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1.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분권화(Decentralized) 리더십’

리더여, 혼자 짊어진 압박감 내려놓고
집단의 힘을 빌려 더 큰 가능성 찾으라

박종규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구성원 모두가 자율성과 능동성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분권화된 리더십(Decentralized Leadership) 조직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2008년 오바마 캠페인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당시 오바마 캠프는 ‘눈송이 모델(Snowflake Model)’로 자원봉사자 모두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적극적 협업을 이끌어냄으로써 미국 역사상 최초로 유색인종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제 리더는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팀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위임, 조정, 코칭, 신뢰 형성 등 새로운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팀 구성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다면 분권화된 리더십 환경에서 더 큰 성취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 무게 맞추기 대회

1907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민중의 소리(Vox Populi)’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의 저자인 영국 인류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소 무게 맞추기 대회에 참가한 787명이 써낸 소 무게 추정치의 평균값을 실제 소 무게와 비교했다. 놀랍게도 두 값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참가자들이 써낸 소 무게의 평균값은 1197파운드였고, 실제 소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골턴은 이를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의 상황과 비교하며 민주주의 사회는 대중의 집단적 판단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대중의 집단적 판단은 정확할까? 2015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서 비슷한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다.1 인터넷으로 젖소 사진을 보여주고 그 소의 무게가 얼마나 나갈지 물었다. 골턴의 논문이 발표된 10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집단적 추측은 꽤 정확했다. 실험에 참가한 1만7000여 명의 미국인이 생각한 젖소 무게의 평균값은 1287파운드였고, 실제 젖소의 무게는 1355파운드였다. 소를 직접 보거나 만져보지도 않고 사진으로만 본 대중의 판단이 5% 오차 범위 안이라는 것은 놀라운 결과다. 이렇게 다수가 협력해 문제를 더 정확하게 해결하는 것을 우리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073


집단지성의 개념은 사람이 아닌 곤충 연구에서 시작됐다. 개미를 연구하는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는 개미가 협업 기반의 집단생활을 통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의 개체로서는 높은 지능을 갖지 못한 개미가 군집을 이루고서는 마치 상당히 높은 지능을 가진 것처럼 대단한 일을 해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미나 꿀벌 같은 사회성 동물이 가진 군집 지능(Swarm intelligence)의 힘은 우리 인간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 대중이 가진 집단지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과학적 근거를 들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집단이 가진 힘과 능력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개인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와 팀이 존재한다. 회의는 회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다. 회의를 통해 집단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함께 의사결정을 내린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집단의 의사결정은 개인의 의사결정보다 정확성이 높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두 사람의 지혜가 한 사람의 지혜보다 낫다.

협력 네트워크 속에서 누구나 갖는 리더십

집단의 힘은 리더십 상황에서도 유효할까?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공통적으로 포함하는 키워드는 ‘타인에 대한 영향력 행사’다. 그래서 사람들은 리더십이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적극 행사할 수 있는 자리, 즉 리더의 지위에서 나온다고 여긴다. ‘장(長)’ 타이틀을 가진 사람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이 공식적 리더 역할 안에서만 존재하는지, 아니면 리더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리더십은 리더에게만 해당된다고 보는 관점에 대해 살펴보자. 이 관점은 리더십이 너무 폭넓게 공유되면 조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리더만 리더십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리더십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되기 때문에 리더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관점이 있다. 후자의 관점에서는 조직 구조와 위계 속 공식적 리더의 전문적 역할보다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과정(social process)이나 심리적 과정(psychological process)으로서의 리더십을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세계적인 리더십 교육기관인 창의적리더십센터(CCL)2 는 리더십을 ‘개인들이 결과를 얻기 위해 협력하는 사회적 과정’으로 정의한다.3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 네트워크 속에서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발생되기 때문에 누구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리더십이 있다 혹은 없다고 평가할 때, 그 사람은 리더 포지션에 있는 조직장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을 포함한 조직 내 누구라도 될 수 있다.

리더십이 특정 개인의 점유물이 아니라 집단의 사회적 과정이라는 새로운 관점은 한 명의 영웅적 지도자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톱다운 리더십 접근 방식과 대비되는 ‘집단적 리더십 접근 방식(Collectivistic Leadership Approach)’ 혹은 ‘분권화된 리더십 접근 방식(Decentralized Leadership Approach)’으로 소개되면서 2000년대 이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075


분권화된 리더십에서도 ‘리더 역할’은 중요

분권화된 리더십 접근 방식은 상황적 맥락과 학문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 분산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 집단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 협력 리더십(Collaborative Leadership), 관계 리더십(Relational Leadership) 등이다. 용어마다 뉘앙스에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조직 전체나 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함께 리더십 역할을 공유하고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프로세스’라는 의미를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영향력은 물론 의사결정의 기회와 권한이 공식적 리더뿐만 아니라 집단 내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분권화된 리더십은 조직 수준, 예를 들어 파트너십으로 맺어진 회사들이나 회사 내 부서 사이에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팀 조직 내에서 경험하거나 목격될 수 있다. 팀 내에서 분권화된 리더십을 구성하는 팀원들의 행동 요인은 5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4 (표 1) ① 팀원 개개인의 자율적 의사결정 ② 강한 주도성 ③ 주어진 역할 이상의 행동 ④ 팀원 간의 수평적 공동 의사결정 ⑤ 팀장-팀원 간 혹은 팀 전체를 위한 수직적인 공동 의사결정이다.

분권화된 리더십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개인이 아닌 팀 전체의 자산이다. 따라서 팀 내에서 이러한 행동을 경험한다면 그 팀의 구성원 모두가 분권화된 리더십이라는 공동의 자산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 1]의 예시에서 보듯 분권화된 리더십이 발휘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공식적 리더, 즉 팀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분권화된 리더십이 중요하더라도 공식적 리더가 없는 기업 조직이나 팀은 없다. 분권화된 리더십을 가리키는 여러 용어 중 ‘공유 리더십’과 ‘분산 리더십’이 대표적 용어라는 점도 공식적 리더가 가진 리더십의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고 모두에게 ‘분산’하는 것이 분권화된 리더십의 중요한 전제 조건임을 확인하게 한다.

분권화된 리더십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공식적 리더가 위임(Empowerment), 조정(Coordination), 코칭(Coaching), 신뢰 형성(Trust building) 등의 역할을 잘 수행할 때 팀 내에서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분권화된 리더십은 다수의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각각의 팀원이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에서 상호 업무 범위나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팀장이 중재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분권화된 리더십은 더 뿌리 깊게 자리를 잡을 것이다.

공식적 리더들은 왜 자신의 책임과 권한을 공유하고 나눠야 할까? 오늘날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책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효과적 리더십에 필요한 역량을 한데 모으면 엄청 긴 리스트가 될 것이다. 이 리스트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긍정적 자질과 필요조건을 나열한 후, 그 하나하나를 효과적 리더십을 위한 요구 사항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개별 리더와 그들의 역량이 리더십의 전부가 아니다. 리더십을 한 개인에게 짐 지우지 말자. 이런 차원에서 리더십을 실현하는 데 있어 주변 구성원과 시스템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076


효과적인 리더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리더가 다 잘할 필요는 없다. 리더는 자신이 짊어진 무게와 압박감을 내려놓고 집단의 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더 큰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책임만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당연히 권한도 나눠야 한다. 권한을 효과적으로 위임하는 임파워링 리더(Empowering Leader)는 분권화된 리더십 성공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책임과 권한을 나누라는 것은 자신의 일을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기라는 뜻이 아니다. 관리자로서의 기본 권한인 통제권과 평가권을 포기하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리더십의 기본 속성인 ‘목표 달성을 위한 타인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혼자가 아닌 모두 다 함께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지원하라는 것이다. 리더에겐 중재자와 조정자로서의 새로운 스킬도 필요하다. 집단 내 복잡한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기 위해 공식적 리더는 다수가 공유한 리더십 영향력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을 겸비해야 한다.

머지않아 회사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게 될 MZ세대의 부상도 리더십이 분산돼야 할 주요한 이유다. 위계 기반의 지시적 리더십을 MZ세대가 반길 리 만무하다. MZ세대의 특성을 차치하고라도 상사의 일방적 의사소통과 업무 지시를 반길 부하 직원은 없다. 불확실성 증가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외부 환경이 날로 복잡해져가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의사결정 권한은 분산돼 있는 게 유리하다.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리더십과 의사결정의 짐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나눠야 한다.

077


분권화된 리더십 성공 사례

1. 오바마 캠페인 :
눈송이 모델로 열정적 선거 운동 실현

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 캠페인(Barack Obama 2008 Presidential Campaign)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강한 풀뿌리 조직에 바탕을 둔 분산 리더십의 성공 사례다. 풀뿌리 조직을 설계한 마셜 간즈(Marshall Ganz) 하버드대 교수는 오바마 대선 승리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눈송이 모델(Snowflake Model)’을 기반으로 한 분산 리더십의 힘을 꼽았다.5 눈송이 모델에서 단일 리더는 없다. 연결돼 있는 개인들만 존재한다. (그림 1) 가운데 파란색 인물들은 각각 녹색 구성원 두 명(지역사회 코디네이터)과 상호작용하고, 녹색 구성원들은 다시 다섯 명의 하늘색 구성원들(커뮤니티 멤버)과 상호작용한다. 여기서 상호작용은 업무 지시가 아니다. 분담과 협업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오마바 캠프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선거운동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누구나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셈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분권화된 권한과 참여를 통해 영향력 있는 선거운동가로 훈련됐고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게 됐다. 이렇게 권한과 책임감이 분산되고 리더십을 가진 다수가 연결되면 강력한 힘이 생기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078


2. 고어 :
래티스 조직 구조로 구성원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

기업 사례로 아웃도어 의류 원단인 고어텍스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고어(W. L. Gore and Associates)를 들 수 있다. 고어는 독특한 조직 구조와 우수한 기업 문화로 유명하다. 포천(Fortune)지에서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에 스무 번 이상 선정되기도 했다.6

고어는 ‘래티스(Lattice, 격자 무늬)’라는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림 2) 래티스 구조는 위아래로만 연결되는 사다리 구조와는 다르게 어느 지점으로나 연결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래티스 구조를 통해 고어의 모든 직원은 자신의 소속과 상관 없이 회사 내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할 수 있다.

고어는 프로젝트별로 구성된 ‘헤쳐 모여’ 방식의 래티스 팀을 통해 분권화된 리더십이 잘 작동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최소한의 관리를 목적으로 각 팀은 직함상 리더를 둔다. 하지만 팀 목표를 달성하고 팀을 리드하는 책임은 팀원 모두에게 있다. 공동 의사결정이 기본이지만 과제의 난이도에 따라 ‘지식 기반 의사결정(Knowledge-based decision-making)’을 내린다. 리더가 아닌 해당 과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함께 결정한다는 의미다. 과제에 따라 고어 내 누구라도 실질적 리더가 될 수 있다. 리더의 역할은 지시가 아닌 조정과 합의다. 평가는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모두가 모두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평적, 그리고 수직적 공동 의사결정이 합쳐진 분권화된 리더십의 좋은 사례다.

오바마 캠페인과 고어의 사례는 조직 구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분권화된 리더십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잘 작동하려면 조직 구조라는 하드웨어가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 관리자 직급을 모두 없애고 완전히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도입한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홀라크라시(Holacracy)’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분권화된 리더십이 자리 잡으려면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시스템과 혁신적 조직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분권화된 리더십의 주체는 소수의 공식적 리더가 아닌 조직 구성원 모두이기 때문이다.

팀원도 ‘역량과 전문성’ 준비해야

글의 서두에 소개한 소 무게 맞추기 대회에 대한 골턴의 논문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네이처지는 골턴의 논문을 읽은 한 독자의 편지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일반 대중이 아니라 소 무게를 잘 추정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어릴 때부터 소의 무게를 맞추는 훈련을 받아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논문의 제목으로는 ‘민중의 소리’보다는 ‘전문가들의 소리(Vox Expertorum)’가 더 맞지 않나요?”

이에 골턴은 800명 가까운 사람 모두를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고, 확률 분포의 양 극단에 위치한 응답이 적지 않았으며, 경마처럼 돈을 벌 목적으로 게임에 참가한 일반인도 많았을 것이란 점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으로 보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079


다수가 함께 만들어 낸 집단지성의 힘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 효과가 더 크고 정확하기 위해서는 참여 인원의 수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조직의 기본 단위인 팀의 인원은 많아야 열 명 남짓이다. 따라서 분권화된 리더십이 더 큰 효과를 내려면 팀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분권화된 리더십이 팀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는데 이때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로 구성된 팀이라면 더 큰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의 전문성은 자기 업무에 대한 숙련도는 물론이요, 자신의 업무와 타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팀과 조직 전반에 대한 총체적 관점(holistic view)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역량을 보유한 사람은 회사 내의 자신은 결국 타인과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팀원들과 우리 팀 전체가 잘되는 게 결국 내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안다.

상호의존성은 분권화된 리더십과 연관이 깊다. 상호의존성이 높은 팀일수록 분권화된 리더십이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전쟁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SWAT(Special Weapons and Tactics) 팀을 떠올려보자. SWAT 팀에서는 특수작전 성공을 목표로 각 팀원이 맡은 임무가 확실히 구별돼 있다. 선봉, 장애물 파괴, 저격수, 화력 지원 등등이다. 이들은 서로가 완벽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단 한 명이라도 임무 수행에 문제가 생기면 작전이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아진다. SWAT 팀에도 팀장이 있지만 전문성과 상호의존성을 바탕으로 모두가 리더십을 발휘한다. 분권화된 리더십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좋은 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분권화된 리더십에도 부작용은 있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고 오히려 성과가 낮아질 수도 있다.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에 대한 영향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수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분권화된 리더십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팀원 모두가 전문성과 리더십을 학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분권화된 리더십이 미래 경영자 육성 및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에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장기적 성과를 지향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홀로 짊어진 리더십의 무게를 덜어내고 집단과 부하 직원들이 가진 힘을 믿어야 한다. 부하 직원들은 리더십이 지위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란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리더십의 주체가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권화된 리더십의 힘을 믿고 실천해보자.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알투나칼리지 경영학과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 및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참고문헌

1. Galton, F. (1907). Vox populi. Nature, 75(7), 450-451.

2. Hoch, J. E., & Dulebohn, J. H. (2013). Shared leadership in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and human resource management system implementation. Human Resource Management Review, 23, 114-125.

3. Koppenjan, J. F. M., Koppenjan, J., & Klijn, E. H. (2004). Managing uncertainties in networks: A network approach to problem solving and decision making. New York, NY: Routledge

4. Mehra, A., Smith, B. R., Dixon, A. L., & Robertson, B. (2006). Distributed leadership in teams: The network of leadership perceptions and team performance. The Leadership Quarterly, 17(3), 232-245.

5. Park, J. G., & Zhu, W. (2017). Shared leadership in teams: A qualitative analysis of theoretical themes, antecedents, and outcomes. Academy of Management Best Paper Proceedings, 2017, 16051.

6. Perry-coste, F. (1907) The ballot-box. Nature, 75(7), 509.

7. Zhu, J., Song, L. J., Zhu, L., & Johnson, R. E. (2019). Visualizing the landscape and evolution of leadership research. The Leadership Quarterly, 30(2), 215-232.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