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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을 팝니다 外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뜻하는 이 단어는 합리적 소비와 관련이 깊다. 사람들은 합리적 소비를 위해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을 비교하고 기능을 살펴보며 효용을 따진다. 바가지를 써서 마음 상해 본 적이 있거나 충동구매로 후회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든가. 아무리 합리적 사고를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어도 판단 과정에 ‘감성’이 끼어들면 일순간 이성은 마비된다. 수많은 브랜드 전문가와 마케터들이 어떻게 고객의 감성을 자극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다. 특히 요즘처럼 제품 간 품질 차이가 크지 않고, 세세한 부분까지 정보가 공개되며, 실시간 평점이 매겨지는 ‘가혹한’ 소비환경에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마케팅도 드물기 때문이다.

30여 년 동안 삼성과 CJ에서 마케팅 실무와 연구 활동에 매진해 온 저자는 여러 감성의 영역 중 특히 ‘설렘’에 주목한다. 그는 “품질로 차별화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고객의 가슴을 뛰게 하고 설레게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성공 공식”이라고 강조한다.

설렘은 사전적 의미로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을 뜻한다.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을 앞둔 밤이면 마음이 설레는 것처럼, 꼭 갖고 싶었던 물건이 담긴 상자의 포장을 뜯는 순간을 설레게 만들어야 ‘이성적인 체크리스트’가 무용지물이 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게 된다는 게 저자의 변(辯)이다.

고객에게 설렘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영감을 줄 목적으로 저자는 일본 도쿄 소재의 개성 넘치는 공간 21곳을 소개했다. 그가 지난해 석 달 넘는 기간 동안 일본에 머무르며 직접 발로 찾아가 보고 경험한 먹거리 공간 중 엄선한 곳들이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밀감 주스 한 잔 마시려고 긴 줄을 서는 가게(신에히메), 찻잔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만으로 손님을 디지털 아트의 창작자로 만들어주는 찻집(환화정), 현대적인 공법을 쓰면 단 하루면 끝날 일을 지난 300여 년간 3개월 발효시킨 식초만 내놓는 가게(쇼분수) 등이 대표적 예다.

설렘의 원천은 디자인일 수도 있고, 매장 분위기일 수도 있다. 멋진 옷차림의 판매원일 수도 있고, 브랜드를 만든 오너의 경영 철학일 수도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일본의 오랜 경쟁력이자 차별화된 강점인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일본 제조업의 특징)’와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 어린 서비스를 통해 손님을 최고로 환대한다는 뜻의 일본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랄까. 단순한 공간 소개를 넘어 마케팅과 전략 분야의 경영 이론과 연계해 통찰을 이끌어내는 저자의 혜안도 돋보인다. 고객들의 감성을 공략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브랜드 담당자나 마케터에게 일독을 권한다.




‘착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잘 도울 것이다’ ‘공격적인 아이가 늘 문제를 일으킨다’ 같은 주장 뒤에는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이 어떤 행동의 원인이 된다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자칫 어떤 문제가 특정 개인에게서 비롯됐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게 하는 실수를 되풀이하게 만든다. 인간의 생각과 태도, 행동이 사회 환경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사회심리학자들은 특정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 ‘상황의 힘’에 주목한다. 심리학계의 대표적 석학인 저자들이 지난 60여 년간 진행된 사회심리학의 주요 연구들을 통해 ‘성격보다 상황이 인간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초콜릿을 소개할 때 ‘엄선된 재료’와 ‘값비싼 재료’라는 표현은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언뜻 보기엔 별 차이 없는 것 같은 표현이지만 실제 매출 측면에선 그렇지 않다. 전자는 소비자에게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줘서 구매를 촉진하지만 후자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제품이란 느낌을 줘서 오히려 구매를 저지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람의 뇌는 미묘한 단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케터들이 인간의 뇌 속에 숨겨져 있는 구매 동기와 소비 욕망의 본질을 파악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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