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gan Management Review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가을 호에 실린 컬럼비아대 책임 교수 카트리나 푸(Katrina Pugh), 독립 컨설턴트 로런스 프루사크(Laurence Prusak)의 글 ‘Designing Effective Knowledge Networks’를 번역한 것입니다.
‘지식 네트워크(knowledge network)’란 지식을 생성하고 공유하기 위해 조직, 공간, 지식 분야의 경계를 넘어 한자리에 모인 개인과 팀 무리를 일컫는다. 이런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대개 지식을 개발하고 분배해 적용하는 것이다.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영리 조직과 비영리 조직들이 좀 더 신속하게 학습하고 생산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지식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지식 네트워크가 있는 반면 저조한 참가율, 모호한 목표, 네트워크 구성원의 미온적인 태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기술 활용 등으로 인해 활력을 잃는 지식 네트워크도 있다.
지식 네트워크의 역사는 인류의 상업 역사만큼이나 길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교환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은연중에 함께 교환되곤 했기 때문이다. 길드와 도제 제도가 발달했던 중세에는 예술가, 장인, 상인들 간에 공식적인 지식 네트워크가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협력 방식 덕에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좀 더 먼 물리적 거리를 넘어 성문화된 지식을 확인하고 배포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1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Ronald Coase)는 1937년에 발표한 유명한 논문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에서 정보 비용이 하락하면 기업의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2 하지만 그동안 정보 비용 감소 덕에 증가한 것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기업 간 협력이었다.지식 네트워크는 혁신과 규모의 모델(인간 관계의 민첩성과 범위를 활용하는 한편 실용적인 통찰력을 네트워크 구성원의 일일 업무에 통합시키는 모델)이라고 알려져 왔다. 소수의 조직에서 활동하는 10명의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이룰 수도 있고 여러 대륙과 산업에서 활동하는 1000명의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이룰 수도 있다.
지식 네트워크 구성원들은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중심으로 모여 사회적 규범과 운영 규범을 공유한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계약이나 보상, 위계질서가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와 목적을 이유로 지식 네트워크에 참여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구조와 조직,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단순히 ‘독립적인 교환 관계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식화된 역할과 관례, 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3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지식 네트워크 리더들이 네트워크 설계와 촉진을 통해 네트워크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과 흐지부지 끝나 버리는 실패한 네트워크, 지식 공유와 축적, 영감과 냉소 간의 차이와 같다.
필자들은 네트워크 리더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해 보기로 했다. 최근 학계와 언론에서 지식 네트워크와 관련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상당 부분이 지식 확산, 새로운 지식 창출, 영향력, 기업 간 연결성, 사람 간 연결성 등 지식 네트워크로 인한 결과와 관련 제품에 집중돼 있다.4 하지만 지식 네트워크 리더가 구성원의 가치관과 행동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예: 네트워크의 특성상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해 충돌을 재구성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들이 답하고자 했던 질문은 ‘리더들은 불시에 이뤄지는 자발적인 형태의 ‘독립적 교환’과 실제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가?’라는 것이었다.
필자들은 2011년에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위해 초기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필자들은 지식 네트워크가 영유아와 가임기 여성의 영양 상태에 관한 근거 확산(사회 경제적, 정치적, 지리적 경계, 학문, 정책, 보건, 부족 관습 영역 등을 넘어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살펴봤다.i 필자들은 영리 부문과 비영리 부문을 두루 살펴보며 네트워크 주최자와 구성원, 연구원, 네트워크 참가자에게 네트워크의 목표를 어떤 식으로 도출하는지 물었다. 그런 후, 네트워크 구성원의 어떤 행동이 결과 성취로 이어지고 어떤 역학이 그런 행위를 초래하는지 연구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들은 이런 역학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설계하면 네트워크 리더들이 어떤 영향력을 갖게 되는지 질문했다.
FSC의 존 캐니아(John Kania), CP스퀘어(CPsquare)의 존 스미스(John Smith), 웽거-트레이너(Wenger-Trayner)의 비버리 트레이너(Beverly Trayner), 터프츠대 혁신 리더십 네트워크(Tufts University Innovation Leadership Network)의 머를 쿠머(Merle Kummer), 예일 공공보건 대학원(Yale School of Public Health)의 엘리자베스 브래들리(Elizabeth Bradley), UN과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에서 활동 중인 린다 스토다트(Linda Stoddart), 하버드대 학습 혁신 실험실의 대니얼 윌슨(Daniel Wilson), 의료 개선 연구소(Institute for Healthcare Improvement)의 조 안 엔도(Jo Ann Endo), 전략 구조 연구 재단(Strategies and Structures International)의 샌드라 윌렛 잭슨(Sandra Willett Jackson), SKIMS 리더스 커뮤니티(SIKM Leaders Community) 보스턴 지부 회원 등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필자들은 이 연구를 토대로 지식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했으며 이후 국제 보건 영역 외에서 활동하는 여러 조직에서 본 모델의 유효성을 검증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 석유 탐사 생산 기업 코노코필립스와 세계 28개 국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비영리 조직 WWB 등 두 조직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초기 연구를 진행할 당시 필자들은 지식 네트워크가 어떤 식으로 영유아와 가임기 여성의 영양 상태에 관한 근거의 확산을 개선시키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연구 내용’ 참조.) 필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식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했으며 이후 국제 보건 부문 외의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조직에서 필자들이 개발한 모델의 효과를 입증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 석유 탐사 생산 기업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lps), 세계 28개 국에서 활동하며 저소득층 여성들이 금융 도구와 자원(Financial tools and resources)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계적인 비영리 조직 위민즈월드뱅킹(Women’s World Banking·WWB) 등 두 조직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서로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두 조직은 필자들이 개발한 모델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됐다. 코노코필립스에서는 지식 네트워크가 중간재(intermediate goods)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자 제품 개발, 혹은 효율성 개선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WWB에서는 지식을 창출하고 확산하는 것 자체가 상품(WWB가 시장에 선보이는 가치)이 된다.
코노코필립스에서는 1만 명이 넘는 특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여러 네트워크에서 활동한다. 현재 100개가 넘는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회원 수가 3만 명이 넘는다. 각 네트워크는 특정한 목적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또한 직원들에게 생산 공학, IT 솔루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적당한 시기에 통찰력을 제공하고자 하는 기능 부문 책임자들이 네트워크를 후원한다. 코노코필립스의 지식 공유 책임자인 댄 란타(Dan Ranta)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회사의 미래가 촘촘하게 얽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목적을 갖고 우리 회사의 지식 근로자들을 서로 잘 연결하면 우리 회사는 정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한층 커다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009년, WWB는 마이크로파이낸스 산업에 보탬이 되는 ‘절조 있고 통찰력 있는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마이크로파이낸스 리더십 센터(Center for Microfinance Leadership)를 설립했다.5 2012년, 마이크로파이낸스 리더십 센터의 회원 네트워크 관리자 사라 부이토니(Sarah Buitoni)는 시스코재단(Cisco Foundation)으로부터 종잣돈을 지원받아 WWB 리더십 커뮤니티(Women’s World Banking Leadership Community)를 시작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 산업 내에서 리더십 접근방법 도입을 강화하고 마이크로파이낸스 산업 리더들이 훈련 과정이나 콘퍼런스에 참여한 후 자신이 소속된 조직으로 ‘되돌아갈’ 때 서로에게 도움을 주도록 장려하는 게 목표였다. 부이토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마이크로파이낸스 산업 리더들의 요구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계속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리더십, 관리 방식, 다양성 등 여러 부문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산업 내의 기준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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