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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고노스케 열정의 경영을 말하다

강경태 | 7호 (2008년 4월 Issue 2)
불교에 ‘심우도(尋牛圖)’라는 그림이 있다. 사찰의 법당이나 칠성당 등에서 벽화로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잃어버린 소를 찾는 과정을 통해 수행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그림이다.
 
필자는 심우도의 그림 가운데 두 편에서 경영의 진리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다. 우선 심우도 중 여덟 번째 그림인 ‘인우구망’(人牛具忘)에선 경영을 통해 자신의 본질과 자아를 깨닫는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소를 찾아 집에 돌아온 동자가 마지막 종착지(고향)에 도달한 뒤 소를 잊고 자기 자신도 잊어버린 상태를 묘사한다. ‘객관’이었던 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주관’인 나도 사라진다는 ‘무아(無我)’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열 번째 그림인 ‘입전수수’(入廛垂手)는 중생에게 베풀어 줄 복과 덕을 큰 포대를 담아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두 그림을 결합하면 경영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더 나아가 세상에 이로움을 전파하는 것이 경영자의 참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경영의 도인’이라고 칭할 만한 경영자가 있다. 바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그룹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이다. 그는 경영이라는 행위를 사회적 가치로서 신봉했고, 대내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영의 가치를 인정하도록 노력했다. 그의 자서전인 ‘영원한 청춘’(거름)과 잠언록인 ‘인생과 경영 이 멋진 것’(청어람미디어)이란 두 권의 책을 통해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자서전 ‘영원한 청춘’에 따르면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이익이 중요하지만 경영의 최종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익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사명이 있다고 봤다. 그 사명을 깨달은 날을 창업기념일로 정했을 정도다. 그는 이익이란 사회적 사명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를 재는 척도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그는 오늘날 기업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전한다. 바로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짐과 동시에 마음을 열고 선진국에서 지식과 지혜를 배우라는 것이다. 패전 후 일본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을 잃었지만 그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고 승전국인 미국으로 건너가 마음을 열고 미국을 배웠다.
 
불황기에 대처하는 자세도 교훈을 준다. 1929년 일본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창고에 재고가 넘치는 상황이 닥쳤다. 병으로 몸져 누워있는 상황에서 그는 지인에게서 직원을 반으로 줄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는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오늘부터 생산을 반으로 줄인다. 따라서 반일 근무를 한다. 그리고 월급은 전액 지급한다. 대신 종업원 모두 휴일을 반납하고 재고품 판매를 위해 노력한다.” 그는 반일분의 임금손실은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원들은 전원 찬성했고,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한 결과 두 달 만에 재고를 완전히 소진했다.
 
어느 날 그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기업의 사명’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런대로 성공했지만 허전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기업의 사명이란 ‘세상의 가난을 몰아내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 물자를 풍족하게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란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창업 후 14년이 지난 뒤 이런 사명을 깨달은 날을 새롭게 창업기념일로 정했다.
 
그는 지인과의 대화에서 경영의 기본에 대해 언급했다. 기업을 하는 지인이 “아무리 사업을 해도 잘 되지 않는다”며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장사란 손해도 보고 이익도 보면서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잘못이다. 장사는 진검승부와 마찬가지다. 칼에 베이면서 성공할 수는 없다.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법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면 그건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경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불경기일수록 더욱 돈을 번다.”
 
인생과 경영 이 멋진 것’은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생각하는 ‘인생, 사업, 기업, 인재’에 대한 단상을 그리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첫째는 자신을 지금 이 세상에 살게 해 준 하늘에 대한 감사고, 둘째는 오늘 하루를 순수하게 보내겠다는 맹세다. 그가 말하는 순수한 마음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따라서 그는 강하고 지혜로운 인간이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학식, 돈, 건강 등 모든 면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그는 열성을 중요시 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모든 일에 열성을 보이는 태도가 그에게 성공을 안겨줬다. 그는 주위 사람에게도 열성을 강조한다. “능력은 어느 정도 부족해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얼마나 열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충분히 보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성은 그 사람이 마음먹고 덤벼들지 않는다면 결코 생기지 않는다.”
 
고객에 대해서도 절을 하는 마음으로 소중히 대하라고 말한다. “회사나 가게를 찾아오는 고객은 모두 신과 같은 존재다. 따라서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하는 마음으로 고객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런 대접을 받고 싫어하는 고객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업도 번창한다.”
 
사람 위에 서는 사람은 자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점점 구름 위로 추켜올려지기 쉽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스스로 내려오려고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에 ‘경영의 신’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의 투철한 일관성과 고유의 경영철학은 이웃나라 한국에도 아직 유효하다.
 
경영의 근본에 대해 돌아볼 기회 없이 바쁘게 내달려온 경영자라면 그의 철학을 음미해볼 만 하다. 그가 쓴 ‘청춘’이란 좌우명을 곱씹어보자.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이다. 신념과 희망이 넘치고 용기에 차 매일 새로운 활동을 하는 한 청춘은 그대 곁에 있다.”
 
필자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한국CEO연구소 및 북타임즈 대표를 맡고 있으며 국내 포털 사이트와 매거진에서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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