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7·8월 호에 실린 토마스 W. 말론, 로버트 J. 라우바허, 타미 존스의 글 ‘The Age of Hyper Specializ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Wealth of Nations)>에서 향후 수세기 동안 이뤄질 경제적 발전의 주요 동력을 ‘분업화(division of labor)’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번영의 많은 부분은 노동을 작게 쪼개서 다수의 전문 노동자가 수행하도록 하는 분업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식 경제와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노동의 세분화는 과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업무의 하위 단계별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초전문화(hyperspecialization)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너무 달라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근로의 신세계가 열렸다.
심하게 복잡한 오늘날의 공급망을 살펴보면 더 이상의 세분화는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일례로 787 드림라이너(Dreamliner)를 제작하겠다는 보잉(Boeing)의 야심 찬 계획은 초기만 해도 첨단 아웃소싱의 대표적 사례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각 협력업체에 맡겼던 부품들이 계획했던 만큼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보잉이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프로젝트는 계속 지연됐다. 보잉 웹 피이지에 나열된 787기의 주요 부품 협력업체만도 379개에 이르렀다. 실제 제품인 비행기도 이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기반 무형 상품의 생산 정보를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받아볼 수 있다면 업무가 얼마나 더 미세하게 나뉠 수 있겠는가.
산업화 초기에는 하나의 생산 업무(핀 제조)가 수많은 작업 단계로 나눠졌다면(핀 생산 공장은 18단계로 이뤄진다) 이제는 영업사원이나 비서, 엔지니어 등의 지식 근로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고도로 세분화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 생긴 직업들도 한물간 느낌을 줄 정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해도 그렇다. 소프트웨어 설계와 코딩, 테스팅 등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일을 나눠서 진행하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상황과 맞지 않는 이름이다. 이건 아주 단순한 예에 불과하다. 코네티컷에 본사를 둔 신생 소프트웨어 개발사 톱코더(TopCoder)의 경우 수십 명의 직원들이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톱코더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수주한 IT 프로젝트를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고 이를 전 세계 프리랜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경쟁을 붙인다. 전 세계 개발자들은 최고의 개발자, 즉 ‘톱코더’가 되기 위해 서로 경쟁을 벌인다. 예컨대 새로운 소프트웨어 상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대회를 여는 것이다. 또는 고차원적인 프로젝트의 목표를 제시하고 개발자들에게 자세한 시스템 요구 사항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대회를 열 수도 있다. (톱코더는 개발자들이 의뢰기업에 세부 사항을 물어볼 수 있도록 온라인 포럼을 열고 포럼에서 오간 모든 질문과 답을 모든 개발자들에게 공개한다.) 가장 훌륭한 시스템 요구사항이 선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개발자들은 필요한 소프트웨어 내용과 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시스템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경쟁한다. 각 부분을 개별적으로 개발하는 대회가 열린 이후에는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회가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소프트웨어가 완성되면 프로그래머들은 다시 경쟁을 통해 오류를 찾아 수정하고 시스템의 잡다한 사항을 고친다.
톱코더의 모델은 흥미롭다. 200여 개 국에서 30만 명에 달하는 개발자 네트워크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톱코더는 구체적인 업무별로 다양한 의뢰를 받기 때문에 특정 분야, 예를 들어 이용자 인터페이스 설계에 뛰어난 개발자들이 해당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톱코더에서 일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개발자들은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모듈과 같은 특정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개발자가 설계한 소프트웨어 일부를 통합하는 데 재능을 발견한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이 설계한 코드에서 버그를 발견해 고치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분업화라는 위대한 전통의 시대에 초전문화 현상은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 톱코더는 고객사에 이전 수준의 25%도 안 되는 가격에 이전 방식과 비교해 질적으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높은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개발자들을 잘 관리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살펴보겠지만 업무 품질과 속도, 비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이 같은 모델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이점 훼손 없이 100% 활용될 수 있을까? 초전문화가 가져올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잠재적인 위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빠르고, 싸고, 통제 가능하다
비슷한 기술로 촉진되기는 하지만 ‘초전문화’는 아웃소싱이나 해외로의 시설 이전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과거에는 한사람이 소화했던 일을 각 부분에 전문성을 지닌 여러 사람이 나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웃소싱이나 해외 이전이든 아니든 분업은 품질과 속도, 비용 개선으로 이어진다.
초전문화로 얼마나 품질이 개선될지 가늠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과 상관없고 그래서 잘하지 못하는 일에 개인적으로 얼마나 시간을 쏟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과거 수공업 노동자처럼 오늘날의 지식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특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면 더 싸게, 더 빨리 해낼 수 있는 잡다한 일에 시간을 뺏기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매니저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제작에 필요한 작업 능력이나 디자인 감각이 별로 없는데도 슬라이드를 만드는 데 무수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저렴한 가격에 슬라이드 작업을 위임할 수 있는 이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톱코더와 같은 업체를 이용하면 파워포인트 사용에 능숙한 전문가에게 즉각 일을 맡길 수 있다. 지역적 범위를 더 넓혀보면 아주 뛰어난 슬라이드 제작자는 물론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오타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고 프레젠테이션 유형별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사무용품 영업 프레젠테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고 제약업체 내부 프로젝트 평가 회의에 뛰어난 전문가가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까지 더하면 프레젠테이션의 수준은 의심할 여지없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각 부분에 뛰어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작업의 질이 개선된다. 톱코더 프로젝트처럼 해당 부분에 뛰어난 사람들이 서로 경쟁할 때 개선의 폭이 더욱 커진다. 이것이 바로 온라인 ‘개방형 혁신 시장’을 표방하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가 지닌 동력이다. 이노센티브는 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는 기업을 독창적 솔루션을 지닌 사람들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조: 저자 중 한 명인 토마스 W. 말론은 이노센티브 자문 이사로 재직 중이다.) 수천 명의 과학자, 공학자, 학생 등이 이노센티브 웹사이트에서 흥미로운 도전 과제를 찾는다. 가장 뛰어난 해결법을 내놓는 사람은 기업이 내건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어떤 과제의 경우 상금이 10만 달러를 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노센티브는 뛰어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물망을 넓게 던지면 기업 내부 전문가의 한계를 시험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찾을 수 있다. 경영 전문 기고가 줄리안 버킨쇼(Julian Birkinshaw)와 스튜어트 크레이너(Stuart Crainer)는 다국적 제약업체 로슈(Roche)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로슈는 자동 화학 분석장치를 통해 임상 표본의 양과 품질을 측정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원했다. 그래서 2008년 이노센티브를 통해 해결법을 찾기 위한 콘테스트를 열었다. 2개월 후 전 세계에서 113개의 해결책이 접수됐다. 로슈 진단 사업부 매니저 토드 베딜리온(Tod Bedilion)은 무려 15년간 매달려왔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참가자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로슈의 사례는 초전문화의 또 다른 이점을 보여준다. 속도다. 문제되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 해결 대회를 열었더니 해결책을 찾는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빨라졌다. 일반적으로 초전문화는 관련 업무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에 수행하는 여러 사람에게 분배한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일을 처리하면 그만큼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례로 캐스팅워즈(CastingWords)는 음성 파일을 필사하는 작업을 놀라운 속도로 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끔 음성 파일을 녹음하는 시간보다도 더 짧게 걸리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간단하다. 음성 파일을 잘게 쪼개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기만 하면 된다. 아마존(Amazon)에서 운영하는 사이트(Mechanical Turk)를 통해 모집된 사람들은 동시에 필사 작업에 들어간다. 각각의 작업은 서로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받아 적었는지 비교하고 오류를 잡는다. 그리고 각 부분을 하나로 연결해서 완성품을 만든다. 앞으로 일을 맡길 때 어떤 사람이 믿을 만한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완성도 평가 결과는 외부에 공개된다. 사용자 멀린 만(Merlin Mann)은 캐스팅워즈 홈페이지에 “캐스팅워즈는 마법 같다. 1시간 동안 중얼거린 파일을 MP3로 올렸더니 하루 만에 전부 필사해줬다. 정말 놀랍다.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이라도 부린 것 같다”고 코멘트를 올리기도 했다.
컴퓨터 기반 업무를 다양한 작업자에게 나눠주는 방법은 단순 작업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시간에 쫓기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작업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2007년 유명 컴퓨터 과학자 짐 그레이(Jim Gray)가 소형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실종됐던 사건을 생각해 보라. 그의 실종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3만 평방마일에 달하는 바다 한가운데서 그를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후 며칠 동안 실시간에 가까운 위성사진이 수천 명의 메케니컬 터크 작업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위성사진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활동은 사무실 건물의 야간 감시 카메라 테이프를 관찰하며 의심스러운 행동을 잡아내거나 다국적 기업 본사의 지시 사항을 동시에 여러 언어로 번역하고 잠재적 고객의 복잡한 사업 제안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는 등 무수히 많은 기회를 가능하게 했다.
초전문화를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로슈의 베달리온은 이노센티브에 일을 맡겨본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0명에 달하는 전문가를 한방에 모아놓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이틀에 걸친 세미나를 연다면 이들의 출장 경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므로 비싸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결과물은 수백 장의 포스트잇 종이에 적힌 메모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노센티브에서는 113개의 상세한 제안서를 받았다.”
대부분 기업들이 가장 크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자사 직원들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초전문화는 지식형 근로자들이 끌어안고 있던 업무를 원거리 전문가들에게 맡겨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되도록 한다. 그러면 지식형 근로자들은 그 시간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2B 판매 과정에서는 정확한 계약 정보가 말끔하게 정리돼야 한다. 아주 중요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영업 책임자가 이 일을 맡는다면 고급 인력을 잘못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보다는 세분화된 전문가를 고용하는 편이 낫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영리업체 사마소스(Samasource)가 그 예다. 사마소스는 개도국에 사는 개인에게 데이터 입력 작업을 맡긴다. 그들은 웹 조사나 직접 통화 등을 통해 각 기업의 인터넷 주소와 전화 번호, e메일 주소, DUNS(Data Universal Numbering System·기업 식별코드) 등 정보를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이 해당 업무를 수행할 부서를 만드는 대신 외부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면 더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 전역 법률 회사에서 신입 변호사들이 판례를 조사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지 생각해 보라. 이 일을 법률 분야별로 전문가에게 맡기면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라. 기업은 미국 반독점 판결과 관련된 각종 판례와 규정, 소송 제기 일정이나 텍사스 살인 사건 재판에 대한 증거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들 전문가에게 신입 변호사보다 5배나 많은 시급을 지불하더라도 비용 대비 결과물은 훨씬 나을 것이다.
초전문화 시대의 기업 경영
초전문화는 작업 배분의 거시적 부분에서 미시적 부분까지 조직 운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특정 부서에서 담당하던 일을 분리시킬 수도 있고 업무 절차나 분류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경영진은 정보 입력과 같은 단순 작업을 사마소스와 같은 업체에 맡길 수 있고 세계 최고 전문가 집단의 힘을 빌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탤런트 그룹(Business Talent Group)이나 유어앙코르(YourEncore)는 프리랜서 전문가들로 네트워크를 짜서 단가가 높은 단기 프로젝트나 부가가치가 높은 컨설팅 업무를 의뢰받아 수행한다.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 초전문화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우선순위와 경영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경영진은 지식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만한 작은 단위로 나누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둘째, 전문 근로자를 모집하고 이들의 업무에 대한 조건 및 가치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업무의 질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별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업무 쪼개기.
초전문화를 통해 지식기반 작업을 혁신하려면 우선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업무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업무 지도를 만들면 전문 인력을 이용해 좀 더 빨리, 좀 더 싸게, 좀 더 훌륭하게 달성될 수 있는 업무와 하위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 거대 제약업체 화이자(Pfizer)는 2008년 ‘화이자웍스(pfizerWorks)’라고 불리는 업무 지도 작성 작업에 돌입했다. 그 결과 화이자 내에서 가장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지식 근로자들이 데이터 입력이나 인터넷 검색, 기본적인 프로그램 분석,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제작 등에 업무 시간의 20∼40%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이자는 이런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단 인도 업체에 업무를 위임했고 이후 오하이오에 있는 미국 기업에도 일을 맡겼다.
지식 업무를 나눌 때는 업무 간 의존도를 파악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을 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을지를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한 다국적 기업이 행정부서를 재편하면서 경영진의 출장 준비를 비서 중 일부를 뽑아 만든 그룹에 맡기기로 했다. 이들을 출장 담당 전문가로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 결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출장 업무는 다른 회의 계획이나 가족 생일 및 기념일 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역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비서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근로자 모집 및 업무 배분.
초전문화된 업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 직원을 쓰거나 외부 협력업체와 전속 관계를 맺거나 기업과 전문가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중개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미국의 한 기술 기업은 내부 소프트웨어 개발 절차를 초전문화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을 이용하는 실험을 했다. 화이자웍스는 소수의 전속 아웃소싱 협력업체를 뒀다. 티셔츠 회사 스레드리스(Threadless)는 자체적으로 전문 근로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품 디자인과 평가 업무를 맡긴다.
초전문화 시대의 경영진은 전속 관계를 맺은 중개업체와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 업체는 최근 수년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료 ‘새로운 형태의 중개업체’ 참조)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서비스가 요구가 있을 때 즉시 컴퓨터 용량 및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이런 회사들은 기업 요구에 맞춰 전문화된 근로자를 제공하는 ‘크라우드 컴퓨팅(crowd comput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개업체들은 아주 작은 일에서 꽤 큰일까지 다양한 업무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케니컬 터크나 사마소스 근로자들은 수센트에서 수달러의 급여에 몇 초 혹은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랜스(Elance)나 오데스크(oDesk)와 같은 프로젝트 사이트들은 그래픽 디자인이나 문서 작성, 사업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간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보수는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 수준이다. 이노센티브나 톱코더 같은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과학 연구 등 복잡한 대형 프로젝트를 맡는다. 이에 대한 보수는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초전문화 흐름에 합류한 기업들은 외부 근로자들을 위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은 보수를 활용하지만 다른 유인책을 사용하는 업체도 많다. 예를 들어 톱코더의 경우 참가자별 자세한 업무 성과를 전체 회원에게 공개한다. 자신의 이름을 ‘최고 성과자’ 목록에 올리기 위해 회원들은 최선을 다한다. 업무 선택 권한을 주는 것도 또 다른 동기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톱코더의 설립자 잭 휴즈(Jack Hughes)는 업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톱코더의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초전문화가 확대될수록 뛰어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이 고객의 관심을 끄는 방식과 유사하다. 즉,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결정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참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 집단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기업 운영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