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正道

74호 (2011년 2월 Issue 1)

 
 
인간은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아주 작은 것을 볼 수 없고, 가시광선 이외의 빛을 보지 못하며, 가청영역 이외의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인간은 달릴 수 있는 속도,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 맹수들과 싸울 수 있는 근육의 힘에도 한계가 있다. 태초의 인간은 수렵과 채취, 어로 등을 시작하면서 인간 능력의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도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의 역사가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 등 인류 문화사의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됐다.
 
알렉산더(Alexander, 356-323 BC) 장군의 동방 원정 시, 열사의 사막에서 모두가 갈증으로 목이 탈 때 알렉산더의 참모 한 사람이 멀리 오아시스를 찾아가 물을 구해 왔다고 한다. 알렉산더 장군이 물을 받아 마시려 하자 앞에 도열해 있던 장병들이 모두 부러운 눈으로 장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마시려던 물을 그냥 땅에 버리면서 “나 혼자 물을 마실 수 없다. 더 진군해 오아시스가 나오면 모두 같이 물을 마시자”라고 외치며 진군을 독려했다. 리더십은 이처럼 자기희생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
 
알렉산더의 이런 지혜는 리더십으로 연결되는 지적(知的) 도구였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구는 물질적 차원을 넘어, 정신적 차원으로, 더 나아가 공신력, 인간적 매력 같은 사회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도구’라는 용어보다는 그 격을 높여서 ‘수단매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기가 사용하는 물질적·정신적·사회적 수단매체를 그에 맞게 발전시키지 못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쇠락하게 된다. 이것이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역사법칙이다.
 
한편, 인간은 자기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욕망의 달성 수준은 상수(constant)가 아니고 상승하는 변수다. 이런 욕망을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라고 부르자. 목적함수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고, 어느 대안에 대한 선택은 그 선택과 배치되는 다른 대안의 포기를 전제로 한다. 국민의 존경을 받는 공직자의 길을 목적함수로 선택한 사람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 사생활은 포기해야 한다. 선택은 있되 포기가 없는 사람은 목적함수가 불분명한 사람이 되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 복잡해지고, 욕망과 가치관도 복잡해진다. 기업도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경영이념과 목표가 혼란에 빠지고, 의사결정의 기준도 모호해진다. 10개의 숫자를 사용하는 십진법 대신, 2개의 숫자만을 사용하는 이진법의 간결함 덕분에 디지털 문명이 탄생했다. ‘0’과 ‘1’이라는 2개의 숫자만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표현하는 이진법의 위력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2개의 요소만으로 복잡한 삶의 세계를 표현하고,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할 방법론을 연구했다.
 
인간의 삶은 목적함수를 설계하고 그 실현에 필요한 수단매체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보릿고개 시절에 식량보다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함수를 먼저 세웠다. 그를 위한 수단매체로서 1956년 문교부에 원자력과를 만들었고, 젊은 물리학도들을 원자력 국비유학생으로 8차례에 걸쳐 미국에 유학 보냈다. 이들이 돌아와 1959년 한국원자력원과 원자력연구소를 세웠고, 1970년대에는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했으며, 원전기술을 축적하더니 결국 400억 달러에 달하는 UAE의 원전 건설수주를 따냈다.
 
인간은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 어제 뿌린 씨앗으로 오늘을 살고, 오늘 심은 나무에서 내일 열매를 거둔다. 내일 거둬야 할 열매를 목적함수라 한다면, 그를 위해 오늘 심어야 할 나무는 수단매체가 된다. 삶의 정도는 내일을 위한 목적함수를 설계하고 그에 맞는 수단매체를 창조하는 길이 된다. 오늘과 내일이 모두 중요하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 허리띠를 동여매는 철학적 선택을 우회축적이라 부르자. 그러면 삶의 정도(正道)는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두 개념으로 간결화(simplify) 되고, 두 개념을 결합시키는 방법론은 우회축적의 길이 된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윤석철 교수는 2005년 서울대 경영대학을 정년퇴임하고,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경영학적 사고의 틀>(1981),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1991),
<경영학의 진리체계>(2001), <삶의 정도>(2011) 등 10년 주기로 저서를 출간하고 있다.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으로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자 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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