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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시대의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

‘나를 따르라’서 ‘함께 갑시다’로

윤지환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전통적 리더십 개념에서는 리더 개인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중요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극대화된 최근의 경영 환경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리더십 권한을 공유하고 자율성과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이 주목받고 있다. 조직이 공유 리더십을 통해 조직 구성원에게 결정권을 주고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을 때 구성원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할 동기를 갖게 된다. 또한 공유 리더십은 조직 내 포용적 분위기를 만들어 구성원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 성장해 나가려는 학습 욕구를 발휘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2023년 한 해 미국 주식시장을 이끈 건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플랫폼)이다. 이 중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히 생성형 AI ‘챗GPT’를 앞세워 2023년에만 50%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면서 시총 3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듯 AI 기술을 앞세워 ‘혁신의 아이콘’으로 재도약한 마이크로소프트지만 이 회사도 한때 큰 위기를 겪었다. 스티브 발머가 CEO로 재직하던 시기(2006~2014년)의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이고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출시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독단적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여러 차례 잘못된 선택을 했다. 노키아를 약 8조 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인수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7조5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며 1만800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 당시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2의 모토로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이 같은 위기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구한 것은 인도 출신 개발자 사티아 나델라였다. 2014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의 3번째 CEO로 취임한 나델라는 그의 저서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에서 당시 회사 분위기에 대해 “사내 정치와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했고, 직원들은 피로감과 불만을 느꼈으며, 경쟁에서 뒤처지는 패배감에 빠져 있었다”고 묘사했다. 실제 스티브 발머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똑똑하고 성공을 입증한 사람들이 누가 더 똑똑한지, 누가 더 숫자적인 성과를 많이 내는지를 경쟁하는 문화가 있었다. 부서 이기주의는 극에 달해 각 사업 주체별로 완전히 다른 회사처럼 운영됐다. 특히 모두가 내부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변화에 둔감해졌다. 일례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세상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지만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애써 이를 무시했다. 스티브 발머 당시 회장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직원이 눈에 띄자 그 아이폰을 빼앗아 던져 버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철저히 외면하고 비난했다. 발머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생태계에 반기를 들며 탄생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암(cancer)’에 비유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도 “시장이 틀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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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던 나델라는 취임 이후 자신의 첫 번째 사명을 ‘문화를 바꾸는 것’으로 내걸고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 리더십 스타일 등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먼저 그는 경쟁 제품인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구동되도록 했고 한때 대립하던 경쟁사 구글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와 페이스북(Facebook) 관련 앱들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프로그램들이 모두 호환되도록 출시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아이템이 된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윈도 기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운영체제 기반에서 작동하도록 확장하는 등 여러 시장 참여자와 포용과 협력을 통한 영역 확장을 꾀했다.

그런가 하면 나델라는 ‘성취(Achievement)’ ‘성장(Growth)’ ‘공감(Emphaty)’이라는 가치중심적 키워드를 비즈니스와 조직 관리 시스템 전반에 이식함으로써 기업의 ‘정신’을 통합하고자 힘썼다. 특히 그는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리더십을 강조하며 내부 경쟁보다는 소통과 협업을 통한 혁신에 힘썼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긴 암흑기를 끝내고 다시 한번 위대한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리더십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례는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 스타일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의 전통적 리더십 개념에서는 리더 개인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중요시했다. 앞서 예로 든 스티브 발머 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최근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기일수록 리더 한 명의 능력만으로는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더십 연구의 대가인 게리 유클 뉴욕주립대 교수는 “리더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미래를 위한 비전을 창출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 리더십에는 ‘강력한’ ‘위계적인’ ‘카리스마’와 같은 형용사가 포함되지 않는다. 리더가 행해야 할 주요 덕목인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카리스마가 아닌 다른 역량이 중요해 지는 시대인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Why Some Companies Make the Leap and Others Don’t)』를 쓴 짐 콜린스는 책을 통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경영자 다수는 취임 당시 ‘경영을 맡겨도 괜찮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냈던 인물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들은 대부분 겉으로 보기에는 겸손하고 얌전하며 앞에 나서기 꺼리는 듯하지만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성실하며,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인물들이었다.

실제로 1971년부터 1991년까지 킴벌리-클라크를 성공적으로 이끈 다윈 스미스는 겸손하고 소극적이며 심지어 약간 말을 더듬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격적 특징과 장단점을 적절히 드러내면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친밀감과 거리감의 균형을 잘 조절하는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었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침체기를 겪던 IBM을 턴어라운드시킨 루 거스너 역시 수수하고 소박한 사람으로 미디어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을 끊임없이 동기부여하며 조직 문화를 재건하면서 망해가는 IBM을 부활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이렇듯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리더가 한 방향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강압적으로 이끌기보다는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리더를 비롯한 여러 구성원이 함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여러 해답을 강구해 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를 얻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 즉각 궤도를 수정해 나가도록 조직을 함께 이끄는 역량이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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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 모델,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

최근 다양한 조직에서 ‘애자일 전환(Agile transformation)’을 시도하거나 중간관리자를 없애고 분산형 조직 모델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해 민첩성과 회복탄력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형태의 조직 모델이 주목받을수록 함께 관심을 받게 되는 리더십 모델이 바로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이다.

공유 리더십은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해야 할 일을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기존 리더십과 달리 구성원 모두가 리더십 권한을 공유하고 자율성과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십 스타일이다. 최근 다양한 조직에서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며 직급을 파괴하거나 호칭을 통일하려는 시도를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구성원들 모두가 리더가 돼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며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일에 몰입하기 위함이다. 공유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 스스로 솔선수범해서 업무에 몰입해 다른 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상호 간 코칭을 통해 다른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는 한편 참여적 의사결정을 조장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필요에 따라 스스로 리더가 될 수 있는 리더십 모델이다.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은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오너십을 갖게 된다. 또한 적절한 정보를 공유해 조직이 내리는 의사결정이 합리적이고 올바를 수 있게 도우며 조직 구성원 서로서로 관심을 표현해 모두가 낙오자 없이 적절한 지도를 받으며 성장해 간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장점이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공유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회인지이론과 자기결정이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사회인지이론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은 공유 리더십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솔선수범하며 동료들 사이에서 롤모델을 찾고 조직으로부터 얻는 의사결정 참여 및 권한 위임을 통해 스스로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업무에 임한다. 그리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직으로부터 정보 공유와 코칭을 통해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게 되며 성취감이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낀 조직 구성원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를 잘 견뎌내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경향이 생긴다.

또한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조직이 구성원들로 하여금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하고, 업무 자율성을 부여하며, 정보 제공과 코칭을 통해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믿음을 줘 목표를 달성하게 하면 조직 구성원들은 업무에 더 큰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돼 일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활력감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맡은 업무를 새로운 도전으로의 기회로 받아들여 학습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또한 공유 리더십은 구성원 서로서로가 적절한 정보를 공유하고 역량을 개발하도록 상호 간에 적절한 코칭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학습 의욕과 성장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성장한 역량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캐서린 클라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연구진은 병원의 응급 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외과의사, 레지던트, 간호사, 구조사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일수록 공유 리더십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입증했다. 응급 외상센터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에 중증도가 불확실하고 해결 치료책이 모호한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들이닥친다. 갑작스럽게 실려온 위급 환자를 대응하는 데 조금이라도 지체하거나 잘못 치료하면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 이에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위해 리더는 가장 경험이 많은 시니어 의사가 아닌 환자의 부상 부위와 상태에 따라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맡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다시 말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서로가 전문성을 발휘해 필요한 의술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실제 연구팀은 외과 의사, 마취과 의사, 전임의(펠로), 레지던트, 간호사 등 수많은 의료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들에게 ‘누가 리더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보통 가장 선임인 보직 의사를 지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료진 대부분은 상황에 따라 다른 리더를 지목했다. 환자를 살린다는 공통 목표하에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서로 협업하며 일하는 형태가 바로 공유 리더십의 실체이자 목표인데 이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변화가 심하며, 불확실한 환경에 적합한 리더십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공유 리더십의 부가적인 효과로는 조직이 리더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업무에 몰입하면서 성과를 초과 성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공유 리더십 속에서 일하는 조직 구성원은 자신을 개발하고 성장하려고 애쓰면서 일에서 유능감과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필요한 행동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유연한 사고와 변화의 수용성이 높아져 행동 범위를 확장하게 돼 현재 업무에 대한 문제 해결과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을 동시에 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효과가 상이할 수 있는데 조직이 공유 리더십을 통해 조직 구성원에게 결정권을 주고 구성원들을 존중하며 공정하게 대우하고 포용하며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을 때 이러한 공유 리더십을 인지한 구성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할 동기가 커진다.

아울러 공유 리더십은 조직 내 포용적 분위기를 북돋울 수 있다. 포용적 분위기란 조직이 공정한 인사제도를 갖추고 구성원 간의 차이를 기꺼이 수용하며 구성원을 핵심 의사결정에 포함시킨다고 여기는 공유된 인식을 뜻한다. 조직이 공유 리더십을 통해 조직 내에 포용적 분위기를 불어넣어 구성원들 사이에 차별이 없고 구성원들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잘 드러내도 조직에서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때 구성원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직의 성과가 더 높아지는 방향을 모색한다. 이러한 조직의 공유 리더십의 포용성을 인지하는 구성원은 조직을 신뢰하고 불확실성 때문에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낮아진다. 따라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 성장해 나가려는 학습 욕구를 발휘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불확실성 속에서도 난관을 해결하는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도록 한다.


공유 리더십 사례 연구

실제 공유 리더십을 조직 내에서 잘 구현해 내 성과를 올린 사례들을 살펴보자. 세계 최대 통신네트워크 기업 시스코는 시장이 성숙해지고 조직 규모가 커짐에 따라 조직 내 관료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자 공유 리더십 모델을 도입했다. 부서 간 경계를 없애고 서로 신뢰하며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특정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기보다 프로젝트팀 단위로 공유된 권한을 주고 체계적인 보상시스템을 설계했다. 팀 단위로 성취욕을 자극하는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했지만 결과로 가는 과정을 일일이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방법들을 선택해 해결하도록 권한을 줬다. 그 대신 구성원들이 도전적이지만 의미있는 과제를 열정으로 풀어나가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제약 조건들은 조직 차원에서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해소하도록 노력하며 많은 정보를 공유했다. 그 결과 팀 구성원 모두 책임과 권한을 공유했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행태가 사라졌으며,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게 됐다. 시스코가 원거리 화상통화, IoT(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들을 발 빠르게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공유 리더십 도입에 따른 결과물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도요타 역시 공유 리더십을 통해 생산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과 개선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했다. 회사는 모든 직원이 직급과 상관없이 ‘카이젠’이라 불리는 지속적인 개선에 참여하도록 장려했다. 또한 심리적 안전감을 바탕으로 문제를 발견하면 스스로 의사결정권을 갖는 리더가 돼 즉각 시정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했다. 그 결과 조직을 위한 작은 개선 아이디어에서부터 큰 프로세스 개선까지 다양한 참여가 이뤄졌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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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공유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영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건자재 사업 등을 기반으로 성장한 아주그룹은 2019년 당시 계열사를 통해 국내외 여러 호텔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단지 중문에 보유하고 있던 호텔 역시 그중 하나였다. 당시 이 호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운영 업체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었다. 당연히 호텔 이름에도 이 브랜드가 사용됐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가 갑작스러운 운영 계약 해지(디브랜딩) 통보를 하면서 더 이상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호텔 업계에선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가지는 인지도와 유인 요소가 상당했기에 아주그룹 차원에선 큰 위기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때 당시 아주그룹의 호텔 사업을 이끌던 문윤회 대표가 이 위기를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리더십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당시 아주그룹이 보유한 제주도 호텔이 당면한 가장 큰 이슈는 호텔을 계속 운영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디브랜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호텔 자산을 매각할지, 다른 유명 브랜드 업체에 위탁 운영을 맡길지, 아니면 독자적인 호텔 브랜드로 리브랜딩할지 등 짧은 기간 안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일들이 산적했다. 특히 유명 호텔 체인 측이 6개월 후 디브랜딩을 단행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라 시간이 없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CEO는 TF를 구성하고 소수의 전문가를 모아 의견을 듣고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문 대표는 호텔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일일이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조직원들을 다그치는 대신 조직 구성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각자가 리더가 돼 최적의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분위기를 조성해가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 결과, 회사 임원부터 말단 실무 직원까지 각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호텔의 방향성이 결정됐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기존 브랜드를 떼고 새로운 로컬 브랜드로 리브랜딩한 뒤 호텔을 직접 운영하기로 하는 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토론 과정 자체에 모든 직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에 이후 리브랜딩 과정 역시 조직 구성원 모두의 자발적 참여로 차질 없이 진행됐다. 물론 리브랜딩 과정에서 독자적인 로컬 브랜드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목표 및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까지 자율에 맡기다 보니 구성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브랜딩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독자 브랜드에 맞게 영업 전략을 변화시키고 린 프로젝트(Lean Project) 등 다양한 전략을 접목해 위기를 극복하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이름하에 운영하던 시절의 성과에 뒤지지 않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1


위기에 빛을 발하는 전략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변화의 양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조직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춰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을 개선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 속도감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어려운 과업을 리더 1인의 역량과 노하우만으로 실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최근 공유 리더십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요즘, 기존의 위계적이고 강력한 카리스마적인 리더십보다는 신뢰를 통해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공유 리더십이 해안이 될 수 있다. 공유 리더십은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을 더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업무에 임하게 만들고 그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창의성과 협업을 촉진한다.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상호 존중하며 권한을 공유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면 이를 조직으로부터 자신의 역량에 대한 신뢰와 인정으로 받아들여 이를 자신의 능력이라고 믿고, 구성원들 간의 상호 코칭과 정보 제공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 공유 리더십이 주는 혜택이다. 이에 구성원들은 고취된 자신감과 자율성을 매개로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하게 된다. 아울러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장려하고, 실패를 감내해 두려워하지 않는 포용적 분위기를 조성하면 조직은 민첩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면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공유 리더십은 조직 내에서 자율성, 창의성, 협업을 촉진해 효율성과 성과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윤지환 |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필자는 혁신 전략, 조직 리더십, 기술 기반 신사업에 다양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으며 Human Resource Management,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Decision Support Systems, Journal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 Management,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와 같은 세계적인 저널에 주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다.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조직 변화와 전략 수립 및 실행 관련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tow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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