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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셜 外

조진서 | 225호 (2017년 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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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에선 날아다니지만 실전에만 나오면 몸이 움츠러드는 운동선수들이 있다. 골문 앞에만 오면 헛발질하는 축구선수, 중요한 자유투를 못 넣는 농구선수, 주자가 없을 때만 안타를 치는 야구선수도 있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클래식 연주자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재능, ‘포텐셜’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평소 업무역량은 뛰어나지만 경영진 보고나 주요 고객과의 세일즈 미팅만 나가면 부들부들 떨고 실수를 연발하는 유리가슴을 가진 직원을 누가 신뢰하고 승진시키겠는가.

필자는 영국에서 톱클래스 축구, 럭비, 크리켓 선수들을 훈련해온 코치로,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의 수행’이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초일류 축구선수와 일류 축구선수의 경계를 가르는 것은 신체 능력보다는 ‘멘탈’이다. 초일류 선수는 수비수가 겹겹이 둘러싸도 당황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주위를 확인하며 빈 공간을 찾아 패스를 하거나 먼저 초조해지는 상대방의 파울을 유도한다. 또 경기에서 지더라도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다음 경기에서는 다시 활기 가득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밟는다. 이들은 호르몬 분출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줄도 안다. 극한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면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게 아니라 두뇌는 냉정하게 유지하면서 신체 능력을 최고조로 올리는 데 집중한다.

저자는 직장에서 메시나 호날두 같은 ‘멘탈 갑(甲)’이 되는 비결을 설명한다. 첫째,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을 키우자. 전투기 조종사들을 관찰했다.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에서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처해지는 연습’을 반복한다. 직장인들도 응용해볼 법하다. 중요한 보고나 외부 미팅을 앞두고 모범답안만 달달 외우는 것보다는 엉뚱한 질문, 돌발상황을 연습해보는 것이다.

둘째, 부정적이고 추상적인 지침보다는 긍정적 혹은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자. 축구 골키퍼라면 ‘날아오는 공을 놓치지 말자’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놓치는 상황’에 대한 공포만 커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공에 새겨진 로고를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주시하자’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셋째, 자세를 곧추세우자. 사람은 압박 상황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몸이 굽어지고 움츠러드는데 이때 의식적으로 허리를 펴고 가슴을 내밀며 정면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냉정을 회복할 수 있다. 면접을 보는 자리라면 ‘면접관들도 인간이지’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자.

마지막으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을 때에 대한 마음자세도 중요하다. 영화 ‘실미도’ 생각이 난다. ‘김일성 목을 따오겠다’며 수년간 지옥훈련을 받던 특수대원들은 실전 투입이 계속 연기되자 이성을 잃는다. 교관들을 살해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실제로 미국의 델타포스, 영국의 SAS 등 강대국 특수부대의 비밀 작전은 완료되는 경우보다 실행 직전에 취소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초긴장 상태에 있다가 아무 일 없이 상황이 해제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출동에선 또다시 만반의 준비와 정신무장을 하고 대기하는 것, 그것이 초일류 프로들의 특징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해내는 1% 인재가 된다는 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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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여 하루 종일 일을 시킬 수 있는 이유는 맛있는 구내식당이나 휴게실의 당구대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회사와 직원을 일종의 ‘동맹(얼라이언스)’으로 본다. 각자가 원하는 조건을 분명히 밝히고 서로 이득을 얻는 거래를 맺는다. 그러면서도 가족과 같은 팀워크를 유지한다. 주 저자인 호프먼은 세계 최대 인맥관리 사이트인 링크트인의 공동 창업자로서 실리콘밸리의 HR 문화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실리콘밸리식 인사관리의 특징 중에서 일반 중견기업에도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원칙과 도구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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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내 말을 듣게 하려면, 혹은 팀원이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의 황금률은 이렇다. 사람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는 잠재 고객에게 친필 카드를 보냈다. ‘I like you. 조 지라드.’ 그러면 답장이 온다. ‘차 살게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사람 심리가 이렇다고 한다. 물론 진심이 담겨 있을 때의 얘기인데, 요는 타인을 좋아하는 것도 마음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족 혹은 직장 안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심리학 기법들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책을 읽으면서 힐링도 된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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