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Leadership

리더를 ‘제비뽑기’로 선발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박종규 | 319호 (2021년 04월 Issue 2)
014


Based on “How to prevent leadership hubris? Comparing competitive selections, lotteries, and their combination” by Joa..l Berger, Margit Osterloh, Katja Rost, and Thomas Ehrmann (2020) in The Leadership Quarterly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리더의 권력과 리더십에 대한 예찬은 종종 리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과 권력 남용이라는 오만함으로 이어진다. 이는 오늘날 기업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예를 들어 사업상 행운이나 외부 환경 요인으로 인해 얻어진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거나, 스스로를 완벽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여기며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을 롤모델로 삼을 것을 종용하는 CEO와 리더들이 가끔 있다. 일부 경영자의 오만방자함은 심지어 사업의 치명적인 실패를 가져오거나 조직에 큰 해악을 끼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따라서 리더십 연구자들은 어떻게 하면 조직 리더들의 지나친 자만심을 방지하고 그들이 더 겸손한 자세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연구해 왔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고대 아테네에서 리더들의 권력 남용과 지나친 자만심을 방지하기 위해 무작위 선발 방식, 즉 추첨(lottery)을 활용했다는 역사적인 증거에 주목했다. 그리고 자신의 성공에 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인식하는 리더일수록 더 겸손하고 친근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사실과는 달리 무작위 선발(Random selection) 방식은 오늘날 실제로 조직의 리더를 임명하는 데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경쟁 선발(Competitive selection) 방식을 통해서 조직 내 가장 유능한 사람이나 큰 성과를 낸 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맡긴다. 경쟁 선발은 여러 명의 후보 중에서 리더 역할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기 때문에 선발된 리더는 당연히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 경쟁 과정은 최종적으로 선발된 리더가 ‘나는 다른 후보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다’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어떤 리더들은 자신은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이나 부하 직원들보다 우월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도 있다. 이는 자만심이라는 감정을 자극해서 결과적으로 오만함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선발 방식에서 올 수 있는 리더의 자만심에 주목한 이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리더를 선발했을 때 리더의 오만함을 막을 수 있는지 살펴봤다. 구체적으로는 ‘완전 경쟁 선발(Competitive selection)’ ‘완전 무작위 선발(Purely random selection)’, 그리고 경쟁 방식과 무작위 방식을 결합한 ‘부분 무작위 선발(Partial random selection)’ 의 세 가지 중 어떤 선발 방식이 리더의 오만함을 가장 잘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부분 무작위 선발’ 방식으로 뽑힌 리더가 다른 선발 방식을 통해 뽑힌 리더들보다 덜 오만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리더의 오만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쟁 방식과 무작위 방식을 섞어서 리더를 선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800여 명의 스위스 취리히대(University of Zurich)와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Zurich)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실 실험(Laboratory experiment)을 수행했다. 먼저, 학생들을 여섯 명으로 구성된 각각의 팀으로 무작위로 배정한 후 전체 팀을 다시 세 가지 실험군으로 랜덤 배치했다. 이때 ‘완전 경쟁 선발’ 팀에서는 가장 높은 시험 점수를 받은 사람을 팀 리더로 정했고 ‘완전 무작위 선발’ 팀에서는 추첨을 통해 리더를 결정했다. ‘부분 무작위 선발’ 팀에서는 총 여섯 명의 팀원 중 시험 점수가 가장 높은 세 명을 먼저 뽑은 후, 다시 추첨을 통해 세 명의 후보군 중 한 명을 팀 리더로 임명했다. 그리고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과 죄수의 딜레마 게임(Prisoner's dilemma game)을 통해 팀 리더들의 자기 과신(Overconfidence), 이기심(Selfishness) 정도 등 오만함의 다양한 인지적, 행동적 특성들을 측정했다.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부분 무작위 방식으로 뽑힌 리더는 비록 자기를 과신하는 정도가 높더라도 자기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팀원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리더로서 권력을 오남용하는 경우가 드물고 팀원들에게 더 유익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 방식을 통해 선발되고 비슷한 성향, 즉 스스로를 지나치게 믿는 팀 리더들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성공의 과실 대부분을 본인이 차지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는 경쟁 선발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리더의 오만함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만 가지고 부분 무작위 방식이 가장 뛰어난 리더의 선발 방식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보다는 리더를 정하는 데 있어 완벽한 방식은 없지만 오만한 리더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쟁 선발 방식에 랜덤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좋은 대안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무작위 선발에는 능력이 검증된 후보를 리더로 선발하지 못할 수 있다는 큰 리스크가 따른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소위 귀족정치(Aristocracy)의 폐해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큰 장점이 있다. 추첨을 통해 특정한 개인 혹은 이전부터 큰 영향력이 가진 집단이 마치 왕족처럼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작위 선택은 리더가 겸손해 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조직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후기 중세시대 베네치아공화국에서는 총독을 임명할 때 무작위 선택과 경쟁 선택을 함께 섞어서 진행했고, 18세기 스위스 바젤대에서는 기존의 교수 임명 방식이 가진 영향력 있는 가문의 정치적 개입과 부패 문제를 해결하고자 세 명 중 한 명을 뽑는다는 의미의 ‘Wahlzu Dreyen’라는 새로운 교수 임명 절차를 도입했다. 즉, 후보자들의 자격 검증을 통해 두세 명의 후보를 먼저 추려낸 후 최종적으로 추첨을 통해 그중 한 명을 교수로 뽑았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스위스에서는 전문가 위원회가 선택한 후보들 중에서 추첨을 통해 연방 판사를 결정하자는 국민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리더를 선발할 때 실제로 무작위 방식을 적용하는 기업은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실 연구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무작위 요소를 가미해서 리더를 정하자는 이 생소한 아이디어는 랜덤, 즉 제비뽑기가 항상 비합리적이고 좋지 않다는 가정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준다. 우리는 겉보기에 당연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 즉 경쟁을 통해 리더를 선발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 잠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만한 리더보다 겸손한 리더를 좋아한다. 조직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직원들은 더욱 그렇다. 오만한 리더는 조직 내•외부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계속해서 일으킨다. 리더의 오만함을 방지하기 위해 심지어 제비뽑기조차도 합리적이고 유용한 방법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리더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뿐 아니라 선발, 교육 훈련, 평가, 보상 등 여러 제도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알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리더십 교육을,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 등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