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로서 힘든 일 가운데 하나는 조직에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를 알아채는 것과 그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닥친 후에야 구조조정 등의 변화를 꾀한다. 이런 방법은 긴장감 조성에는 효과적이지만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부작용도 있다.
1998년 채드 홀리데이는 200년 역사의 기업인 듀폰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는 기존 나일론 중심의 화학 제품으로는 더 이상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개혁이 필요했다. 그러나 듀폰의 임직원들은 과거의 성공 신화에 안주했고 변화에 둔감했다.
홀리데이 회장은 ‘시장 주도의 과학(market driven science)’을 개혁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여행 가방을 들고 고객과 시장을 만나러 떠나도록 등을 떠밀었다. 연구개발(R&D)이 연구소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되고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외부의 힘으로 변화를 강제하기보다는 변화를 주도해야 할 실무자들이 변화의 필요성과 그 방향을 알아채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홀리데이 회장은 해답은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병충해나 가뭄에 잘 견디는 종자를 만들어냈고, 바이오 연료를 듀폰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굴해내는 성과를 이뤘다. 연구개발자들이 연구소가 아니라 시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 분명히 신선한 연구개발 소재를 찾을 것이라는 홀리데이 회장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변화의 열쇠를 꽂을 자리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변화 주창자의 몫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나는 배운 게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다”
자수성가한 경영자들 중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등학교 중퇴라는 자신의 학력을 보완하기 위해 애쓰곤 했다. 그는 직공으로 일하면서도 간사이 상공 학교 야간부에 입학했지만, 공부가 그의 적성은 아니었던지 예과를 변변치 않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 후 그는 본과에 입학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중퇴했다.
그러나 고노스케 회장은 ‘학력 장식’을 위한 공부를 계속하지 않은 덕분에 지식이 아닌 지혜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배운 게 없다는 자기 인식이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했고 끊임없이 새롭게 배우고 흡수하려는 노력으로 승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만년에 이르러 “나는 배운 게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지 않고 인정하고 수용할 때 성장의 기회가 마련된다. 자신의 형편없는 학력이 드러날까 봐 몰라도 아는 체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고학력자의 조언을 무조건 받아들였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개방할 때 약점은 더 이상 콤플렉스가 되지 않는다.
천재는 천치에게서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고 천치는 천재를 옆에 두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노력보다 뛰어난 천재는 없다”는 고노스케 회장의 조언을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