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은 나쁜 마법이 깃든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 용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반지원정대는 호빗 네 명, 인간 한 명, 난쟁이 한 명, 엘프 한 명 등 총 7명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역사 속, 또 픽션 속의 유명한 ‘팀’은 7인 안팎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는 제목부터 7인이다. ‘해리포터’ 역시 친구 넷과 쌍둥이 선배 둘까지 합치면 역시 7인조다. 7명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이야기한 ‘피자 두 판 법칙’에 어울리는 숫자이기도 하다.
신간 <팀이 천재를 이긴다>는 이렇게 영화와 소설, 기업계와 연예계를 샅샅이 훑으며 훌륭한 팀이 몇 명으로 구성돼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2명부터 1500명까지 다양한 규모의 팀을 만드는 법, 각 단계에서 주의할 점을 상세히, 그리고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어떤 사람을 뽑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팀의 규모를 설정하는 것부터 과학적인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매직넘버’는 2와 7이라는 게 이 책의 요지다.
특히 조직의 외형과 관계없이 업무의 핵심은
2인 단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짝을 지으려는 습성이 있다. 결혼도, 성관계도(일반적으로는) 1대1로 맺는 걸 편안해 한다. 직업적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령 열댓 명이 속해 있는 기업의 한 부서에서 실제로 일이 진행되는 방식을 살펴보면 부서 안에서 수많은 2인조 페어 관계가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인조 팀만 잘 짜줘도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 천재형 경영자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 애플 성공의 8할이 본인 덕이라고 자랑하고 다녔지만 죽고 나서 보니 최고운영책임자 팀 쿡과 부부처럼 한 조로 일한 것이 주효했음이 드러났다.
그럼 3인조는 어떨까? 3인조는 화려한 업적을 낼 수 있으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셋 중 한 명이 곧 떨어져나가거나 아니면 멤버가 빠르게 추가돼 7명 정도로 불어나기 마련이다. 3인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명이 겹치는 2인조 2쌍인 경우도 많다.
‘반지의 제왕’의 7인 원정대를 다시 떠올려보자. 출발은 7명이 했지만 중반부 이후는 호빗 2인조가 분리돼 나와 반지를 불구덩이에 집어넣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역시 매직넘버는 2와 7이다. 골룸이라는 캐릭터가 이 콤비에 합류하지만 그런 삼각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는 걸 영화를 보는 관객들 모두 본능적으로 느낀다. 바로 거기에서 서스펜스가 생긴다.
혹시 지금 업무와 관련해 3인조 팀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자. 굳이 서스펜스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면 먼 길을 떠날 땐 셋보단 둘이, 아니면 아예 다섯 이상이 좋다. 일과 여행은 닮았다. 이 책은 최소한 셋 사이의 관계 설정은 확실히 하고 출발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준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든 다이슨이 발명가에서 사업가로 변화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제조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혁신적인 제품을 하나 고안했다 치자. 생산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는데 업체가 생산을 한정 없이 미룬다. 화가 나서 직접 생산시설을 차렸더니 이번엔 모방품이 쏟아진다. 이런 와중에 사업파트너와 가족이 뒤통수를 친다. 쉽게 듣기 힘든 생생한 제조업 창업 경험담이다. 221호에 실린 한경희생활과학(스팀청소기 업체) 케이스와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광명 KTX 역사와 이케아 매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광명동굴이 있다. 일제시대 때 광산으로 개발돼 금, 은, 아연 등을 생산하다가 1970년대 이후 버려졌던 것을 광명시가 사들여 테마 동굴로 리모델링했다. 광명은 시 전체의 연간 관광객이 3000명 수준이었던, 관광업과는 인연이 없는 도시였기에 더욱 대담한 도전이었다. 결과는 놀랍다. 2015년 4월 동굴 개장 후 2016년 말까지 유료 방문객 234만 명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경기도의 대표적 관광지로 부상했다. 모험을 싫어하는 공무원 조직의 문화, 시장을 견제하는 시의회의 반대 등을 이기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휘한 광명시장의 회고록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