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겉으론 협업, 속으론 시간낭비… 잘 들여다봐야

285호 (2019년 1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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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1. 쇄도하는 협업 요청은 자칫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조직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데이터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은 협업 활동의 효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협업 규모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분산된 전문 지식이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해야 하며 협업 실행의 효과를 높이려면 조직 내 ‘숨겨진 통합자’들을 활용해야 한다.
3. 협업 분석은 과도한 연결로 인해 업무 시간이 낭비되거나, 제품 출시가 늦어지거나,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는 등의 ‘협업 과부하’를 막아줄 수 있다. 그리고 인재의 활용도를 높여 직원들의 근속과 이직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가을 호에 실린 ‘Collaborate Smarter, Not Harder’를 번역한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이 까다로운 고객들의 요구에 더 매끄럽게 부응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더 민첩하게 반응하고, 더 빨리 혁신을 이루려면 당연히 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이 새로운 조직 구조, 기술, 업무 방식을 공식적으로 채택해 협업을 도모하려 할 경우 안 그래도 빡빡한 업무량에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추가하게 된다. 이는 업무 성과를 높이기보단 오히려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는다.

이 문제를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내가 하루 동안 해야 할 업무 할당량을 마침내 소화하고 평정을 되찾을 오후5시 무렵, 다시 업무가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협업에 드는 시간이 50% 이상 늘어나면서 이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다양한 기술이 우리를 계속 연결된 상태에 두고, 글로벌 사업은 점점 더 하나로 통합되고, 복잡한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있어 다학제간연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식노동자와 책임자들은 업무 시간의 85% 이상을 e메일과 회의, 통화에 쓴다. 1 이처럼 근로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e메일, 협업 툴, 메시지에 빨리 반응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일의 품질과 효율성이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 같은 단순한 행위를 해도 생각보다 주의력이 많이 분산되며 e메일 답신처럼 좀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 행위를 했다가 집중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까지는 20분 이상이 걸린다. 2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데도 정작 대부분의 조직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체적인 상황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만난 한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출장 비용은 소수점 두 자리까지 파악하고 컴플라이언스 인프라는 완벽하게 구축해 놓으면서도 회사의 협업 네트워크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또 직원들이 협업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는지는 아예 모르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좀 더 민첩한 조직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네트워크화된 조직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고, 이에 따라 직원들에게는 협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필자들은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요즘 직장인들이 업무 담당자들과 교류하는 데 평균 9개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어떨까? 이런 상황에 압도된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의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들은 결국 조직을 이탈하고 만다.



다행히 분석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협업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시도를 처음으로 한 곳은 아마 프로농구 분야일 것이다. 본인의 득점률은 떨어지더라도 동료 선수들의 슛 성공에 도움을 주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데이터 분석가들이 발견했기 때문이다.3 프로축구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상황별로 골을 넣는 데 가장 효과적인 패스 방법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이 이뤄졌다.4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협업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분석을 통해 협업 활동에 대해 더 투명하게 알게 되면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들, 즉 매출 상승이나 혁신은 물론 직원들의 업무 효과를 촉진하는 요인들을 확인하고 실행할 수 있다. 또 분석을 하면 직원들 스스로는 처리할 재간이 없어서 조직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했던 숨겨진 비용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조직이 협업의 이점을 누리는 5가지 방법

필자들은 지난 10년간 협업에 대해 연구하면서 분석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두 건의 산업 컨소시엄 사례를 접했다. 그리고 이 사례에서 조직들이 협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와 오히려 자원을 소모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5 이들 조직은 협업 활동이 사업 성과에 미치는 관계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누가 누구와 대화를 했고, 얼마나 자주 했는지 등 협업 활동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여러 작업을 수행했다.

특히 필자들은 기업이 협업 분석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분석을 통해 프로젝트 리더와 실무 리더 등 협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을 연결하고, 비슷한 일을 하지만 여러 직군, 부서, 지역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분석을 통해 협업 네트워크가 조직의 위계와 팀 구조에 걸쳐 어떻게 구축돼 있는지를 파악하고 협업의 성공 요인들은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개인의 역량, 시장, 직무를 망라하는 협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계획적, 창발적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분석을 통해 도출한 통찰을 바탕으로 협업이 과도하지 않은지 진단하고,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불필요한 의사결정을 제거해 협업의 군살을 빼는 것이다. 마지막은 성과, 참여, 근속 등 사회적 자본을 낳는 요인들을 파악해 인재들의 협업 참여를 높이는 것이다.

협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DBR mini box I: 연구내용



1. 협업의 규모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많은 조직은 지식 기반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인재를 육성해 왔다. 그러나 이런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체계적으로 연결돼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인재들이 조직 전체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서로 다른 직무와 지역, 손익(P&L) 부서에 분산돼 있다. 이는 곧 이 인재들을 협업하게 하고 가치를 창출할 만한 리더나 팀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그 결과 협업 규모의 이점을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

그러나 협업 분석을 하면 3가지 주요 영역에서 규모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 특정 리더십 역할을 담당하는 책임자들: 일반적으로 이들의 실패가 조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관리자들의 관리자, 혹은 고위 책임자들
· 전략적으로 중요한 직무 담당자들: 실행 및 혁신 프로세스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직무6 담당자들
· 핵심 기술 전문가 집단 내부: 연구, 공학, 소프트웨어 그룹 등 기업이 전략적 역량을 높이고자 크게 의존하는 집단들

GE의 경우를 보자. 9개 사업체를 거느린 이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30만 명 이상의 직원과 이들이 보유한 거대한 지식 기반을 갖고 있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전문가 집단을 연결하려는 GE의 노력은 2015년까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식 공유 부문을 책임지는 댄 란타(Dan Ranta)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 사업부가 전문 지식을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성과가 세그먼트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GE가 가진 규모의 이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리더들은 분석 역량을 갖춘 새로운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면 회사 전체적으로 협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협업에 참여하는 전문가 집단이 애쓰지 않아도 흩어져 있는 전문 지식이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하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란타가 이끄는 지식공유팀은 먼저 정량적 분석 모델을 개발했다. 회사에서 지식 공유에 성공한 커뮤니티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전 세계 동료들과 기꺼이 나눌 준비가 됐는지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지식공유팀은 커뮤니티 멤버들 간 협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성공을 위해 서로 얼마나 헌신하는지, 현지의 기술 환경이 글로벌 커뮤니티를 얼마나 지원하는지, 해당 조직이 글로벌 커뮤니티에 얼마나 우호적인지 등이 반영된 점수를 계산했다. 분석 결과 해당 커뮤니티가 지식을 공유할 준비가 됐을 경우 지식공유팀은 그들을 전 세계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공간인 지식 공유 아키텍처에 포함했다. 대신 커뮤니티가 아직 준비가 안 됐을 경우에는 좀 더 규모가 작고 특정 목적에 집중하는 미션 중심의 팀을 만들었다.

GE는 질문 유형별로 적절한 답을 제시할 만한 전문 지식을 가진 커뮤니티 멤버가 누구인지 예측하는 데도 분석 기법을 활용했다. 그리고 대규모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각 유형의 질문을 적절한 커뮤니티 전문가들에게 자동 배포했다. 또 커뮤니티 관리를 목적으로 협업 패턴에 대한 실시간 분석 결과도 생성했다. 어떤 직원들이 가장 활발히 참여하고 전체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이끄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작업의 결과로 GE는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직원들이 가진 전문 지식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었다. 가령, 직원 수가 4만3000명이 넘는 GE의 재생에너지사업부는 여러 지역과 사업부에서 산발적으로 수백 건의 기술적 논의들에 관여하던 개인들을 연결해 27개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솔루션과 학습 효과를 냈다. 협업에 참여한 1172명의 내부 직원들은 1년간 총 513개의 고객 문제들을 해결했고, 생산성 측면에서 110만 달러 이상의 비용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란타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는 분석을 통해 프로세스에 힘을 실어줬고, 서로를 돕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를 최소화했으며, 인간의 관대함과 전문가적 자긍심을 보여주는 공유라는 ‘금광’에서 가장 두툼한 광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2. 협업 디자인과 실행의 효과 높이기. 많은 기업은 팀 중심의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너무 여러 팀에 배정돼 있으면 업무 속도가 떨어지게 되고, 직원들이 번아웃 돼 이직이라도 하면 참담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7 하지만 협업 분석을 하면 리더들이 어떤 상황에서 팀 구조가 가장 효과적인지를 판단해 사내 교육팀에 알려줄 수 있다. 또 효과적인 모범 사례들을 발굴해 조직 내 다른 네트워크들도 벤치마킹하면서 팀의 기민함과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수평적 협업은 투자은행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협업의 형태다. ‘하나의 조직’이라는 문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한 명의 파트너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계층 구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팀을 위해서만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늘 시간에 허덕이다 보니 다른 파트너 팀들이 가진 솔루션을 학습할 여유도 없다. 이 때문에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대면 영업하는 팀들도 수익률이 더 높고 고객사 유지에도 더 도움이 되는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솔루션보다는 자기 팀 솔루션을 판매하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의 임원들은 이런 파트너 중심 구조로 인한 사일로 효과(silo effect, 자기 것만 챙기려는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팀 문화-역주) 때문에 회사가 업계 리더로 발돋움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투자 은행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중간관리자들이 매출을 내기 위해 맺고 있는 협업체의 수를 계산했다. 이를 통해 여러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통합 상품을 기획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파악했다. 그 결과 그동안 간과되고 있던 자산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다른 동료들이 교차 판매(cross-sell)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의 존재였다. 이들은 ‘숨겨진 통합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른 파트너 팀들과 맺은 협업체의 수도 나머지 직원들에 비해 3배나 더 많았고, 유대가 특히 약한 팀들과 맺은 협업체의 수는 다른 이들보다 5배 더 많았다. 재정적 측면에서 이 숨겨진 통합자들은 교차 판매로 평균 직원들보다 6배 더 높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숨겨진 통합자들은 이처럼 회사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이들 중 다수가 최근 회사를 떠났다. 분석 결과,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는 그들이 교차 판매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몰랐고, 그들 덕분에 생긴 매출 규모도 산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리더들은 숨겨진 통합자들의 공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성과급 체계를 재빨리 조정했다.


분석 결과 밝혀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런 귀중한 통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통합자들은 작은 거래들을 여러 건 성사시키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이에 회사는 이들이 자신의 업무 시간을 그런 재능을 발휘하는 데 쓸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통합자들은 15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따내는 데 뛰어난 수완을 보였으나 계약 체결 빈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회사는 이런 직원들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과를 관리하고 보상을 지급했다.

3. 계획적 혁신과 창발적 혁신 주도하기. 혁신은 본질적으로 창조적 마찰에서 시작되는 하나의 사회적 프로세스다. 이런 창조적 마찰은 다양한 전문 지식 및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에 도달했을 때 발생한다. 조직이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 어떤 영역에서 혁신을 자극할지 결정하는 일은 우연에 맡겨서 될 게 아니다. 이럴 때 협업 분석은 이런 역량들의 만남을 가로막는 사일로들을 발견해줄 수 있다. 그런 역량들을 제대로 통합하면 혁신을 촉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 가능한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바로 그런 식으로 협업 분석을 활용한 사례다.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는 공유 차량, 자율주행, 전기차, 연결성과 관련된 아주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사업 기회들과 더불어 기존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경쟁자들이 등장했고, GE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응책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GM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역들에서 회사의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스타트업들을 인수하고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회사 임원들은 인적 자본에 대한 이런 투자와는 별개로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인식했다. 이 네트워크가 직원들을 연결하고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GM은 회사의 민첩성과 혁신 역량을 대폭 높이기 위해 협업 네트워크를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당시 최고인사책임자였던 마이클 아레나(Michael Arena)가 적응 공간(adaptive space)이라 지칭했던 이 네트워크는 회사 내에서 혁신적인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그룹들과 전통적인 실행 중심의 운영 그룹들을 연결했다.8 이런 작업은 먼저 오랫동안 존재했던 사일로들을 없애는 데서 시작했다. 적응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발견, 콘셉트 개발, 혁신의 확산, 조직적 파괴라는 4가지 유형의 네트워크 활동이 필요했다. 4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창발적 혁신으로 발전되는 콘셉트 개발 단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마이클 아레나는 회사 분석팀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두 개발 그룹 네트워크를 연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그룹 중 하나가 프로토타입 개발에 있어 더 우수한 성과를 냈다. 네트워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업 분석을 한 결과, 성과가 더 우수한 그룹의 집단화 계수(clustering coefficient, 그 집단이 얼마나 작고 밀도 있는 하위 그룹들로 구성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성과가 부진한 다른 그룹보다 2배나 더 높았다. 더 성공적인 그룹일수록 단일 임무나 전체 개발 과제의 일부를 완수하려 뭉치는 하위 그룹들을 더 잘 만들었다. 성공적인 그룹은 그런 식으로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완벽히 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일이 빠르고 집중력 있게 진행됐다.

예상대로 더 성공적인 그룹은 밀도 지수(density metric, 한 집단을 한데 엮는 협업체의 수로 측정)도 덜 성공적인 그룹보다 2배 더 높았다. 프로토타입 개발에서 특정 임무를 담당하는 팀원들은 이런 협업체를 통해 다른 클러스터 멤버들과 결과를 공유했고, 이런 업무 방식은 지엽적이었던 혁신 요소들을 하나로 결합해 더 광범위하고 기능적인 자동차 콘셉트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성공적인 네트워크의 경우 내부 협업체는 더 많았지만 업계나 학계처럼 잠재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외부 인력과의 협업체는 더 적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덕분에 전체 개발 과정에서 방해가 될 만한 외부 간섭을 덜 받으면서도 당면한 과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 프로토타입 개발에 덜 성공적이었던 그룹은 외부 협업체가 더 많았다. 이는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하는 데는 유리했지만 몇 가지 다른 가능성들을 동시에 추구하다 보니 개발 목표가 분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역설적이게도 이 때문에 콘셉트 개발 속도도 뒤처졌고, 문제가 있는 프로토타입 개발을 중단하는 결정도 지체됐다.

GM은 숙련된 직원들을 영입하고 신규 인력들을 네트워크의 적정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파괴적 요인들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4. 협업의 군살 빼기. 직원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회의와 전화 통화, e메일에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업 분석을 하면 과도한 연결로 인해 시간이 낭비되거나, 제품 출시가 늦어지거나,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는 상황이 어디서 벌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협업 과부하는 특정 개인이나 직무 담당자들을 고통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 이럴 때 분석을 하면 조직 안에서 누군가의 협업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9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결정 프로세스로 인해 협업 과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어떤 개인과 교류하는 사람들의 4분의 1 이상이 그 사람과의 접점을 더 늘리지 못하면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없다고 내부 설문을 통해 보고하면 과부하가 생긴 것으로 해석한다.

신약의 상용화보다 협업의 군살 빼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는 아마 없을 것이다. 상용화는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뒤부터 상품이 약국 매대에 진열되기 전까지 기간에 일어난다. 신약 출시는 타이밍이 아주 중요해서 단 하루만 늦어져도 회사는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잃게 된다. 그런데 신약의 상용화는 엄청나게 많은 협업의 산물이기 때문에 규제, 의료, R&D, 영업, 마케팅, 법률, 로비, 제조 등 아주 많은 기능을 조율해야 한다.

불필요한 협업을 줄이면 수익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자들이 연구했던 한 제약사의 의약품 상용화 책임자는 정례적인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협업 분석을 이용했다. 평소 의사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회사의 분석팀은 상용화 담당 직원들에게 그들이 참여하는 협업 네트워크에 대한 일련의 질문을 했다. 정례적인 의사결정과 비정례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드는지도 물었다. 분석팀은 의사결정 유형별로 소요되는 시간 데이터를 확보한 뒤, 텍스트 분석 기법으로 어떤 유형의 결정이 신약의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시간을 잡아먹는지 파악했다.

이어 리더들과 직원들은 개선 여지가 있는 각 영역에 초점을 맞춰 의사결정을 최적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영역과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가 최상의 순서와 타임라인을 알 수 있도록 의사결정 순서도를 만들었다. 또한 신약 상용화에 대한 관리 원칙을 개정하고 조직의 말단 사원들까지 책임감과 오너십을 가질 수 있도록 직원 교육을 시행했다.

분석팀은 신약 상용화 부서 직원마다 특정 직무 담당자들과 협력하고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준비하는 데 쏟는 시간에 큰 편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자들은 이를 협업 효율성이라 지칭했다. 통계 분석 결과, 각 직원은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방식대로 행동하는 데도 불구하고 모범사례 표본과는 거리가 먼 4개의 직무가 있었다. 이런 직무들을 효율적으로 이행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네트워크 내 다른 직원들과 교류하는 데 아주 적은 시간을 썼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그보다 몇 갑절 더 많은 시간을 썼다. 계속해서 분석을 해보니 두 번째 집단의 효율을 개선하면 조직 전체의 업무 효율이 빠르게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두 번째 집단의 효율을 평균 수준으로만 높여도 조직 전체가 1년간 협업에 투입하는 시간 중 평균 1만7000시간 정도를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정규직 직원 9명의 1년 근무 시간과 맞먹는다.

이런 통찰 덕분에 신약 상용화 부서는 수천 시간을 되찾았고, 제품을 출시하는 데 걸리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단축했다. 이런 식으로 협업을 분석하면 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고, 회사 내 다른 부서들도 담당 직무를 더 새롭고 더 나은 방법으로 처리하기 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꼭 설문 조사 데이터가 있어야만 회사의 협업 효율성을 엿볼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의나 e메일 데이터처럼 이미 존재하는 디지털 정보원에서도 행동의 결과로 남는 협업 데이터들을 추출할 수 있다. 한 메이저급 담보대출 회사는 불필요한 협업을 줄일 수 있는 기회들을 찾는 데 ‘패시브 데이터(passive data, 인터넷 데이터처럼 데이터 제공자 없이도 수집 가능한 데이터-역주)’ 협업 분석 엔진을 활용했고, 이를 통해 결과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부서 하나가 협업 효율 측면에서 특히 뛰어났는데, 패시브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해당 부서의 직원들이 다른 부서 직원들과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그 부서에는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문화가 있었고 직원들 간 업무 관계도 끈끈했다. 또 이 부서는 승인 목적의 회의에 쓰는 시간이 다른 부서보다 56% 적었지만 승인 목적의 e메일에는 29% 많은 시간을 썼다. 게다가 업무 자율성도 상당히 높아서 상사가 참석하는 회의에 투입되는 시간이 다른 부서보다 20% 적었다. 이들은 직접 만나 협력할 때 더 높은 집중력을 보였고, 회의로 인한 갈등이 40% 적었으며, 회의 시간 도중에 보내는 e메일 수도 18% 적었다.



5. 인재들의 참여 이끌기. 조직 내에서 인력을 분석하는 기능들이 확대되면서 협업 분석 프로그램도 빠르게 발전해 왔다. 많은 조직이 인력과 관련된 민감하고 다양한 문제를 빠르게 개선하고 있으며, 특히 이전에는 개선이 어려웠던 영역에서도 효과를 내고 있다. 이는 인적 자본을 높이는 전통적 요소들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을 높이는 요소들을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전개한다.

· 직원의 근속을 예측할 수 있는 협업 패턴을 분석해 직원들의 이직 줄이기 10
· 성과가 뛰어난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다른 집단들도 해당 네트워크의 협업 방식을 본받아 개인의 실적 향상과 성공적인 변화 도모하기 11
· 기존 협업 시스템이 간과했던 협업을 잘하는 조직원을 파악하고 조직 내에 붙들 수 있도록 성과 관리 프로세스 개선하기
· 다양성과 포용성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들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증거 기반의 접근법 활용하기


부즈 앨런 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은 예측적 협업 분석 기법으로 직원들의 근속을 예측한 동시에 향상시킨 드문 경우에 속한다. 이 회사에는 인구통계적 속성, 업무 특징, 직급, 근속 기간, 보상과 혜택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적 이탈 모델을 이미 개발한 상태였다. 이 모델은 직원의 이직을 유도하는 주요 요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퇴사 위험이 가장 커서 중재와 도움이 필요한 직원들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나아가 이 모델이 개발되자 직원 이탈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사회적 요인들도 드러났다.

데이터를 보니 직원이 새로운 보직을 맡은 이후에 이직 위험이 가장 높았다. 추가 분석 결과 보직 전환 후 이직 가능성은 직원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직원이 참여하는 협업 네트워크의 규모와 도달 범위, 품질을 이직 데이터를 중심으로 매핑했다. 그러자 근속연수가 다른 각 그룹별로 다른 통찰이 발견됐다. 이 분석 결과는 네트워크가 무조건 클수록 좋다는 등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조언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2년 내에 퇴사한 직원들과 근속하는 직원들을 나누는 네트워크 관련 요소들은 5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었다.(그림 1) 회사에 계속 남은 사람들은 다른 직원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창출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목적과 의미를 찾도록 돕는 한편 자신이 가진 재능에 대한 ‘흡인력(또는 수요)’을 높였다. 또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생각의 다양성을 창출하고, 강력한 동료 집단과도 연결돼 있었다. 부즈 앨런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직원 근속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네트워크 요소들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온보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후속 분석을 통해 새로운 협업 교육이 직원 근속 개선에 크게 일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 번째는 R&D 중심의 제품 개발 회사인 고어사(W.L. Gore & Associates)의 사례다. 이들은 직원 참여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12 인 성과 평가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협업 분석을 활용했다. 격자 구조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고어사에서는 직원들이 어떤 리더를 따를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같은 팀에 속한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반적인 기업처럼 상사가 직원들의 고과를 매기는 게 아니라 팀원들 스스로 업무에 대한 기여, 즉 영향력과 효과를 바탕으로 서로를 평가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결과들의 합산으로 특정 직무를 담당하는 회사 전체 직원들의 고과 순위가 매겨진다. 이 순위 시스템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도 결정된다.

2015년이 되자 고어사는 9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이로 인해 직원들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프로세스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회사의 글로벌 성장은 많은 직원이 가상의 온라인 팀이든, 같은 지역 팀이든 여러 팀으로 분산됐음을 의미했다. 또 그중 어떤 팀도 직원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한 직원의 업무 기여도를 평가하는 데 몇 날 며칠이 소요됐다. 특히 회사의 성과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직원들의 평가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에 따라 고어사는 협업 분석을 이용하는 좀 더 간소화된 두 가지 접근법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자동화된 설문 조사 시스템을 활용해 직원들로 하여금 같은 네트워크에 속한 동료 중 자신의 기여도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을 직접 선정하게 했다. 그리고 알고리즘이 이 모든 협업 데이터를 수집해 직원들을 둘씩 짝지어준 뒤, 두 명의 고과를 가장 잘 평가할 만한 직원들을 결정했다. 그러면 두 번째 자동화 설문 조사는 직원들에게 짝을 지은 일련의 협업 참여자들을 제시하고, 둘 중 누구의 기여도가 더 높았는지 비교 평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직원들이 설문 조사를 마치는 데는 며칠, 몇 시간이 아닌 고작 15∼20분 정도 걸렸다. 분석 모델이 이렇게 집계된 데이터세트를 돌리면 회사 직원 전체에 대한 고과 순위가 생성됐다.

고어사는 200명 규모의 네트워크 하나를 대상으로 파일럿 실험을 진행한 결과 분석 모델로 매긴 순위가 기존의 기여도 평가 프로세스로 도출한 결과와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평가 방식을 2017년부터 전면 실시했다. 분석팀 직원인 윌리스 젠슨은 이렇게 말했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새로운 방식으로 1년에 1만 시간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아마 그보다 훨씬 더 될 거예요.”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새로운 프로세스가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회사 문화와도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기업들은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려면 협업이 중요하다는 데는 일반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조직이 처한 상황에 맞춰 협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좋은 의도로 시작한 협업 프로젝트가 핵심 구성원들을 과부하 상태에 빠뜨리고, 실제로는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협업 분석을 활용하면 누가, 누구와, 무엇에 대해 협력해야 하는지, 어떤 유형의 협업이 어떤 구체적인 결과를 낳는지, 그리고 협업이 직원 만족도와 성과, 이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기존 분석들은 누가, 누구와 협력하는지에 대해 단순히 기술적이고 시각적인 모델들만 제공해 왔지만, 이제는 더 예측적이고 기술적인 역량을 가진 차세대 협업 분석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분석들은 머신러닝 등 진보된 기술을 활용해 직원들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주요 데이터를 파악해주고, 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다양한 척도를 협업 지표들과 연관시켜 제시한다. 또 분석을 활용하면 팀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설계된 새로운 시도들이 역효과를 일으키지 않게끔 사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접근 방식 덕분에 이제 협업 분석은 조직에서 활용되는 다른 중요한 분석 툴들과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데이터와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이 갖는 힘을 직장에서 이뤄지는 인간의 협업 활동에 부여할 수 있게 됐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