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권력 변화에 주목하는 유럽의 리더들

64호 (2010년 9월 Issue 1)

런던 비즈니스 스쿨(LBS)은 해마다 글로벌 리더십 회의(Global Leadership Summit)라는 큰 행사를 개최한다. 지난 7월 5일에 열린 행사에는 세계적인 재계 리더, LBS 교수진, 협력 기업의 임원, 동문 및 재학생, VIP 초청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재계 리더로는 로열 더치 셸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보저, 네슬레의 CEO 폴 벌키, 보다폰의 CEO 비토리오 콜라오, 타타자동차의 부회장 라비 칸트, 딜로이트의 글로벌 회장 존 코놀리, 도이체방크의 투자 및 기업금융 담당 총괄 안슈 자인 등이 참석했다. 그 외에도 CNN의 앵커 맥스 포스터, 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CEO 재스민 위트브레드 등이 자리를 빛냈다. 올해는 웹 캐스트를 통해 전 세계 3만5000여 명의 LBS 동문들에게 회의 내용을 온라인 생중계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도 활발한 참여가 이뤄졌다.
올해 회의 주제는 ‘뉴 프론티어: 확장, 기회, 혁신(New Frontier: Expansion, Opportunity and Innovation)’ 이었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떠오른 개발도상국에서 어떤 기회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차세대 세계화를 이끌 경제구조, 정부, 혁신, 기술은 무엇인지에 관해 토의하는 게 골자였다. 사회자는 BBC방송의 유명 프로그램인 ‘투데이’의 진행자이자 전 LBS 교수인 에반 데이비스였다. 금융, 교육, 기술, 통신, 비영리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패널들은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LBS 경제학 교수인 헬렌 레이가 주재한 첫 번째 회의의 주제는 ‘이머징 마켓에 대한 이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투자담당 총괄 압둘라 알 다바그, 나이지리아의 퍼스트뱅크오브나이지리아 CEO 스티븐 올라비시 오나사냐, 크레디트 스위스의 안토니오 퀸델라 이사, 미국 UC 버클리대 하스 MBA 스쿨의 국제 경영 담당 교수인 안젤라 챈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여러 패널 중 압둘라 알 다바그의 발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세계화와 금융위기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친 영향을 얘기하면서, 최근의 글로벌 경기 침체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집중 설명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위기 상황을 취약한 사회 인프라 개선의 기회로 삼기 위해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게 발표 내용의 골자였다.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재 가격으로 원유 수출에 타격을 입어 이를 어떻게 만회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내용이어서 매우 신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긴 해도 사회 전반의 발전 속도나 역동성이 느린 나라가 인프라 건설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든다면 이는 단지 중동이 아니라 전 세계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점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지난 금융위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위기의 진원지로부터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안도감에 단지 생존에만 급급했던 건 아닌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다른 기회를 모색할 수는 없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머징마켓과 세계 경제의 권력 이동
LBS의 전략 및 국제 경영 담당 교수인 돈 설의 주재로 진행된 마지막 회의의 주제는 ‘권력 이동’이었다. 앞서 언급한 폴 벌키, 비토리오 콜라오, 존 코놀리, 안슈 자인 등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연사로 나서 이머징마켓에 대한 자사의 현지 성공 사례와 그들의 견해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패널로 등장한 글로벌 기업 CEO들은 입을 모아 서구 선진국 기업들이 이머징마켓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지 않으면 지속적 성장은 물론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보다 내수 시장이 훨씬 큰 선진국 기업조차 이머징마켓을 공략하기 위해 필사적인데 한국 기업은 과연 이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머징마켓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기업은 결국 극소수의 대기업뿐이며, 이마저도 지역적 편차가 크다. 당장 중국만 봐도 야심차게 진출한 한국 기업은 매우 많지만 실제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설사 현재 성공한 기업이라 해도 앞으로도 이머징마켓에서 현재의 성공을 이어가리라는 보장도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끊임없이 기회를 찾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자에게는 결국 퇴보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 중요성이 더 커진 이머징마켓을 지금 제대로 공략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과 경제의 앞날 또한 암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스쿨,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 중국 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등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런던비즈니스스쿨(LBS)은 1964년 설립됐으며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글로벌 MBA 랭킹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세계의 금융 허브인 런던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 외에도 ‘핵심 역량’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게리 하멜 교수 등 우수한 교수가 많다. 약 400명의 풀 타임 MBA 과정 학생 중 90%가 비() 영국 국적 학생들일 정도로 다양성과 글로벌화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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