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과열 및 과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막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간 B2C AI 서비스의 경제성과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주로 소비자 시장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기업 내에서 활용되는 AI, 즉 ‘Enterprise AI’에 대한 투자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효용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Enterprise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유수의 스타트업들이 기업 고객을 위한 맞춤형 AI 솔루션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주로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해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경영진의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이 같은 Enterprise AI는 단순히 업무 자동화 도구를 넘어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할 때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지만 AI 도입의 진정한 가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있다. 한 글로벌 제조사는 AI를 도입하면서 각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수백 개의 엑셀 파일을 통합했다. 이전에는 엑셀 파일이 부서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작성돼 있어 데이터의 수집 및 해석에 자주 혼선이 일었다. 부서 간 데이터 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영진이 전체적인 비즈니스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AI 도입 이후 이 모든 데이터가 통합 및 표준화됐고 이는 곧 의사결정의 일관성과 신속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 기업은 AI 적용 이후 재고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시장 동향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AI가 재고 소진 시점을 예측해 적절한 발주 시점을 제안해준 결과다. 이는 재고 비용 절감과 매출 극대화에도 기여했다.
이렇듯 AI를 활용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가장 먼저 데이터 흐름을 원활히 해야 한다. 글로벌 제조사 사례와 유사하게 국내의 한 중견기업도 수천 개의 엑셀 파일로 관리되던 판매 데이터를 AI 시스템에 통합한 바 있다. 이렇게 데이터가 한데 모이자 모든 부서가 사내 메신저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게 됐고 타 부서와의 협업이나 분석 작업도 수월해 졌다. 데이터 통합에 성공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AI를 실무와 연계하는 것이다. 가령 AI가 실시간으로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고객 서비스센터에서는 이미 응대 시간 단축, 업무 효율성 향상, 고객 만족도 상승 등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AI가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시작했다.
Enterprise AI 솔루션을 제안하는 기업이라면 “어떤 툴을 만들어 드릴까요”라는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 그 대신 기업 내 의사결정의 병목을 파악하고 데이터 환경을 깊이 분석하는 데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사의 데이터 환경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문제 진단이야말로 맞춤형 AI 솔루션 제공의 시작이다. 기업 내 AI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이제 태동기인 만큼 기업들도 Enterprise AI를 적극 활용해 의사결정의 통찰을 얻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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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봉chanbong@bungee.work
번지(Bungee) 대표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BCG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레이팅’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구글 모바일 광고 사업부에 재직하다 2022년 3월 토스 출신 공동 창업자들과 번지(Bungee)를 창업해 현재 대기업/중견기업 대상 맞춤형 AI 솔루션 및 데이터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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