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커뮤니케이션

부하직원이 당신 말을 안 듣는다면…

259호 (2018년 10월 Issue 2)

많은 기업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 리더십 교육을 실시한다. 그런데 리더 교육에 투입한 비용과 기대에 비해 실제 업무 현장에서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경우는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다. 왜 그럴까? 교육을 통해 배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부하직원에게 적용한다면 모든 리더십 문제가 술술 풀릴 것 같은데 말이다. 이에 관해 다음의 두 가지 키워드를 갖고 접근해보고자 한다.

인간은 시각의 동물, 보여줘라!
우리는 어떤 감각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까?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중에서 말이다. 답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시각’이다. 우리가 얼마나 시각에 의존하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좀 더 알아보자. 먼저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뇌 감각피질의 50% 영역 이상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시각 처리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 (그림 1) 1



시각 처리에 이렇게 많은 영역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기능이 발달했고 자주 사용한다는 의미다.

정보 처리에 관해서도 우리 뇌에 들어오는 정보의 대략 90%는 시각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초당 1100만 비트의 정보가 우리 뇌로 들어올 때, 눈으로 들어오는 양은 1000만 비트, 귀로는 10만, 혀로는 1000비트의 정보가 들어오는 셈이다. 2

시각이 학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한 가지 예로 알아보자. 아기들이 걸음마를 어떻게 배울까? 부모의 말을 통해서일까? 아니다. 부모가 걷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걷는 방법을 배운다. 이것을 모방학습(modeling)이라고 한다. 효과적인 학습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각의 동물인 우리는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볼 때 훨씬 더 많은 자극을 받고, 이것이 곧 변화를 일으키는 학습의 결과로 이어진다.

부하직원들과 변화에 관해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리더가 아무리 행동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리더 자신의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다시 말해 구성원들의 귀로 들어오는 정보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다르다면 어떻게 될까? 시각 정보가 청각 정보보다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즉 구성원들의 행동이 변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시각의 동물인 우리는 들은 대로가 아니라 본 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리드(lead)하고 싶다면 변화된 모습을 리더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리더십 이론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존 맥스웰 박사는 이것을 모범의 법칙(law of the picture)으로 제시했다. 구성원들은 리더가 하는 말은 믿지 않을 수 있으나 리더가 보여주는 행동은 믿기 때문에 먼저 모범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3



[그림 2]는 모범의 법칙에 관해 필자가 종종 활용하는 비유다. 어미 게는 옆으로 걸어가면서 자식들에게는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라고 말하면 새끼 게들이 어미의 바람대로 앞으로 걸어갈까? 그럴 리가 없다.

집에서 아빠가 리모컨을 들고 TV 삼매경에 빠져 있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효과가 없는 것이나, 조직에서 리더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부하직원들만 변화하라고 이야기한들 효과가 없는 것 모두 본질적으로 ‘어미 게의 오류’에 빠져 있다.


행동 변화의 완성, 습관화!
따라서 리더십 교육시간에 배운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리더 본인이 스스로에게 먼저 적용하고 습관화해야 한다. 습관이 돼야만 변화된 행동이 의식의 도움없이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에게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습관으로 자리잡지 못한 스킬(skill)은 거의 무의미하다. 이 ‘습관’이 두 번째 키워드다.

구성원들에게 변화된 행동을 보여주고자 할 때 왜 습관의 단계까지 도달해야 하는 것일까? 습관이란 자동화된 행동 4 이기 때문이다. 자동화됐다는 말은 대뇌피질의 의식적 경로를 거치지 않고 피질 아래 대뇌 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기저핵(basal ganglia)에서 무의식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유한(有限)한 인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작동 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초보자의 뇌를 비교한 연구가 있다. 어느 쪽 뉴런(neuron) 활동이 왕성했을까? 자극을 받았을 경우 전기를 발생시켜 다른 세포에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의 특성 때문에 뇌 속의 뉴런 활동이 많아지는 것은 마치 방에 전구가 많이 켜져 밝아지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전문가의 뇌는 별다른 활동이 없어 상대적으로 깜깜한 반면 초보자 뇌의 활동은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밝게 빛났다고 한다. 5



새로운 스킬을 익히는 동안 대뇌피질의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의 뉴런이 모두 활성화되며 인지적 자원을 많이 사용하지만 일단 스킬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기저핵에서 무의식적으로 처리하게 되므로 대뇌피질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다. 에너지 소모량도 훨씬 적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습관은 우리 뇌가 인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주된 방법인 것이다.

리더가 변화된 행동을 구성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 습관화 단계까지 이르러야 한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행동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왜 습관까지 도달해야 할까? 누구나 의식하는 순간에는 변화된 행동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의식적 행동은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지속적으로 의식하기 위해서는 대뇌피질에서 인지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인지적 효율성의 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을 습관화할 수 있을까? 반복(repetition)이다. 보상과 결합시키든, 동기와 결합시키든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습관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반복하는 데 큰 장애 중 하나는 어색함이다. 어색함을 극복해야 반복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 이 어색함을 극복할 수 있을까?



리더십이나 커뮤니케이션 같은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학습 단계가 있다. 6

처음 시작은 스킬을 배울 필요를 의식하지 못하는 단계다. 이때는 당연히 능력도 없다. 이것이 1단계다. 이후 학습을 시작하면 스킬에 대해 의식은 하지만 아직 능력은 없는 2단계를 거쳐 의식적으로 스킬을 발휘하는 3단계에 이르게 된다. 앞서 말한 대로 이 단계에서 우리 뇌가 가장 활성화돼 있고 에너지 소비가 많다. 스킬 발휘가 완전히 자동화돼 뇌의 에너지 소비가 최소화되는 단계가 4단계이며 이때 ‘습관화’됐다고 한다.

학습을 위한 4개 단계는 어느 하나도 생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2단계에서 3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4단계까지 도달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2, 3단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이 단계에서 의식을 작용시키기 때문에, 배우는 스킬도 의식하지만 불편함이나 어색함도 의식하기 때문이다. 어떤 스킬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어색함을 느꼈다면 개인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새로운 스킬을 습관화하는 과정에서 어색함을 느낄 때 대부분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예를 들어 리더십 수업에서 경청의 방법을 배워 이를 현업에서 적용한다고 가정해보자. 한동안은 이 경청 스킬을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용할 때마다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의식적으로 계속 경청하다 보면 평소보다 피곤함을 더 느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포기하곤 한다. 이렇게 중도에 포기한다면 경청 스킬 수준이 그때까지 도달한 2단계나 3단계에 남아 있을까? 그렇지 않다. 배우지 않은 것과 같은 수준에 있다. 습관화되지 않은 지식, 즉 명시적 기억은 대부분 망각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억 중에는 절차기억이라는 것이 있다. (그림 5) 말로 설명은 못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암묵적 기억으로, 자전거나 운동과 같은 스킬이 익숙해지면서 쌓이는 기억이다. 이런 기억은 명시적 기억에 비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망각되지 않고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몇 년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더라도 다시 핸들을 잡으면 쉽게 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습관이란 획득한 지식과 스킬이 절차기억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업에서 배운 지식과 스킬이 우리 뇌의 안쪽 기저핵에서 절차기억으로 남을 때 학습, 즉 변화가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실질적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려면 리더가 변화된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이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행동의 습관화가 필요하다. 어색함의 허들을 넘어서 말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어미 게처럼 말로만 커뮤니케이션할 때 보다 훨씬 큰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행동이란 상대방에게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눈에 보이는 실체니까 말이다.

필자소개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뇌과학을 활용한 강의법’과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