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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Psychology Of Strategic Leadership

메릴린치 아이디어 원천은 슈퍼마켓, 리더의 연상적 사고가 성패 가른다

지오반니 가베티 |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7-8월 호에 실린 지오반니 가베티의 글 ‘The New Psychology Of Strategic Leadership’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경영학의 고전이 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글 ‘5대 경쟁 요인(five forces)’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략가의 본질적 업무는 경쟁을 이해하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종종 경쟁의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한다.”
 
이보다 더 적절한 시작은 없을 것이다. 30년 전 마이클 포터가 <HBR>에 기고한 이 기사는 경영 전략의 이행에 관한 오늘날의 이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후 나온 이론들은 경쟁을 아주 구체적으로 정의해서 부분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전략가의 임무 또한 부분적으로 정의될 수밖에 없었다.
 
전략가가 수행하도록 훈련된 일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포터가 내세운 이론은 아직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지난 30년간 경영 전략의 가르침과 이행 방식을 주도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전략적 지도자들이 하도록 훈련되지 않은 일에 있다. 포터가 내세운 이론을 통해 그려본 전략가의 모습은 시장의 힘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실무 경제학자다. 그러나 전략적 지도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고 과정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실무 심리학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략가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포터와 다른 방식으로 경쟁 관계를 정의해야 한다. 이제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전략적 지도자의 임무를 고찰할 때는 경쟁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해서 매력적인 수익을 거두는 일이 어려워졌다. 이 같은 상황은 전략가들은 경쟁이 약한 분야를 찾아 기회를 모색해야만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포터는 기업의 경쟁 대상에 직접적인 경쟁업체뿐 아니라 고객과 협력업체까지 포함된다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가치를 창출하며 파이의 한 조각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 최상의 입지를 찾기 위해 전략가는 경제 활동의 수직적 가치사슬(value chain) 전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전체를 조망하면 훌륭한 전략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포터는 훌륭한 전략을 “차별화되며 독특하고 현상(現狀)과 멀리 떨어진” 기회로 정의했다.
 
이제 전략가를 중심에 둔 또 다른 시각으로 경쟁을 해석해 보자. 여기에서도 전략가는 경쟁이 약한 곳을 포착해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직면한 경쟁의 강도는 기업이 가치사슬 내 시장의 힘에 얼마나 취약한가보다는 경쟁 우위의 기회를 찾아내고 활용하기가 얼마나 용이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운 기회는 그동안 어떤 전략가도 구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또 해당 기회를 활용하도록 조직을 이끌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논리를 따르면 최고의 전략적 기회는 가장 포착하기 어렵고 실행하기도 어려운 것이 돼야 한다.
 
이 논리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사업 환경은 수많은 기회와 경쟁자로 넘쳐난다. 모든 기업의 지도자가 전지전능해서 놓치는 기회가 전혀 없고 직원들을 손쉽게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경쟁 우위 기회는 모두 빠르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라서 전략 지도자들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경쟁 우위의 기회는 아직 존재한다. 게다가 대부분 사업에서 전략가들은 비슷한 사고 구조와 해석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인지하고 추구하는 기회, 심지어 간과하는 기회가 비슷하다.
 
이렇게 간과된 기회를 ‘인지적으로 먼 곳에 있는’ 기회라고 부르겠다. 이런 기회는 인식하기가 어려운데 고정관념에서 빠져 나와 시선을 멀리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는 실행하기도 어렵다. 실행을 위해서는 기업의 정체성까지 바꿔야 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직원의 반감을 사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의 주요 이해관계자들, 이를테면 재무분석가들이 유지해온 기업 관념 또는 해석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따라서 전략적 리더십의 주요 구성 요소는 경쟁업체가 볼 수 없는 기회를 포착하고 주요 이해관계자 및 참여자의 인식을 바꾸어 이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정신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두 개의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명백히 보여주는 경영 사례가 있다. 1930년대 후반, 찰리 메릴(Charlie Merrill)은 광범위한 신중산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도입해서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메릴린치(Merrill Lynch)는 미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포터의 이론을 빌려 해석하자면 해당 기회는 하나의 경쟁 요소(‘고객’)가 또 다른 경쟁 요소(메릴린치가 새롭게 정의한 ‘은행’)에 취약점을 가진 곳에서 발생했다. 다른 모든 경쟁 요소가 강하지만 고객 요소는 약하다는 대목에서 찰리 메릴은 수익 창출의 여지를 발견했다. 포터의 이론을 통해 보자면 사업의 근본적 경제 구조를 읽어내는 데 뛰어난 역량을 가진 메릴은 위대한 지도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제안하는 두 번째 관점으로 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찰리 메릴이 발견한 기회, 다시 말해 은행이 다양한 고객에게 포괄적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 슈퍼마켓’의 역할을 하자는 아이디어는 메릴 이전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은행들은 수익을 찾아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면서도 이런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메릴은 단순히 사업의 경제 구조만 꿰뚫어본 것이 아니라 다른 은행가들이 가지지 못한 훌륭한 통찰력을 통해 업계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또한 메릴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떤 장점을 가지는지 내부 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고객 및 채권자) 모두에게 이해시켰다. 연상 작용을 통한 논리적 사고로 금융 슈퍼마켓 전략을 구상하고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그의 비전을 받아들이도록 하며 이해관계자의 승인을 얻어내는 등 사고 과정을 관리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그는 위대한 지도자다.
 
두 이론에서 관점의 변화는 급진적이다. 시장에서 사람의 마음으로 바뀌고 전략적 지도자는 시장의 힘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지도자에서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까지 아는 지도자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경제적 관점에서 사업 전략을 접근하는 포터의 방법이 유효성을 잃은 건 아니다. 시장의 힘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야말로 전략가의 중요 임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포터 이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을 새로운 관점이 완화해준다고 보는 편이 옳다. 포터 이론에 너무 의존하면 경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역할, 특히 전략적 리더십의 심리적 측면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포터의 이론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도 시장의 힘에 대한 구조적인 지식이 있었다. 하지만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시장의 힘을 해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쟁 전략에 대해 유용하면서도 실행에 옮길 만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했다. 포터는 경쟁 우위 기회를 시장의 힘 강도와 연결하는 분석틀을 활용해 새로운 경쟁 이론을 개발하고 전략가들에게 각각의 경쟁 요소가 가지는 취약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오늘날에는 행동과학과 인지과학이 발전하면서 전략적 지도자의 역할을 확장하는 새로운 지식이 발견됐다. 이런 새로운 지식을 해석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당연히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관점은 경쟁 우위의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하며 공식화하는 전략적 지도자의 능력과 관련돼 있다. 인지 및 신경과학의 최근 연구 결과를 활용한다면 전략적 지도자가 사고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혁신 기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의 인지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포터의 분석 틀과 이 글에서 제안하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이론은 서로 다른 부분을 커버한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둘 다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최상의 기회는 현재 상황과 동떨어진 곳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회들은 현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 멀리 있는 기회를 찾는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전략적 지도자는 훌륭한 경제학자인 동시에 훌륭한 심리학자가 돼야 한다.
 
 
먼 곳의 기회
 
앞서 말한 새로운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회 포착과 실행(직원 참여 유도), 공식화(외부 이해관계자의 승인)의 3가지 임무 완수가 어려운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이 과정이 어려운 것은 경쟁 구도를 해석하는 관념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의 관리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기회 포착.연구 결과 경영자들은 기회를 포착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꽤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이런 작업은 그들의 기업이 이미 하고 있는 일과 인지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도시 주변으로 매장을 넓힌 월마트(Walmart)의 확장 전략이 ‘가까운’ 기회의 좋은 예다. 월마트는 원래 시골 지역에서만 매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도시 주변으로 매장을 넓히는 일은 규모가 크고 복잡한 변화임에 틀림없었다. 월마트의 비용 구조나 운영 조직이 새로운 전략에 맞추어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도시 거주 구매자들의 차별화된 구매 특성을 고려해야 했다. 그래도 수많은 전략 요소 중 하나에만 변화를 준 것이기 때문에 이 전략은 점진적인 변화다. 경영진은 기회를 손쉽게 파악하고 능숙히 평가해낼 수 있었다.
 
대부분 산업에서 기업들은 소수의 전략적 입지에 모여 있고 각 입지에서는 경쟁 방식에 대해 비슷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 오토바이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오토바이 산업은 2개의 전략적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혼다(Honda)와 야마하(Yamaha), 스즈키(Suzuki), 가와사키(Kawasaki) 등의 일본 업체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여기에 속한 기업들은 기술 혁신 및 비용 절감을 무기로 경쟁한다. 반면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s)과 두카티(Ducatis)는 아주 다른 곳에 속해 있다. 이들은 오토바이 산업을 엔터테인먼트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두카티 CEO와 회장직을 지낸 페데리코 미놀리(Federico Minoli)는 파손된 공장 수리보다 두카티 박물관 건축에 우선순위를 두며 “두카티는 단순한 오토바이 업체가 아니다. 우리는 그 이상의 것, 꿈과 열정, 역사의 한 조각을 판매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 산업을 분석해 보면 상황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3개 그룹 내에서 각 기업들은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며 경쟁을 한다. 미국 항공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랜 세월 하나의 정상을 바라보며 피 말리는 경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브 켈레허(Herb Kelleher)가 이끄는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이 홀연히 나타나 저가 항공이라는 새로운 경쟁 구도를 제시했다.
 
지금의 시장과 아주 가까운 곳의 경쟁 우위 기회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확률은 매우 낮다. 각각의 경쟁 입지 내에서 많은 기업은 동일한 렌즈를 끼고 시장을 근시안적으로 본다. 가까운 곳에 있는 기회만 살피며 경쟁 구도를 같은 방식으로 해석한다. 만약 경쟁 우위의 기회가 존재한다면 눈에 안 띄는 먼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략적 지도자들은 먼 곳에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찰리 메릴이 내세웠던 금융 슈퍼마켓의 개념을 다시 짚어 보자. 이것은 금융산업이 갖고 있던 수많은 고정관념을 깨뜨린, 진짜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부유층 대신 중산층에 집중하고 저비용에 많은 양의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또한 아웃렛 체인 콘셉트를 도입했으며 상품의 종류를 크게 늘렸다. 메릴은 인지적으로 멀리 있는 기회를 어떻게 포착했던 것일까? 처음 이 아이디어를 구상했을 때 그는 말 그대로 슈퍼마켓의 개념을 빌려 왔다고 한다. (1941년 <포춘>지 기사를 보면 이렇게 돼 있다. “이론은 다음과 같다. 식료품 체인이 야채 구매자들에게 육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는 성공적인 모델이라면 이것은 헤징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신주 투자나 계좌 개설 기회까지 제공하려는 메릴린치에도 유효할 것이다.”) 이렇게 투자 관리 사업에 슈퍼마켓의 원리를 적용한 후에야 찰리 메릴은 새로운 경쟁 전략을 포착할 수 있었다.

 
기회 실행.전략적 지도자가 먼 곳의 기회를 볼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나머지 조직원 또한 같은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전략적 지도자는 자신이 본 기회를 다른 사람도 보고 수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보다는 점진적이며 위험성이 낮은 기회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일이 훨씬 쉽다. 사실 이것이 조직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인지적 변화가 기업 정체성의 변화를 요구할 때 저항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기업의 정체성이 오랜 역사를 가졌거나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조직학의 살아 있는 전설 제임스 마치(James March) 스탠퍼드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지도자가 새로운 지향점을 내세워 그곳으로 나아가려 하면 조직은 그 노력을 좌절시키기 일쑤다.”
 
1993년 조지 피셔(George Fisher)가 코닥 CEO로 취임했을 때(모토로라의 엄청난 개선을 이끌어 낸 직후) 그는 코닥의 미래가 디지털카메라에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전략 방향을 과감히 수정하기를 원했다. 문제는 코닥 구성원들이 사진 산업과 코닥의 위상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진 사업을 하려면 카메라와 함께 필름이 반드시 필요하며 코닥은 필름업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구비하고 있었는데도 조직원들은 코닥을 카메라 업체로 받아들이는 도약을 해내지 못했다. 디지털카메라를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제시했을 때 피셔는 아마도 자신의 비전과 회사가 가진 고정관념 사이의 격차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코닥 중역, 특히 중간 관리자들은 피셔의 비전을 따라가는 척만 했을 뿐 실제로는 회사의 새로운 전략에 저항했다. 그 결과 뛰어난 통찰력과 경영 능력에도 불구하고 피셔는 좌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취임 후 수년 만에 코닥을 떠나고야 말았다.
 
기업의 전통적 정체성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고 직원을 설득하는 일은 내부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지도자가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관문 중 하나다. 때문에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기업은 기존에 가지지 못한 새로운 역량이나 인재를 확보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기회에 대한 정통성 확보.기업의 정체성이나 전략적 가능성을 재구성하는 일에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더 거세게 저항할 수 있다. 이들의 저항은 기업에 되돌아가고 경영진은 전망이 밝은 새로운 전략 방향을 조급히 포기할 수도 있다.
 
일례로 인터넷 포털 초창기에는 2개 이상의 사업 모델이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라이코스(Lycos)나 인포시크(Infoseek)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포털 사이트가 하이테크 기업의 위상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경쟁했다. 반면 야후(Yahoo)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은 자사를 미디어 업체로 포지셔닝하고 업계 이해관계자들과의 의사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관계자들의 관심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투자 분석가와 전문 매체, 잠재적 고객을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결국 ‘미디어 기업’ 포지셔닝을 받아들였고 포털 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미디어 기업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얻어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더 나은 가능성을 가진 기술 기업으로서의 전략은 별다른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 년 뒤 구글(Google)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기술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그 후 포털 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외부 관계자가 새로운 전략 관점을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 또한 인지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이해관계자들은 정해진 방식을 통해 산업을 구조화하고 해석한다. MIT 에즈라 저커만(Ezra Zuckerman)이 시행한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새로운 전략은 기업의 기존 정체성과 멀면 멀수록 재무 분석가를 비롯한 기관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부정적 반응은 기업의 경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미네소타대 메라 벤너(Mary Benner) 교수의 연구는 외부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만난 기업이 새로운 전략을 추진할 의욕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연상적 사고를 가르치는 법
 
연상적 사고를 포함한 모든 사고 과정은 다양한 이유로 관리가 어렵다. 이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다. 또한 의식의 밑바닥에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고 과정은 반복을 통해 습관이 되고 각인된다. 이렇게 굳어진 사고 과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유추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는 경험에 기반해 MBA 수업인 ‘전략적 리더십의 심리학’ 강의를 조직했다. 어떻게 하면 심리적 사고 과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1.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편향 및 연상에 얼마나 의지하는지 보여준다.
대부분 학생, 아니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만)이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믿는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건대 사람들은 편견 때문에 논쟁의 여지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다양한 편견이 자신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편견이 미치는 영향을 증거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암묵적 연상 반응 검사(Implicit Association Test·IAT)를 통해 암묵적 태도가 사람의 행동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해야 한다.
 
2. 연상적 사고를 연습시킨다.
인간의 사고 과정 대부분이 연상적 요소를 포함하긴 하지만 의식적으로 연상 사고를 한다면 이는 더 이상 직관적이지 않다. 수업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중간 단계의 성숙도에 이른 산업이 가지는 일반적인 전략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지시했다. 대안적인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찰리 메릴이 전략적 통찰력을 얻기 위해 산업 범주를 재정립한 것처럼) 다른 상황 혹은 산업과 연관 짓지 않고는 아직 활용되지 못한 기회를 포착하는 일이 매우 힘들 뿐 아니라 불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 피상적 연상과 심오한 연상의 차이점을 강화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동적으로,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비교는 대상을 무작위로 고르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추론하지 않고 심도 있게 하도록 훈련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석유 회사 X가 러시아에서 시추를 해야 할지, 멕시코 걸프만에서 작업을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는 사례 분석을 시킨다. 이때 어떤 학생들에게는 중립적 사례를 과제로 줬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회사 위치와 중역 이름 등 엔론을 연상하게 하는 피상적 정보를 함께 담은 사례를 줬다. 피상적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상황은 모두 동일했다. 중립적 정보를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반응은 극적으로 달랐다. 과제 수행을 통해 학생들은 연상적 사고가 거의 자동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피상적 정보가 사람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바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상적 사고의 힘
 
전략적 지도자가 먼 곳에 있는 전략을 파악하고 실행하고 정당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에는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념적 표상, 즉 해석관을 바꾸고 관리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찰리 메릴의 경쟁자들은 동일한 산의 정상 자리를 노렸지만 먼 곳에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지 못했다. 조지 피셔는 직원들에게 ‘코닥은 필름 생산업체’라는 고정관념이 구시대적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했다. 라이코스는 자사가 내세웠던 사업 구조와 입지가 최상이라는 사실을 증권사나 투자자에게 인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훌륭한 전략을 포기하고 말았다. 각각의 경우 실패의 원인은 전략적 지도자가 자신을 비롯한 타인의 관념적 표상을 제대로 관리했느냐 여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연상적 사고는 전략적 지도자들의 관념적 사고 관리를 돕는다. 새로운 상황을 경험한 인간의 뇌는 자동적으로 과거 경험에서 획득한 장기 기억에서 비슷한 경험을 찾고 이를 가져와 사고를 진행한다. 이렇게 해서 채택된 사고 구조는 우리 의식의 전면으로 이동한다. (연상 연구의 선두 주자 더글러스 호프슈타터(Douglas Hofstadter)는 이 과정을 사고 구조가 “오랜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 마음의 무대 중앙에서 경쾌하게 춤을 추는 것”이라 표현했다.) 이들은 인간이 새로운 상황을 해석해서 대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된다. 뇌 과학 연구는 연상 작업이 사고의 중심을 차지하며 각종 편견과 태도, 감정 상태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상 작업이 먼 곳에 있는 기회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략적 사고에 관한 2개의 서로 다른 관점으로 돌아가 보자. 첫 번째는 논리적이고 연역적인 추론 과정을 사용했다. 포터의 ‘5대 경쟁 요인’ 이론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략가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적절한 전략을 추론할 수 있도록 여러 가정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관점은 연상 작용에 중점을 둔다. 이 관점에서 전략가는 사업 상황을 자신의 직간접적 경험과 비교하고 과거 경험에 빗대어 현재 상황을 점검해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 낸다. 연역적 추론이 정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반면 연상적 사고에서 전략가는 두 개의 다른 상황 속에서 소수의 유사점만 찾으면 된다. 연역적 방식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맥락 속에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월마트가 시골에서 교외로 매장을 확장한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연상적 사고는 새롭고 애매모호한 상황에 보다 잘 어울리는 지적 추리 메커니즘이다.
 
연상적 사고방식이 멀리 있는 기회 포착에 더 효과적인 두 번째 이유를 살펴보자. 두 번째 이유가 첫 번째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포터가 내세운 분석틀은 기업 전략가나 전략 컨설턴트가 즐겨 사용하는 도구다. 문제는 이들은 비슷하게 해석하고 기업을 같은 자리로 이끈다는 점이다. 동종 업계에 속한 기업이 같은 기회를 포착하고 같은 방식으로 실행에 옮기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러한 평형 상태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략가는 찰리 메릴이 금융 산업의 정의를 바꿔놓은 것처럼 업계의 경쟁 구도를 진정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해야만 한다. 찰리 메릴은 전통적 산업 해석(부유층을 위한 보수적 금융 서비스)에서 출발해 이를 새로운 관점(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슈퍼마켓)으로 보고 경쟁 구도를 새롭고 강력한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이전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던 두 개의 개념(‘은행’과 ‘슈퍼마켓’)을 가져와 연상 작용을 통해 연결하고 관계를 설정해서 경쟁자들이 보지 못한 기회를 포착해낼 수 있었다.
 
경영의 역사는 경영자가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략적 상황으로 가득하다. 구조화가 약한 다른 형태의 창의적 사고(브레인스토밍이나 재조합 등)와 대비했을 때 연상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는 연상적 사고가 다른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는 조직된 절차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연상적 사고를 가르치는 법’ 참조)
 
연상적 사고는 새로운 기회가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조직 및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이해시키는 과정 또한 돕는다. 인간은 걸어 다니는 연상 기계다. 직원들은 전략적 지도자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응하면서 알게 모르게 연상적 사고를 한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범주화해서 자신이 이미 알거나 경험한 다른 것과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를 찾는다. 범주화는 가치 판단을 포함한다. 직원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등으로 아이디어를 나눈다. 아이디어가 범주화하면 즉각 판단력이 동원된다. 해당 아이디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그룹으로 범주화하면 사람들은 그 아이디어에 저항할 것이다. 따라서 전략가는 저항이나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상을 미리 차단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잘못된 범주에 속하게 되면 설득하는 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닥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코닥 직원들은 사진 산업을 아주 단순하게 범주화하고 있었다. 이들은 필름이 좋다고 생각한 반면 카메라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피셔는 코닥에 필요한 훌륭한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코닥은 필름 회사가 아니라 사진 회사’라는 피셔의 논리는 직원들의 심기를 거스르며 필름-카메라 이분법으로 논쟁을 가져갔고 부정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키고 말았다.
 
 
전략적 지도자의 역할
 
멀리 있는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서 전략적 지도자는 사업의 해석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은 바로 연상적 사고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상적 사고를 적절히 사용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전략가들은 새로운 상황과 과거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매우 피상적인 공통점만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잔 리브킨(Jan Rivkin)과 함께 저술한 ‘전략가의 사고: 연상의 힘 활용(How Strategists Really Think: Tapping the Power of Analogy)’ 기사 참조. HBR 2005년 4월 호) 이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더욱 악화되기 쉽다. 한 업계에서 오랜 세월 동안 경험을 축적한 전략가는 이전 산업과 유사점이 없는 다른 산업에서도 같은 렌즈를 사용해 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전략가는 자신의 연상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채택하고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게 만드는 증거는 찾지 않는다. 감정적 요인도 사고를 왜곡시킬 수 있다. 훌륭한 전략가라면 편향적 경향을 인식하고 이에 맞서야만 한다.
 
먼 곳에 있는 기회를 실행하고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전략가는 새로운 길을 탐색하게 된다. 변화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만 해도 내부 관계자와 외부 관계자는 연상에 돌입할 것이다. (대부분 연상 작용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도자는 각종 은유나 연상, 이미지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연상을 유도할 만한 것을 찾아야만 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벽에 가깝게 이해해야 한다. 불가능한 과업일 수 있지만 다행히 지난 수십 년 동안 사고의 범주화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가 많이 실행됐다. 따라서 이 연구 결과를 전략가에게 중요한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전략가들은 종종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혁신적 사고를 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실제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혁신은 단번에 인식할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또는 경쟁자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는다고 시야가 갑자기 트인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심리적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지도자들은 구조화된 연상적 사고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먼 곳에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법을 배우고 사업을 새롭게 정의하는 법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올바른 연상 작용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정의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전략적 리더십의 심리적 측면을 새롭게 이해한다면 보기 어려웠던 기회를 손쉽게 포착하게 될 것이다.
 
번역 | 우정이  woo.jungyi@gmail.com
 
지오반니 가베티
 
지오반니 가베티(Giovanni Gavetti)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부교수다(ggavetti@hbs.edu). 이 글은 가베티 부교수의 <HBR> 세 번째 기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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