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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에서의 리더십

남극 조난서 생환한 섀클턴의 헌신을 아는가? ‘죽느냐 사느냐, 리더십이 문제로다’

김성국 | 220호 (2017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영국의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은 1915년, 27명의 대원과 함께 남극탐험을 떠났다가 조난을 당했다. 놀랍게도 무려 634일 만에 대원 전원과 함께 생환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북극탐험에 나섰던 캐나다의 빌얄마르 스테파운손 대장이 이끄는 탐험대는 모두 북극의 얼음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극한 환경 속에서 대원들의 생사를 갈랐던 핵심 요인은 바로 대장의 리더십이었다. 기업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존립이 백척간두에 서 있을 때, 즉 개인과 조직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 때 리더의 리더십은 빛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처한 극한 환경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괴적 혁신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파괴적 혁신이란 파고를 넘을 리더십의 핵심은 ‘포용적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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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에서의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이 주제를 떠올릴 때 유명 산악인 피터 힐러리(Peter Hillary)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한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아들이다. 피터 역시 아버지처럼 역량 있는 산악인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오른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데 성공하면서 부자가 대를 이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명성을 얻는 그는 1994년, 동료 대원 7명과 함께 에베레스트 옆에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 K-2 등정에 도전하게 된다.

정상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갑자기 악천후가 몰아닥치자 이들은 등정을 계속할지, 아니면 포기하고 하산해야 할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했다. 등반대장이자 리더인 피터 힐러리는 대원들에게 이 같은 악천후에 등반을 강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므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하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등정을 강행할 것을 주장했다. 눈보라 속에서 수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피터는 대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독특한 결정을 내린다. 일곱 명의 대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이들은 계속 등반케 하고 자기 혼자 하산 길에 오른 것이다. 산에 남은 나머지 대원들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그 이후 일곱 명의 산사나이들은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대원들은 모두 죽고 대장만 혼자 살아왔다는 세인들의 비난으로 피터는 그 후 악몽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으로 엄청난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등반대의 리더로서 옳은 길을 알고서도 대원들을 끝까지 설득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평생 괴로워하며 살았다. 설득에 실패했다고 리더가 대원들을 쉽게 포기하고 하산한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수십 번이라도 그들을 설득해서 함께 내려왔어야 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힐러리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극한 환경에서의 리더는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조직을 구할 수 있을까. 특히 앞으로 경영자들이 접할 최고의 극한 환경으로 꼽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앞에서 좋은 리더십이 과연 무엇일지 고찰해보자.



극한 환경의 리더십이란

힐러리와 유사한 사례가 또 있다. 영국의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 대장이 남극탐험에서 겪은 실제 이야기다. 섀클턴은 1914년 12월, 27명의 대원과 함께 ‘인듀어런스(Endurance·인내)’호를 타고 런던을 떠나 남극 전진기지 사우스조지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출항해 남극권에 도달했으나 1915년 1월, 목적지를 불과 150㎞ 앞두고 배가 빙벽에 갇히는 바람에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대원들은 극한 환경에서 얼음을 깨고 항로를 확보하기 위한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인듀어런스호는 차가운 남극해에 침몰하고 말았다. 이후 그들은 시속 300㎞의 바람과 영하 70도의 추위 속에서 무려 1년 반 동안 처절한 생존투쟁을 벌였다. 대원들은 얼음에 둘러싸인 채 추위에 떨었다. 또 식량과 보급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 와중에 리더인 섀클턴은 희생적인 리더십을 펼쳤다. 그 덕분에 팀워크를 지킬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희생정신과 격려 덕분에 이토록 삭막한 극한 환경 속에서 1916년 8월, 무려 634일 만에 선원 전원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섀클턴의 리더십이 빚어낸 이 위대한 이야기는 당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죽을 고비 속에서 섀클턴 대장이 내린 현명한 의사결정, 자기희생 정신, 그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른 부하들의 충성심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공교롭게도 섀클턴이 남극탐험을 떠나기 1년 전인 1913년, 캐나다의 빌얄마르 스테파운손(Vilhjalmur Stefansson)이 이끄는 탐험대가 ‘칼럭(Karluk)’호를 타고 북극탐험에 나섰다. 그러나 얼마 못가 단단한 빙벽에 둘러싸이게 됐다.

빙하 사이에 고립된 승무원들은 수개월 만에 완전히 이기적인 사람들로 변했다. 거짓말하고, 속이고, 도둑질하는 일들이 일상적 행위가 됐다. 팀의 붕괴는 결국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다. 11명의 대원들은 북극의 얼음 속에서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발생한 칼럭 호의 조난 사건과 인듀어런스호 사건은 사고 양상은 유사했지만 그 결과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그 차이를 만든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선장의 리더십이 달랐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피터 힐러리와 북극탐험선 칼럭호의 사례에서는 극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리더들의 사례를 설명한 것이고 후자인 섀클턴 대장 사례는 극한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리더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이다.



극한 환경이나 위기상황이 아닌 평상시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어진 여건이 그리 열악하거나 적대적이지 않고, 추종자(부하직원)들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기상황이다. 기업의 존립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을 때, 즉 개인과 조직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리더의 리더십은 빛날 수가 있다. 흔히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데 난세의 영웅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잘 훈련되고 준비돼 있어야만 한다. 잘 준비된 리더만이 위기의 순간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위기상황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경영자는 ‘리더십의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의 리더십을 개발하는 얄궂은 운명을 지녔다. 리더는 종종 실패를 맛보고 나서야 ‘큰 결단’을 할 수 있는 배포와 능력이 배양되는 것이다.

탐험가인 섀클턴과 에드먼드 힐러리, 최고경영자인 리 아이아코카, 스티브 잡스 등은 조직의 위기상황에서 뭔가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을 일구어낸 대표적인 리더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기에 봉착해 국면을 전환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로버트 하우스 교수가 제시한 리더의 덕목은 비전, 신뢰, 의사소통, 확고한 가치관, 결단성과 용기다. 그리고 극한 환경에서 성공한 리더들은 큰 예외 없이 이 덕목들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줬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결단을 해야 할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서 도피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조직과 구성원에게 살길을 제시하고 몸소 이끌어 나갔다. ‘리더십의 순간(leadership moment)’에서 이들은 놀라운 결단을 보여준 위대한 리더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를 맞이한 순간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오늘날 기업이 처한 극한 환경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람들이 처한 극한 환경이란 무엇이며 그 극한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는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극한 환경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아닐까 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등 오늘날의 혁신기업은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과 기계적 학습을 통해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과학기술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어느새 다가온 파괴적 혁신의 명제는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혁명은 모든 국가와 경제, 부문, 개인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극한 환경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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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람들에게 미치는 두드러진 영향은 디지털화가 인간의 노동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기계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소비자가 인공지능 컴퓨터와 직접 협업을 해 개인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받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인 혁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체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군은 사회적, 창의적 능력을 요하는 직군이 될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하는 직군들이 이에 해당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의미하는 ‘고직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고직능’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y)’과 통하는 표현이며 이러한 고직능 또는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탤런트(talent)’라고 정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아남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조직은 이러한 ‘탤런트’를 확보한 조직이 될 것이다. 기술혁신의 빠른 진보에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적응해나가며 새로운 능력을 배우고 새로운 환경하에서 적용할 수 있는 리더의 역량(competency)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비교적 조기에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에 적응한 독일에서는 제조업과 ICT를 결합해 플랫폼과 네트워크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젝트인 ‘인더스트리(Industrie) 4.0’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또 이 체제에 적합한 인재 확보와 육성을 위해 독일연방 노동사회부가 <노동(Arbeit) 4.0> 백서를 발간하는 등 국가와 기업이 협업해 이 체제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노동 4.0’ 시대에 적합한 노동시장과 일자리를 위한 새 틀을 짜고 있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에 대응하는 ‘노동 4.0’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제1차 산업혁명기에는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과정이 진행됐다. 공장제 공업을 통한 대량 생산이 도입된 제2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테일러리즘(Taylorism), 즉 과학적 관리법과 분업을 통한 능률향상이 인간의 노동에 영향을 미쳤다.



제3차 산업혁명에서는 로봇과 컴퓨터와 같은 IT를 도입해 자동화로 인간노동의 전문화를 촉진시켰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사람, 사물, 인공지능 로봇이 한 시스템 내에서 운영되는 시대인데 이 시대에 인간의 노동은 어떤 방식이 돼야 할지에 대해 아직 확실한 답은 없다. 학자들은 ‘노동 4.0’ 시대에 직무와 근로조건, 경영관리를 인간적으로 설계하는, ‘노동의 인간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과연 제4차 산업혁명의 전쟁터에서 그러한 휴머니즘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은 다음 세 가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중국 등 저가 제조업과의 경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 ‘인구고령화·고임금·노동의 고도화에서도 어떻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독일은 이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에서 찾았는데 이것은 생산 공정을 통한 혁신이었다.

독일은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하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고 세계화(globalization)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다. 그러면서도 독일은 오늘날 선진국 중 두드러진 경제호황을 보이고 있고 고용률도 가장 높다. 독일이 ‘노동 4.0’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세운 목표는 제조업 일자리가 보전되고 청년 일자리를 많이 제공해 청년 실업률을 4%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논의 과정에서 기술 진보, 생산 공정, 효율성 등을 주요 추진목표로 다루고 있지만 정작 ‘좋은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적은 편이다. 일자리야말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중요한 가치다.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 목표는 근로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노동의 유연화를 추진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과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노동의 유연화를 통해 정규직 중심의 ‘Always & Everywhere’ 노동, 즉 할 일이 없어도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nytime & Anyplace’, 즉 일이 생겼을 때 비록 근무시간이 아니라도 어디든지 달려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노동의 과정과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노동 강도의 고도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막기 위한 대책을 법률로 제도화해야 한다. 서비스업의 노동 역시 ‘온디맨드(on demand)’ 환경으로 변화할 때 근로자에 대한 보호와 소비자 보호정책의 조화가 모색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노동 4.0’의 핵심은 ‘노동의 인간화(humanization of work)’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마치 헤라클레스가 어려운 일들만 잔뜩 맡아 해결을 고민하는 상황과 같다. 스위스 장크트갈렌(St. Gallen)대 연구진이 ‘4차 산업혁명이 바꾸어 놓을 노동의 미래 모습’이라는 주제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해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25가지 명제가 제시돼 있다. 여기에 제시된 25가지 명제는 모두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기업 경영자가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조직의 해체

1. 경직된 조직에서 유연한 조직으로

2. 위계(hierarchy)보다는 동료 간(peer-to-peer) 소통을 중시하는 수평조직으로

3. 정규직 채용보다는 유연한 고용(hiring on demand)으로

4. 소프트웨어(SW)의 개인화보다는 표준화

5. 폐쇄적 혁신 보다는 개방적 혁신

6. 전문적 생산자보다 자발적 프로슈머(prosumer)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하에서의 노동

7. 업무의 직접 수행보다는 업무 과정의 감독

8. 인간과 동료 또는 파트너가 된 기계

9. 근무시간과 형태에서 자유로운 ‘가상공간 근로자(Virtual Laborers)’의 증가

10. 데이터 분석가의 약진

11. 경계를 초월하는 노동 (work without barriers)

12. 직업과 프라이버시의 경계가 모호해짐 (blur 현상)

13. 비선형적인 사고(non-linear thinking)의 중요성 증가

14. 인간적인 서비스 (person-related service)의 증가

15. 자율적 경영(self management) 능력이 근로자의 핵심 자격

16. 창의와 제조업무의 의미 있는 결합 장려

17. 덕후(nerds or mania)들이 대접받는 시대

18. 디지털 포용력(digital inclusion)의 강조

경영과 리더십에의 도전요인

19. 무소부재(omni-present) 오피스: “카페와 흡사한 사무실(Latte Macchiato Office)”

20. 업무의 게임화(gamification)

21. 잦은 이직과 유리한 근무조건만 추구하는 현상에의 도전

22. 원격근무(teleworking)의 일상화

23. 탐색과 활용(explore & exploit): 양손잡이 리더십

24. 직관과 문화보다는 데이터에 입각한 인재 선발

25. 좋은 데이터와 나쁜 데이터 문제




‘섀클턴 리더십’의 힘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하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도전요소를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노동의 가치를 높인 뒤 양질의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오늘날 리더의 어깨에 달렸다. 앞서 열거한 ‘25 명제’의 성격을 분석해보면 극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앞서 제시한 ‘섀클턴 리더십‘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극에서 배가 부빙에 부딪쳐 침몰한 후 영하30∼40도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대원들과 함께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보여준 섀클턴의 리더십은 매우 놀랍다. 이를 극한 환경에서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상정하고,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노동 4.0’에 관심을 갖는 경영 리더들에게 그 시사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당시 탐험대장들이 대부분 영국 해군 사관학교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섀클턴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사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바로 범선을 타는 선원이 된 것이다. 그가 처음 탄 범선 ‘휴튼타워’에서 그는 200여 명의 선원들 중 막내였다. 이렇게 밑바닥부터 시작하면서 그는 항해와 선원 생활을 배웠다. 이것은 그가 장교 훈련을 받은 다른 선장들과 달리 ‘기본적 선원정신’을 익히고 범선과 근대적 프로펠러 추진 함정을 모두 아우르는 경륜을 쌓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고등 교육을 통해 얻는 장교로서의 자부심과 엄격한 계급의식을 강조하는 왕실 해군의 절도, 매뉴얼은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간부, 엔지니어, 수습 선원 등 모든 부류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들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의 이러한 독특한 경력은 후일 그가 인듀어런스호의 탐험대장이 돼 남극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선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감정을 헤아리고 마음을 얻어 리더로서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요즘 말로 설명하자면 섀클턴은 아날로그식 사고방식과 행동에 익숙하면서도 디지털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리더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은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란 혹독한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날로그식 맨투맨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조직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오늘날 경영계가 맞게 된 극한 환경에선 아날로그-디지털 환경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리더만이 도전 과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혹독한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날로그식 맨투맨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조직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둘째, 섀클턴이 젊은 시절 밑바닥 선원으로부터 경력을 시작했을 때 그는 범선과 철선을 오가면서 항해의 기본은 물론 바람과 해류의 변화, 바다에서의 험한 생활, 위기 때의 대처능력을 지식과 체험으로 배웠다. 비록 체계적인 교육은 아니었지만 선장으로서의 지식과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셋째, 섀클턴은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영국의 해군 사관학교는 엄격한 왕실 해군의 전통과 사명을 강조한 나머지 일반 병사들과 장교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군 조직에서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장교는 사병들과는 차별된 언행을 해야 했고 결코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섀클턴은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기에 간부와 선원을 차별하지 않는, 당시 대장으로서는 차별화된 원칙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남극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부족한 물자를 대원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계급에 따른 차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이런 원칙 덕에 다양한 신분을 가진 선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었다.

넷째, 섀클턴은 구성원 각자의 성격과 특기를 이해하고 그러한 특성을 탐험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사항과 연결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모든 대원들은 최선을 다해 팀에 기여했고, 그 결과 섀클턴은 그렇지 않았더라면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문제들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능력은 4차 산업혁명의 극한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네트워킹 능력과 일맥상통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고 조직 안팎의 사람들과 전공과 소속의 벽을 뛰어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활발히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섀클턴은 구성원들과 잘 소통했을 뿐 아니라 네트워킹을 통해 그들의 재능을 파악했다. 또 그들의 강점과 약점에 맞는 일을 부여함으로써 조직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리더였다.

다섯째, 섀클턴은 솔선수범하는 리더였다. 인듀어런스호가 침몰한 직후 추위를 지켜줄 순록 가죽 슬리핑백이 모든 대원들에게 다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 업체가 특별 제작한 순록 가죽 슬리핑백은 혹한으로부터 대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필수 장비였지만 재고가 18개밖에 없다는 게 문제였다. 따라서 나머지 10명의 대원들은 이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모직 슬리핑백으로 버텨야 했다. 이 문제를 공평하게 처리하기 위해 섀클턴은 직급순이 아닌 추첨으로 순록 가죽 제품을 사용할 사람을 뽑도록 했다. 그리고 본인은 이 추첨에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 질이 낮은 모직 슬리핑백을 선택했다. 탐험 경험이 다른 대원들보다 많은 자신은 모직 슬리핑백만으로도 혹독한 기후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해 양보한 것이었다.



식량 배급이나 식사 당번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그는 솔선수범했다. 모두가 모여 공동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식량이 각자에게 똑같이 돌아갈 수 있도록 아주 정밀히 나눠 배급했다. 또 대원들 중 한 명에게 무작위로 다른 대원의 이름을 부르게 한 뒤 호명된 대원부터 식사를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가장 마지막에 남은 식량을 먹었다.

그는 또 대원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식사 당번과 각종 사역에도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런 노력 끝에 모든 대원들은 극한 환경에서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됐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러한 공평한 처우가 대원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힘이 된 것이다.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고 남극대륙을 횡단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Sir Edmund Hillary)은 후일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재난이 일어나고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무릎 꿇고 섀클턴의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하라.’ 섀클턴 대장의 이야기는 이처럼 후세의 탐험 대원들에 두고두고 귀감이 되는 리더십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초연결 사회’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연한 노동이 대세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연한 노동을 수행하는 인력들 중 대표적인 근로자는 원격근무자들이다. 이른바 크라우드 근로자(crowd worker)와 클라우드 근로자(cloud worker)다. 전자는 각자가 가능한 시간에 조금씩 짬을 내서 부분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근로자들을 말하며 후자는 시간, 장소,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을 시킬 수 있는 근로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한 근로자들과 인공지능, 로봇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통합시키고 활용하는 능력을 일컬어 ‘디지털 포용력(digital inclusion)’이라고 말하는데 앞서 소개한 스위스 상트 갈렌대 연구팀들은 4차 혁명시대에 가장 많이 요구되는 리더의 능력으로 이를 꼽고 있다. 국경과 사회적 조건, 전공 영역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스마트 근로자’들을 품고 리드하는 ‘포용적 리더십’이야말로 이미 경영계가 극한환경이라 부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리더십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포용력이란 무엇일까. 바로 이는 리더의 네트워킹 능력, 소통능력, 조정능력이다. 인종과 피부색, 성이 다른 다양한 근로자들을 디지털 환경에서 한 방향으로 잘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리더십 능력이 바로 디지털 포용력이다. 이런 리더만이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이라는 현대적 개념의 극한 환경에서 ‘대원’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skima@ewha.ac.kr

필자는 서울대 인문대와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대에서 인사관리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한국인사조직학회 및 대한리더십학회장을 지냈다. 등 여러 학술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노동 4.0’의 핵심은 ‘노동의 인간화’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는 기업 경영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본문에 소개된 조직의 해체,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하에서의 노동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

2. 어니스트 섀클턴 탐험대장의 예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혹독한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날로그식 맨투맨 소통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노동의 정의 자체가 달라지는 혁명적 변화의 시기에도 이러한 아날로그식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 김성국 김성국 | -(현)이화여대 경영대학장
    -대통령 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한국인사조직학회 및 대한리더십학회장
    skima@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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