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나 시장조사가 다 비슷해진 오늘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디테일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새삼 ‘제품 관리’에 주목한다. 제품을 둘러싼 모든 영역을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 임무를 총괄하는 최고제품책임자(CPO)가 각광받는 이유다.
이찬희 야놀자 CPO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에서 야놀자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제품 관리 업무에 매진한 전문가다. 그는 제품에 기업의 비전을 투영하고 경쟁자들을 제칠 차이점을 부여하려면 제품 총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파트를 넘나들며 무엇을 왜,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하고 조율해나가는 프로덕트 오피서의 존재가 차별 우위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아마존에서 체화한 혁신 기업의 정수로는 전 구성원이 마음 깊은 곳에서 따르는 ‘원칙’의 존재를 꼽는다. ‘예스맨’이 아니라 원칙을 지킨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수많은 C레벨(분야별 최고 책임자) 임원 가운데 아직도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직함이 있다. 기업의 제품 관리를 총괄하는 최고제품책임자(CPO)다.
과거 기업들은 제품을 선보이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별로 책임자를 두고 CEO가 이를 총괄하는 형태의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CPO를 따로 두고 제품 총괄을 전담시키는 추세다. 경우에 따라선 CEO가 CPO를 겸임하거나 CPO가 CEO 바로 아래 위치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슬랙 등 글로벌 IT 기업 상당수가 이미 CPO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우아한형제들 같은 굵직한 IT·플랫폼 기업부터 크고 작은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CPO를 선임하는 곳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들이 너무도 당연히 느껴지던 ‘제품 관리’ 그 자체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기업의 성공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이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유사한 제품을 만들고,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는 시대다. 단순한 수요 예측, 기획과 개발만으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 어려워졌다. 필요한 건 결국 ‘한 끗’에 해당하는 세세한 차별화 포인트다. 이걸 찾기 위해선 제품과 관련한 영역 전반에 걸쳐 전문적이고 유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DBR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 아마존을 떠나 한국에 돌아온 이찬희 야놀자 CPO를 만나 오늘날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CPO의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근무 환경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아마존에서 약 10년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오며 경험한 혁신 기업의 정수는 무엇이었는지도 물었다. 그는 “과거엔 비즈니스 전략과 목표 수립이 중요했지만 이젠 디테일이 중요하다”며 “기술을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차이점을 만들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큰 틀의 비전과 로드맵 정의가 필요하다. 이를 제품에서 실제로 구현하려면 조직 내 여러 파트를 넘나들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정의하고 조율하는 프로덕트 오피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