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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gher-ambition Leader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

너새니얼 푸트(Nathaniel Foote) ,러셀 아이젠스탯(Russell Eisenstat),토비어스 프레드버그(Tobias Fredberg) | 103호 (2012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9월 호에 실린 트루포인트 관리 이사 너새니얼 푸트(Nathaniel Foote), 트루포인트 사장 러셀 아이젠스탯(Russell Eisenstat), 샬머스기술대 부교수 토비아스 프레드버그(Tobias Fredberg)의 글 ‘The Higher-ambition Leade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09년, 씨티은행(Citibank)의 주가가 1달러 이하로 폭락하고 HSBC의 이익이 2007년의 3분의 1 이하로 급락했다. 하지만 같은 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Bank)은 정부로부터 긴급 구제 금융을 지원받지 않고도 7년 연속 매출 및 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금융계 전체가 정당성의 위기(crisis of legitimacy)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고객과 규제 기관 사이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평판은 한층 좋아졌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전체 대출 규모는 13%, 주택 담보 대출은 21%, 중소기업 대출은 14% 증가했다.
 
그렇다면 모든 금융계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어떻게 그토록 탄탄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불황이 닥치기 전에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으며 은행 조직원 모두가 이 모델을 충실히 실행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CEO 피터 샌즈(Peter Sands)는 “우리는 매우 명확한 전략을 갖고 있었으며 그 전략을 고집했다. 모두가 그 전략을 이해했으며 우리는 그 전략에 매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흔들림 없이 금융위기를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되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직원들은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 샌즈의 말처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샌즈는 “직원들은 특정 사업부나 특정 역할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직원들은 은행 자체와 고객을 위해서 옳은 일을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반응은 금융업계 내에서 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팀워크 붕괴, 내부 갈등 등에 관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다. 샌즈는 “스트레스가 심각하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 아래에서는 대부분의 조직이 바로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고 이야기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지리적 위치와 비즈니스 모델, 문화 등으로 경쟁우위를 갖추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들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진정한 이유는 리더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샌즈는 기업운영에 관한 우수한 접근방법을 발전시켜 온 CEO 중 한 명이다. 필자들은 이런 CEO들을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higher-ambition leaders)”라 부른다. 이런 리더들은 대부분의 리더들과 달리 단순히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는 데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 ‘좀 더 넓은 범위의 공동체에 주도적인 기여’ ‘조직 내 탄탄한 사회적 자본 구축’ 등 3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와 같은 3개의 영역 중 하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CEO는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CEO들과 달리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들은 조직의 인적 잠재력 및 비즈니스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 3개 영역 모두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CEO들은 위압적인 도전과 마주한 상황에서 회사를 놀라운 성공의 길로 인도한다. 덕 코넌트(Doug Conant)는 모든 사람이 사양사업이라고 생각했던 농축 수프 비즈니스에 주력했고 그 결과 3년 연속 주가 폭락을 경험하고 있던 캠벨 수프(Campbell Soup)를 회생켰다. 라이프 요한슨(Leif Johansson)은 볼보(Volvo)를 대표하던 승용차사업부를 매각하고 자사를 세계 최고의 상용차 제조회사로 변모시켰고 그 결과 합병 실패 후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던 볼보의 주가가 3배로 뛰어올랐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피터 샌즈와 샌즈의 전임자 머빈 데이비스(Mervyn Davies)는 자사 직원들조차 평범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조직을 2008년에서 2009년에 걸친 경제위기를 무리 없이 이겨낸 존경받는 글로벌 선도업체로 변모시켰다.
 
필자들은 지난 4년 동안 앞서 언급한 CEO들은 물론 더 원대한 포부를 지닌 세계 각지의 CEO 33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들은 이런 CEO들이 21세기에 조직을 경영하기 위한 좀 더 나은 방법을 발견했다고, 또 더 많은 경영자들이 이들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리더가 되기 위해 영웅적 행위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대신 확신을 바탕으로 하는 투지와 전략을 세우고 전략을 실행하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 대한 포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다음은 더 원대한 포부를 지닌 리더들의 접근방법이다.
 
● 조직이 물려받은 유산과 문화적, 조직적, 사회적 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강력한 전략적 비전을 구축한다.
●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비전 달성을 위해 노력할 의지와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을 공동의 목표와 높은 수준의 감정적 유대감, 강한 신뢰와 존경을 갖고 있는 공동체로 꾸준히 육성한다.
● 이런 리더들은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이 오랜 기간에 걸쳐 비전을 추구해 나가도록 하는 기질적 강점을 갖고 있다.
 
이런 리더들은 직원들의 신뢰를 더 높이고 직원들을 더 헌신하게 해서 뛰어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력은 넘치지만 마찰은 적은 조직을 구축한다. 더 원대한 포부를 지닌 리더들은 뛰어난 재무 성과를 통해 얻은 자원을 활용해 조직 내에서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며 조직 외부에서 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이런 노력은 추가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며 조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더 원대한 포부를 지닌 리더들이 어떻게 이 모두를 달성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전략적 정체성 구축 방법
일반적인 리더의 패턴
- 전략은 뛰어난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다.
- 뛰어난 전략은 지적인 통찰력에서 비롯된다.
- 내부 전문가와 외부 컨설턴트가 전략을 개발한다.
- 전략과 조직은 별개의 주제 영역이다.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의 접근방법
- 전략은 뛰어난 경제적 성과와 의미 있는 사회적 가치, 활기찬 조직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다.
- 전략 개발은 이성적이고 직관적인 과정이며 조직이 갖고 있는 우위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 총괄 관리자가 전략 책임자지만 조직을 폭넓게 전략 관련 업무에 참여시켜야 한다.
- 조직 설계는 경쟁 우위를 만들어낸다.
- 기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역량을 구축하고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략적 정체성 구축
관리자라면 누구나 그렇듯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CEO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리더들은 회사의 전략을 조직원들의 감성과 열정에 연결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회사가 갖고 있는 특이한 특징, 역량, 조직의 강점 등을 새롭게,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전략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 필자들은 이것이 바로 기업의 근본적인 ‘전략적 정체성(strategic identity)’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3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히어 포 굿(Here for good)’이라는 과감한 브랜드 약속을 내놓았다. 이 브랜드 약속이 갖고 있는 이중적 의미(‘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이 곳에 있다’는 의미와 ‘영원히 이 곳에 있겠다’는 의미)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바람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히어 포 굿’이라는 대중과의 약속을 내놓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금융위기였다. 하지만 이 브랜드 약속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거의 십 년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략적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2001년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계속해서(혹은 조금이라도 오래) 은행 업계에 남을 수 있을지 전혀 확실치 않았다. 중간급 국제 은행이었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항상 다른 은행들이 인수 기회를 노리는 대상이었으며 자사 직원들마저도 ‘평범하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특색이 없었다. 여러 차례의 인수를 통해서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긴 했지만 1997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익은 끝없이 추락했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오갔다. 샌즈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조직이 표류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 당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각기 다른 우선순위를 갖고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2001년 말,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사회는 CEO를 해임하고 머빈 데이비스를 CEO 자리에 앉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CEO가 된 데이비스는 곧 샌즈를 CFO로 채용했다.
 
그 당시 이 은행의 입지는 위태로웠다. 샌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은행에 먹힐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점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데이비스와 샌즈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해 자사의 고위급 관리자 300여 명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투자자들은 불만이 매우 많았다. 주가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자본 구조는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샌즈는 “우리 은행에서 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런 사실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데이비스와 샌즈는 신속하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약점을 해결하기 시작하는 동시에 자사의 강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가능하게 하는 의미 있는 목적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데이비스와 샌즈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은 매우 전통적인 것이었다. 이들은 영업 중인 모든 국가의 모든 지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후 실적이 저조한 자산과 사업을 매각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은행 최고위급 관리자 100명에 대해 성과 검토를 실시해 30명을 해고했다. 데이비스와 샌즈는 합리화 과정을 통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기존에 진출한 역사와 현지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 강력한 관계(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지역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를 갖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 다시금 집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하지 않을 만한 행동을 했다. 이들은 매우 현지화돼 있고 개인화돼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자선 활동에 대해 유사한 방식으로 검토한 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영업 중인 모든 국가에 적용할 대규모 계획을 수립했다. 2003년, 데이비스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150주년 기념일에 전 세계의 예방 가능한 시력 상실과 맞서 싸우기 위한 자금 조성을 목표로 한 사내 캠페인인 ‘백문이 불여일견(Seeing Is Believing)’을 공개했다. 샌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는 2만8000명의 직원이 있다. 따라서 2만8000명의 시력을 지켜낼 만한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캠페인을 진행한 첫해에 5만6000명에게 시력을 되찾아줄 수 있을 정도의 기금을 조성했다. 목표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샌즈는 “우리는 상황이 매우 흥미롭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3년간 100만 명에게 시력을 찾아주기를 목표로 삼았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런 다음 우리는 ‘100만 명에게 시력을 찾아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그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00만 명을 목표로 삼아보자’고 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백문이 불여일견’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 말까지 자사가 진출해 있는 지역에서 2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시력을 되찾아줬고 예방 치료를 통해 그 외 750만 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다.
 
전 직원은 ‘백문이 불여일견’ 프로그램을 계기로 스탠다드차타드라는 조직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한층 명확하게 이해하게 됐다.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다양성이 매우 두드러진 스탠다드차타드라는 공동체가 하나로 통합됐다. 아무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샌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에라리온(Sierra Leone) 사람들은 자선 걷기 대회를 후원했다. 물론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듯이 그렇게 많은 돈이 모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시력을 위해 걷기 대회를 후원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과 영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백문이 불여일견’ 프로그램의 성공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비즈니스 잠재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샌즈는 “우리는 선의를 갖고 규모가 작은 프로그램을 여러 개 진행하던 방식에서부터 출발해 진정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전 직원들은 중요한 곳에 자원을 모으고, 집중하고, 포부를 가지게 됐으며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비즈니스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그럴 필요가 있었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만으로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매수를 꿈꾸는 기업들의 접근을 저지하기에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데이비스와 샌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강점을 활용해 자사만의 독특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홍콩에서 은행업계 위기로 인해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데이비스와 샌즈는 장기적이고 매우 야심에 찬 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은행 임원들과 협력했으며 힘이 느껴지는 104개의 단어로 이뤄진 전략 의지를 발표했다.
 
‘앞서가는 기업(Leading the Way)’이라는 이름의 문서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비전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고객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현지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과 글로벌 영업망을 결합해 ‘세계 최고의 국제 은행’이 되는 것이다. 물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비전은 참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이런 비전은 글로벌 은행업계의 궁극적 목표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경쟁업체들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HSBC는 각국에서 능력 있는 CEO들을 보유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씨티그룹(Citigroup)은 그 반대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데이비스와 샌즈는 둘 중 하나를 얻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각국의 CEO, 비즈니스 책임자, 글로벌 기능 부문 등을 모두 한눈에 보여주는 복잡한 3D 매트릭스를 통해 경영을 하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각국의 CEO들에게는 현지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상대하고 현지 자본시장에서 직접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대규모 국제 은행들은 보통 이런 거래를 할 때 현지에서 적용되는 규제의 모호성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정도(正道)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믿을 수 있을 만한 내부자(trusted insider)’가 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영업 중인 국가의 현지 정부에 자사가 건설적인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했다. 따라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각국 CEO들에게 현지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원활하게 돌아가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현지의 규제기관을 파트너로 여길 것을 당부했다.
 
데이비스와 샌즈는 각국 CEO의 역할을 강화하고 현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동시에 고객과의 글로벌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도매 은행 사업부는 관련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으며 인센티브 제도를 수정해 현지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고객과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를 현지 책임자의 공로로 인정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거래를 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침 덕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현지 관리자들은 지역주의적 견해를 덜 갖게 됐고 은행의 글로벌 영업망을 적극 활용하게 됐다. 샌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현지의 대형 은행들은 현지에 맞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은 국제 업무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매트릭스 구조가 원활하게 기능하려면 인센티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직원들이 전통적인 명령 체계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직접 일하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어떤 결정이 내려졌을 때 조직 구조 상부에서 그 결정이 계속해서 반대에 부딪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은 다양한 관점과 업무 방식, 각국의 문화를 인정해야 하며 조직 내에서 이런 차이를 초월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비스와 샌즈는 이런 관점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사고방식을 바꿔야만 했다.
 
이들이 택한 방법 중 하나는 단순히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어쩌면 흔한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샌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직원들이 기능적 사일로(silo)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기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가령, 전문 은행가는 전혀 아니었지만 조직의 학습 그룹을 운영해 왔던 사람을 중국의 한 CEO로 앉힌 적이 있다. 사람들을 각기 다른 차원에서 일을 하도록 만들면 그만큼 사일로 현상도 줄어든다.”
 
데이비스와 샌즈는 인사 평가를 실시할 때 협업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교육과 지원 과정을 거친 후에도 효과적으로 협력을 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언제든 해고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데이비스와 샌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동호회 생성부터 인수 후 통합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의 도입에 이르기까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여러 하위 조직 문화를 기리고 서로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과 대만에서 다른 은행을 인수했을 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환영 주간(welcome week)’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피인수 조직의 대표들을 세계 각지의 지점으로 파견했다. 60명의 대만인들은 2명씩 짝을 지어 총 30개 국의 지점을 방문했다. 파견을 나간 대만 대표들은 해외 조직 방문을 통해 대만 현지의 비즈니스 현황 및 대만의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들이 방문한 각 조직 및 국가에 대한 정보를 대만의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국가 관리자, 비즈니스 관리자, 규제 기관, 현지 고객, 국제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조심스레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매트릭스 조직을 구축한 결과는 실로 엄청났다. 스탠다드차타드가 HSBC와 씨티가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목표, 즉 내부적으로도 모든 현지 시장에서 탄탄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이뤄내기 시작한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고객 중심 전략을 몸소 실천하면서 ‘히어 포 굿’을 전략적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점이 한층 명확해졌다. 2003년에 아시아에서 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확산된 후 대부분의 은행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은 호텔 및 여행업계의 고객사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다른 은행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추가 대출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적극적으로 고객사에 질문을 던졌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경영진은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대출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유동성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금융기관 중 하나였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여느 은행들과는 달리 가치 있는 수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기존 고객에게 모든 자본과 자원을 집중시키기 위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또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채광, 임업, 선박 해체 등 위험한 일이 많은 업계에 속하는 고객사와 거래할 때 근로자 안전 규정 및 환경보호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켜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사회적 이익에 기여하는 역할을 강화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단순히 광고 문구로 끝날 수도 있었던 슬로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은 좀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사명을 위해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2010년이 되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자사가 정말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확실히 주장할 수 있게 됐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공동체 구축 방법
일반적인 리더의 패턴
- 기업의 목표는 재무적인 용어로 표현한다.
- 하나의 기능 부문이나 사업부에 충성을 맹세한다.
-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는 수치적 협상에 주력한다.
- 종업원의 다양성은 법적 의무사항이다.
- 사회 공헌 활동은 본래 마케팅 도구다.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의 접근방법
- 기업의 목표는 공동의 비전 및 가치로 표현한다.
- 직원 개개인은 회사와 지역사회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 비즈니스와 조직의 목표 기준은 서로 명확하게 연결돼 있다.
- 다양성은 경쟁 우위의 원천이다.
- 사회 공헌 활동의 목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조직 구성원들을 한 데 모으고 조직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공동체 구축
3D 매트릭스는 소심한 사람이 쓰기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리더의 원대한 포부가 반영돼 있는 전략적 비전은 야심에 찬 조직의 역량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야심 찬 전략적 비전을 실행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은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들이 공동의 목적을 지닌 공동체 구축에 쏟는 일관되고 집중적인 관심이다. 조직원들이 공동의 가치와 강력한 감정적 애착,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 존경심을 갖고 있으면 이런 비전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만큼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의 조직을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다.
 
볼보를 변화시킨 라이프 요한슨의 사례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공동체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유명한 경영자인 요한슨의 전임자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사례는 요한슨이 얼마나 엄청난 도전을 극복했는지 잘 보여준다.
 
1993년 12월 3일, 볼보의 회장이자 당시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던 경영자 페르 G. 예렌햄머(Pehr G. Gyllenhammar)는 어쩔 수 없이 사임하게 됐다. 예렌햄머는 볼보와 르노(Renault) 간의 합병을 추진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자동차 트럭 제조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합병될 조직 내에서 볼보가 갖게 될 지분은 35%에 불과했다. 결국 회사의 지배권을 당시 르노를 소유하고 있었던 프랑스 정부에 넘기는 꼴이 됐던 것이다. 스웨덴의 신문들은 이 같은 볼보의 결정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볼보 노조는 사측의 결정에 반발했다. 합병일이 다가오자 볼보의 최대주주 중 일부가 반대의 뜻을 밝혔다. 결국 볼보와 르노의 합병은 무산됐고 예렌햄머와 함께 4명의 이사가 사임했다. 볼보는 1997년에 요한슨을 CEO로 맞이할 때까지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
 
요한슨은 CEO로 취임한 후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볼보를 상징하는 승용차사업부를 포드에 매각했다. 볼보의 승용차사업부 매각은 스웨덴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줬지만 요한슨은 예렌햄머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대신 요한슨은 회사의 남은 사업부를 세계 최고의 상용차 제조회사로 변모시키기 위해 10여 년에 걸쳐 노력을 기울였다.
 
요한슨은 성공했다. 요한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다른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승리하는 전략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관으로서 볼보가 필요로 하는 바에 꾸준하면서도 계획적으로 집중해 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요한슨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감정적으로 한층 강한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직원들 사이에서 더 강력한 신뢰와 상호 간 존경의 감정을 만들어내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볼보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신시키려면 몇 차례의 대형 M&A를 추진하고 과감한 조직 개편을 진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국가와 기능 부서에서 일해 온 직원들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협력을 해야 했다.
 
볼보가 추구하던 기존의 가치 재정립 계획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TF팀이 주도해 왔는데 얼마 전부터 활동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요한슨은 기존의 가치 재정립 계획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볼보의 문화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요한슨은 심리적이며 감정적인 표현을 이용해 TF 구성원들에게 결정적 가치를 부여했다. ‘에너지’ ‘열정’ 등 이들이 명시한 가치는 ‘볼보 웨이(The Volvo Way·볼보그룹 전체에서 고용 및 승진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어떤 문화, 가치, 바람직한 행동 등을 고려해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문서)’의 일부가 됐다.
 
맨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이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 요한슨은 “전통적인 기술 작업장 환경에서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농담과 비웃음을 자아내고 매우 강렬한 감정적 반발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볼보 내에서 열정이라는 단어는 많은 직원들의 공감을 샀다. 뿐만 아니라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던 직원들도 동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지켜본 후 점차 태도를 바꿔 직원들이 직장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요한슨의 신념에 동의했다. 요한슨은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우리가 보여준 것처럼 열정은 사람들이 실제로 오랫동안 갈망한 것이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요한슨은 여기에 ‘개개인에 대한 존경’이라는 한 가지 가치를 추가했다. 요한슨은 개개인에 대한 존경이 있어야만 볼보 문화에 내재돼 있는 중요한 약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볼보는 자사의 전문성에 대해 오만하고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해 인수합병에서 매우 나쁜 결과를 보곤 했다. 요한슨은 “우리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우리 회사가 너무도 독특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실상 피인수 기업을 파괴했다. 피인수 기업이 그 어떤 것도 똑바로 하지 않는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조직 내에 상호 존경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으면 조직이 다양성을 활용할 수 있으며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생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인수합병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경이 중요하다. 요한슨은 강조한다. “프랑스 사람이건, 스웨덴 사람이건, 미국 사람이건 우리 모두는 동료다. 프랑스 사람을 프랑스 사람으로 바라보거나 미국인을 미국인으로 여기는 채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특정한 국가의 사람이 아니라 뛰어난 개발 엔지니어로 생각하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요한슨은 취임 후 첫 2년 동안 볼보의 전략과 문화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 극적인 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요한슨은 16억 달러를 주고 미국의 트럭 회사 맥 트럭스(Mack Trucks)를 비롯해 르노의 트럭 비즈니스를 인수한 다음 극적인 성장의 기반으로 삼았다. 요한슨의 전임자 예렌햄머는 르노와의 합병을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요한슨은 르노로부터 트럭 비즈니스를 인수한 덕분에 볼보의 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했다. 요한슨은 르노의 트럭 조직과 맥의 트럭 조직, 볼보의 트럭 조직을 해체해 하나의 동력장치 사업부(power-train division)를 설립하고, 구매(purchasing), 제품 기획(product planning),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 기능이 중앙 집중화된 ‘3P’ 조직으로 통합했다.
 
이와 같은 구조 변화는 볼보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볼보는 세 종류의 트럭에 사용되는 동력장치를 단일화한 덕에 단 5년 만에 통합된 회사가 생산하는 엔진 플랫폼의 수를 18개에서 2개로 줄일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통합된 3P 조직의 뛰어난 공급망 효율성과 더불어 비용 절감 효과 덕에 볼보는 인수 및 제휴에 한층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볼보는 2006년에 일본의 트럭 제조회사 닛산 디젤(Nissan Diesel)을 인수하는 등 특히 아시아 시장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 무렵 요한슨은 볼보가 뛰어난 인수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했다. 요한슨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된 외부인들을 포용하고 이들의 마음을 끄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우리에게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인수하고 발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근성으로 이끄는 리더십(Leading with Guts)
일반적인 리더의 패턴
- 우선순위가 주기적으로 변한다.
- 리더의 행동에 대한 불만은 오직 비공개로만 논할 수 있다.
- CEO의 의사소통 방법은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 리더들은 기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설명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상당히 과소평가한다.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의 접근방법
- 리더는 오랫동안 변함 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끝까지 버틴다.
- 리더는 자신의 위상을 낮추고 실수를 인정한다.
- 리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직급의 사람들과 직접 의사 소통한다.

 

‘시수(Sisu)’ 리더십
필자들이 인터뷰를 진행한,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CEO 중 요한슨만이 용기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아니다.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리더들은 수년간에 걸친 계획에 따라 매우 부담이 큰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며 조직을 이끌어나간다. 리더가 이 어려움을(예상치 못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해결하려면 투지와 고집, 집중력이 필요하다. 필자들은 이 같은 특성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시수(sisu)’라는 핀란드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인인 노키아(Nokia)의 요르마 올릴라(Jorma Ollila)는 시수가 ‘근성(guts)’과 같은 뜻이라고 설명한다.
 
2001년 1월에 캠벨 수프의 CEO로 취임한 덕 코넌트가 어떤 불굴의 의지를 필요로 했을지 상상해 보기 바란다. 캠벨은 한때 위대한 기업이었으나 스스로 자초한 문제로 인해 가파른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넉넉한 마진과 미국 시장 내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입지로 인해 캠벨은 이익을 좀 더 늘려야겠다는 과도한 욕심에 사로잡혔다. 1990년대 말, 캠벨은 자사의 막강한 시장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했다. 캠벨이 가격을 인상하자 프로그레소(Progresso),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짧은 기간에 이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캠벨은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서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비용을 줄이지도 않았다.
 
코넌트는 “그때부터 캠벨이 닭고기 수프에서 닭고기를 빼는 것과 같은 방법을 택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캠벨은 코넌트가 ‘파멸의 고리(circle of doom)’라 부르는 상황에 들어섰다. 광고를 줄이자 판매가 한층 더 감소했고 판매 감소는 연구개발(R&D) 인력 해고로 이어졌으며 R&D 인력이 줄어들자 제품 개발이 정체됐고 판매 실적은 한층 둔화됐다. 코넌트가 캠벨의 CEO로 취임했을 무렵 1998년에 60달러가 넘었던 캠벨의 주가는 30달러 이하로 폭락한 상태였다.
 
코넌트는 캠벨의 CEO가 되기 이전부터 캠벨이 직면한 딜레마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다소 놀라운 결론에 이르렀다. 코넌트가 내린 결론은 캠벨을 회생시키려면 농축 수프 비즈니스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넌트는 취임 후 단 6주 만에 농축 수프 비즈니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캠벨과 캠벨 수프 모두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이야기하며 비웃어댔다. 농축 수프 시장은 25년 동안 축소돼왔다. 코넌트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농축 수프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한다. 코넌트는 농축 수프에 대한 반대를 이해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코넌트는 “운전대를 잡고 조직 전체를 좀 더 높은 곳으로 끌고 올라가야겠다는 맹렬한 결의를 갖고 있어야 했다. 우리에게 도전은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려는 건지도 잘 모르는 채로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고 결의를 갖고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코넌트는 말만으로는 캠벨이 스스로 파고 들어간 구멍 속에서 캠벨을 끄집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의심하는’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제자리에 놓아두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일을 해야만 했다. 사실 ‘의심하는’이라는 단어는 다소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다.”
 
코넌트는 자신이 ‘캠벨 성공 모델(Campbell Success Model)’이라 이름 붙인 패러다임을 도입했다. 더 원대한 포부와 정확하게 들어맞는 캠벨 성공 모델에는 재무적인 구성 요소와 사회적인 구성 요소가 포함된다. 코넌트는 “우리는 시장에서 경쟁 업체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야만 했다”고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이를 ‘시장에서 승리하기(winning in the marketplace)’라 불렀다. 시장에서의 승리(엄청나게 무시돼 온 것)와 더불어 우리는 모든 직원들에게 다른 곳에 취업했을 때에 비해 뛰어난 고용 경험을 제공해야만 했다. 우리는 이를 ‘직장에서의 승리하기(winning in the workplace)’라 칭했다. 우리는 ‘이 두 측면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직장 내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길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하게 좋은 회사가 될 수 없다.”
 
수많은 리더들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하지만 코넌트는 캠벨 성공 모델이 단순한 구호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 구성 요소를 측정하기 위해 2개의 단순 성과 지표를 만들었다. 경제적 가치를 측정할 때는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을 경쟁업체와 비교했다. 사회적 가치는 갤럽 직원 참여도 지표(Gallup Employee Engagement Index)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코넌트는 매년 2개의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을 꾸준히 영입한 결과, 브랜드 지원에 투자할 수 있는 매출이 증가했고 브랜드 지원을 강화하자 매출이 한층 증가해 R&D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자 캠벨은 그동안의 하향세에서 벗어나게 됐다.
 
요한슨과 데이비스, 샌즈와 마찬가지로 코넌트도 임기를 시작할 때 이사회에 단기간 내에 많은 이익을 안겨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코넌트는 수프 전략을 공개한 지 약 10년이 흐른 2010년이 돼서야 탄탄하고 측정 가능한 성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코넌트는 “맨 처음 조사를 진행한 505명의 캠벨 리더 중 270명 이상이 갤럽 지표 하위 25%에 포함됐다”고 회상한다. 2010년이 되자 캠벨에서 참여도가 높은 직원 대비 적극적으로 참여를 거부하는 직원의 비율이 17대1이 됐다. 비교를 위해 설명하자면 17대1이라는 숫자는 갤럽이 제시하는 세계적 기업을 위한 기준치인 10대1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2010년 7월까지 6년 동안 캠벨의 누적 총주주수익률은 64%였다. 이 수치는 S&P 가공 식품 지수의 평균 총주주수익률 38%를 훨씬 웃돌며 S&P 500의 평균 주주수익률인 13%의 약 5배에 달한다.
 
필자들이 코넌트와 만남을 가졌을 때 코넌트는 발목을 삔 탓에 운동 부족으로 체중이 조금 늘었다며 바나나와 전자레인지로 가열한 캠벨 수프를 점심으로 먹었다. 코넌트는 “내 아내가 이야기하듯 이런 식사는 CEO도 준비할 수 있을 만큼 매우 간단하다”며 “나도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줄 알고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인 CEO들에 비해 자신의 한계를 한층 명확하게 알고 있는 CEO들은 자기자신을 깎아 내리는 방식의 유머를 흔히 사용한다. 요한슨은 “CEO가 되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에 인격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요한슨과 코넌트, 그리고 필자들이 만나본 다른 리더들은 성과가 CEO의 공이라고 평가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성과는 사실상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이룬 것이며 자신의 주위에서 자신을 보완해 주는 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리더십은 어떤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캠벨은 코넌트의 리더십 아래에서 직원 참여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으며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상을 받았고 경쟁업체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회복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데이비스와 샌즈의 리더십 아래에서 세전이익이 꾸준히 증가했다. 2001년에 11억 달러였던 세전이익이 2006년에는 32억 달러로, 2010년에는 61억 달러로 늘어났다. 2002년에 2만9000명이었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직원 수는 2010년이 되자 8만5000명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속가능한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세계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World Index)와 파이낸셜타임스의 FTSE4 지수에 포함됐다. 요한슨이 경영을 맡은 후 볼보의 주가는 3배 증가했으며 볼보는 지속 가능성 부문에서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브랜드가 됐다.
 
필자들이 대화를 나눠 본 리더들이 ‘최고의’ CEO라거나 전혀 결점이 없는 CEO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들은 그 리더들이 21세기에 복잡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한층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한다고 확신한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언급한 사례들이 독자 여러분의 리더십 포부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진 기업을 만들기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보다 직장인으로서의 일생을 더 활기차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너새니얼 푸트·러셀 아이젠스탯·토비아스 프레드버그
 
너새니얼 푸트(Nathaniel Foote)는 연구 중심 컨설팅 회사 트루포인트(TruePoint)의 관리 이사다. 러셀 아이젠스탯(Russell Eisenstat)은 트루포인트 사장이다. 토비어스 프레드버그(Tobias Fredberg)는 스웨덴 예테보리 소재 샬머스기술대(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부교수이며 트루포인트 원대한 포부 센터(TruePoint Center for Higher Ambition) 연구원이다. 이들은 마이클 비어(Michael Beer), 플레밍 노르그렌(Flemming Norrgren)과 함께 <더 원대한 포부: 위대한 리더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Higher Ambition: How Great Leaders Create Economic and Social Value,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출판부, 2011년)>을 집필했으며 이 논문은 이들의 공동 저서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 너새니얼 푸트(Nathaniel Foote) 너새니얼 푸트(Nathaniel Foote) | 연구 중심 컨설팅 회사 트루포인트(TruePoint)의 관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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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셀 아이젠스탯(Russell Eisenstat) 러셀 아이젠스탯(Russell Eisenstat) | - 트루포인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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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비어스 프레드버그(Tobias Fredberg) | - 스웨덴 예테보리 소재 샬머스기술대(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부교수
    - 트루포인트 원대한 포부 센터(TruePoint Center for Higher Ambition)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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