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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팀워크 기피증

모든 업무가 ‘배움’의 기회 될 수 있게…
학습 지향성에 팀 성과와 미래 달려

박귀현,정리=장재웅 | 403호 (2024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젊은 세대들은 대체로 팀워크를 기피한다. 형식적인 절차상 팀워크로 인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를 경험한 후 팀워크에 노력을 낭비하느니 노력-보상의 연결 관계가 확실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치중하고 팀워크는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팀워크 기피증의 가장 큰 원인은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가 합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팀원들의 개인 목표와 팀 목표와의 관계를 팀원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 때 성공적으로 팀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 지향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팀워크 과정에서 개인 목표와 팀 목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열린 토론을 하는 학습 지향적 팀이 더 효과적인 팀 협력 과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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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기 위한 태초의 도구, ‘팀’


2000년대 이후 생긴 가장 큰 기업문화의 변화는 바로 ‘팀워크의 부활’이다. 왜 부활일까? 인간은 원래 수렵·채집 시대부터 부족 내에 크고 작은 팀을 짜서 일을 해왔다. 잠시 산업혁명을 거치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이후 다시 그 본래의 일의 형태로 돌아왔기 때문에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1 인간은 혼자 있을 때보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을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지고 더 행복하며 더 큰 힘을 내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심리학자들은 밝혀왔다.2 호랑이를 피해 산을 넘어 가는 일도, 커다란 순록을 잡아 오는 일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서는 일도 혼자가 아닌 팀을 이뤄 협력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요를 부르며 박자를 맞춰서 팀 중심으로 농사일을 해냈던 우리 인간들에게 팀워크(Teamwork)가 아닌 워크(Work)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생소하고 건조한 일의 형태다.

산업혁명 이후로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이 성장했고 이런 환경에서 직원들은 기계 앞에 온종일 단순노동을 하며 개인 수당을 벌었다. 관리자는 명령을 내리고 그것에 따르는지 체크하는 일을 맡았다. 직원들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동료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했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모든 시간을 개인 작업에만 집중하도록 강요받았다. 심지어는 업무 중 대화를 금지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워크가 가지는 잠재력은 아주 강력해서 팀워크를 잘 사용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에 비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필자가 경영학도였던 1990년대 후반에는 거의 모든 북미 경영학 교과서가 일본의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어떻게 팀워크를 이용해서 더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 뿐 아니라 직원들의 일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는지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자세히 기술하고 있었다. 또한 국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팀을 이용한 일본 기업의 경제적 성공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집단주의 문화에 있다고 보고 보통의 일본인들이 평생 동안 가족집단, 학교집단, 직장집단 등을 옮겨가며 생활하는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수업 시간에 틀어 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기업 환경은 어떠한가? 최근 많은 기업이 프로젝트 팀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예상치 못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더 민첩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고 그때그때 적절한 직원들을 끌어모아 만들어 쓸 수 있는 ‘팀’ 중심 일 처리가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은 것이다. 조직 안에서 팀 단위로 다양한 일을 수행하는 만큼 팀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을 담아내고 활용하는 기본적인 틀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조직심리학자인 벌린 힌즈 노스다코다주립대 교수가 그의 논문에서 ‘팀은 인간이 인간을 사용하는 도구, 살아 있는 시스템’ 이라고 밝혔듯이 말이다.3

하지만 팀 중심의 기업 경영이 대세가 돼 감에 따라 무분별한 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양산됐다. 안타깝게도 팀 사용자의 부주의가 팀이라는 도구의 단점처럼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전화기라는 도구를 전화를 하는 데 쓰지 않고 못을 박는 데 쓴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전화기로 못을 박을 수는 있지만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고 전화기라는 도구마저 망가트릴 수 있다. 전화기를 망치로 쓰면서 “쓸모없는 전화기군!”이라고 생각한다면 쓰는 사람의 잘못이듯 팀워크라는 도구 역시 잘못된 사용이 문제지 팀워크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1973년도에 빅터 브룸 예일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와 그의 제자였던 필립 예튼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리더가 팀을 이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팀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매뉴얼을 연구해 발표했다.4 그 논문에서 리더가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 얼마만큼 중대한지, 리더가 사안에 대해 얼마만큼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 사안이 얼마만큼 복잡한지, 결정된 사안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다른 직원들의 협조가 얼마만큼 필요한지에 따라 팀을 이용할 것인지, 그리고 이용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중대하지 않은 사안이라면 팀을 거치지 않고 리더가 그 일을 맡아 처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또한 결정된 사항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모든 사람의 협조가 아주 중요하다면 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팀 토론을 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리더는 팀을 ‘적재적소에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 정도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팀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생각

팀을 바라보는 관점은 리더와 팔로워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팀을 대하는 바람직한 직원들의 자세를 알아보기 전에 ‘요즘 직원들이 바라보는 팀워크는 어떠한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미 잘못된 팀의 사용으로 인해 ‘못이 박힌 전화기’ 신세를 겪은 직원들이 많다. 직원 참여를 위한 팀 토론인 줄 알았더니 직원들의 조언은 귓등으로 듣고 리더 마음대로 팀 전략을 짜서 통보를 하는 것,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팀인 줄 알았더니 서로 앙숙인 부서 사람들끼리 수동적 공격 성향을 최대한 숨기며 시키는 일만 대강 나눠서 했던 경험 등. 이런 형식적인 절차상의 팀워크는 단순한 시간 낭비로 그 끝을 맺지만 어떤 중요한 일을 해내야 하는 팀워크조차 종종 소수의 팀원이(보통은 젊은 직원들) 일을 도맡아 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그들이 노력해 이뤄낸 성과는 개인이 아닌 팀 전체에 골고루 나누어지는 형국이니 팀워크는 ‘진이 빠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팀워크에 노력을 낭비하느니 노력-보상의 연결 관계가 확실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치중하고 팀워크를 기피하는 행동들이 Z세대 직원들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단순히 세대 간의 갈등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이렇게 팀워크를 꺼리는 것은 대학생들로만 이뤄진 팀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지난해 『집단의 힘』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3번의 북토크를 가진 바 있다. 흥미로운 건 그때마다 나온 질문이 “팀원들이 팀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팀워크가 꼭 필요한가요?” 등 팀에 대한 회의적인 질문들이었다는 점이다.

왜 이런 팀워크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일의 동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팀워크 기피 현상이 팀원들이 “나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가 합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인간은 여러 가지 목표와 이상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효자 되기’ ‘좋은 부모 되기’와 같은 평생을 살아가며 이뤄 나가는 장기적인 개인 목표도 있고 ‘몇 년 사이에 이직하기’나 ‘승진 준비하기’ 혹은 ‘근력 강화하기’와 같은 비교적 단기적인 개인 목표도 있다. 문제는 팀의 목표들, 예를 들어 ‘신제품 프로모션하기’ ‘내년도 계획안 작성하기’ ‘고객 유치 전략 짜기’ 등이 어떻게 자신의 개인의 목표를 이루는 데 부합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태이기에 팀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노력을 쏟기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인의 목표와 팀 목표 간의 불확실성, 그에 따른 팀워크 기피 현상이 요즘 들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젊은 세대들의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특징과 더불어 과거와 달리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직장 환경도 한몫한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팀워크를 꺼리는 직원들을 이기적인 젊은 세대들의 특징으로 치부하고 실망하기보다 리더가 팀원들 각자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가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직원들의 팀워크에 대한 열정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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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은 어떻게 MZ세대들의 팀워크에 대한 동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학자들은 팀원들의 개인 목표와 팀 목표와의 관계를 팀원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 때 성공적으로 팀의 목표를 이룬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인 매슈 퍼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와 비자야 벤카타라마니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한 학기 동안 그룹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대학생팀들을 실험실로 초대해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1시간30분짜리 팀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게 했다.5 이 팀 시뮬레이션 안에서 팀원들은 각각 리더, 의사, 사진작가, 마라톤 선수, 환경운동가와 같은 역할을 받았다. 전체적인 팀의 목표는 “6일 안에 성공적으로 모든 팀원이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밟는 것”이었다. 하지만 팀원들의 역할이 다른 만큼 그들이 추구하는 개인적인 목표도 조금씩 차이가 났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하루 정도 시간을 내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다면 마라톤 선수는 정상 등정 후에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마라톤 선수’가 돼 스포츠용품 업체와의 광고 계약을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였다. 이렇게 개인의 목표들은 서로 그 결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팀원들은 자신의 목표와 대강의 팀의 목표만 알고 있을 뿐 다른 팀원들의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1시간30분이 걸리는 시뮬레이션은 6일 동안의 식량과 물품을 챙겨서 등반에 나선다는 스토리로 시작된다. 그리고 팀원들은 그날그날에 대한 자신들의 건강 상태, 날씨, 등반 속도, 남은 생존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받고 토론을 한 후 자신들이 베이스캠프에 남을지 아니면 등정을 계속할지에 대한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연구에서 서로의 개인적인 목표와 팀의 목표 간의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 팀원들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를 팀 목표에 대한 인지모델(Team Goal Mental Model, TGMM)로 정의하고 측정했는데 TGMM이 더 정확할수록 팀 토론 시에 더 효과적인 등반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고 더 높은 팀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멤버들이 개인과 팀이 가지고 있는 목표가 비슷함과 다름에 대해 더 정확히 공유한 팀이 성공적인 팀워크를 발휘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팀이 이렇게 자신들의 개인 목표와 팀 목표에 대해 열린 토론을 했을까? 이 연구에 의하면 평소 그룹 프로젝트를 함에 있어서 배움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유하는 ‘학습 지향성’이 높은 팀일수록 더 정확하게 다른 팀원들의 개인적인 목표를 알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효과적인 팀 협력 과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심리학에서 ‘Learning Goal Orientation’이라고 불리는 학습 지향성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그 일을 통해 성장하고 배워 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기 지향성이다. 이에 반해 ‘Peformance Goal Orientation’이라고 불리는 결과 지향성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기 지향성이다. 같은 아이큐를 가진 아이들이라도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것에 영감을 받은 미국의 심리학자 캐롤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가 발견한 것이 바로 이 동기 지향성의 차이였다. 조직심리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일에 대한 지향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그 지향성의 차이는 그 사람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고 밝혔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같은 능력치를 가진 두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결과 지향성인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더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고 노력하는 학습 지향성인 사람에 비해 장기적인 일의 성과나 만족도 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팀은 결과를 내는 데만 치중하는가 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배우는 데 집중하는 팀이 있는데 그 팀은 학습 지향성이 높은 팀이다. 높은 학습 지향성은 팀원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목표를 존중하고 어떻게 팀의 공통적인 목표와 부합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그런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진 팀원들은 높은 수준의 팀워크를 향한 노력을 보여줬다.


팀만이 가질 수 있는,
개인이 가질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인간 집단의 특징은 자연스러운 배움이다. 아이 앞에서 찬물도 못 마신다는 옛말이 있듯 인간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하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배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 기술, 생각하는 방법 등을 터득한다는 것이다. 홀로 일하는 개인은 책과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혹은 자신이 직접 몸소 체험을 해서 배워 가야만 한다. 하지만 팀을 이뤄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지식, 기술, 생각의 틀을 다른 팀원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인간의 팀은 개인에게 훌륭한 학습 기기 역할을 해왔고 팀이라는 환경은 인간이 배움을 행해온 태초의 환경이다.

그렇기에 팀은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학습 기기로서의 팀의 특징은 자칫 당연하고 쉽게 들릴 수 있지만 조직 안에서 여러 팀 관련 문제를 접해온 사람이라면 사실 이 스펙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것이다. 보통의 직원들이나 리더들은 지금 당장의 결과를 내는 데 치중하는 반면 어떻게 지금 하는 일들이 길게 봤을 때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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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팀워크를 배움의 기회로 생각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필자는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배움 지향성이 어떻게 팀의 성공과 관련 있는지를 ‘공항 검색대 실험’을 통해 알아봤다.6 실험 참가자들은 세 명이 한 팀으로 편성돼 컴퓨터 모니터 하나를 앞에 두고 나란히 앉는다. 참가자들은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찍힌 엑스레이를 토대로 여행용 가방에 위험한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를 함께 결정해야 한다. 필자는 모든 팀이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관찰했다.

세 명으로 구성된 팀이기 때문에 세 명 모두의 의견이 같으면 그 팀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팀원1: 통과!/ 팀원2: 통과!/ 팀원3: 통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그 팀은 다수와 소수로 나뉜다. “팀원1:검색!/ 팀원2:통과!/ 팀원3:통과!” 또는 “팀원1:검색!/ 팀원2:검색!/ 팀원3:통과!”처럼 말이다.

이때 다수 의견자가 소수 의견자에게 보이는 반응은 팀이 가지고 있는 배움 지향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배움 지향성이 낮은 팀은 소수 의견을 무시한 채 다수결로 결정을 내렸다. 소수 의견자에게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다수 의견을 따른 것이다. 이런 팀들의 결정은 빨랐지만 정확성에 있어서는 발전이 더디고 비슷한 레벨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배움 지향성이 높은 팀은 소수 의견자에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소수 의견자가 “여기 보이는 뾰족한 물건이 혹시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라며 이유를 이야기하면 다수는 다시 그 부분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여기가 뾰족할 수도 있겠네. 나는 볼펜인 줄 알았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라며 엑스레이 판독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렇게 소수의 의견을 들어보며 확인한 팀들은 정확성이 점점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그리고 학습 지향성이 높은 팀은 팀원들의 팀워크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배움에 대한 목표가 있는 팀은 팀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팀워크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팀의 배움 지향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 팀의 배움 지향성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필자의 경영학 수업에서 학생들은 실제 기업체를 상대로 컨설팅을 하는 형식의 상당히 노력이 많이 요구되는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 동안 팀 프로젝트의 팀원들이 불협화음을 낸 적이 손에 꼽는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팀의 배움 지향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토대로 팀워크를 진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배움 지향성은 팀워크를 시작할 때 중간 단계, 그리고 마무리를 한 후에 향상시킬 수 있다. 일단 본격적인 팀워크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팀원들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배움의 목표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이 팀 프로젝트의 경험이 자신의 배움의 목표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그것에 대한 노트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렇게 작성된 노트는 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초반 팀 오리엔테이션에서 20~30분이라도 시간을 할애해서 다른 팀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렇게 팀워크의 초반에 팀의 목표를 위한 전략에 대한 토론뿐만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는 개인의 목표도 열린 토론을 통해 공유하면서 서로의 이해를 돕고 팀의 목표를 위한 전략을 짜는 데 반영될 수 있게 해서 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팀워크가 중간 단계에 왔을 때, 즉 학기 중간쯤에 필자는 다시 간단하게나마 팀들에 중간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중간 리포트의 일환으로 각자의 배움의 목표에 대해 얼마만큼 배움의 성과를 얻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남은 팀 프로젝트 기간 동안 그 배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노트에 적어 제출하게 한다. 이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1대1 미팅을 통해 같이 전략을 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배움의 목표가 너무 거창한 경우, 아니면 수업의 내용 자체를 잘 이해를 못해서 헤매는 경우들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팀워크가 끝난 후 필자는 개인 리포트 형식으로 팀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지식, 기술, 생각하는 방법 등을 배웠던 경험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다음 팀워크의 기회를 또 다른 배움의 기회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기술하게 한다. 학생들은 노트 정리를 하는 법, 미팅할 때 앱을 써서 요점 정리를 하는 법같이 작지만 유용한 것들부터 화가 난 클라이언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법, 불확실한 문제를 대처하는 법같이 필자가 수업 시간에 가르치지 않은 것들까지 팀워크를 통해서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배움은 필자가 애초에 팀 프로젝트 안에서 배움의 목표를 강조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것들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그것이 발전의 밑거름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배움 지향성의 힘’이고 이 힘이 팀워크에 대한 불신과 팀워크 기피증을 극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박귀현parkguih@gmail.com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박귀현 교수는 조직심리학자로 산업 및 조직심리학과 조직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에서 산업조직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조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경영대를 거쳐 현재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집단의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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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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