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팀장은 리더이자 팔로어입니다. 고위경영진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높여야 합니다. 팀장의 리더십 역량은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리더십 연구는 주로 고위경영진에 국한돼 있었습니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팀장 리더십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1.“팀장님, 갑작스런 개편에 모두 얼떨떨합니다.”
금요일 오후 4시 김 팀장은 팀 회의를 소집했다. 갑작스런 회의 소집에 팀원들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팀원들은 다른 회사에서 A전자로 부임한 김 팀장의 방식에 아직 익숙지 않았다. 이 차장, 석 과장, 최 과장 등 3명의 파트장도 무슨 일인가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팀 회의를 소집해서 다소 놀랐죠. 지난주 실시한 팀원들과의 인터뷰와 경영지원센터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조직구조를 새롭게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개편의 배경은 첫째, 현재의 3개의 파트, 즉 교육기획파트, 경영교육파트, 전문교육파트의 체계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팀원들 간의 교류가 부족했다는 점. 둘째, 전 세계 기업교육 부서의 흐름이 기능별 조직에서 프로세스 중심의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끝으로 각 사업부의 교육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두들 숨죽이고 듣고 있었다. 교육공학 박사에 외국계 기업에서 HR(Human Resource) 관련 업무를 13년간 수행한 전문성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무슨 큰 일을 벌이시기에 이렇게도 사설이 길까 하고 하품을 하거나 팔짱을 끼고 듣는 팀원들도 있었다. 김 팀장은 준비한 슬라이드 자료를 띄웠다.
“팀 구성을 현재의 기능별 조직에서 고객밀착형 프로세스 조직으로 전환하겠습니다. 기존의 3개 파트를 해체해 4개 파트 체제로 운영합니다. 교육기획파트는 그대로 최 과장님이, 조직개발파트는 이 차장님이, 과정개발파트는 석 과장님이, 과정운영파트는 이 대리님이 각각 파트장을 맡아서 수행해주시기 바랍니다. 각 파트별 세부 역할은 교육기획파트는 기존 총괄교육기획과 예산업무 이외에 대외협력 업무를 추가합니다. 조직개발파트는 각 사업부의 교육적 지원 및 운영과 고객 니즈 수렴의 창구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점점 늘어나는 해외법인의 지원업무도 포함합니다. 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할 경우 과정개발파트와 협업합니다. 과정개발파트는 경영 및 전문 기술교육 과정의 개발을, 과정운영파트는 경영 및 전문교육과정의 운영을 전담합니다. 이번 조직개편의 승패는 각 파트 간의 유기적 결합과 소통에 달려 있습니다. 팀원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두들 한참 동안 말 없이 슬라이드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나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이 차장이 질문을 했다.
“팀장님, 갑작스러운 개편에 모두들 얼떨떨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조직개편의 배경에는 공감을 합니다. 고객밀착형 프로세스 중심의 조직은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약 80개가 넘는 교육과정을 과정개발파트와 과정운영파트에서 모두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기존의 경영교육과 전문교육 파트는 8명으로도 힘이 들었는데 그것을 각 3명씩 6명으로 모두 운영하라 하심은 현실을 도외시한 방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이 차장님의 말씀 잘 이해가 갑니다. 많은 교육과정을 더 적은 인원으로 개발, 운영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후속조치로 교육과정 개편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현행 교육과정이 모두 필요한지 적합성과 효과성을 검토한 뒤 과정의 통폐합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좀 전에 이야기했던 팀 내 최고참인 이 차장의 의견이 묵살된 마당에 누가 이견을 제안하겠는가? 김 팀장은 조직개편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모두 새롭게 부여된 임무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날 회의는 일찍 끝이 났다. 조직개편은 팀장의 고유권한이라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팀원들은 기존 업무를 다 뒤집어야 했다. 업무 인수인계는 다음주 수요일까지 마무리하라고 한다. 빠른 진행에 팀원들은 할 말이 없었다. 회의를 마치고 3명의 기존 파트장들이 휴게실에 모였다.
“이 차장님, 혹시 그전에 오늘 발표될 내용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사전에 말씀이라도 좀 해주시지.”
“석 과장, 나도 조직개편이 있을 거라고만 들었지. 이렇게 대폭적인 변화라고는 생각을 못했지. 나도 답답해. 조직개발파트가 뭐야. 그리고 파트원은 4년차밖에 안 된 사원 1명뿐이야. 최 과장은 알고 있었지?”
“네, 알고 있었습니다. 이 차장님.”
“그런데 왜 아무런 말도 안 해. 사전에 조율이라도 해야지.”
“조율 같은 것은 아예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지난주 인터뷰를 하기 전부터 생각해오신 조직도라고 봅니다. 저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겠습니까? 적은 인원으로 파트를 많이 만드는 것은 팀원들에게 업무 가중이 많아진다. 해외법인과 각 사업부의 교육적 지원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원 이외에 추가적인 인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인원으로 가능하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합니까?”
“왜 사전에 우리 파트장들과는 협의를 안 하셨지?”
“저도 그건 모르겠습니다. 파트장이 공식 조직이기보다는 비공식 조직이고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하셨기 때문에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신 것은 아닐까요.”
이들은 말 없이 커피를 마신 후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김 팀장은 휴게실에서 돌아온 3사람을 불렀다.
“모두들 갑작스런 조직개편에 당황해 하는 듯합니다. 3분의 파트장께서 파트원들을 잘 다독여 업무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도와주세요.”
김 팀장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짐짓 잘 부탁한다는 표정이었다. 아직도 3명의 파트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색함을 최 과장이 깼다.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각 파트원들에게 이번 조직개편의 배경과 취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새로운 업무는 곧 익숙해질 것입니다.”
“팀장님, 조직개발파트는 저와 여사원 1명으로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