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5월 호에 실린 카란 지로트라와 세르게이 네테신의 글 ‘How to Build Risk into Your Business Model’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08년 초, 파리의 개인사업자 4명이 온라인 가구 판매업체 마이팹(MyFab)을 설립했다. 마이팹이 가구 산업에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다. 이케아(IKEA) 이후 최고의 혁신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다른 가구업체처럼 제품을 대량 생산해서 판매하는 대신 마이팹은 다양한 가구 디자인을 카탈로그로 만들어 고객에게 보여주고 고객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도록 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인기 품목은 공장에서 생산해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고객에게 전달된다. 판매점도 없고 재고나 복잡한 유통 구조, 물류 네트워크도 없다.
투표로 가구 생산 여부를 직접 선택한다는 차별화는 수많은 고객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고객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어 한 건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공급 구조를 단순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만 생산한 덕에 마이팹은 다른 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공급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이팹은 2년 만에 1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마이팹은 미국을 포함한 4개 시장에서 가구 및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이팹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도 않았고 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마이팹이 판매한 제품은 경쟁업체의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거의 동일했다. 델(Dell)이나 자라(Zara), 집카(Zipcar) 등의 기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이팹은 사업 모델 혁신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 다시 말해 기존 기술을 이용한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기존 고객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공한 것이다. 이런 혁신은 새로운 제품이나 신기술을 이용한 혁신보다 창출 가치도 높고 파급 효과도 클 수 있다. 클레이 크리스텐슨(Clay Christensen)이나 김위찬, 르네 마보아(Renée Mauborgne)의 저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혁신이다.
그러나 사업 모델 혁신에는 늘 따라붙는 어려움이 있다. 사업 모델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신제품 및 신기술 도입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도대체 비결이 무엇일까? 기업이 사업 모델을 체계적으로 혁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변화가 가져올 가치를 수량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업 모델 혁신에 관한 각종 문헌은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공급·소비와 관련된 가치사슬상의 위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가치는 이렇게 위험이 도사린 곳에서 창출된다. 가치사슬을 구축하면서 기업은 보통 수입(가격, 시장 규모, 부수입), 비용 구조(직간접 비용, 규모 및 범위의 경제)와 자원 속도(자원 투입, 특히 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소요 시간, 단위 시간당 처리량, 재고 회전, 자원 활용 등의 비율) 등 3가지 요소에 집중한다. 이런 요소들을 개선하는 일이 바로 기업 경영의 핵심 관심사항이다. 그러나 이들 3가지 요소가 수요와 공급 등의 갑작스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사업 모델의 변화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는 위험의 주요 원인을 점검하고 이를 어떻게 통제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기업은 사업 모델을 재편성해 위험을 낮추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위험을 추가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수십 개 기업을 연구하고 컨설팅했던 경험을 활용해 위험에 기반한 사업 모델 혁신 유형을 설명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논해보겠다.
위험 완화
기업이 사업 모델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자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제품 개발 시한 단축이나 위험 이전, 정보의 질 개선 등이 있다.
제품 개발 시한 단축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속한 생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높은 곳으로 생산 단지를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전통적 공급망 관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요의 불확실성을 줄여서 얻는 이익은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높다. 이는 아주 놀라운 혁신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가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인 의류업체들은 비용 관리를 위해 원단을 구입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가능한 효율적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유통하기까지 12∼18개월은 걸렸다. 이 때문에 이들은 소비자 취향이나 수요를 미리 짐작하고 엄청난 투자를 해야 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다 보니 예측을 잘못해 제품이 잘 판매되지 않아 재고품 감가상각으로 수익이 줄거나 제품의 인기가 높아서 수요가 아무리 증가한다 해도 매상은 한계점에 도달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자라는 아주 빠른 공급망을 설계해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이를 통해 2∼4주 만에 새로운 의상 라인을 선보여 시장의 최신 흐름을 발 빠르게 쫓아갈 수 있었다. 물론 대가는 있었다. 자라는 생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용이 높은 곳(남부 유럽)에 생산 시설을 두고, 생산 제품을 자주(일주일에 1번) 매장으로 보내며, 비싼 운송 수단(항공)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자라가 큰 성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은 수요의 불확실성 관리가 비용 관리보다 더 많은 이익을 안겨 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라는 의류 소매 사업이 가지는 위험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진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객들이 변덕스럽고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자라는 생산주기를 단축하면 제품의 상세한 사항이나 품질을 너무 앞서 결정할 필요가 없으며 미리 결정한 계획대로 생산할 때는 시장 상황이 이미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생산주기를 줄이면서 일부 기업은 수요의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일례로 컴퓨터 조립 및 운송을 놀라운 속도로 해치우는 델은 고객이 주문을 하기 전에 미리 컴퓨터를 조립해 놓을 필요가 없다. 델 또한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었다. 자라와 마찬가지로 델은 생산 시설의 대부분을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곳(미국)에 둘 수밖에 없었고 생산비가 저렴한 국가로 시설을 이전시킬 수 없었다. 가방 생산업체 팀벅2(Timbuk2)는 2∼3일 만에 맞춤 디자인된 가방을 고객에게 배송한다. 이를 위해 팀벅2는 생산 시설을 중국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 둬야 했다.
계약 내용 수정
위험, 특히 자산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치사슬 내에 있는 다른 이해관계자, 이를테면 직원이나 협력업체, 고객과의 계약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고객 접점 서비스 제공업체 라이브옵스(LiveOps)의 사례는 고용 계약서 수정이 회사의 경영 위험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고객 서비스 아웃소싱 업체들은 보통 콜 센터에서 근무할 직원들을 관리한다. 그런데 서비스 수요의 변동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요가 적을 때에는 근무자의 다수가 유휴 인력으로 시간을 보내고 고객 전화가 폭주할 때에는 전화를 건 고객이 오랜 대기 시간을 참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애용되는 방법은 인도 같은 저비용 국가로 콜 센터를 이전하는 것이다.
라이브옵스는 이 모델을 뒤집어 버렸다. 대규모 인력을 고용해서 훈련시키는 대신 필요할 때 고용 가능한 프리랜서로 직원풀을 구성했다. 정해진 근무시간에 일을 하기는 힘들지만 낮 동안에는 시간이 남는 전업 주부 혹은 남편이 그 대상이었다. 이를 위해 라이브옵스는 이들이 여유 시간에 자택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IT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들은 가능한 시간에 시스템에 접속하고 고객이 전화하면 그들에게 연결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라이브옵스가 직원이 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불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원들이 일하지 않는 위험을 직원 스스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한다.
DVD 및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1990년대 후반 협력업체에 위험을 이전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비디오 대여 시장의 구조를 뒤바꿀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비디오 1개당 가격을 고정하는 계약(VHS 비디오테이프 1개당 60달러)에서 벗어나 주요 영화 제작사와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 계약에서 영화 제작사들은 비디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도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았다. 비디오 1개당 대여 횟수가 얼마든 이미 1개당 60달러의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요보다 많은 비디오를 구입하는 위험은 모두 블록버스터가 감수했다. 때문에 블록버스터는 테이프를 가능한 적게 구매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새로운 계약 방식을 도입하면서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하나당 5∼10달러를 지불하고 대여 수입의 50%를 제작사와 공유하게 됐다. 그러자 제작사들은 블록버스터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 했고 가격 책정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블록버스터는 더 많은 테이프를 확보했고 인기가 높은 비디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 블록버스터의 시장점유율은 25%에서 38%로 증가했으며 수익은 최대 20%까지 상승했다.
보다 정확하고 질 높은 자료의 수집
생산 과정을 대폭 단축시키거나 가치사슬상의 이해관계자와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투자 결정을 위해 수집하는 자료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
마이팹의 고객 투표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가구를 제작하고 배송하는 과정이 크게 개선되면서 생산시설 이전은 기업의 경쟁력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마이팹이 고객 투표를 통해서 얻은 자료는 고객의 취향 및 수요 수준을 경쟁업체보다 정확히 읽어내도록 도와줬고 재고가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많아질 위험 또한 줄여줬다.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서 충분히 위험을 감소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정보 수집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생산 기간 단축이나 계약 수정은 종종 새로운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라이브옵스의 경우도 잠재적 문제가 있었다.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면 전화 응대 훈련을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라이브옵스는 직원들의 실적을 검토하고 순위가 높은 직원에게 먼저 고객 전화를 돌리는 방식으로 정보 위험을 완화시킨다.
새로운 위험 수용
위험을 없애야만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위험은 제품 및 서비스 전달을 위해 자원과 역량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가신 부산물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종종 지적했듯이 경쟁업체보다 위험을 잘 관리할 때 가치가 창출된다. 특정 위험 관리에 능숙해지면 또 다른 위험을 감당할 여력이 되기 때문이다.
혁신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서 수익을 얻은 기업이 꽤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협력업체 및 고객과의 계약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다. 30여 년 전에 비행기 엔진 개발 사업을 운영하던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유지 및 보수 위험으로 인해 비행기 엔진 관리가 업계의 골칫거리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엔진이 한 번 고장 나면 비행기는 수주 동안 비행을 하지 못했고 항공업체는 자재비와 수리비를 감당해야 했다. 소규모 항공사를 비롯한 업체들은 엔진 고장을 감당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롤스로이스는 1970년대 항공사들에 전혀 다른 서비스 계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바로 ‘비행 시간당 지불’ 방식이다. 항공사들은 수리비나 자재비 말고 엔진 가동 시간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물론, 항공사가 감수하는 위험이 줄어든 만큼 이는 가격에 반영됐다. 그러나 위험 이전은 이보다 더 심오한 파급력이 있었다. 롤스로이스는 제품 및 엔진 정비 과정을 개선할 더 강한 동기가 생겼다. 고장이 적을수록 정비나 수리 시간이 짧아지고 그만큼 롤스로이스가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이를 먼저 제안하거나 롤스로이스에 압박을 가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변화였다. 새로운 계약은 완전히 새로운 가치 창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서비스화(servicization)’로 지칭되는 이 변화는 다른 산업으로도 전파됐다. 일례로, 독일 철도 차량 제조업체 봄바르디에(Bombardier)는 차량 운전거리를 기준으로 정비료를 부과하고, 건설장비업체 캐터필러(Caterpillar)는 장비로 운반한 흙의 양을 기준으로 삼는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많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할 때 위험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렌터카 사업을 예로 들어 보자. 고정 자산인 자동차의 임대 횟수가 낮으면 사업 위험이 발생한다. 그래서 업체들은 일(日) 단위로 자동차를 임대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은 자동차가 단 몇 시간만 필요해도 하루치 가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위험을 고객이 감수하는 것이다.
2000년, 집카는 이 모델을 완전히 뒤바꾸는 시도를 했다. 시간 단위로 자동차를 임대해주면 사람들이 택시나 리무진 서비스 대신 임대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결과 집카는 더 나은 단거리 이동 대안을 제공하며 이에 대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기존 렌터카 업체보다 높은 시간당 요율을 적용할 수 있었다. (집카 임대료는 시간당 8달러다. 반면 하루 임대료를 기준으로 계산한 기존 업체의 시간당 임대료는 1∼2달러다.) 회사의 연간 매출은 2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해서 얻은 수익이 다수 차량을 관리하고 차를 빌려주고 반납하는 장소를 다변화하는 데 따른 비용을 넘어선다는 점을 입증한다.
이점 및 과제
위험을 기반으로 한 혁신은 다른 형태의 혁신과 비교해 중요한 이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비용이 훨씬 낮다는 점이다. 제품 및 기술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논의를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골라야 하며 투표를 하고 시제품을 제작해야 한다. 수많은 시제품을 제작하고 나면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또다시 실험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R&D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위험을 기반으로 한 혁신은 시스템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잠재 혜택 및 비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분명하고 신뢰 가능한 추정치를 얻을 수 있다. 위험의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계약 가치와 위험을 추가하거나 감소시키거나 이전하는 것을 포함하는 실제 옵션들을 측정하는 신뢰도 높은 방법들이 존재한다. 수잰 드 트레빌(Suzanne de Treville)과 레노스 트리게오르기스(Lenos Trigeorgis)는 최근의 기고문(‘인소싱, 비용 감축을 위한 하나의 방안(It May Be Cheaper to Manufacture at Home)’ 2010년 10월 호)에서 생산시설을 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기보다 생산비가 높은 국내에 둠으로써 얻게 되는 재정적 가치를 실물 옵션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
아주 강력한 혁신을 시도하기 위해 광범위한 실험을 실시하거나 시제품을 제작할 필요는 없다. 다른 곳에서 실시된 혁신을 응용하거나 수량화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집카의 경우 롤스로이스의 방식을 그대로 반복했고, 자라의 혁신은 델의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자료 <다음 혁신은?>을 보면 이스라엘의 한 신생 기업이 집카와 롤스로이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전기 차량을 대규모로 도입한 사례를 알 수 있다.(마크 W. 존슨(Mark W. Johnson)과 조시 수스케윅츠(Josh Suskewicz)의 기고문 <‘청정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경제를 시작하라(How to Jump-Start the Clean-Tech Economy)’ 2009년 11월 호>)
이런 혁신으로는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러 사례를 보면 경쟁 우위의 지속적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기업의 사업 모델 혁신을 모방하다 보면 조직 문화에 스며든 업무 절차를 바꾸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문화 DNA를 대폭 변경하는 일은 새로운 기술·디자인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일보다 어렵다. 모방하려는 기업이 경쟁업체일 경우 과정은 더 힘들어진다. 일례로, 대량 생산에 있어서 포드의 효율성을 다른 자동차 업체가 따라잡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다. 도요타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 TPS)의 경우 수많은 책에 소개된 바 있으며 누구나 도요타 공장을 방문할 수 있지만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아직도 이를 도요타만큼 효과적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다른 산업에서는 TPS라 불리는 대량 생산 방식을 가장 먼저 도입한 업체들이 큰 혜택을 누렸다.
이런 사례들의 교훈은? 경쟁업체를 앞서고 싶다면 제품 및 서비스 개선에만 모든 노력을 집중하지 말고 그중 일부를 기업 스스로와 협력업체, 그리고 고객의 위험 관리 방식을 바꾸는 데 사용하라.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카란 지로트라 · 세르게이 네테신
카란 지로트라(Karan Girotra)는 인시아드(Insead) 기술 및 운용 관리학 부교수다.
세르게이 네테신(Serguei Netessine)은 인시아드 글로벌 기술 및 혁신 급비 연구원이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