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은행을 차렸다. 2018년 아르헨티나 선도 은행인 갈리시아뱅크와 함께 카페 형태로 은행 지점을 연 것이다. 고객들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금융 상품을 상담받을 수도 있다. 일반 은행이 문을 닫은 저녁과 주말에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세계 각지에서 핀테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승부수는 미국 주요 지방 은행을 뛰어넘는 8조 원 수준의 현금 보유량이다. 전통 은행들이 카카오, 토스뿐 아니라 스타벅스까지 견제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고객들의 성향이 바뀌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간편함을 선호하는 밀레니얼세대에게 은행 거래 절차는 복잡하게 느껴지고,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금융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해졌다. 지난 12월에는 21년 만에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됐다. 카카오뱅크는 간편한 거래를 앞세워 출시 3년 만에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뱅킹 1위 업체가 됐다.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가계부를 작성하고, 소비 패턴에 적합한 금융 상품을 중개해주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벅스와 같은 유통사에서부터 통신사, IT 업체, 스타트업까지 각자의 강점을 살려 미래 금융 선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사는 현금 보유량을, 통신사는 고객 기반을 자랑한다. IT 업체는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의 금융 서비스를 기획한다. 자본도, 고객도 없는 스타트업은 하나의 서비스에 집중해 충성 고객을 확보한 뒤, 마케팅에 투자해 고객층을 늘린다. 이후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를 출시해 재무 실적을 개선해나간다.
전통 금융사들도 입지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해 10년 사이 순이익이 3배 늘었다. KB금융그룹은 중고차 거래 시장에 나선 지 5년 만에 현대캐피탈과 1위를 다투고 있다. 이들은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부터 디지털화하고, 의사결정이 빠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적극적으로 외부 조직과 협업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혁신을 추구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누리게 될 효용을 강조한다. 잘나가는 서비스의 기능과 UI/UX를 베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서비스에 나서기까지의 문제의식까진 모방할 수 없어 결과물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고객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느낄까. 이를 구현하기 위해 조직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금융권은 고민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