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솔직한 피드백 공유가 어려운 이유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잘난 척을 하고, 타인을 낮춰 자신의 우월감을 증명하고자 하는 리더의 자아도취적 성향 탓.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를 조직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해 건설적인 비판을 내놓는 직원들을 보상하기는커녕 처벌. 권력층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자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하며 솔직한 피드백 공유가 어려워짐.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질문법
이미 일어난 사건의 결과에 대한 반응을 구하는 ‘피드백(feed back)’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입장에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구하는 데 초점을 두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에 집중. 즉, 부하직원들에게 “내가 평소에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고 생각해요?”라고 묻기보다 “내가 앞으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하게 듣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
할리우드 영화배우 샌드라 불럭(Sandra Bullock)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2009)’는 미식 축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1985년 11월18일 워싱턴 레드스킨스 쿼터백이었던 조 타이스먼(Joe Theismann)이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순간 왼편 후방에 있던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의 로렌스 테일러(Lawrence Taylor)가 그를 덮친다. 테일러의 무릎이 타이스먼의 오른쪽 정강이(lower right leg)를 그대로 누르게 되고, 그 위에 또 다른 선수들이 올라탔다. 결국 타이스먼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앞날이 창창했던 미식축구 선수로서 커리어를 그만두고 스포츠 해설가로 전환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식 축구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오른손잡이 쿼터백의 좌측 후방을 보호하는 레프트 태클(left tackle)의 역할이 중요해지며 연봉이 팀 내에서 두 번째가 된 것이다. 리더 역할을 하는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blind side)를 보호해야 하는 중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 비극적 사건은 기업에서 일하는 리더에게 세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성공해 높은 직위에 있는 리더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는 사각지대가 있다. 사장이 임원들과 미팅을 진행하거나 직원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사장의 행동이나 태도를 관찰할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사장 자신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이다. 둘째, 믿을 만한 피드백은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 운전할 때 위험 요소가 혹시 있는지 거울을 통해 확인하듯 리더로서 나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름이 보여주듯 사각지대는 스스로 발견하기 힘들다.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으려 하지 않거나 이에 관심이 없는 리더는 거울 없이 삶을 살아가거나 왜곡된 거울에만 자신을 비춰보는 것과 똑같다. 셋째, 누구에게나 사각지대가 있지만 지위가 올라갈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사각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 사각지대를 방치할 경우 리더는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사업의 이익이나 조직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에서 사각지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것은 결국 리더십의 실패로 이어진다. 훌륭한 리더십은 조직 내 열린 피드백이 오고 가면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힘과 권위를 갖고 있는 윗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솔직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확인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관리한다. 첫째, 결과(예: 실적, 수익 극대화)를 관리한다. 이를 위해 비용을 관리하고 고객만족 증대를 위해 노력한다. CEO를 위해 임원들이 할 일은 각자 맡은 주요 영역에서 CEO에게 직접적으로 피드백과 의견을 제공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줄이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피드백들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놓여 있다. 두 번째는 위험을 관리한다. 리더는 비즈니스 프랙티스와 직원들을 개발하고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리더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낸다. (표 1)
필자들이 이 글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위험 관리 측면이다. 특히 리더의 성향이 조직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이러한 문화가 다시 사업과 리더십에 어떤 위험을 가져다주는지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질문에 답할 것이다. 첫째, 많은 리더들이 ‘열린 문화(open culture)’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솔직한 피드백을 왜 두려워하는지, 이러한 심리가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리더가 부하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이 특정 조직 문화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 경영진에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 불복종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등을 리더가 성찰해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둘째, 조직 내의 유연한 문화와 경직된 문화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유연성의 연속체 모델(Continuum of Flexibility)’로 설명할 것이다. 필자들 중 한 사람인 지아노티 박사가 개발한 이 모델은 사각지대가 어디로부터 나오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며 리더가 부하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에 활기를 유지하고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에 개방적이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리더로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1.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은 왜 어려울까?“상사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움. 경영층에서 직원을 대하는 일부 태도는 보수적이다 못해 하인 취급일 수도 있음. 위에서 찍어 누르는 식의 지시나 성질대로 소리 지르는 임원들의 행태는 사라져야 함.”
위 내용은 국내 10대 대기업 전·현직 직원들만이 자신이 일했거나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무기명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한 기업 평가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2014년 9월19일)이다. 조직 문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은 그 조직의 회의실이다. 종종 TV에 비치는 청와대의 회의 모습이나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원 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제일 높은 사람이 말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적느라 바쁘다. 심지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CEO의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소통이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닫힌 문화에서는 임직원들이 조직의 위험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를 위에 전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에서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 이르기까지 우리 기업들은 해마다 위기 상황에 처해 큰 대가를 치르곤 한다.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의 예방에서부터 위기 발생 후 관리까지 기업들은 실책을 반복한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고 나서 피해자인 직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대응으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사례나 2016년 갤럭시노트7 리콜 후 다시 내놓은 제품에서 여전히 문제가 발생해 결국 단종 사태에 이른 사건에서, 과연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을까? 이는 단지 특정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조직에서 벌어지는 현상인데 한국의 경우 유교문화와 군대문화의 폐해가 더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보면 CEO나 임원들은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이지만 모든 위험신호를 볼 수는 없다. 당연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된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 CEO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이를 잘못됐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왜 리더가 솔직한 피드백을 꺼리는지 먼저 심리학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