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
요코타 히데키 지음/ 트로이목마/ 1만4000원
회사의 목적이 이익 추구가 아니라고? 얼핏 황당하게 들린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 기업의 목적은 이익 추구를 통해 주주,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라고 교육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딜러회사인 넷츠도요타난고쿠의 창업자 요코타 히데키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가 놀라운 점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300개가 넘는 일본 내 도요타자동차 딜러회사 중 ‘13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2001∼2014)’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는 2위와의 격차가 너무 커 고객만족도 순위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 작은 회사, 넷츠도요타난고쿠는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었을까. 바로 창업자가 회사의 목적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코타 히데키 창업주는 “회사의 목적은 ‘전 직원이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라며 “이익이나 매출은 목적을 위한 숫자적 목표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회사란 돈이 아닌 더 궁극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경영 철학의 초점은 ‘양(量)’이 아닌 ‘질(質)’에 맞춰져 있다. 책에 따르면 보통의 경영자들은 겉으로는 직원들과 그 가족의 행복을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직원을 제일로 여기는 경영을 하면 실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생각은 결국 ‘실적 제일’이라는 기존의 통념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 잘못된 생각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직원의 행복을 ‘일하는 보람’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하는 과정의 행복을 중시한다. 직원의 행복을 강조하는 경영의 결과 이 회사는 최고의 직원 만족도를 자랑하며 연간 이직률이 2%가 채 되지 않는 ‘꿈의 직장’이 됐다.
이런 경영 철학 덕에 이 회사에는 없는 것이 많다. 요코타 히데키는 1980년 회사를 세운 뒤 다른 자동차 판매회사와 달리 영업직원의 방문판매를 없앴다.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판매 실적 표지판도 없애 팀워크를 강화했다. 직원평가 시스템에서 상대평가를 없앴고, 결과보다 프로세스를 중시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전략은 ‘매력 있는 매장 만들기’다. 차를 많이 팔기 위해 딜러회사들은 여기저기 점포를 세운다. 고객들이 멀리서 찾아오기 힘들기에 채택하는 다점포 전략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왜 고객이 멀다고 찾아오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고는 매장이 별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매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매장 한 곳에서 여러 매장을 합한 것보다 많은 성과가 나타났다.
이 회사에만 있는 것도 있다. 독특한 채용 방식과 프로젝트팀이다. 이 회사는 연간 5∼1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그런데 채용비용이 연간 1억 원이나 된다. 면접도 한 번에 5시간씩 3개월 동안 6번 실시한다. 도합 30시간이다. 면접위원도 매번 바뀌어 기존 직원들이 입사 대상자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살핀다. 우수한 신입을 뽑아 함께 꿈같은 회사를 만들자는 인식이 사내에 공유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입사 후에는 연차에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회사 내 각종 프로젝트팀 활동을 통해 다양한 회사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직접 실천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요코타 히데키 CEO는 또 ‘경영자는 남 탓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직 내 문제가 있다면 먼저 경영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언행에 의문을 던지면서 문제 해결의 근본 원인인 진인(眞因)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 넷츠도요타난고쿠의 성공방식에는 그냥 흘려 들어서는 안 될 대목들이 적지 않다. 물론 모든 기업이 이를 모방할 수는 없겠지만 30여 년간 양(量)보다 질(質)을 추구해온 요코타 히데키 CEO의 집요함은 양적 성장에 매달려온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장재웅기자 jwoong04@donga.com
2020 차이나 리포트
성공경제연구소·SBS CNBC 지음/ 21세기북스/ 1만6000원
‘중국산=싸구려’라는 등식이 성립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대부분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잡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책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패권국이 돼가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우리나라 경제 전문가들의 고민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양대 패권국가로써 기능하던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가 저물고 ‘포스트 차이메리카(Post Chimerica)’ 시대가 왔다고 전망한다. 또 포스트 차이메리카 시대 한국이 힘써야 할 분야로 드라마와 게임, 캐릭터 등 문화 콘텐츠 산업과 서비스 산업을 꼽는다.
검소한 이노베이션
나비 라드주·제이딥 프라부 지음/ 마인드풀북스/ 1만5000원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저(低)성장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인 나비 라드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검소한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에너지, 자본, 시간 등 고갈돼가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훨씬 더 많은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원의 한계를 골칫거리로 보지 않고 기회로 보는 것이다. 책은 ‘긴축의 시대’가 ‘기회의 시대’로 바뀔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한다. 미국, 유럽, 일본의 제조업, 판매업, 금융 서비스, 의료 서비스, 교육 부문을 통틀어 찾은 검소한 개척자를 연구한 결과로 얻은 우수 사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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