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스트랭거, 아리에 루텐버그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캐나다 출신 정신 분석가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자크 엘리엇은 1965년 논문을 통해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엘리엇은 바로 이 위기의 시기에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한계에 직면하고, 가능성이 줄어들었음을 알며,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엘리엇 자신은 중년과 그 이후의 여생을 살면서 한계를 느낀 것 같지 않다. 논문 발표 후 2003년 86세의 나이로 타계하기까지 38년 동안 그는 12권의 책을 저술했고 미군, 영국 국교회 및 많은 기업들에게 컨설팅을 해줬다. 그는 캐슬린 케이슨과 결혼해 30년 이상을 아내와 동업자로 일했다. 그녀와 함께 자신들의 사상을 널리 보급할 자문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자크 엘리엇은 40대 중반과 그 이후로 나눠 인생을 두 번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엘리엇의 삶을 보면서 “어쩌면 그렇게 오랫동안 정력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라며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삶을 희귀한 케이스라고 간주하면 곤란하다. 오늘날 서구 국가의 평균 수명은 80세이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베이비 붐 세대의 평균 나이를 53세라고 할 때, 이들이 향후 30년을 더 산다는 의미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중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변화가 필요하고 실제 변화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 중년기(약 43∼62세)는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대처하기 어려운 시기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도 부족하다. 특히 중년에 관한 두 가지 선입견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중년에 대한 두려움을 품게 하고, 성공적 변화를 이루는 데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첫째, 중년이 쇠퇴기의 시작이라는 전통적 개념은 잘못이다. 이 통념에 의하면 사람들은 65세에 활동적인 삶을 마감하며 퇴직을 한다. 그러나 65세는 절대적 숫자가 아니다. 65세라는 나이는 과거 1916년 독일에서 시행된 퇴직 연령이다. 그보다 27년 전 비스마르크 수상은 70세를 연금 수혜 대상으로 정한 바 있다. 정부의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 질문 받자 비스마르크는 사실상 70세를 넘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시 독일의 평균 수명은 49세였다.
둘째, 중년의 전환을 통해 기적 같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개념도 마찬가지 선입견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자기 계발 서적, 잡지 기사,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이런 통념을 양산했다. 극적으로 변화에 성공한 인물들의 스토리 앞에서 현실을 사는 평범한 우리들은 자신이 더욱 부족하다고 느낀다. 막연한 기대를 품기 보다는 그냥 안주하는 것이 낫다고도 여긴다.
우리는 이 두 통념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것이 왜 중년을 성공적으로 준비하는 데 장애요인이 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년 간부들이 자신 앞에 높인 많은 가능성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되, 현실 감각 또한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또 오늘날 앞서가는 기업들은 자사의 임직원들이 제 2의 삶으로 이행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기 시작했는지도 알아보겠다.
중년은 쇠퇴기라는 통념을 깨라
중년은 쇠퇴기의 시작이며, ‘늘어나는 한계(growing limitation)’를 받아들이는 것이 노령에 대처하는 성숙한 자세라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다소 지나치다. 중년은 지금까지의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을 재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중년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간과하자는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 풀 타임 근로자로 일하면서 누렸던 생활 수준을 나이가 들어서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육체적 한계에 종종 직면할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게다가 오늘날 사회 분위기는 중년층이 직장을 구하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끊임없는 토론의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년의 장점을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얻는 한 가지 장점은 발생하는 문제들을 긴 안목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실제 기업 중역들은 당면 문제들을 보다 침착하고 자신있게 다룬다. 그들이 직면했던 수많은 상황들은 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많은 사람들에게 중년의 시기는 그들이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적어도 이 시기는 아브라함 매슬로우가 말했던 ‘결핍 동기에서 성장 동기로 이행하는 시기(deficiency motivations to growth motivations)’다. 이는 결핍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성장 동기를 유발한다는 의미다.
중년에는 그 어떤 시기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개념은 잘못된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젊다고 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을 때에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환상이 생긴 것이다.
중년층은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왔으며, 진학, 취업, 승진과 같이 젊었을 때 감당해야 했던 압력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중년층은 대체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능성들을 따져보며 정성스럽게 새로운 삶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