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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마틴 리브스(Martin Reeves) | 131호 (2013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9월 호에 실린 마틴 리브스(Martin Reeves), 클레어 러브(Claire Love), 필립 틸맨(Pilipp Tillmanns)의 글 ‘Your strategy needs strateg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석유산업은 전략가들에게 상대적으로 별로 놀랄 만한 것이 없는 산업이다. 물론 때로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조차도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전략가들은 지정학적인 힘이나 새로운 자원의 발견에 따라 국제적인 공급이 증가하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안다. 또한 소득이나 GDP, 날씨 등에 의해 수요가 증가하거나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안다. 이런 요소들은 회사나 경쟁사들이 조정할 수 없고 진입장벽이 워낙 높기 때문에 누구도 게임의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없다. 기업은 그저 안정적인 세상에서 고유한 능력과 자원을 모아 경쟁 우위적 위치를 방어할 뿐이다.

 

반면 석유업계 전략가에게 인터넷 소프트웨어 산업은 악몽과 같다. 혁신이나 새로운 회사들이 어디선가 갑자기 매우 자주 나타난다. 기업이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거나 잃는 속도는 어지러울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주요 업체가 통보도 없이 새로운 플랫폼이나 기준을 도입해 경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쟁업체들보다 신호를 더 빨리 읽고 대응하거나, 변화에 빨리 적응하거나, 기술적 우위를 활용해 수요와 경쟁에 영향을 줘야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석유산업에서 통하는 종류의 전략은 훨씬 덜 예측 가능하고 훨씬 덜 안정된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계의 전투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석유산업 전략가와 소프트웨어 산업 전략가는 서로 다른 시간의 척도를 지니고 다른 도구를 사용하며 자신들의 전략을 실행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다르다. 따라서 각각 필요로 하는 스킬도 아주 다르다. 이토록 다른 경쟁 환경에서 기업들이 전략을 계획하고 개발하고 실행하는 방식은 매우 달라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에 의하면 기업들은 매우 자주 그렇지 않다.

 

시도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았다. 최근 BCG 10개 주요 산업에 속한 세계 각국 12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임원들은 스스로 속한 경쟁 환경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전략수립 과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속한 환경이 매우 변덕스럽고 불안정해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환경에 맞는 접근법에 의존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경영진이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전략 세우는 일을 막는 요인은 무엇일까? 체계적인 전략의 부재다. 즉 전략을 세우는 전략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는 기업 환경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 그리고 기업에 그것을 바꿀 힘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전략 플래닝을 네 가지 스타일로 나누는 간단한 프레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프레임을 사용하면 경영진은 속한 산업의 현황, 기업의 기능, 지리적 시장 등에 따라 전략 스타일을 맞출 수 있다.

 

전략을 세우는 방식은 개발 가능한 전략의 종류를 제한한다. 어떤 유형의 전략이 가능하고 각각 어떤 상황에 적합한지 이해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성공한 기업들의 방식대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고유한 능력과 자원을 활용해 기회를 더 잘 잡는 일 말이다.

 

올바른 전략 유형 찾기

통상 전략은 속한 산업을 평가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략 유형 선택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제로 전략을 수립하기까지는 산업의 다양한 요소들이 개입하지만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하면 선택을 좁혀갈 수 있다. 예측 가능성(수요, 성과, 경쟁의 역동성, 시장의 기대 등을 얼마나 먼 미래까지, 또 얼마나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가)과 유연성(스스로 혹은 경쟁사가 이런 요소들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가)이다.

 

이 두 가지 변수를 대입하면 우리가 전통적(classical), 적응적(adaptive), 형성적(shaping), 예지적(visionary)이라고 명명한 네 가지 전략 유형이 도출된다.(그림 1) 각 유형은 서로 다른 기획과 연결되며 하나의 환경에 가장 잘 맞는다. 전략가들은 종종 예측 가능성과 유연성을 융합해서 전략을예측 가능하며 바꿀 수 없는 것예측 불가능하되 바꿀 수 있는 것의 두 가지로만 나누는데 사실은 네 가지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전략 유형을 환경에 잘 맞춘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성과가 훨씬 좋다는 결과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 우리 분석에 의하면 적합한 전략 유형을 사용한 기업들의 총주주수익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4∼8% 높았다.

 

 

 

 이제 각 유형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전통적: 예측할 수는 있지만 바꾸기는 힘든 환경의 산업에 속해 있다면 전통적인 전략 유형을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부분 경영진과 MBA 졸업생들에게 친숙한 유형이다. Five Forces 모델, 블루오션, 성장-점유율 매트릭스 분석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기업은 고유의 능력과 자원을 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시장 지위를 목표로 삼고 먼 미래까지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양적 예측 방법을 사용해 잘 정돈된 일련의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목표 지위를 달성하고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계획은 한번 세우고 나면 수년간 제자리에 머문다. 전통적인 전략 방식은 전문적인 분석과 양적 스킬을 요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실행해도 충분하다. 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부서 간 정보를 주고받을 시간도 넉넉하다.

 

다른 성숙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석유산업 전략가들이 전통적인 전략 유형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엑슨모빌이나 셸 같은 메이저 석유회사에서는 고도로 숙련된 전략 기획부서의 애널리스트들이 수요와 관련된 경제적 요인 및 공급과 관련된 기술적 요인들을 상세히 전망한다. 이런 분석을 통해 향후 10년에 달하는 석유 발굴 계획과 5년 동안의 생산 능력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새로운 석유 자원을 찾고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생산시설을 짓고 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거의 유일하다. 이런 계획들은 수년 동안 재정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덕분에 시장지위와 성과를 유지 및 강화하는 데 필요한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연간 목표를 세울 수 있다. 걸프전쟁의 장기화, 주요 정유시설의 잇단 폐쇄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만 이런 계획을 재검토한다.

 

적응적: 석유회사 전략가들은 오늘 가장 매력적인 포지션이나 가장 큰 보상을 가져다주는 특정 능력이 내일도 그만큼 가치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전략 방식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경쟁, 기술 혁신, 소셜 피드백, 경제적 불확실성 등이 결합해 급진적이고 끊임없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는 고심해서 만든 전통적 전략이 수개월, 심지어는 수주 안에 폐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있는 기업들은 적응적 접근법을 써야 한다. 목표와 전술을 계속 다듬고 자원은 즉각 옮기고 획득하고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빨리 변하고 예측이 틀리기 쉬우며 장기 계획이 무용지물인 상황에서는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다. 즉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그 결과 계획의 주기가 1년 이내로 짧아지거나 심지어는 계속 계획을 짜야 할 수도 있다. 계획은 조심스럽고 구체적인 청사진이 아니라 현재 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간략한 가정의 형태를 띤다. 계획을 테스트할 때는 변화의 신호를 잘 포착하고 정보 누락 및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이 오퍼레이션과 긴밀히 연결되거나 오퍼레이션에 포함돼야 한다.

 

패션 소매업이 좋은 예다. 취향은 빨리 변한다. 브랜드는 하룻밤 사이에 인기를 얻거나 잃는다. 패션업체의 경영진이 아무리 많은 데이터나 계획을 갖고 있어도 훗날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를 알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계속해서 다양한 제품을 가능한 빨리 생산하고 내보내고 시험하며 새로 배운 것을 토대로 계속 생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스페인의 자라가 바로 이러한 적응적 전략 방식을 사용한다. 자라는 공식적인 계획 프로세스에 그다지 의지하지 않는다. 대신 유연한 공급망에 초점을 둔다. 자라는 1400개의 외부 공급업체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 그들은 자라의 디자이너 및 마케터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그 결과 자라는 업계 평균인 4∼6주가 아닌 2∼3주 만에 옷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매장으로 보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디자인을 실험해보고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일에 작게 베팅해 볼 수 있다. 그 제품이 인기를 끌면 자라는 재빨리 생산을 늘린다. 인기가 없으면 가격을 인하해도 별로 잃을 것이 없다. (자라는 재고 중 평균 15%에 대해서만 가격을 인하하는데 경쟁업체들은 이 비율을 50%까지 올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라는 매달 어떤 디자인이 소비자의 상상력과 지갑을 사로잡을지를 예측하거나 내기할 필요가 없다. 대신 리테일 업체들로부터 수집된 정보에 신속히 응답하고 다양한 제품을 계속 실험하며 전개되는 양상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

 

자라와 같은 전략 유형을 사용하려면 전략가, 디자이너, 제조담당, 유통담당 사이의 관계가 엑슨모빌 같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과 아주 달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슨의 전략가와 자라의 디자이너는 아주 중요한 한 가지 면에서 동일하다. 그들은 경쟁 환경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곳을 개척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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