는 까닭은 회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IP 기획부터 캐스팅, 트레이닝, 제작, 마케팅에서 매니지먼트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할 때 비로소 K-팝을 이끌 차세대 메가 아티스트를 육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CJ ENM은 직접 매니지먼트에까지 관여하지는 않더라도 전속 레이블 외 다른 레이블을 통해 아티스트를 지원하면서 상당한 프로듀싱 경험을 쌓아 왔다. 가령, 2020년 6월 Mnet에서 방영한 차세대 K-팝 아티스트 발굴 프로그램 ‘아이랜드 시즌 1’을 거쳐 탄생한 보이 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프로듀싱과 성공적인 글로벌 무대 데뷔도 CJ ENM과 하이브가 만든 공동 합작 회사였던 빌리프랩1 이 맡아 지원한 바 있다.

이 같은 누적된 휴먼 IP의 기획과 육성의 공식을 앞으로도 계속 재현하겠다는 게 회사의 청사진이다. Mnet은 최근 ‘아이랜드’ 두 번째 시즌 제작에 착수하면서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하고 수많은 글로벌 메가 히트곡을 탄생시킨 더블랙레이블의 테디를 마스터 프로듀서로 앞세웠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할 원석들과 이들이 만들 걸그룹은 향후 웨이크원 소속으로 데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 재팬’의 세 번째 시즌도 2023년 하반기 론칭하는데 접수 한 달 만에 1만 4000여 명이라는 시리즈 사상 역대 최다 지원자가 응모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해외 진출을 단순히 판권 판매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CJ ENM은 일회성의 판권 판매보다는 현지화된 프로그램 기획과 매니지먼트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 K-팝 수출 대상국 순위 부동의 1위인 일본 시장2 에서 자체 일본 레이블 ‘라포네엔터테인먼트’를 앞세워 매니지먼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프로듀스101 재팬 시리즈로 탄생한 보이그룹 JO1과 INI를 대표 소속 아티스트로 두고 있다.

이처럼 웨이크원이나 라포네엔터테인먼트 같은 Mnet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Mnet만의 콘텐츠를 통해 발굴한 아티스트를 훈련해 메가 아티스트로 키워내겠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CJ ENM이 단순히 콘텐츠 강자를 넘어 IP 기획-플랫폼-매니지먼트를 연결한 풀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K-팝의 글로벌화를 계속해서 선도해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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