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어느 날 형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이 퇴직한 이후 매일 아침 일찍 양복을 입고 소파에 걸터앉아 멍하니 TV를 보다가 엉엉 운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울증이 온 것 같다며 형수님은 크게 걱정했다. 또 다른 선배는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재계약이 안된 것에 대해 1년 내내 분노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손을 대다 재정적 손해를 크게 보고 잠적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연락이 닿질 않는다. 준비 없이 맞이한 퇴직에 충격을 받고 동굴 속에 들어가 문을 꼭 걸어 잠그는 50대 중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언젠가 아버지께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아버지는 인생 살면서 언제 가장 힘드셨나요?” 아버지의 대답이 생각과는 전혀 달라 깜짝 놀랐다.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일이 없을 때, 어느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혼자 외로이 세상과 단절됐다고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힘들더구나.”
일과 일터의 의미는 삶을 영속하기 위한 생계 수단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 at a glance 2023)’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100세 시대인데 60세에 퇴직을 한다. 40년 동안 일이 없어 시간을 죽이며(killing time) 벌어 놓은 돈을 다 쓰다가 노년에 들어 아프고 가난하게 오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 최소 3년 전부터 ‘나답게 살기 위한 교육’을 꾸준히 제공해야 하며 개인은 ‘중심 잡기’를 단단하게 해야 한다. 아름다운 중년 그 이후의 삶을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면 ‘나’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중심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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