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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통찰력, 인문학의 선물

17호 (2008년 9월 Issue 2)

인문학의 위기’이던 한국에 ‘인문학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문학은 경영자에게 필수불가결한 학문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인문학 최고위과정’ 같은 최고경영자(CEO) 대상 프로그램도 잇달아 만들어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경영에서 인문학의 의미는 뭘까. 우리는 그 답을 책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정진홍 지음, 21세기북스, 2007)에서 찾을 수 있다.
 
통찰이 필요한 시대
결론을 먼저 보면 저자는 사람들이 인문학에 주목하는 이유를 다름 아닌 ‘통찰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통찰은 ‘통찰(洞察)’이면서 ‘통찰(通察)’이다. ‘통찰(洞察)’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을 말하는 인사이트(insight)다. ‘통찰(通察)’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훑어 두루 살펴보는 종합적 사고, 즉 오버뷰(overview)다. 이 통찰의 힘을 기르는 데 최고의 자양분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왜 경영에 통찰이 필요할까. 그것은 현재의 시대적 변화와 직결돼 있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화·정보화의 전문가 시대를 살았다. 그런데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기업의 미래 전략 컨설팅 회사인 드림컴퍼니의 설립자 롤프 옌센이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미래문제 연구 집단 중 하나인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있을 때 일이다. 그는 정보화 사회에 대한 강연을 끝내고 한 청중으로부터 매우 황당하면서도 의미 있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올까요?”
 
당시 군색한 답변을 한 옌센은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의 모든 역량을 정보화 사회 이후에 집중시켰고, 마침내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가 완성됐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보화 사회의 태양이 우리가 그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기도 전에 지고 있다. 인류는 수렵꾼으로, 농부로 살았고 또 공장에서도 일했다. 지금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또 다른 형태의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드림 소사이어티다. 이것은 신화와 꿈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새로운 사회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의 상품은 이성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시장은 감성과 꿈이 지배한다. 이 시장에서 승리하려거든 이야기(story)를 존중해야 한다. 이야기를 잉태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그 어떤 부가가치도 낳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상품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산다. 기업과 시장을 주도하려거든 이야기꾼(storyteller)이 되어라. 이것이 정보화 사회 이후에 도래할 드림 소사이어티를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인문학에서 배우는 스토리의 힘
인문학을 통해 이야기꾼, 즉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무엇인가. 이렇게 적어보면 쉽다.
 
왕비가 죽고 왕이 죽었다.’ 이것은 사실(fact)이다. 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왕비가 죽자, 왕이 상심한 나머지 따라서 세상을 떠났다.’
느껴지는가? 다시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의 사례로 살펴보자. 이제는 제품에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1999년 코펜하겐 공항이 그린란드의 빙원을 통째로 사들였다. 그리고 그 빙원을 얼음조각으로 만들어 그 얼음에 담긴 이야기 한 구절을 쓴 카드와 함께 VIP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이 얼음에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의 공기, 즉 태곳적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가. 얼음 자체의 가치는 미미하다. 그러나 거기에 ‘태고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담기자 그 얼음은 보석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게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기업은 이렇게 강력한 감성 바이러스가 담긴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마음산업’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인문학에서 배우는 창의성
우리는 인문학에서 스토리와 함께 ‘창의성’을 배운다.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98.77%가 침팬지와 일치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창의성이 없었다면 침팬지와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기업도 창의성을 가져야만 전략의 가장 중요한 기본인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인문학이라는 길고 지루해 보이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창의를 의식 쪽으로 밀어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창의성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30대70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는 자기 시간의 30%는 실질적인 업무에 쏟되 나머지 70%는 재충전과 여가 또는 남들 눈에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2500만 달러 미만의 사업 결정은 모두 해당 사업본부장에게 맡겼다. 그는 자기 일을 대신 맡아 결정해 줄 사람을 고민한 뒤 정작 자신은 ‘재충전의 70의 세계’로 들어갔다.
 
둘째, 400년 이상 된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 최근 나오는 책들과 자료는 경쟁자도 읽는다. 그러나 400년 이상 된 고전을 읽는 경영자는 여간해서 드물다.
 
셋째, 몰입의 즐거움을 배워야 한다. 창의적인 인물들은 몰입의 즐거움을 안다. 퀴리 부인은 엄동설한에 난로도 없이 실험 결과를 기다리며 파리의 연구실을 지켰다. 무수히 많은 시인이 비좁은 골방에서 위대한 시를 썼다. 미켈란젤로는 무려 15년 동안이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매달려 ‘천지창조’를 그렸다. 언뜻 미친 짓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미치지 않으면 창조도 없다. 미쳐야 몰입할 수 있고 몰입해야 뭔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며 몰입하고, 몰입 상태를 많이 경험하면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경영자에게 인문학은 통찰이자 스토리이며 창의성이다. 또 궁극적으로는 차별화와 경쟁력으로 다가온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저자는 인문학의 본령으로 문(文), 사(史), 철(哲)을 이야기한다. 문장은 기교의 산물이 아닌 사람의 마음이고 영혼이다. 역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결정하도록 도와준다. 철학은 깊은 생각과 넓은 조망을 통해 삶의 진정한 원리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인문학의 세례를 받고 싶을 때 먼저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소(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CEO를 위한 경영서평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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