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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경제학-알맹이에 투자하라

권춘오 | 17호 (2008년 9월 Issue 2)
현실과 동떨어진 신제품을 개발한 다음 그 제품이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하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보다 더 확실하고 좋은 생각은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간과되고 있는 시장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기업이 억지로 강매할 필요 없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창의성이나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이보다는 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아이팟, 페덱스, 해비타트 운동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아이팟은 ‘주머니 속의 1000곡’, 페덱스는 ‘하루 만에 화물 배송’, 해비타트 운동은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20만 채 이상의 집짓기’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알맹이를 잘 뽑아냈기 때문이다.
 
알맹이를 뽑아내는 6단계 방법
잠재고객을 파악하는 일은 이제 멈춰라. 오늘날은 사람들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과 관련된 것들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 때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투자가 가능할까. 여기에는 여섯 단계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찾아라’이다.
이 방법은 현재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야를 점검하는 것으로, 유일한 실행 방법은 사무실에서 나와 잠재고객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 너무나 많은 기업이 굉장한 제품을 개발한 다음에야 이를 판매할 방법을 찾기 위해 궁리한다. 수학으로 보면 ‘답’으로 ‘문제’를 찾는 해괴한 일을 벌이는 셈이다.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이전에 잠재고객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먼저 이해하려 한다.
 
렌터카 업계의 거인 에이비스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1946년 미시간의 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 운영자이던 워렌 E. 에이비스는 공항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줄을 서는 게 지긋지긋했다. 그는 렌터카 회사들이 왜 시내 자동차 정비공장에만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시작으로 그는 플로리다와 미시간 공항에서 출장 여행객들이 차를 빌릴 수 있는 ‘에이비스 에어라인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에이비스는 수십 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두 번째 단계는 ‘구매 주체를 이해하라’이다.
구매 주체는 당신이 알아낸 한 가지 이상의 문제를 공유한 사람들이다. 고객에게 귀를 기울이는 기업은 대상 고객을 정할 때 구매 주체를 활용한다. 즉 모든 제품 개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계획에 필수 요소인 다양한 구매 주체를 만들어낸다. 기업은 각 주체의 프로필을 개발하면서 구매자들의 공통점이 무엇이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선거운동본부는 유권자들을 나스카 대드, 시큐리티 맘 등 다양한 주체로 세분화했다. 나스카 대드는 대다수가 나스카(NASCAR·미국 자동차 경주대회) 팬인 시골 노동자계급 남성을 의미하고, 시큐리티 맘은 테러로부터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들을 뜻한다. 공화당은 이러한 고객 주체를 고려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단계는 ‘영향력을 계산하라’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구매할 사람들을 파악했다면 계산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차분하게 앉아 이러한 솔루션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 것인지를 계산해야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문제가 시급한가?’ 사람들이 하찮다고 여기는 일에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을 쏟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은 없다.
 
시장에서 보편적인 문제인가?’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인원이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모든 잠재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으며, 어떤 특징이 가장 대중적인지 알아내야 한다.
 
구매자들은 해결책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쓸 것인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문제인지를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 단계는 ‘획기적인 경험을 형성하라’이다.
고객에게 진정 획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려면 다른 경쟁자들이 필적할 수 없도록 기업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토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더 자금이 풍부하고 기반이 탄탄한 경쟁자와 대적해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차별화한 역량은 핵심 역량과 다르다. 핵심 역량은 조직이 잘할 수 있는 (또는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별화한 역량은 경쟁자들이 갖지 못한 뛰어난 점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볼보의 차별화한 역량은 ‘안전에서 세계 제일’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강력한 아이디어를 확실히 실행하라’이다.
일단 획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면 이를 설명하기 위해 기억에 남을만한 어떤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은 핵심을 찌를 수도 있고, 고객을 깊이 공감시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네 번째 단계에 도달했다면 이미 고객들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많이 모았을 것이다. 이제 도전 과제는 그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획기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문장이나 콘셉트로 요약하는 것이다.
렉서스 자동차는 ‘끊임없는 완벽의 추구’, 밀러 라이트는 ‘배부르지 않은 뛰어난 맛’, 바운티 종이 타월은 ‘빠르게 강하게 깨끗하게’, BMW는 ‘궁극의 자동차’로 각각 자신들의 획기적인 경험을 그려냈다.
 
여섯 번째 단계는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라’이다.
여기서 유대감은 단순히 거래를 유도하는 일방적 광고가 아니라 진심 어린 의사소통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제품을 인식하게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은 TV와 라디오 광고, 잡지 광고, 신문 광고, 무역 전시회, 광고판, 우편광고물(DM) 등에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억지로 무리하게 메시지에 시선을 보내게 만드는 ‘방해 마케팅’일 뿐이다.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는 기업은 잠재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하면 그곳으로 찾아간다. 이런 회사는 자신들의 구매 주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객을 찾아 구글 검색 키워드, 블로그, 포럼 및 여러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방문한다.
 
이러한 여섯 단계에서 중요한 점은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조직 내 모든 사람이 ‘우리가 이 업계에서는 전문가니까 고객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라는 인식 자체를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해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직감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한두 명이 기분 내키는 대로 개발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결과적으로 엄청난 쓰레기에 돈을 퍼붓는 격이 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실패작에 대한 과감한 투자 사례가 즐비하다는 점을 인식하자.
 
이 책을 쓴 저자 크레이그 스털과 필 메이어스는 트레이닝·컨설팅 회사인 프래그매틱 마케팅의 최고경영진이다.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은 ‘The New Rules of Marketing & PR’의 저자로, 마케팅 분야의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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