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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닷컴 편집자 린더 캐니가 말하는

애플 스티브 잡스의 뇌 구조

권춘오 | 16호 (2008년 9월 Issue 1)
여생을 설탕물이나 팔면서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까?”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굉장히 무례하고 불량기까지 있어 보이는 이 질문에 펩시코의 전 사장 존 스컬리가 흔들렸다. 어찌되었든 매너와 상식이 존재하는 비즈니스 세계, 그것도 비즈니스 분야의 별이라는 최고경영자(CEO)에게 누가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짐작했듯이 바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다.
 
괴짜가 전부는 아니다
스컬리를 애플에 영입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잡스는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이 독한 질문을 던졌고, 결과적으로 스컬리는 애플로 이직을 결정했다. 당시 스컬리는 잡스가 던진 철학적 도전에 쉽사리 저항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그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다면 내가 잘못된 결정을 한 건 아닌지 미심쩍어 하면서 여생을 보냈을 것입니다.”
 
이 사례는 자신이 추구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잡스가 얼마나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 준다. 도발적이면서 설득력 있고, 기분 나쁜데도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난다.
 
잡스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실망했을 때 폭언을 일삼고 소리를 지르는 지배광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질 고약한 리더에만 머물렀다면 잡스의 성공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잡스는 자신을 상당히 잘 아는 사람이었고, 남과 차별되는 일곱 가지 개성을 비즈니스 성공의 동력으로 활용했다. 충분한 역량을 지닌 많은 기업조차 고배를 마신 분야에서 그가 아주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정확한 자기인식과 독특한 일곱 가지 개성이 절묘하게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잡스는 어떤 개성을 지녔는가. 그의 뇌 구조로 들어가 보자.
 
일곱 가지 개성이 융합된 잡스의 뇌 구조
잡스의 첫 번째 개성은 ‘집중’이다. 개인적으로 그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같은 철학이 사업에도 적용된다. 그가 애플의 지배권을 다시 획득했을 때 회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데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뒀다. 잡스는 자신이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는 1997년 애플컴퓨터의 임시 CEO로 복귀했을 때 체계적으로 회사를 살피면서 각 부분을 분석하여 ‘제품 라인의 복잡성’ 등 애플이 해결해야 할 현실을 금방 파악했다.
 
그의 두 번째 개성은 사람들이 익히 아는 것으로, 바로 ‘독재’다. 기술 기반 제품을 개발할 때 제품에 더 많은 기술적 특징들을 끼워 넣기란 쉽다. 그는 정작 필요한 것은 엔지니어보다 유통과 판매를 맡은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전제군주처럼 행동했고 이러한 까다로운 주장을 능숙하게 관철했다. 실제로 그는 독재자 또는 폭군처럼 행동하면서 제품에 어떤 기능을 첨가하고 어떤 기능을 배제해야 할지 고압적으로 명령한다.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단순하게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다.
 
세 번째는 ‘완벽주의’다. 잡스는 탁월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다. 그는 철저하게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뛰어난 일을 하는 데 집중한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과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다. 그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네 번째 개성은 ‘엘리트주의’다. 잡스는 소수정예 팀을 무척 좋아한다. 처음 맥을 개발할 때 그는 최대 채용 인원이 10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원이 추가되면 누군가는 팀에서 탈락해야 했다. 그는 거대 그룹은 집중이 되지 않고 관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소규모가 가장 좋다고 여긴다. 잡스는 지구상에서 항상 가장 똑똑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를 채용한다. 최고 인재를 찾아 자신의 프로젝트에 인원을 보충하면 이후에는 그들이 잡스 자신을 위해 위업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섯 번째 개성은 남다른 ‘열정’이다. 잡스는 항상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개인적 사명감을 지녀왔다. 이런 생각은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한 완벽한 OK를 이루기가 너무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잡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고함을 지른다. 설령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현실 왜곡의 장’을 만든다고 말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행동한다. 그들은 잡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결국엔 정신이 피폐해지겠지만, 그렇게 하면서 강한 의욕과 결의 속에서 꽤 놀라운 것들이 생각나고, 잡스는 여기에 균형을 더한다.
   
 
여섯 번째 개성은 그의 유별난 ‘발명 정신’이다. 애플을 위한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과 신상품 아이디어는 잡스가 고객 경험에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데에서 나온다. 그는 고객이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동물적인 직감을 지니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라는 명성을 얻어왔지만, 막상 애플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혁신을 추진할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 애플에서 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서 고객에게 억지로 사용하게 만들기보다 고객에게 필요한 신기술을 구체화하는데 집중된다.
 
여러 면에서 잡스는 이러한 애플에서 ‘중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그는 가정의 모든 기기가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게 만들어 주는 디지털 허브 장비처럼, 다가오는 신기술을 바라보고 공통된 주제를 한데 엮으려고 시도한다. 애플의 디지털 허브 전략은 신상품의 완전한 개발에서 애플 소매점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지침이다.
 
일곱 번째 개성은 ‘전체 관리’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두말할 나위 없이 잡스는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자신이 만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또는 액세스 서비스 전반을 철저하게 관리하고자 한다. 이런 방법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언제나 애플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대가 절정기에 이르면서 이제 고객들은 아이팟처럼 잘 만들어지고 모든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잡스가 전체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그의 일곱 가지 개성은 어떤 이에게는 호감을 주고, 또 어떤 이에게는 위협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잡스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수긍하는 점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지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성격 결함이라고 여기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철학으로 승화시킨 스티브 잡스. 이렇듯 애플의 성공과 실패의 뒤안길에는 좋든 나쁘든 잡스가 존재하고,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잡스를 애플컴퓨터의 심장이자 영혼으로 여기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 린더 캐니는 와이어드닷컴(Wired.com) 뉴스 편집장이며 맥 예찬(The Cult of Mac) 블로그의 주요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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