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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케아는 일본진출에 실패했을까?

루이스 비베스(Luis Vives),라파엘 루체아(Rafael Lucea),도널드 레서드(Donald Lessard)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겨울 호에 실린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국제 경영 엔지니어링 시스템 교수 도널드 레서드(Donald Lessard), 조지워싱턴대 국제 경영 조교수 라파엘 루체아(Rafael Lucea), ESADE 경영대학원 전략 기업가정신 조교수 루이스 비베스(Luis Vives)의 글 ‘Building Your Company’s Capabilities Through Global Expans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 양상이 그 어느 때보다 힘겹고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통신비와 운송비의 가파른 하락세, 무역 장벽 완화가 세계 경제의 변화를 초래했다. 거대한 신흥시장이 계속해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공급망은 점차 탈수직계열화(deverticalized)되고 있으며 지리적인 분산 현상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많은 업계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흥시장 출신 경쟁업체들이 기존 다국적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사실 세계 시장의 경쟁 환경은 점차 역동적이고 복잡하게 변해가고 있으며 이런 변화로 인해 새로운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전략가들은 전통적인 질문을 넘어서야 한다. 가령, 어떤 시장이 자사에 가장 매력적일지, 제도, 발달 상태, 문화 등의 측면에서 어떤 시장이 자국 시장과가장 가까울지질문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전략가가 자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우위의 원천을 활용해 개선하고 쇄신하며 심지어 지리적 한계를 초월해 다른 시장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주목하면 글로벌 전략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자사가 보유한 자원을 무작정 새로운 시장에 쏟아붓기 전에 글로벌 전략가들이 답을 해야 할 중요한 질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전략가들이 글로벌 전략과 관련된 2개의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틀을 개발했다. (‘연구 내용참조.) 2개의 중요한 질문이란 다음과 같다.

1. 현재 자사가 보유한 역량이 목표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제공할 것인가?

2. 새로운 시장이 자사에 역량을 개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역량과 경쟁 우위

글로벌 전략가의 역할은 여러 지역에서 활동 중인 조직 단위의 자원과 경험, 혁신을 토대로 하는 역량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역량을 또 다른 적합한 곳으로 옮겨 놓은 다음 경쟁업체보다 앞서 해당 역량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쇄신하는 것 또한 글로벌 전략가의 역할이다.

 

자사의 독특한 역량을 발판 삼아 전 세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Apple)이다. 기능적인 요소와 심미적인 디자인을 통합하는 제품 기반을 토대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량이 특히 커다란 도움이 됐다. 애플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본사가 보유한 디자인과 마케팅 측면의 우위를 전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이케아(IKEA)도 마찬가지다. 조립용 가구와 각종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이케아는 먼저 낮은 비용으로 가구를 디자인하고 생산해 운송한 다음 스웨덴 시장에서 참신한 방법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몇 가지 매력적인 역량을 개발했다. 이후, 이케아는 스웨덴 외의 수많은 시장에서 이와 같은 공식을 성공적으로 복제했다.

 

반면, 스페인의 통신기업이자 현재 세계 5위의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Telefónica)는 먼저 해외에서 특별한 우위를 마련했다. 텔레포니카는 1989년과 1990년에 칠레와 아르헨티나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텔레포니카 본사가 위치한 스페인과 제도와 문화적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두 나라는 스페인보다 좀 더 급격한 시장 개혁을 겪고 있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한때 국영으로 운영됐던 통신업체를 개혁하는 방법을 익힌 텔레포니카는 1990년대에 국영 통신업체 민영화 및 통신시장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 중이던 다른 남미 국가에 교훈을 적용했다.

 

이런 사례를 접한 독자들은 글로벌 우위를 확보하는 게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해외 시장 진출에 실패한 수많은 사례를 살펴보면(일부 시장에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이 또 다른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영속적인 글로벌 우위를 확보하려면 전략 및 운영의 측면에서 상당한 수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대개 핵심 역량을 활용해 쇄신하고 개선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창조하고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의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은 자국에서 개발한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자국에서 개발한 역량을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케아는 북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의 가구를 모듈 방식으로 생산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개념을 성공리에 해외 시장으로 옮겨 놓았다. 맥도널드(McDonald’s)는 미국에서 성공적인 패스트푸드 업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던 역량을 해외 시장에 적용했다. 그 결과, 맥도날드는 현지의 특성을 고려한 변화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입지를 확보하고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도 이런 식으로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 NH호텔(NH Hotels)은 자국 시장에서 발전시킨 핵심 역량을 다른 유럽 시장으로 이동시켜 자사를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즈니스 호텔 체인 중 하나로 발전시켰다. 스페인의 숙박업계 내에서는 전통적으로태양과 휴일(sun and holiday)’을 즐기기 위한 여가용 호텔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NH는 설립 초기에 비즈니스 호텔 체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NH 경영진은 비즈니스 호텔 체인으로서 자사가 갖고 있는 역량을 다른 국가로 이동시켜 스페인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NH호텔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자사의 역량을 다른 시장에 옮겨 놓을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 세계 최대 규모의 보험회사 AXA는 주로 해외 보험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을 활용해 방대한 규모의 국제 자회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자사의 모범 관행을 해외에서 새롭게 인수한 모든 조직에 적용하는 방법이 AXA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

 

* 멕시코의 시멘트 회사 시멕스(CEMEX)는 자사의 비즈니스를 해외로 옮겨 놓기 위해 체계적인 전략을 개발했다. 이 전략은 시멕스가 국제 시장에서 선두적인 업체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자국에서 발달시킨 핵심 역량을 해외 시장으로 옮겨 놓는다고 해서 항상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는 건 아니다. 모든 전략가는 다음과 같은 2개의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기업의 핵심 역량이 얼마나 잘 이동할 것인가라는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어디에서 핵심 역량 복제가 가장 잘 이뤄질 것인가. ‘RAT 테스트를 활용하면 이 질문에 답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RAT 테스트란 관련성(relevant), 전유(專有) 가능성(appropriable), 이전 가능성(transferable)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표현이다. RAT 테스트를 실시하면 어떤 시장이 자국에서 운영 중인 자사의 비즈니스 중 일부를 성공적으로 배치하기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RAT 테스트는 다음과 같은 3개의 질문으로 구성된다.

 

1. 자국 시장에서 개발된 역량이 목표 시장의 고객과 관련이 있는가(relevant)? 다시 말해 목표 시장의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가?

2. 해외의 목표 시장에 배치할 경우 이 역량을 전유할 수 있는가(appropriable)? 다시 말해 그 역량의 활용을 통해 가치를 확보하는 게 가능한가? 경쟁업체가 필적할 만한 역량을 발전시키거나 대안이 될 만한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등 모방과 혁신을 저지하는 장애물이 충분한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완자(가치사슬 파트너)가 존재하는가? 또한, 이들이 시장에서 과도한 힘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3. 이런 역량은 이전 가능한가(transferable)? 가치 창출의 기회를 과도하게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목표한 해외 시장에 자사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RAT 테스트를 할 때는 제안된 해외 시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는 게 타당한지 결정하는 것 못지 않게 특정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배제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장을 찾아내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위와 같은 3개의 요소를 꼼꼼하게 따지는 과정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심각한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부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됐던 역량이 또 다른 시장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탓에 해외 확장을 위한 노력이 좌절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할 당시 이케아도 이런 류의 실수를 저질렀다. 가구 조립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인이지만 일본인들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걸 매우 싫어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텔레포니카는 1990년대에 남미에서 발전시킨 역량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들과 맞서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

 

기업이 보유한 역량 자체가 신규 시장의 잠재 고객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시장에서 생성된 가치를 전유하지 못한 탓에 해외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유명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2 일본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시장 규모도 크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일본에서 자사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역량이 화장품 선도 기업들의 역량과 지나칠 정도로 유사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역량 자체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에 적합했다. 하지만 시장 내에서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 지위를 확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차이가 없었다.

 

독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월마트(Wal-Mart)의 첫 번째 시도가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독일 시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월마트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혔지만 그중에서도 현지 할인업체들이 이미 저가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환경 탓에 초대형 할인업체인 월마트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성을 올리지 못했고 결국 독일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3

 

자국 시장에서 발전시킨 역량이 해외 시장과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가치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스페인의 유명 풍력업체 가메사(Gamesa Corpóracion Tecnológica)는 자사의 설계 역량과 제조 역량이 미국 시장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자사의 역량을 당장 미국 시장으로 옮겨 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페인에서는 중소 규모의 전문업체들이 가메사의 성공을 뒷받침했으나 미국 시장에는 이와 같은 공급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메사는 중국에서 역량의 이전 가능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전유 가능성과 관련된 문제를 겪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가메사는 자사 제품이 중국 시장의 요구 사항과는 부합하지만 현지 기업들이 자사의 설계를 매우 재빠르게 모방하는 탓에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올리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4

 

RAT 테스트는 이런 실수를 피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역량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보유한 역량이 해외 시장 고객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해외 시장의 고객이 높게 평가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노력의 결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현재 활동 중인 다른 기업들과 자사가 보유한 역량의 강점 및 독특성을 비교한 결과에 따라 노력의 결실을 전유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RAT 테스트는 여러 나라에 관련 있는 지식 및 역량을 옮겨 놓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성문화하기 어려운 경험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역량이 생성되는 경우도 많고 기업의 역량이 공급자나 보완자의 역량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역량 창출

기업이 전략적 자산에 접근하거나 새로운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전략가가 새로운 역량을 추가하면 기업의 역량 및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입지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특별한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알려진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와 같이 철저하게 계획된 단 한 번의 행동을 통해 새로운 역량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국가의 경쟁 환경 및 제도적 환경으로 인해 생겨난 도전 과제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량이 생겨나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전략가가 새로운 역량이 기존의 역량을 보완하는지, 새로운 역량이 실제로 자사에 추가적인 가치를 안겨주는지, 새로운 역량이 생성된 특수한 환경(해외 시장)에서 조직의 나머지 부분으로 새로운 역량을 이동시킬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국제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역량 개선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잘 알려진선도 시장(lead market)’이나 새로운 기술이 활발하게 사용되는 지역에 관련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오사카 서부에 위치한 도시 사카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포츠 용품 제조업체 시마노(Shimano)도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흥미로운 기업이다. 시마노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당시 신기술로 여겨졌던 냉각 단조(cold forging) 기술을 익히기 위해 미국에 진출했다. 이 기술은 시마노가 생산 역량을 대폭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후, 1970년대 초반이 되자 시마노는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일반 도로용 자전거 소비자 및 경쟁업체들로부터 교훈을 얻을 목적으로 유럽에 마케팅과 기술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소를 열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산악용 자전거를 타는 선구적인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 서부 해안에서 같은 과정을 밟았다.5 시마노는 세 경우 모두를 통해 자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수준 높은 자전거 부품 설계·제조 역량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적인 지식이나 시장 관련 지식을 확보했다. 시마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을 해당 지식이 생겨난 특정한 시장에서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합작 투자나 인수를 통해서도 새로운 자산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2005, 중국의 가전업체 레노보그룹(Lenovo Group) IBM PC 사업부를 인수했다. 레노보는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덕에 새로운 역량에 접근하고 새로운 역량을 재결합시켜 해외 시장에서 자사의 우위를 강화할 수 있었다.6  AXA는 설립 초기에 방심하지 않고 기회를 포착하는 법을 익혔다. AXA는 수많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사가 인수한 기업이 보유한 모범 관행을 신속하게 통합하고 찾아내기 위한 방법을 개발했다. 좀 더 최근의 사례를 들자면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타타그룹(Tata Group) 역시 자사가 보유한 기존의 역량을 보완하는 역량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타타그룹은 이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의 랜드로버(Land Rover)와 재규어(Jaguar)를 인수했으며 스페인의 버스 제조업체 히스파노 카로세라(Hispano Carrocera)를 사들였다.7 사실, 타타가 추진하는 인수 전략의 핵심 목표는 보완적 역량을 인수하는 것이다. 타타의 기업금융 부문 책임자 프라빈 캐들(Praveen Kadle)우리는 우리 회사에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시장, 새로운 제품, 새로운 고객층, 새로운 제품 개발 역량 등을 제공하는 기업만 인수한다고 이야기한다.8

 

해외 시장에서 개발된 자산과 새로운 역량을 통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우위의 원천을 개선하기 위한 잠재력을 평가하려면 필자들이 ‘CAT 테스트라 부르는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CAT 테스트는 새로운 역량이 상호 보완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지(complementary), 전유할 수 있는지(appropriable), 이전 가능한지(transferable)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AT 테스트를 활용하면 글로벌 전략가가 새로운 자산과 역량이 기존의 우위를 개선하기 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CAT 테스트는 다음과 같은 3개의 질문으로 구성된다.

 

1. 새로운 시장에서 개발하거나 인수하게 될 새로운 자산 및 역량이 자사가 보유한 경쟁 우위의 기반을 구성하는 기존 역량과 상호 보완적인(complementary) 성격을 갖고 있는가?

2. 새로운 시장에서 개발하거나 인수하게 될 새로운 자산 및 역량을 전유할 수 있는가(appropriable)? 새로운 역량에 내재된 가치를 자사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이 역량이나 자원을 공급한 다음 가치를 빼내갈 것인가?

3. 새로운 자산 및 역량을 이전시킬 수 있는가(transferable)? 자산과 역량을 생성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자사의 역량 포트폴리오에 통합하더라도 새로운 자산과 역량에 내재된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가?

 

RAT 테스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CAT 테스트에서도 포함시켜야 할 대상을 결정하는 것 못지않게 배제해야 할 대상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해외 시장이 기업의 역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건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그중 CAT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예컨대, 시멕스는 시멘트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자사의 역량을 상호 보완할 목적으로 2007년에 호주의 건축자재 업체 링커그룹(Rinker Group)을 인수했다. 하지만 시멕스와 링커그룹 간에는 구조와 문화의 측면에서 엄청난 격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링커그룹이 보유한 대부분의 역량을 멕시코로 옮겨 놓을 수가 없었다.

 

 

선순환의 고리

RAT 테스트와 CAT 테스트를 더하면 역량 활용-개선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그림 1) 대부분의 기업에서 국제화 과정은 자사가 보유한 역량 중 어떤 것이 해외 시장과 관련이 있고, 해외 시장에서 전유 가능하며, 해외 시장으로 이전 가능할지 탐색을 시작하는 데서 출발한다. 해외의 새로운 시장에서 운영을 시작한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자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지 상항에 맞게 자사의 기존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분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흥미롭게도 자국에서 개발한 역량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일단 진출에 성공한 후에는 새로 진출한 국가에 걸맞은 역량을 개발해야 할 때가 많다. 기업 관리자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에 어울리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이와 같은 새로운 역량이 자사의 글로벌 역량과 어느 정도 통합될 수 있으며 또 다른 국가에서 얼마나 관련성이 있고, 얼마나 전유 가능하며, 얼마나 이전 가능할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탐색, 활용, 적응, 개선으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선순환의 고리가 탄생한다.

 

 

 

이와 같은 선순환의 고리를 보여주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로 월마트를 들 수 있다. 필자들은 앞서 월마트를 자국에서 발전시킨 역량을 앞세워 독일에 진출했으나 RAT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기업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뒤이어 다른 시장에서 CAT 기회를 발견했다. 현재 월마트는 다른 시장에서 발견한 CAT 기회를 활용해 미국에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쇄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컨대, 월마트는 2010년에 가까운 곳에 식료품 매장이 없는 시골 마을이나 도심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월마트 익스프레스(Wal-Mart Express)라는 이름의 소규모 매장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마트가 규모가 작은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미국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브라질과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 월마트의 소형 매장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월마트 미국 사업부 CEO 빌 사이먼(Bill Simon)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월마트는 멕시코와 남미에서 소형 매장을 매우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다. 수익성도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는 멕시코, 남미 사례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배우기 위해 간청하고 빌리며 몰래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9

 

프랑스에 위치한 호텔 운영업체 아코르(Accor) 사례를 통해서도 해외 시장에서 확보한 새로운 역량을 활용해 어떻게 역동적인 쇄신을 이뤄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호텔 체인 노보텔(Novotel)의 성공에 힘입어 프랑스에서 발전시킨 역량과 관련이 있는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기 시작한 아코르는 인수를 통해 새로운 호텔 및 호텔 체인을 통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코르는 이 과정에서 자사의 기존 역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룹 전체의 핵심 관행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자산과 역량을 찾아내는 방법을 익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탐색과 활용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선순환 고리가 생겨났다. 이와 같은 선순환의 고리가 생겨나자 아코르는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이비스(ibis), 호텔F1(hotelF1) 등 저가 호텔에서부터 소피텔(Sofitel), 머큐어(Mercure) 등 고급 호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장 부문에 진출하고 비즈니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호텔들을 성공리에 인수한 덕에 아코르는 규모를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아코르는 현재 100개 국 이상에서 활동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 중 하나다.

 

이런 식의 역학은 시멕스가 1990년대에 승승장구하는 데도 한몫했다. 시멕스는 새로운 회사를 인수할 때마다 자사가 보유한 기술 및 관리 부문의 전문성을 새로 통합한 조직에 신속하게 전수했다. 하지만 시멕스는 그와 동시에 새로 인수한 기업의 표준 관행을 구성하는 요소를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해 매우 정형화되고 엄격한 인수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PMI) 과정을 수립했다. 인수 후 통합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시멕스 산하 기업 전체에서 활용할 수 있을 법한 모범 관행(새로운 역량)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이중 고리 과정이 형성되자 시멕스는 한층 저렴한 대체 연료 사용에 앞장서고 자본 비용을 낮추며 현지에서 수요를 끌어모아 설비 가동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시멕스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선순환의 고리가 성공적으로 재현된 때는 영국 에그햄에 위치한 RMC를 인수한 2005년이었다. 시멕스는 RMC를 인수한 후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된 자사의 업무 절차를 RMC에 도입해 새롭게 인수한 조직의 효율성을 개선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을 비롯해 환경 규제가 좀 더 엄격한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 전 세계에서 콘크리트 관련 활동을 개선할 방법 등에 관한 새로운 전문성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RMC로부터 중요한 지식을 얻었다.10

 

시멕스의 성공적인 RMC 인수 사례와 재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2007년의 링커 인수 사례를 비교해 보면 역량에 주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RMC와 링커를 인수한 시기가 상반된 인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멕스가 RMC의 세계적인 운영 활동 개선과 관련 있는 역량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으며 RMC 인수를 통해 상호 보완적이고 전유 가능하며, 손쉽게 이전 가능한 새로운 역량을 얻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RMC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다양성을 갖고 있었던데다 인수될 당시 이미 운영 측면에서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했던 링커와의 관계에서 시멕스의 RAT 역량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또한 링커의 조직 구조와 문화는 시멕스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시멕스는 링커와의 관계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활용하는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RAT-CAT 순환 고리를 반복적으로 지나다 보면 기업의 역량이 날이 갈수록 점차 풍부하고 다양해지며 그 결과 영향력도 한층 커진다. 전반적인 규모, 응집성(주요 지역 내에서의 방대한 규모), 여러 지역에서 이뤄지는 차익거래로 인한 이익도 그중 일부다.11 이와 같은 여정이 진행되면 애초에 해외 진출의 토대가 됐으며 자국 시장에서 형성된 역량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가 점차 낮아진다. 또한 지리적 범위가 확대되면 진정한메타내셔널(metanational)’ 기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메타내셔널 기업이 되면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으며 아직 사용되지 못한 기술 및 시장 지식을 찾아내고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12

 

RAT 테스트와 CAT 테스트는 글로벌 전략 계획을 이끌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전반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전략 확장을 위한 역동적인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내의 모든 관리자가 따를 수 있을 만한 공통된 원칙도 알려준다. 현지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계획을 다른 곳에도 적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현지 차원에서 새로운 계획을 진행할 때마다 RAT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어떤 시장에서 등장하고 발전한 것이건 새로운 관행을 포착하면 반드시 CAT 테스트를 진행해 특수한 시장에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사의 전반적인 접근방법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 개선된 역량을 기업의 전반적인 핵심 역량에 포함시키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면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기업의 성숙도, 국제화 단계, 기업이 속한 산업의 전반적 상태에 따라 RAT 테스트 및 CAT 테스트의 상대적 중요성, 역동적인 순환 고리가 움직이는 속도 등이 달라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선도시장에 위치한 기업의 경우에는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모델을 다른 시장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RAT 기회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양성이 매우 높은 시장에서 경쟁 중인 기업이나 경쟁이 매우 치열한 글로벌 산업에 진출한 후발주자는 CAT 기회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위치에 안착했으며 안락한 현 상태를 뒤흔들고 개선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유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기업의 경우에는 CAT에 주목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3개의 기본적인 전략 입지가 어떤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 RAT 테스트와 CAT 테스트가 좀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1>을 참고하기 바란다.)

 

 

 

 

글로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기술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는 곧 세계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사실상 모두가 글로벌 전략을 갖고 있어야 마땅하다. 기업 확장을 위해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해외 진출 실패의 쓴맛을 보기보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기쁨을 누릴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도널드 레서드·라파엘 루체아·루이스 비베스

도널드 레서드(Donald Lessard)는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MIT 슬론 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에폭재단 국제 경영 엔지니어링 시스템 교수(Epoch Foundation Professor of International Management and Engineering Systems). 라파엘 루체아(Rafael Lucea)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조지워싱턴대(George Washington University) 국제 경영 조교수다. 루이스 비베스(Luis Vives)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라먼룰대(Ramon Llull University) ESADE 경영대학원(ESADE Business School) 전략 기업가정신 조교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4202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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