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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To Live With Complexity

복잡한 시대, 복잡성과 더불어 살기

췌 사르구트 |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9월 호에 실린 거버너스주립대 부교수 ?u췌 사르구트와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교수 리타 건터 맥그래스의 글 ‘Learning To Live With Complexi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기업 경영은 30년 전의 기업 경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필자들은 ‘사람들이 처리해야 하는 복잡성(complexity)의 수준’이 과거의 기업 경영과 현재의 기업 경영을 구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복잡한 시스템(complex system)은 항상 존재해 왔으며 비즈니스 활동에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고 놀라운 요소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복잡성이 과거에는 규모가 큰 시스템(예: 도시)에서만 발견되는 존재로 여겨졌던 반면 지금은 인간과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것(예: 우리가 설계한 제품, 우리가 매일 하는 일, 우리가 감독하는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IT 혁신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분리돼 있던 시스템이 이제는 서로 연결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스템이 한층 복잡해진 것이다.
 
복잡한(complex) 조직은 단순히 혼잡한(complicated) 조직에 비해 관리가 훨씬 힘들다. 복잡계 내에서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이 이뤄진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한층 더 힘들다. 복잡성의 수준이 인지적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복잡계 내에서는 과거의 행동을 기반으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복잡계 내에서는 일반적인 사건들보다 흔히 발생하지 않는 사건이 좀 더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활용하는 분석 도구가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성을 헤치고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은 지식들이 있지만 오늘날 대다수 경영진의 머릿속에는 그런 지식이 들어 있지 않다. 미래의 관리자를 양성하는 경영대학원들도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지식이 실제로 활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복잡성이 무엇인지, 복잡성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보자.
 
 
혼잡(complicated) vs. 복잡(complex)
 
단순히 혼잡한(complicated) 것과 정말 복잡한(complex) 것을 혼동하기가 쉽다. 관리자라면 둘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실제로는 복잡한 조직을 관리하면서 마치 혼잡한 조직을 관리하는 것처럼 하면 심각하고 값비싼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단순한 시스템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단순한 시스템 내에서는 상호 작용이 드물고 미래를 예측하기가 매우 쉽다. 전등을 켰다 끄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같은 행동을 하면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온다.
 
혼잡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 나름대로 패턴이 있다. 전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망은 혼잡하다. 전력망 내에서 수많은 상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호 작용은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혼잡한 시스템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업용 항공기를 띄우는 일은 혼잡하지만 예측 가능한 단계를 밟아나가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안전하다. 식스 시그마(Six Sigma)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프로세스 자체가 혼잡할 수도 있지만 투입되는 요소, 진행 방법, 산출되는 결과 등은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쉽다.
 
반면 복잡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정해진 패턴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요소 간의 상호 작용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환경의 복잡성은 다음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첫 번째는 잠재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킬 요소의 숫자를 일컫는 다중성(multiplicity)이다. 두 번째는 각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뜻하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다. 세 번째는 이런 요소들이 갖고 있는 이질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다양성(diversity)이다. 다중성과 상호의존성, 다양성이 증대되면 복잡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상호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며 다양한 요소를 대거 포함하고 있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계획은 매우 복잡하다.
 
쉽게 이야기해서 혼잡계(complicated system)와 복잡계(complex system)의 가장 큰 차이는 혼잡한 시스템 내에서는 출발 조건을 명확하게 이해함으로써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복잡계 내에서는 출발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시스템 내 요소들 간의 상호 작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복잡계의 일종인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은 기상, 항공기 정지 시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이 예측 가능한 이유는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해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상호 관계에 따른 구성 요소들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적응해 나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그 관계에 대한 모형을 만들면 단순한 시스템과 혼잡한 시스템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명료하고 예측 가능한 상호 작용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계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잡계 내에서는 모든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복잡성
 
과거에 단순하고 자립적인 시장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기업들이 현재는 예상치 못한 상대로 인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결제 비즈니스(payments business)를 생각해 보자.
 
비자(Visa), 마스터 카드(Master Card),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등 신용카드 회사들은 2개의 경로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첫째는 카드 소지자가 지불하는 연회비고, 둘째는 카드 결제를 받는 업체에서 내는 수수료다. 하지만 요즘은 이동통신 회사, 구글(Google)과 같은 거대 기술회사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별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제 비즈니스를 통해 반드시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새로운 경쟁자들로 인한 이차적인 피해는 상당하다. 비즈니스 생태계가 더욱 서로 연결돼 있고 더 복잡하고 복합적이게 됨에 따라 이런 유형의 파괴 사례가 빈번해지고 더 많은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복잡성이 일으키는 문제
 
필자들은 복잡계 속에서 관리자들이 흔히 직면하게 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상황 이해의 어려움이라는 2개의 문제를 발견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복잡한 환경에서는 사소한 결정이 놀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상황을 찾아냈다.
 
첫 번째는 어떤 사건이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최근 사례로 닌텐도(Nintendo)의 ‘위(Wii)’를 꼽을 수 있다. 닌텐도는 게임 시장의 규모를 대폭 늘리기 위해 자사의 게임기 위에 혁신적인 동작 인식 기능을 더했다. 닌텐도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공략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게임기의 나머지 부분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제작했다. 닌텐도는 자사의 핵심 고객이 신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게임기가 상대적으로 덜 정교한 점을 양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닌텐도는 신규 고객 유치라는 당면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해왔으며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골수 고객들은 동작 인식 기술을 단순한 술책으로 여기며 위 시스템이 경박스럽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 게임 개발회사들은 엑스박스 360(Xbox 360), 플레이스테이션 3(PlayStation 3) 등 타사의 게임기에서 사용 가능한 게임 소프트웨어는 적극 개발했지만 위를 위한 게임은 개발하지 않았다. 위 게임기 자체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게임 개발자들이 위를 ‘별 볼 일 없는’ 게임기로 여긴 것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닌텐도의 결정이 장기적으로 이와 같은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인 결과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포드(Ford)는 부실기업 구제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미국의 유일한 자동차 회사였다. 하지만 포드의 CEO 앨런 멀랠리(Alan Mulally)는 다른 자동차 회사 CEO들의 뜻을 따라 의회에서 자동차 업계에 구제금융을 지원해줄 것을 읍소하기로 약속했다.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GM이나 크라이슬러(Chrysler)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면 포드 역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컸다. 이런 상황 또한 멀랠리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언론은 멀랠리의 행동에 상당히 우호적인 보도를 내놓았고 포드 자동차의 품질 및 매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대폭 개선됐다.
 
두 번째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개별 요인의 결합으로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은행 규제 완화, 대출 기관이 대차대조표에서 위험을 떨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의 등장, 저리를 고수하는 통화 정책, 합리적인 신용 기준 및 계약금을 요구하는 관례의 소멸, 대출자의 무지 등 개별적이면서도 상호 연결돼 있는 여러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터지고 난 후 뼈아픈 고통 속에서 깨달았듯이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 중 일부를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모든 요인을 파악하거나 주택 가격 하락이 경제 시스템 전반에 끼칠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
 
세 번째는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 및 절차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절차를 만들어낼 때는 그 절차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반이 되는 논리가 잊혀지는 사례가 많다. 뉴욕에 위치한 어느 대형 금융회사 직원들은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했다. 불청객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9.11 테러 발생 후, 이 회사는 건물 입구에 검색 장비를 설치했고 더 이상 화장실 출입 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후에야 화장실 비밀번호가 사라졌다.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절차 때문에 직원과 고객, 공급업체, 기타 방문객 등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상황 이해의 어려움.의사결정권자 개인이 복잡계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결국 본질적으로 이는 관점의 문제다. 다시 말해서 한 지점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관계를 관찰하고 이해하기는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2008년에 시티그룹(Citigroup)이 몰락할 뻔한 이유를 각 부서들의 사일로(silo)화로 부서 간 장벽을 일으키는 조직 구조에서 찾는다. 당시 시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대출에 개입하면 어떤 결과를 맞을지 잘 알고 있었던 직원들은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과 서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당시의 CEO 척 프린스(Chuck Prince)가 과도한 차입경영에 대한 경고 신호를 무시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원인이 됐다. 그는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악이 연주되는 한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인지적 한계 또한 걸림돌이 된다. 대다수의 경영진은 실제로 가능하다고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결과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등 미숙한 행동을 하곤 한다. P&G의 회장 겸 CEO였던 더크 야거(Durk Jager)는 매우 중요한 비공식적 관계를 난도질하는 전면적인 조직 변화를 단행했다며 비난을 받았다. 야거는 사실상 P&G 사내의 중요한 상호 의존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야거가 P&G를 총 지휘하는 자리에 머무른 기간은 17개월에 불과했다. 야거의 뒤를 이어 P&G의 회장 겸 CEO가 된 A. G. 래플리(A. G. Lafley)는 공식적인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에 별다른 노력을 쏟지 않았다. 대신 래플리는 인센티브 정책을 수정하고 비공식적 관계를 재건하는 데 주력했다. 래플리가 야거의 뒤를 이어 신임 CEO가 된 후 P&G의 시가총액은 2000년 6월 698억 달러에서 2007년 2319억 달러로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는 인간이 한곳에 몰두하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 부주의적 맹목성(inattentional blindness, 편집자 주: 주의를 한곳에 집중하면 주의를 받지 않은 다른 자극을 지각하지 못하는 선택적 지각)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실험 중 업무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은 피실험자들은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
 
희소한 사건은 그 사건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문제가 된다.일반적으로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이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는 특성 때문에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려보기 바란다.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이 이처럼 뛰어난 적응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는 설계자(관제 시스템의 인지 기능을 만든 사람)가 오랜 시간에 걸쳐 패턴을 관찰하고 철저한 사후 검토를 통해 실패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도 희소한 사건과 직면한 적이 있었다. 2010년에 발생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ökull) 화산 폭발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화산이 폭발하면서 항공 역사상 관측된 적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특이한 성질을 띤 먼지 구름이 형성되자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은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작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다.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불어닥쳤을 때, 그리고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도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는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문제들은 복잡계가 적어도 3개의 관리 활동 분야(미래 예측, 위험 완화, 취사선택)에서 어려움을 야기함을 뜻한다.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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