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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外

최한나 | 174호 (2015년 4월 Issue 1)

New Biz Books

 

 

 

인비저블

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 민음인/ 16000

 

 

먼저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레드 제플린을 보자. 레드 제플린은 헤비메탈이 이들에게서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록과 헤비메탈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룹이다. 특히 1971년에 나온 4집 앨범이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 존 본햄의 드럼 소리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많은 밴드들은 드럼을 녹음할 때 소리를 잘 잡아내기 위해 여러 대의 마이크를 사용했다. 베이스드럼 근처에는 한 대를 따로 배치해 더욱 가깝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4집을 녹음하면서 레드 제플린의 녹음 기사였던 앤디 존스는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했는데, 드럼을 치는 본햄의 머리 위 까마득한 곳에 있는 계단 난간 너머에 마이크를 설치한 것이다. 이렇게 하니 증폭되는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드럼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생각할 때 흔히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만 떠올리기 쉽다. 음악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프로듀싱을 했는지 정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녹음한 녹음 기사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존스는 숙련된 장인이자 경험 많은 기술자였고 수많은 곡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레드 제플린의 4집뿐만 아니라 롤링스톤스의스티키 핑거등 무수한 명반이 그의 녹음 작업을 통해 탄생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서 일하는 사실 검증팀은 어떤가. 이들은 기자들이 써서 올린 모든 기사를 하나하나 확인하는데 특히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았는지를 꼼꼼히 체크한다. 이 팀에서 일하려면 엄청난 치밀함은 물론 엄격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팀원의 절반 이상은 제2외국어에 능통하고 대다수가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잡지에 그들의 이름이 실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사 어디에도 그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필자 소개란에 게재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이 위상 높은 잡지를 명성에 걸맞게 잡아매주는 보이지 않는 닻과 같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그것에서 자부심과 만족을 느낀다.

 

이 책은 앤디 존스 같은 녹음 기사나 뉴욕커의 사실 검증팀처럼 무대 뒤편에서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이른바 인비저블(invisible)이다. 저자는 수많은 인비저블을 만나본 결과, 세 가지 특성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다. 남들의 관심이나 칭찬보다는 일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이들의 성공을 규정한다. 둘째, 치밀성이다. 자기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무서울 만큼 치밀하고 꼼꼼한 태도를 갖게 한다. 셋째, 책임감이다. 이들은 누가 감시하거나 지시하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끝까지 완수해내고야 마는 집요한 책임감을 보인다.

 

인간이 명성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다. 특히 돈이나 명예 등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을 명성이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는 그런 본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로 인해 지나친 환상이나 기대를 품다가 자칫 현실과 멀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가 우연히 올린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얻을 확률은 수천만 분의 일로, 이는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이 책은 묻는다.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 뒤에서 일하는 인비저블들의 사례는 남들의 관심이나 칭찬이 아닌 일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감으로 성공을 정의하라고 말해준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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