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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창조적 사고

이홍 | 14호 (2008년 8월 Issue 1)
우리 사회는 이제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해서 먹고 사는 시대에서 우리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창조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창조에 대한 준비가 별로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산업화 이후 오랫동안 남의 것을 사용하는 데에 익숙해져 무엇이 창조이고 어떻게 창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엷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역사상 최고의 창조적 시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조선조 4대 임금인 세종의 시대다. 세종이 창조력을 발휘하는 과정은 독특하다. 장영실 같은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주위 사람들을 활용해 창조적인 생각을 얻어내는 역량은 더욱 뛰어났다.
 
세종은 집현(集賢)과 합금(合金)이 창조적 사고의 근본이라고 믿었다. 집현은 현명한 지식과 생각들을 모은다는 뜻이다. 세종은 개인이 아닌 다수의 생각을 얻어내는 것이 창조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종이 만든 기관이 집현전이다. 단순히 좋은 사람을 모은다고 창조적 사고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세종의 위력은 합금에서 나타난다. 합금은 여러 금속이 합쳐져 새로운 금속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세종은 다양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합치는 것에 대해 고민했으며, 이를 통해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였다.
 
그렇다면 세종은 어떻게 합금을 했을까. 견(狷)·광(狂)·지(止) 세 가지 원리를 활용했다. 狷과 狂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광자진취(狂者進取) 견자유소불위야(狷者有所不爲也)”라고 하였다. 광자(狂者)는 진취적이고 견자(狷者)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추하면 견은 ‘하지 말자’ ‘그만두자’라는 신중함을 나타내는 말이고, 광은 ‘해 보자’ ‘위험은 있어도 나아가 보자’라는 진취적인 뜻이 담겨 있는 말로 해석된다.
 
세종은 창조적 행위를 위해 철저히 견자와 광자를 활용했다. 찬성과 반대를 격렬하게 부딪치게 만들고 조합하는 것이 세종의 창조적 사고력의 근간이었다. 그리고 그 통로가 된 것이 경연이었다. 경연은 본시 신하가 임금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을 말한다. 세종은 이것을 임금과 신하, 신하와 신하가 소통하고 논쟁하는 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견과 광은 평행선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종은 잠깐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이 지이다. 격렬한 찬반 논란이 일어나면 세종은 논의하기를 잠깐 멈췄다. 그리고 창조적 결정을 위한 생각 정리에 들어갔다. 이때 세종을 도운 사람이 있었다. 그가 황희다. 황희는 찬반을 모두 듣고 이들을 통합하는 정리를 기가 막히게 잘했다. 황희는 잠깐 그쳐 생각을 조합해 내는 합금력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창조는 우리와 아무 관련 없는 별천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의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창조적 행위이다. 요즘에는 창조적으로 디자인한 휴대전화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이것을 한 사람의 천재가 고민해서 만들었을까?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낸 작품이다. 이제는 개인의 탁월한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 집단이 모여 그들의 지혜와 지식을 합쳐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이때의 기본 원리가 집현이고 합금이다. 합금은 견·광·지를 통해 얻어진다. 창조에 목말라 하는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세종의 ‘베스트 프랙티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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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

    - (현) 광운대 경영대학장
    - 한국인사조직학회 편집위원장
    - 한국지식경영학회장
    - 정부혁신관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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