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못해내면 2%도 못한다

17호 (2008년 9월 Issue 2)

얼마 전 베이징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몇 가지 발견했다. 메달이 소위 ‘헝그리 종목’인 권투·레슬링 등이 아니라 수영·양궁·체조·야구 등에서 나왔고, 시상식에서 몹시도 울어대던 선수들은 여유 있는 미소로 대중에게 화답했다. 과거 먹을거리 해결이 어려운 시절에는 힘든 종목에서 지옥훈련을 견디고 ‘행운의 한 방’으로 팔자를 고치는 선수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의 메달 종목은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와 과학적·체계적 육성이 필요한 분야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저변의 확대와 꾸준함의 미덕 필요
필자는 우리 기업과 정부도 이런 면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독재의 ‘화끈한’ 경험을 추억하는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늘 뭔가 국면을 뒤집고, 경쟁사를 압도하는 신사업이 없나 헤매고 있다. 정부도 ‘신성장 동력’이란 기치를 내걸고 공무원과 기업인들에게 분주히 주문을 해댄다.
 
그 노력은 물론 가상한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결코 빠트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올림픽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비즈니스와 경제 문제에서도 저변 확대와 과학적·체계적인 꾸준함의 미덕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한두 가지 사업이나 정책으로 후련한 국면전환이 이뤄진다면 그 나라는 아직 후진국이다.
 
금메달 하나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시절에는 정부나 마음 좋은 기업이 몇몇 종목에 집중 투자를 하면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체육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이제는 메달 한 개를 늘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미 우리가 해볼 만한 것은 다 해본데다가 우리와 비슷한 다른 나라도 엄청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꼴찌에서 중간으로 가는 건 화끈한 한판 승부와 오기, 신바람으로 가능했지만 상위권 안에서 더 올라가는 것은 이전보다 몇 배나 더 어렵다.
 
1%를 못 해내면 2%도 못 한다
이것은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IT에 별로 관심이 없던 시절에는 남보다 먼저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가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큰 도움을 줬다. 금융업에서 일부 은행이 국내 최초로 현금자동지급기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서비스가 보편화됐다. 새롭게 은행업에 진출하는 입장에서 현금인출기에 투자하는 것은 전략적 투자가 아니라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 은행업을 하기 위해 본점 건물을 짓고 직원들을 고용하는 것과 같이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라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 주변과 경쟁 환경의 인프라는 고도화되어 있다.
 
‘5%는 안 되어도 30%는 가능하다’는 구호가 여러 곳에서 인용되고 있지만 이제는 ‘1%를 못해내면 2%도 못 한다’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기업이든 정부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생각과 노력을 해야 이전에는 가보지 못한 경지로 올라설 것이라 믿고, 기본과 저변을 다지는데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으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을 지냈다. 현재 LG CNS 공공·금융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과 국가기술혁신특별위원회 위원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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