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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있는 리더는 국가의 보배

박재희 | 72호 (2011년 1월 Issue 1)

 
수도권 교통 동맥인 외곽순환도로가 하부 도로에 불법 주차된 유조차량에 의해 번진 화재로 끊겼다. 임시로 통로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불타버린 현장 주변은 ‘차산차해(車山車海)’가 됐다. 완전한 복구까지 4개월이 걸린다는 소식에 매일 이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한숨만 내쉰다.
 
평소 하부도로에 주차된 빽빽한 차들과 여기저기 방치된 물건들을 보며 도대체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적인 저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궁금했었다. 이런 일이 오랜 기간 지속된 걸 보면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유관기관에 이 불법을 적법으로 돌려놓을 용기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화재와 사고 위험의 불씨인 불법행위가 그렇게 10년간 지속된 것이다. 이름도 모호한 단체의 저항에 속수무책으로 공권력이 잠자고 있었다. 더욱 슬픈 일은 결과적으로 소신을 갖고 불법을 시정하려고 최선을 다한 리더가 없었다는 점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보면 장군이 전장에서 진격과 후퇴를 명령하는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진격을 명령함에 칭찬과 명예를 구하고자 하지 마라(進不求名)! 후퇴를 명령함에 나중에 문책과 죄를 피하려 하지 마라(退不避罪)! 진격과 후퇴의 판단 기준은 오로지 백성들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惟民是保), 그 결과가 조국의 이익에 부합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利合於主). 이렇게 진퇴를 결정하는 장군이 진정 국가의 보배인 것이다(國之寶也).’
 
국보(國寶)는 건물이나 문화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소신 있는 리더도 국보다. 국민의 안정과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며 일선에서 소신껏 책임을 수행하는 리더가 많은 나라는 국보가 많은 나라다. 현장을 책임진 리더가 누구의 문책이나 칭찬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보낸 조국과 자신이 맡고 있는 국민을 대신해 책임 있고 적절한 판단을 내린다면, 그는 진정 나라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남에게 칭찬 받으려고 무리한 진격 명령을 내리고, 문책을 받을까 두려워 후퇴를 결정하지 못한다면 조직을 대신해 현장 리더로 있을 자격이 없다.
 
누군가 불법을 적법으로 돌려놓기 위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용기있고 과감하게 노력했다면 지금의 혼란과 천문학적인 사회적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진정한 용기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옳은 것을 보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見義不爲無勇也)!’ <논어(論語)>에서 말하는 용기 있는 군자(君子)의 모습이다.
 
조선이 무능한 관리들과 부패한 조정이 있었음에도 5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옳음을 실천하고자 한 의로운 사회적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지위에 눈이 가려져 있고, 권력에 용기가 꺾여 있을 때 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질 수 있는 용기 있는 선비들이 있었기에 그 사회는 지속될 수 있었다. 불의(不義)는 바로 시정돼야 한다. 아무도 불의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영원히 공정(公正)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知其非義斯速已矣).’<맹자(孟子)>에 나오는 대장부(大丈夫)의 철학이다. 진격과 후퇴의 기로에서 자리와 문책에 연연하고 있다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보신(保身)과 안신(安身)보다는 확신(確信)과 소신(所信)을 갖고 조직과 조직원의 생존을 기준으로 진퇴를 결정하는 국보급 리더가 절실하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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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희

    박재희taoy2k@empal.com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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