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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하이브리드 근무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

리더부터 출근-재택근무 혼용 솔선
“화상으로 커피 타임 가져보세요”

김명희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출근과 재택을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는 확대된 재택근무에 한정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조직 혁신의 계기로 리더십은 물론 사무실의 역할까지 달라질 것을 요구한다. ‘주 3회 이상 출근’ 등 룰을 세우기보다는 구성원에게 출근/재택을 선택할 자율권을 부여하고, 리더는 소프트 스킬을 강화해 구성원 간 연대감과 협업을 촉진하는 코치가 돼야 한다. 리더가 매일 회사에 출근하거나 사무실에 나온 구성원끼리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사무실은 비대면 근무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구성원 간 교류와 이벤트, 협업의 장으로 재정비하자.



출근+재택 혼용으로 복잡해진 조직 관리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기업이 거의 동시에 록다운되면서 지난 60년간 도입이 지지부진했던 리모트워크(Remote Work), 즉 재택근무가 빠르게 일상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업의 조직 운영을 100% 리모트로 할 수만은 없어 팬데믹이 어느 정도 잦아든 이후 많은 기업이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Hybrid) 근무 방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재택근무하는 조직 구성원이 별도로 채용되고 관리됐다면 이제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일정이나 건강 등의 개인 사정을 고려해 재택과 출근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추세다. ‘Either or’에서 ‘And’로 일하는 방식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은 단순히 ‘집에서도 일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의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직장인들은 e메일과 카카오톡은 기본이요, 줌(Zoom), 팀즈(Microsoft Teams), 왓츠앱(WhatsApp), 행아웃(Google Hangouts), 잔디(Jandi), 노션(Notion) 등 새롭고 다양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장착하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동료들과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협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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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팬데믹 직전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70% 이상의 직장인이 사무실에 출근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제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구성원 집단에서조차도 3분의 2만 출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기업들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부응하고 있다. 맥킨지의 또 다른 조사에서 글로벌 기업의 90%가량이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2

이러한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인력을 관리하고 동기부여하는 일은 100% 대면, 혹은 100% 재택근무 환경보다 훨씬 복잡하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잘하기도 어렵고 잘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여전히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조직/업무 충성도와 동일시하고 직접 대면해 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잖다. 실제 매일 출근하는 사람이 평가나 승진, 커리어 개발 기회에서 재택근무자보다 우위를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조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이 재택근무와 출근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사용할 때 어떻게 성과를 관리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유지할지,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어떻게 유지하고, 협력을 어떻게 촉진할지, 사무실 복귀와 관련한 복잡한 감정과 불안에 어떻게 대처할지, 더 이상 예전처럼 북적거리지 않는 사무실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과거 리모트워크나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경험한 적 없는 조직은 이 상황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제조업부터 서비스업을 아우르는 북유럽 기업의 리더(사장 및 부사장급) 38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관리 기술과 접근 방식을 익히는 것이 현재 리더로서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답했다.3 하이브리드 근무 조직이 기존 조직과 무엇이 다르고, 리더는 어떠한 리더십 역량으로 이에 대응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출근 룰’ 두면 이직률 높아져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재택근무와 출근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이번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로 꼽으며 이로 인해 일에 대한 목적의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할지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한다. 재택과 출근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왜 일을 하는지, 어떤 회사에서 무슨 업무를 맡고 싶은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한다.

최근 글로벌 인력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사무실은 업무 수행을 위한 필수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85%는 디지털 협업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집에서 일하는 게 낫다고 응답했다. 덴마크의 오디오 기기 회사 자브라(Jabra)가 최근 5000명의 지식근로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도 59%가 업무 방식의 유연성이 임금이나 복리후생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77%는 멋지게 꾸며진 본사에서 근무하기보다는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근무 유연성을 보장하는 회사를 선호했다. 또한 61%는 필요에 따라 사무실에 나가거나 재택할 수 있도록 회사가 허용해주길 원했다.

즉, 기업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유연성(flexibility)이란 주체성(autonomy)을 가지고 자신의 스케줄이나 업무 진행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업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최소 3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의무화한 이후 이직률이 2배로 증가했다고 한다.4 앞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일하는 방식과 관련해 주체성을 보장한 유연성을 조직 내에 탑재해야 함을 시사하는 사례다.

여전히 많은 리더가 ‘출근해야 더 열심히 일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을 고수한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는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으면 이직하겠다는 생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HR 담당자들은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으면 신규 인력 유입이 어려워 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근무 환경의 유연성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조직은 채용과 인력 유지에서 불리할 뿐만 아니라 인재 전쟁의 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사무실은 혁신과 공동체 위한 공간

하지만 재택근무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다.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대면 및 상호작용의 감소로 인해 동료 간 친밀감 및 유대감을 형성하기 어렵다. 재택근무 초반에야 큰 영향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적인 상호 교류의 감소는 고독감과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 원래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 혼자만의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줄어든다거나, 출근 비중이 높은 구성원과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구성원 사이의 정보 격차가 발생한다거나, 응집력 부족으로 협업이 어려워지는 점도 재택근무의 한계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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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문제해결을 위한 짧은 회상회의의 횟수 증가가 직장인들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재택근무의 어려움으로 꼽혔다.5 예전에는 모두가 사무실에 모여 있으므로 물어볼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동료의 자리로 찾아가 대화를 나누면 됐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는 잠깐 동안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선 이러한 가벼운 대면 만남이 어렵다 보니 역설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화상회의에 사용하게 된다. 회의는 업무에 초점을 맞춘 협업 행동이지 신뢰 구축에 필요한 상호작용은 아니다. 정기적 대면 미팅이나 빈번한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구성원들의 몰입, 상호 지원, 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쉽게도 화상회의에서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배경에서 거의 100% 온라인으로 업무 진행이 가능한 기업들조차도 사무실을 일부 유지한다. 그러나 사무실의 존재 의의가 달라졌다. 더 이상 사무실은 다 함께 모여 일하거나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상사에게 증명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제 사무실은 협동, 창의, 혁신의 장이자 직접적인 만남을 촉진하는 공동체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사람 간 접촉의 기회가 현저히 감소한 삶을 살아가는 Z세대 이후의 ‘C세대’6 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내부 네트워킹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DBR mini box I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글로벌 기업의 뉴오피스 전략

1. 후지쓰, 세 종류 사무실을 전국에 ‘분산’

일본 후지쓰(Fujitsu)는 오래전 유연 근무를 도입했다. 그러나 리더들이 대면을 선호하고 습관적으로 야근하는 등 기존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지 못했다. 내부 설문 조사에서도 직원의 74%가 회사에 나올 때가 업무 효율이 가장 높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후지쓰는 일본 대기업 중 처음으로 ‘직장 생활의 전환’을 모토로 삼고 △스마트워크 △경계 없는 사무실 △조직문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체 12만 명 직원 중 8만 명이 리모트워크를 하며 2022년까지 기존 사무실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다. 남은 사무실은 소통, 친목, 연결, 재미, 정보 공유 등을 통해 혁신과 협업을 촉진하는 물리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한 후지쓰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지원하는 사무실을 별도로 만들었다. 개별 구성원 및 팀이 각자 필요에 따라 다른 형태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무실 디자인을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사무실 공간은 △허브(Hub) △위성(Satellites) △공유 오피스(Shared Office)로 나뉜다.

● 허브(Hub): 고객 미팅, 타 부서와의 회의, 우연한 만남을 위한 공간이다. 주요 도시에 위치하며 브레인스토밍, 팀 빌딩, 신상품 공동 개발 등에 필요한 첨단 설비를 갖췄다. 직원들은 환영받는 느낌의 탁 트인 허브로 고객, 파트너 등을 초대할 수 있다.

● 위성(Satellites): 허브가 확장된 형태로 네트워크와 화상회의 설비가 갖춰진 공간이다.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멤버들이 모여 대면/온라인 협업을 실행한다. 보안성이 높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 팀 또는 프로젝트의 니즈에 따라 대면 혹은 원격으로 모여 협업할 수 있다. 특히 대면 미팅의 기회를 제공해 재택근무에 따른 소외감,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를 담은 공간이다.

● 공유 오피스(Shared Offices): 후지쓰의 ‘공간 절약 시스템(ecosystem of spaces)’의 핵심으로 일본 전역의 지하철이나 기차역 근처에 분산해 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제공에 역점을 두고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이 조용한 업무 공간이 필요할 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찾아갈 수 있는 위치를 골라 마련했다. 책상, 인터넷 등이 마련돼 있으며 직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출장 간 경우에도 잠시 들러 사용할 수 있다.

2. 프로그, 살롱 역할하는 오피스 공간 도입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사인 프로그(Frog Design Inc.)는 ‘스튜디오(Studio)’라는 이름의 사무실 공간을 마련해 구성원 간 친목 도모에 활용하고 있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스튜디오를 마련한 목적을 구성원에게 명확하게 공표하고, 리더들도 스튜디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구성원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스튜디오에서는 월요일마다 ‘먼데이 모닝 미팅(Monday Morning Meeting)’이 열린다. 사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나누거나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콘텐츠를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공유하기도 한다. 수요일에는 ‘웰니스 웬즈데이(Wellness Wednesday)’라는 요가 클래스가 열린다. 또 매일 오후 커피 타임과 해피아워 타임이 있어 리더 및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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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요구되는 내적 역량

직원들이 재택/출근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협업과 소통의 장으로 사무실 역할을 재정의했다면 이제는 리더 자신이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 역량을 갖춰야 한다. 모두가 같은 시각에 한 장소에 모여 일할 때 리더는 자연스럽게 관리/감독의 역할을 맡았다. 이제 리더는 소통과 협업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1. 다양한 디지털 협업 툴, 전략적 선택 능력 갖춰라

다양한 온라인 협업 툴과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목적에 맞게 능숙하게 활용하는 능력은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필수 역량이다. 구성원들의 근태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 각각의 목적과 특성에 맞는 디지털 수단을 선택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은 업무 성과와 공정성 인식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디지털 수단을 활용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도와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회적 스킬이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앤드루 브로드스키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진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고자 다양한 직업군의 미국 직장인 1029명을 대상으로 대면, 영상, 전화, e메일 중 어느 매체에서 가장 직관적인 진정성을 느끼는지 물었다.7 분석 결과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감정을 표현할 때는 대면 혹은 영상을 선호하고, 전화는 가짜 감정을 진짜처럼 전달하는 데 가장 유용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대면과 e메일 커뮤니케이션 모두 가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e메일은 큰 노력 없이 감정을 감추거나 조작하기 쉽기에 진심인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진정성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즉, e메일로는 상대를 속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매체를 선택하느냐는 커뮤니케이션의 성패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제 리더는 올바른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선택하고 주도적, 효과적으로 사용해 어디에서든 구성원들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2. 구성원 간 교류 촉진하는 소프트 스킬 강화해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업무 중심적이고 감정적 연결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감정은 더욱 절제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든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 리더의 대인 관계 스킬은 더욱 중요해진다. 소소하고 친밀한 대화의 부재, 제한된 커뮤니케이션, 동료 간 유대감 약화, 재택 장기화로 인한 고독감, 밤낮없이 빈번한 화상회의로 인한 스트레스와 소진을 경험하는 구성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지심리 및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인지는 두뇌 프로세스의 시그널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한 공간에 있게 되면 상대의 감정, 에너지, 성격, 무드 등을 파악하기 용이하고, 결과적으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기도 쉽다. 대면하는 순간 공감, 감정적 연결, 비언어적 신호 등을 주고받으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연결감이 심각하게 약화될 뿐만 아니라 상대가 내뿜는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들과 사무실에서 대면하거나 온라인으로 소통할 때 이들이 고립감, 번아웃, 우울 등의 신호를 내보내지는 않는지 민감하게 살펴보고 반응해야 한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구성원과는 1대1 미팅이나 멘토링을 제공하자. 회사에 출근했을 때는 의도적으로 다양한 친목 행사나 리추얼을 추진하도록 하자. 이때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억지가 아니라 재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참여하게끔 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이가 팬데믹 이전 사무실에서 나누곤 했던 가벼운 농담과 웃음을 그리워한다. 매일 점심시간 전후로 줌으로 만나 마치 사무실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녀를 키우는 이야기, 최근 읽은 책, 정주행하고 있는 드라마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따로 마련할 수도 있고, 각자 독특한 분장을 한 채 점심을 함께 먹는 줌 이벤트를 마련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비언어적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다소 과장된 제스쳐를 보이거나 카메라 클로즈업 등을 사용하며 역동감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으려면 언어적/비언어적 단서를 통해 자신과 구성원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목표 달성 및 문제해결을 위해 감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상황에 맞게 자신과 구성원의 감정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리더가 실천해야 할 외적 노력

조직의 성과는 결국 전 직원이 얼마나 즐겁게,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며, 최고의 성과를 내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됐느냐에 달렸다. 리더는 서로가 대면해서 만나는 횟수가 적은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도 구성원들이 강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헌신적이고도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노력은 다음 세 가지다.

1. 구성원 각자에게 ‘임파워먼트’ 부여

구글, 시티그룹, 어도비 등은 일주일에 몇 번 회사에 나와야 하는지 명시해놓고 집과 사무실을 번갈아 가며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이 이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 약속 혹은 규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 일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권과 결정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 리처드 라이언과 에드워드 디시의 자기결정이론(Self Determination Theory)8 에 따르면 사람은 돈 같은 외적 보상보다 자기 성장과 충만한 삶에 대한 타고난 심리적 욕구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 자기결정이론은 인간의 동기가 흥미, 호기심 등으로 완전히 내적 통제됐을 때 가장 높으며 강제나 강요 등 순전히 외적 통제됐을 때 가장 낮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에서 자기 결정은 자율성(autonomy), 유능성(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으로 구성된다. 자율성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욕구로 성과와 웰빙의 핵심 드라이버이자 동기부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유능성이란 관련 지식을 통달함으로써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뜻한다. 관계성은 타인과 연결되고 응집력을 갖고자 하는 동기를 의미한다. 이 세 요소는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얽혀 있어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세 요소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조직이 외적 보상뿐만 아니라 임파워먼트와 자율성 보장을 목적으로 구성원 개인의 스킬과 역량 개발에 투자해 유능감을 높이면 구성원은 고도의 자율성에 기반한 높은 실행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리더는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 ‘One-size fit all’은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의 개인적 선호도를 수용하고, 다른 구성원들 역시 각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에게 최선인 업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다면, 이들은 고도의 업무 실행력으로 조직에 보답할 것이다.

2. 공정성과 수용성 보장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은연중에 사무실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상사에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2015년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불룸 교수는 중국 나스닥 상장 여행사 소속 근로자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의 효과성을 검증했다.9 그 결과 재택근무 직원의 생산성은 사무실 근무자 대비 13% 높은 데 반해 승진율(Performance-based promotion rate)은 사무실 근무자 대비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 리더는 구성원 간 분열, 갈등, 차별, 커뮤니케이션 오류, 응집력 약화 등의 문제를 조정하고 다름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도록 수용적(inclusive)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 불공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생산성 저하, 번아웃, 협업의 어려움, 이직률 증가 등 부정적 결과가 초래된다.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도 붕괴될 수 있다. 리더는 의도적으로 공정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편향을 완화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팀원 일부가 회사에 나와 있다고 하더라도 팀 미팅을 무조건 줌으로 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모니터에 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끼리 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면 그 자리에 없었던 팀원들에게 따로 전화해 대화 내용을 전달하며 의견을 묻거나 잔디 같은 온라인 협업 툴에 상시적으로 대화 내용을 기록해 팀원 누구나 상시 확인할 수 있게 하도록 한다. 또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회사에 나오지 않은 사람의 의견이 배제되지 않도록 서베이나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3. “개인사 털어놔도 괜찮아” 심리적 안전감 제공

하이브리드 상황에서 심리적 안전감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보복이나 처벌받는 것을 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한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주체적으로 업무 일정을 조절하면서 리더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개인적 상황을 상당히 자세하게 리더에게 알려야 한다.

누구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어서 집에서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고, 누구는 말 못할 건강상의 이유가 있고, 누구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 취미 활동을 병행하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가정 이슈는 개인의 정체성, 가치, 선택 등 내면 깊이 자리한 것들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 리더에게 개인적 사정을 알리는 것이 실제로 해당 구성원의 조직 내 입지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 리더 입장에선 개인사에 대해 묻다가 의도치 않게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구성원에 대해 편견을 갖게 돼 무의식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리더의 책임은 구성원에게 개인사는 물론 업무에 대한 생산적 대화가 모두 안전하게 논의된다는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나를 믿어라”는 말만으로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우선 리더 자신이 아직은 업무와 개인사를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지 명확한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구성원에게 숨기지 않는다. 리더가 솔직하지 않으면 구성원은 절대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이러한 도전적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객관적으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구성원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와 위험한 도전에 대해 당장 얘기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변동성이 높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대에 명확한 로드맵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노력을 조직 내부에 심리적 안전감을 심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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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리더부터가 출근/재택 혼용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최고경영자 등 리더는 출근하고 일반 직원들은 재택을 하면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직 눈치를 보느라 자율적으로 근무 스케줄을 조정하기 어렵다. 보스가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데 어떤 구성원이 맘 놓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까? 프랑스 인시아드대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 교수는 재택근무하던 사람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이유의 절반은 ‘사회적 즐거움 추구’, 나머지 절반은 ‘사회적 압력’ 때문이라고 했다. 즉, 소속감을 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리더가 사무실 복귀를 원할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리더가 롤모델이 돼 구성원이 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을 먼저 취해야 한다. 리더가 먼저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며 자율성과 유능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하이브리드 근무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루 종일 화상회의에만 참석하지 말고 구성원들과 화상으로라도 커피 타임을 가지며 기분 전환을 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솔루션에 대해 대화 나누는 데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리더의 솔선 수범하에 구성원들 역시 온•오프라인에서 즉흥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에너지를 충전할 것이다.

에이전트이자 퍼실리테이터가 되라

하이브리드 근무는 재택근무의 확대가 아니다. 워크플로(workflow)와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 시스템의 총체적 변혁을 요구하는 조직 혁신의 계기이자 일과 삶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진 상황에서 협업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확실한 한 가지는 변화가 지속될 것이며 리더의 역할 또한 계속 바뀐다는 사실이다. 리더에게 카리스마는 항상 필요하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근무 문화가 조직 내에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리더에게 유연함과 적응력도 요구된다. 리더의 역량 역시 하이브리드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리더는 조직의 의미와 목적을 전달하는 에이전트이자,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감을 가지고 협력하도록 하는 코치이자 멘토,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돼야 한다.


김명희 인피니티 코칭 대표 cavabien1202@icloud.com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DBR mini box II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 적합한 기업 문화 만드는 기업의 노력

1. 시그폭스,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포용적 문화 구축

글로벌 통신회사 시그폭스(Sigfox)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으로 전면적인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사무실을 다시 오픈하며 직원 각자가 재택근무를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선택권을 줬다. 이때 시그폭스의 리더들은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갖고, 조직 눈치를 보지 말고 자신이 가장 편하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방식을 선택하도록 독려했다.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리더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을지 직원들과 상의했다. 이후 매주 월요일은 비즈니스 전반에 대해 소통하는 회의를 갖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구성원 각자가 업무 우선순위와 스케줄을 브리핑하며 서로의 계획과 니즈를 적극 소통하기로 했다.

또한 시그폭스는 화상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실행함으로써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이 소속감/포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화상 회식이라 할 해피아워, 팀별 축구 경기, 한 달간의 트리바 게임 등이 그러한 사례다.

2. 유니토, 직원 스스로 회의 참석 여부 결정

캐나다 정부가 기업들에 록다운 해제를 알렸을 때 몬트리올에 소재한 소프트웨어 회사 유니토(Unito)의 최고경영자 마크 보셔는 직원들에게 재택을 지속할지 여부를 선택하도록 했다. 간절하게 출근을 원하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일부는 건강이나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사무실 복귀를 원하지 않았다.보셔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60여 명의 구성원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과거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은 아무래도 조직 내 주류에서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셔는 “모든 직원은 동등한 레벨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모든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공정함과 형평성을 유지하고자 힘썼다. 또한 모든 회의를 녹화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이 편한 시간에 회의 때 오고 간 대화를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는 특히 가족 휴가를 길게 사용하도록 한 팬데믹 기간에 매우 유용했다.

또한 회의 주재자가 회의 어젠다를 미리 준비해 사전에 공유하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꼭 참석해야 하는 미팅인지 판단하고 불필요하다면 참여하지 않도록 했다. 회의 내용의 요약본이나 녹화본을 보는 것만으로도 회의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언제 정보를 소화할지 선택할 수 있게 돼 한결 부담을 줄였다. 유니토는 다양한 온라인 협업 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협업 툴에 기록된 대화 내용이나 업로드된 문서를 통해 업무 진행, 변경, 결정 사항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가장 큰 도전은 유니토 특유의 긍정적인 기업 문화와 구성원 간 강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유니토는 온라인 해피아워를 정해 컴퓨터 화면 앞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팀 빌딩을 목적으로 하이킹, 자전거 타기, 걷기 등 다양한 아웃도어 이벤트를 열었다. 또 매주 슬랙을 통해 서로 다른 부서 직원들을 매칭해 15∼30분간 커피 데이트를 즐기도록 하는 것도 유니토만의 독특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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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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