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천재지변같이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재난도 철저한 예방과 준비, 특히 매뉴얼과 전담기관에 근거한 평시의 재난 관리,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를 통한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 확립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세종은 평소 작은 재난의 기미에도 즉각 대응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행정 조치를 취했으며 지역을 잘 아는 최고 전문가를 파견해 재량권을 부여하고 능동적으로 조치하도록 했다. 왕이 철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자 관리들도 재난 피해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집자주 이번 호로 ‘Case Study 朝鮮’ 연재를 마칩니다. 보내주신 관심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정조 임금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이 세상은 변화가 무궁무진하여 옛날과 오늘날의 차이점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 비슷한 데가 있으니, 사람의 타고난 본성과 감정의 작용이 같고, 시대가 융성하고 쇠퇴하는 흐름도 대개 유사하다. 그러므로 잘 관찰해보면 오늘의 일은 옛 사람이 일찍이 겪었던 일이요, 옛 사람이 남긴 말은 지금도 마땅히 되새겨야 할 가르침이 된다.” 조만간 새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진, 가뭄, 수해, 화재, 태풍, 전염병.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는 재난들이다. 재난은 대부분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연의 움직임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인간이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재난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조선은 어땠을까? 과학기술이나 위기대응 시스템이 지금보다 훨씬 뒤떨어진 시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들이 있다. 특히 세종은 어떻게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할 것인지, 재난이 발생한 후엔 어떻게 맞설 것인지에 관해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김준태akademie@skku.edu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