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리더십의 조건

리더여, 이제 CMO(Chief Meaning Officer)가 되라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풍요의 시대를 맞아 ‘의미’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 신념, 지향점과 자신을 공고히 연결하기 시작했고 그러기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의미를 제공하지 못하는 직장은 인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조직은 일의 의미를 찾는 직원들을 통제하고 금전적 보상으로만 동기부여하려고 한다. 의미 창출이 이익 극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선행 지표임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조직과 리더는 ‘의미의 연금술사’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탐색 기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존 관리 방식과 소통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언제부턴가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HR 솔루션 그룹 켈리서비스가 매년 발표하는 켈리글로벌 산업인력지표(KGWI)에 따르면 젊은 직장인 중 51%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연봉이 줄 거나 직위가 낮아져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했다. 또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밀레니얼세대의 기부, 자원봉사 및 공익 활동 참여와 인식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미국의 M Factors 연구1 에서도 현대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 확인됐다. 두 연구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키워드가 바로 ‘의미’다. 우리는 언제부터 일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것일까.

일의 의미가 중요해 진 배경에는 물질적 풍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풍요2 는 정신적 가치 추구 경향을 양산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장소로서의 직장과 일터가 아닌 자아실현의 기회로 간주하게 된 것이다. 즉, 풍요는 ‘의미’를 찾게 만들었다. 일의 의미가 ‘직장에 다니는 것’에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MZ세대들은 매일 8시간 이상 일하는 가운데 의미를 찾고 변화도 만들고 싶어 한다. 결국 세상에 대해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MZ세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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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리더십

문제는 현재 우리 직장의 모습이 MZ세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산업혁명으로 과학적 경영 관리 방식이 도입된 후 기업들은 학습하고 탐험하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효율적 관리 기법을 만들어내 측정과 감시를 바탕으로 수천, 수만 명의 거대 조직을 통제하게 됐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협소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했으므로 탐험하고 시도하려는 욕구를 억압하는 규칙을 세우고 이를 시스템화했다. 그 덕분에 생산량이 늘고 불량이 줄었지만 구성원들의 자기표현, 실험과 학습 능력, 최종 생산물에 대한 애착이 희생됐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크렙스 교수는 그의 저서 『동기부여 도구상자』3 에서 “이제 더 이상 세부 규칙 등을 동원한 관리 중심의 통제적 방법으로는 구성원의 저항만을 유발할 뿐 리더들이 원하는 창의와 협력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잘 설계된 통제 메커니즘이라 하더라도 그 통제를 피해 가기 위한 구성원들의 영민한 시도들도 계속될 거라는 얘기다. 그 어떤 리더도 구성원이 여기에 창의적인 에너지를 쓰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대니얼 M. 케이블 교수는 그 대안으로 구성원의 탐색 기제(seeking system)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저서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4 에서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탐색 기제는 과학적 관리라는 미명하에 의도적으로 억제됐고 이는 구성원들이 지시받은 업무만 하도록 함으로써 효율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쁜 변화와 경쟁에 당면했고 변화 속도는 해마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은 주체적으로 혁신하는 구성원들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감지하는 구성원, 리더보다 기술을 더 잘 활용해 업무에 접목하는 구성원,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그로부터 의미와 방향을 감지해 적응하고 성장하는 구성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탐색 기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탐색 기제란 무엇일까?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복잡한 미로 앞에 설 때 우리는 두 가지 기제 중 하나를 동원할 수 있다. 하나는 공포 기제, 다른 하나는 탐색 기제다. 공포 기제(fear system)는 행동 전에 일어날 만한 상황을 고심하게 만들고, 탐색 기제는 행동한 후 결과로부터 메시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환경의 복잡성이 비교적 덜하고 변화의 속도가 완만하며 경쟁자가 드러나 있을 때는 공포 기제가 유효하다. 하지만 VUCA 시대에는 어떤 경쟁자가 미로에 뛰어들지, 기존 경쟁자가 어떻게 변신할지, 미로의 난이도가 시시각각으로 어떻게 바뀔지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미로 입구에 선 채 두려움으로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게 됐다.

탐색 기제는 세상을 탐험하고 환경을 학습하며 주변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자연스러운 충동이다. 탐색 기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때 동기부여 및 즐거움과 연결된 신경 전달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이 탐험하고 학습하게 된다.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위해 기꺼이 날 새는 줄 모르고 매달리거나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파고들며 그저 흥미롭다는 이유로 새로운 기술 및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는 것도 우리의 탐색 기제가 작동한 결과다. 로라 로버츠 미시간대 교수는 “‘최고의 자기 모습’은 최고의 상태에서 자신이 보이는 본연의 모습에 대한 인지적 표현이라고 말하며 이 자기표현의 핵심은 재미있어 하는 것, 잘하는 것, 원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최고의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때 탐색 기제 또한 최고로 작동되는 것이다.

탐색 기제는 이처럼 우리의 변화 행동을 유발하는 내적 동기, 즉 흥미(재미있어 하는 것), 강점(잘하는 것), 지향점(원하는 것)의 함수로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필자는 ‘자기다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구성원의 자기다움이 조직에서 활성화된다면 구성원은 더 큰 동기를 지니고 열정적으로 일을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터에서의 존재감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자기다움을 구성하는 흥미, 강점, 지향점은 탐색하며 유쾌한 변화를 이뤄가도록 본원적으로 설계된 인간 본연의 삶의 방식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대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미 내재적으로 이 탐색 기제를 타고났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의 일 역시 그 방식에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 조직이 이러한 탐색 기제가 충분히 활용되도록 변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리더십이 준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조직의 재창조』의 저자인 프레데릭 라루는 ‘관료적 위계주의’는 ‘미래가 과거의 반복이라는 가정이 성립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정적 환경일 때 유효하다는 말이다. 즉, 관료적 위계주의는 장기적인 안정성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VUCA 환경이 되면서 이는 더 이상 유효한 원리가 될 수 없어 보인다.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구성원들 모두의 오너십과 몰입, 창의가 절실한데 이는 위계와 상관없이 구성원이 How는 물론, 큰 방향만 맞는다면 What에서도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What과 How에서 모두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업무 목표도 팀이나 개인 차원에서 수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관료적 위계 문화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선진 기업들이 선보여 온 변모된 조직의 모습들을 살펴보면 하루빨리 탐색 기반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증거들을 확인할 수 있다.

탐색 기반 조직 전환의 비결

그렇다면 이를 실현하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를 통해 확인해 보자.

트레이더조는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 현재는 미국 41개 주에서 약 500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여행 블로그에 넘쳐났던 글 중 하나가 ‘미국 여행 필수 쇼핑 장소, 트레이더조’였다. 트레이더조는 이미 2019년 유통 빅데이터 전문 기업 던험비가 7000여 미국 가구를 대상으로 한 유통업체 선호도 조사에서 아마존, 코스트코, 월마트 등의 대형 업체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컨슈머리포트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유통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점을 받았다. 트레이더조는 온라인 쇼핑몰이 없어서 매장에 가야만 물건을 살 수 있다. 계산 한번 하려면 15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도 선호도 1위를 놓치지 않는 비결, 고객을 찐 팬으로 만드는 비결이 도대체 무엇일까?

트레이더조는 아마존이나 코스트코 같은 유통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 분석을 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하지 못한다. 온라인 쇼핑몰도 없고, 회원 카드도 없고, 포인트나 쿠폰 제도를 운영하지 않아서 고객 데이터를 모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석도 없다. 있는 거라고는 매장에서 고객이 보이는 반응을 확인하는 것, 열정적인 팬 고객의 피드백뿐이다. 그렇기에 고객의 반응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상품 진열대와 시식 코너인데 매장 직원들은 고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그걸 상품 판매에 반영한다. 따라서 트레이더조의 성과는 전적으로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캐치하고 그걸 상품 판매에 반영하는 매장 직원들 때문이다. 즉, 트레이더조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매장 직원들 때문에 열광적인 충성 고객,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슈퍼마켓이 고객의 쇼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영업시간에는 진열대 정리를 잘 하지 않지만 트레이더조는 반대다. 직원들은 고객들과 더 많이 마주치고 말을 쉽게 건네기 위해 일부러 고객들이 쇼핑할 때 진열대를 정리한다. 사실 진열대 정리보다 고객과 수다 떠는 일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레이더조는 고객과의 대화를 진정으로 즐길 준비가 돼 있는 직원만 매장에 배치한다. 배치 면접 시 지난 이력과 역량 등을 묻는 대신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흥미), ‘가장 즐거웠던 대화 경험은 무엇인지’(흥미), ‘대화를 통해 상대를 도운 경험이 무엇인지’(강점), ‘남을 돕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지향점)’ 등을 묻는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과 직원의 자기다움(흥미, 강점, 지향점)을 연결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일과 자기다움의 연결은 직장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트레이더조는 직원의 20%가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속자인데 이는 소매업계 종사자 약 60%가 1년 이내에 전직을 하고 아마존 평균 근무연수는 1년, 구글은 1.1년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마존발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로 인해 매년 폐업하는 소매업체가 수천여 곳에 이르는데 이렇게 오프라인 유통이 폐허가 돼가는 와중에도 오히려 트레이더조는 아마존이 할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직원이 진정으로 일에 몰입해 즐길 수 있도록 회사의 일과 직원의 자기다움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과 직원의 자기다움 연결을 위한
두 마리 토끼, 관리 방식과 소통 방식

탐색 기반 조직 풍토를 만들기 위해 일과 직원의 자기다움을 연결하려면 다음 두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하나는 ‘관리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소통 방식’이다. 관리 방식은 조직 구조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대부분의 조직이론은 기업이 크고 복잡해지면 기능 조직에서 사업부 조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해 왔다. 사업부 조직은 최고경영자가 사업부서 리더들을 통해 통제 시스템을 가동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구조다. 즉, 사업부별 리더에게 핵심 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부여하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성과를 극대화할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20세기 초에 기능 조직에서 사업부 조직으로 전환했으며 후발 기업들도 20세기를 지나며 대부분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21세기가 돼서도 여전히 기능별 조직을 고집했다. 애플은 잡스가 복귀한 1998년 매출 70억 달러, 직원 수 8000명에서 2019년 현재 매출 2600억 달러, 직원 수 13만7000명 규모가 됐다. 이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바꾼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사업부별로 별도 운영되던 부서들을 기능 조직으로 통합하며 하나의 손익 관리 체계로 편입한 것이다. 경영진은 상품이 아닌 기능을 담당하도록 했고 모든 애플 주요 상품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운영, 마케팅 및 판매가 만나는 접점에는 CEO가 있도록 했다. 즉, CEO를 제외하면 애플에는 상품 개발에서 영업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손익에 따라 평가받는 전통적인 관리자가 없는 것이다. 이는 곧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이 관리감독 대상과 많은 결재 라인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탐색과 혁신의 주체가 돼 일하도록 전환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이러한 탐색적 조직 풍토는 결국 애플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상품들의 출시로 이어졌다. 이는 곧 엄청난 기술적 변화와 산업의 대격변이 일상화되는 상황 속에서는 사업부 조직보다 기능 조직이 구성원의 탐색 풍토 보존 및 확산에 보다 적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필요충분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관리 방식’과 더불어 ‘소통 방식’에 대한 점검 또한 필요하다. 데이비드 크렙스 교수는 구성원이 기대하는 것이 조직이 원하는 것과 최대한 일치할 수 있게 해주는 소통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체로 조직의 기대는 구성원에게 잘 전달되지만 구성원의 기대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게도 소통은 ‘one way’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동기부여란 결국 구성원들의 기대와 조직의 기대를 일치시키는 것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구성원과 조직 간 원활한 ‘two way’ 소통 방식을 장착하는 것은 조직의 탐색 기제 활성화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것이다. 또한 크렙스 교수는 구성원에 대한 리더의 지원 및 권한 위임과 관련된 소통도 바뀌어야 할 주요 대상이라 언급했다. 구성원이 도움을 받고 싶어할 때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구성원이 스스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권한 위임하라는 것이다. 지원의 기준 및 권한 위임 시점 또한 지금까지의 조직, 리더 중심이 아닌 구성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함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리더에게는 관리자, 통제자, 지시자로서가 아니라 지원자, 후원자, 조언자로서의 소통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구성원의 기대와 조직의 기대가 일치되는 소통이 실행된다면 그때부터 리더는 더 이상 관리감독자가 아니라 뒤로 물러서서 구성원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판단력, 창의성,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미 있는 일터 만들기, 이제 CMO가 되라

과학적 통제와 감시가 이끌었던 고속 성장의 신화가 그 끝을 고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들은 과감히 통제 기제와 결별하고 탐색 기제를 채택하는 모습이다. 탐색 기제로의 변화가 조직 내 ‘의미 체계’를 만들고 이를 동력화하는 데 우월하기 때문이다. 풍요의 시대, 이제 우리 구성원들은 직장과 조직을 통해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리더는 구성원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기여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고 지원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이는 결국 구성원들이 ‘의미’로 세상과 연결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되며 이것이 바로 미래 리더십의 결정적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제 리더는 이른바 ‘의미의 연금술사’가 돼야 한다. 영역과 상관없이 모든 리더가 CMO, 즉 ‘최고의미책임자(Chief Meaning Officer)’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CMO로서의 리더 역할은 무엇인가? 바로 조직 내 ‘의미 체계’를 구성원들에게 공감시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내부에는 두 가지 경영 체계가 있다. 하나는 기술 체계, 다른 하나는 의미 체계다. 기술 체계는 기술 역량을 통해 형성되고 발전되는 것이고 의미 체계는 해석 역량을 통해 형성되고 세련화된다.5 기술 체계는 조직의 지속가능 성장에 있어 ‘성과 향상’ 측면에 기여하고 의미 체계는 체질 개선, 즉 ‘건강’ 측면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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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의미 체계는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회사의 의미 체계(미션, 비전, 핵심 가치, 인재상, 브랜드 콘셉트)이고 다른 하나는 구성원의 의미 체계(자기다움: 흥미, 강점, 지향점)다. 의미 체계는 회사든, 구성원이든 방향성, 우선순위, 일관성, 조화와 균형 추구의 기준이 된다. 그렇기에 조직 내 존재하는 이 두 개의 의미 체계는 존재감 있게 인식되고 공유 및 공감돼야 한다. 왜냐하면 이 양자의 공감 수준은 곧 일에 대한 구성원의 몰입 수준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의 의미 체계가 구성원에게 실질적 영향력 없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회사가 구성원의 의미 체계를 도외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CMO로서 리더가 맡아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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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 번째, CMO로서 리더는 조직의 의미 체계가 나머지 모든 경영의 요소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경영의 요소는 의미 체계 외에 기술 체계, 리더십, 역량, R&R, 평가보상, 외부 네트워크, 학습과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조직이 체질 개선과 관련된 요소들보다 당장의 성과 창출과 관련된 요소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즉 조직의 의미 체계가 힘 있게 작동하도록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렬돼 있기보다는 기술 체계와 기술 역량을 통한 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것에 치중돼 있는 것이다. 당장 평가 보상의 기준을 살펴보면 의미 체계와는 무관한 채 성과 향상 관련 컴플라이언스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영의 요소가 의미 체계를 액자 속 문구처럼 만들게 해서는 안 된다. 가령 창의, 도전, 혁신을 회사의 의미 체계로 설정한 조직이 안정지향 의미 체계를 가진 사람 위주로 채용하고 조직과 리더에게 순종적인 직원을 높이 평가 보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한 주어진 일 외에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고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오픈 센싱하는 기회는 주지 않으면서 업무에 세 번 실수하면 퇴사를 종용하거나 발전성이 낮은 부서에 전출시키는 삼진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미 체계의 진정성과 존재감이 크게 훼손되고 일터에서 목격되는 조직 몰입도와 업무 몰입도 모두 현저히 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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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CMO로서 리더는 조직 내 소통의 콘텐츠와 방식이 Why 중심인지 점검해야 한다. Why는 의미 체계에 대한 상호 확인과 공감의 시작이다. 그런데 Why의 공감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조직에서는 구성원과의 공고한 교감 없이 권위와 위계, 통제를 통해 조직이 생각하는 Why를 확정해 제시하고 실행 속도를 얻고 싶은 유혹이 있다. 하지만 Why 없는 What과 How는 속도는 얻을지 모르나 결국 몰입을 떨어뜨리고 지속력을 손상시킨다. 구성원들과 What과 How에 대한 소통을 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유도를 허락하는 시도들은 늘고 있다. 하지만 Why를 화두로 놓고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자유도를 허용하는 모습은 여전히 인색하다. Why는 정해놓고 What과 How에 재량을 허용하는 것과 Why부터 함께 공감한 후 연계된 What과 How를 고민하는 것, 구성원들은 이 둘 중 어느 것을 진정한 임파워먼트라 느끼겠는가? 더불어 어느 것을 더 의미 있게 느끼겠는가? 탐색 문화는 조직과 리더들의 전유물이었던 Why 영역을 구성원들에게 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구성원의 의미 체계와 회사의 의미 체계를 공고히 연계시켜 이것이 곧 조직 내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조직의 여러 하위 시스템을 통제 기반에서 탐색 기반으로 전환시키고 기술의 진보와 이 기술이 만들어 낼 성과들을 품어낼 의미 체계를 세련화시킴으로써 그 안에 참여하는 개인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기여를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래 리더는 CMO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는 더 늦기 전에 당장 시작돼야 한다. 지나간 20세기 통제 리더십 신화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향수에 젖어 지체한다면 미래(未來)를 미래(美來)로 바꿔 줄 인재와 조직을 만날 기회는 점점 더 요원해질 것이다.



참고문헌

1. 박정열(2020).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한국경제신문.
2. Amy C. Edmondson(2019). The Fearless Organization : Creating Psychological Safety in the Workplace for Learning, Innovation, and Growth. John Wiley & Sons, Inc.
3. David M. Kreps(2018). The Motivation Toolkit : How to Align Your Employees’ Interests with Your Own. Norton & Company Inc.
4. Daniel M. Cable(2018). Alive at Work : The Neuroscience of Helping Your People Love What They Do.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5. L. M. Roberts et al.(2005). Composing the Reflected Best-Self Portrait: Building Pathways for Becoming Extraordinary in Work organizations.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30.
6. N. Doshi & L. McGreger(2015). Primed to Perform : How to Build the Highest Performing Cultures Through the Science of Total Motivation. New York : Harper Collins.
7. Frederic Laloux , Wilber, Ken (2014). Reinventing Organizations A Guide to Creating Organizations Inspired by the Next Stage in Human Consciousness. Nelson Parker.


박정열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 soulpark77@hyundai.com
필자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영개발원을 거쳐 삼정KPMG에서 Learning & Development Center Director를 지냈다. 최근 발표한 논문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도구 개발』로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한국경제,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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