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봄 호에 실린 런던 비즈니스 스쿨 조직 행동 교수 대니얼 케이블(Daniel Cable),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 부교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케넌 플래글러 경영대학원 운영 조교수 브래들리 스타츠(Bradley Staats)의 글 ‘Reinventing Employee Onboarding’을 번역한 것입니다.
새로운 조직에 입사한 첫째 날, 신입사원들은 대개 업무 환경과 기업 문화를 소개받는다. 또한 수많은 인사 서류에 필요한 내용을 채워 넣을 것을 요구받고 자신들이 입사한 조직이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도 듣는다. 기업의 설립자, 가치관, 해당 조직의 일원이 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듣는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신입사원들에게 ‘조직 내에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고 새롭게 조직의 일원이 된 데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는 것이다.
수많은 조직에서 시행되는 정착 과정(onboarding processes)에는 한 가지 공통된 주제가 있다. 바로 새로 채용된 직원들에게 조직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인사 전문가들은 직원들이 입사 첫째 날부터 기업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가치관을 따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등 인재 풀을 구축하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많은 기업에서 이런 방법이 당연시된다. 또한 이 방법은 상당히 유용하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조직 규범을 준수하고 조직 규범에 순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신입사원들에 대한 기대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들은 전통적인 정착 방식에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입사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접근방법은 조직의 가치관을 ‘신입사원들에게 가르치고 신입사원들이 받아들여야 할 무언가’라고 가정한다. 이런 방식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조직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도록 ‘처리된’ 신입사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경시한다. 적어도 직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만의 관점을 경시하는 게 조직에나 직원 개개인에게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을 억압하면 기분이 나빠지고 심리적으로 고갈된다.1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들이 마치 조직 문화에 순응한 것처럼 겉으로 행동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조직의 가치관을 내면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직원들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방식으로 자발적인 기여를 하기 바란다면 리더가 직원들에게 단순히 순응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2 신입사원들이 진심과는 무관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사회화 관행(socialization practice)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원들의 전면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고갈 및 업무에 대한 불만족과 관련된 포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신입 직원들의 정착을 위해 조직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를 해 왔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접근방법3 을 개발했다. 필자들이 개발한 ‘개인적-정체성 사회화(personal-identity socialization)’ 접근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포함돼 있다. 먼저, 첫째 날부터 신입사원들에게 업무는 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과 강점을 표현하도록 장려한다. 둘째, 신입사원들에게 담당 업무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내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도록 요청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인 교류를 좋아하는 성격을 타고난 레스토랑 요리사가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하려면 레스토랑 손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손님들에게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예술적 재능을 갖고 있는 컨설턴트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멋진 템플릿을 고안하고 좀 더 효과적인 데이터 전달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영업사원이라면 신입사원들과 자신의 열정을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멘토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새로 들어온 직원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 신입사원들은 의당 관리자와 협력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인도 방갈로르에 위치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업체 와이프로 BPO(Wipro BPO)에서 진행한 현장 연구를 통해 필자들이 직접 확인한 것처럼 관리자들은 신입사원이 자발적으로 기여한 에너지와 가치를 활용할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신입사원들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직무를 수행한 후 추가적으로 에너지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연구 내용’ 참조.)
개인적-정체성 사회화 사례
심리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포함돼 있는 진정한 속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갖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진정성을 가지려면 내적인 경험(감정, 가치관, 관점 등)을 외적인 표현과 일치시켜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원한다.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진정 어린 자기 표현이 사람들에게 높은 자부심을 선사하는 핵심적인 요소임이 밝혀졌다.4
새로 들어온 직원을 조직 문화에 적응시키는 것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회화 접근방법이 진정 어린 자기 표현 및 지속 가능한 정착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글로벌 고객을 상대로 전화/온라인 채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프로는 업계 평균에 비해 직원 이직률이 높은 편(연간 이직률: 50∼70%)이었다. 인도 콜센터 직원들은 불만을 갖고 있는 고객을 상대해야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서 ‘인도적인 색채를 지울 것’을 강요받았다. 이와 같은 업무 특성상 콜센터 직원들은 극도의 피로를 느꼈다.
많은 조직들이 그렇듯 와이프로의 정착 과정 또한 기업 문화를 신입사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엄격하게 체계화돼 있었다. 와이프로 직원(‘에이전트’라고 불림)들은 15명에서 25명으로 구성된 팀 단위로 훈련을 받았다. 신입 에이전트들은 오리엔테이션 첫째 날 와이프로에 대한 정보 및 인사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에는 2주에 걸쳐 목소리 훈련을 받았다. 또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것으로 기대됐다. 다음 단계(과정 훈련)로 넘어간 에이전트들은 6주에 걸쳐 고객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훈련 받았다. 그런 다음, 에이전트들은 또다시 약 6주에 걸쳐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OJT 훈련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에이전트들은 실제로 전화를 받으며(감독 하에) 추가 수업을 통해 흔히 발생하는 상황(항공기 티켓 예약 방법, 프린터 환경 설정 방법)에 대한 고객 문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학습했다. 마지막으로, 에이전트들은 라인 운영으로 옮겨갔다. 구체적인 자리에 배치될 무렵이 되면 직원들은 와이프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규범과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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