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XXX 덕후 OOO입니다.” “저는 요새 *** 덕질에 푹 빠졌습니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서든, 개인적인 친분 교류의 장에서든 굉장히 자주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다. 온갖 전문가들이 넘쳐나는 시대, ‘덕후’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많이 변했다.
특정 분야에 대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덕후라고 말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순수해 보이면서 열정에 가득 차 보이기도 한다. 예전의 전문가 집단 이상의 신뢰감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 왜 이렇게 덕후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덕후가 가진 매력은 뭘까.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덕후라는 말에 내재된 키워드는 3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몰입(flow)이다. 누군가의 지시나 강요에 의한 활동이 아니라 스스로가 특정 분야에 심취해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발전성 혹은 가능성(possibility)이다. 덕후들은 자신의 ‘덕질‘에 시간과 비용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고착화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투자를 통해 쌓은 그들의 전문성이다. 그들은 때때로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이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형 오타쿠’인 ‘덕후’에 대해 새롭게 규명하게 재정의하는 부분이었다. 기업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오타쿠’라는 일본식 단어, 일본형 오타쿠와 한국의 덕후를 분리시켜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는 부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컸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덕후에 대해 두 가지 맥락으로 다뤄졌다고 판단했다. 필자 스스로 구분해보면 하나는 ‘소비적 덕후’였고, 다른 하나는 ‘창조적 덕후’였다.
창조적 덕후들은 여러 아티클에서 지적했던 대로 주로 ‘시스템 밖’에 존재한다. 기업 시스템 밖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엄청난 혁신성과 통찰을 보여준다. 본래 창조성이 시스템 밖에서 창출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현재 기업들의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어떻게든 그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그들의 창의력과 전문성을 끌어들여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그 측면에서 김경훈 구글 상무가 다뤘던 ‘마니아 활용 전략’은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업 내 성장 경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소위 ‘괴짜(geek, nerd)’들의 장점을 살려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인 공헌자(individual contributor)라는 직무와 경력 개발 경로를 마련했다는 부분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 시스템에서 그러한 ‘덕업일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서다. ‘덕후 경영학’ 스페셜 리포트를 한국 기업의 마케팅, 인사, 전략 부서 사람들이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이유다.
한때 ‘두꺼운 안경을 끼고 촌스러운 옷을 입은 채 이상한 취미에 몰입하던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던 ‘덕후’는 자신이 사랑하는 특정 취미와 대상에 몰입하고 즐기며 최신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세련되고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사람들’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개인화’와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만나면서 이제 덕후는 트렌드 리더이자 전문가로 변모했다는 얘기다. ‘덕후가 바꾸는 세상’ ‘덕후가 만들어내는 시장’ ‘그들과 함께 혁신하는 기업’. 이렇게 나열만 해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뛴다. 앞으로 SNS와 온오프라인 교류의 장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XXX 덕후 OOO입니다.” “저는 요새 *** 덕질에 푹 빠졌고 ++기업의 혁신팀(개발팀 혹은 전략팀)에서 ‘덕력’을 활용해 일하고 있습니다.”
최상돈
DBR 제11기 독자패널(The M Inter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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