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버락 오바마 민주당 당시 대통령 후보와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처음으로 TV 공개토론을 하게 됐을 때다. 오바마 측 토론 팀은 첫 토론을 앞두고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토론의 주인공이 연습을 하지 못했다. 다른 일정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교육 과정 하나를 건너뛴데다 롬니 후보가 공화당 내 경쟁자들과 벌인 토론 동영상도 보지 않았다. 토론을 며칠 남겨두지 않았을 때 선거 수석 자문위원이 오바마의 준비 부족을 우려하자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난 실전에 강한 선수라네.”
토론 당일, 시작은 좋았다. 오바마도 롬니도 자신만만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바마가 눈에 띄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는 말을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어느 모로 보나 완패였다. 형편없는 토론 이후 여론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앞서고 있던 오바마는 롬니에게 역전당했다.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오바마는 선거 기간 내내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이 사례는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고도로 단련된 달변가조차 이럴진대 일반인이야 말해 무엇 하랴. 더구나 사람들의 인내심은 지극히 얕아서 방황하고 절뚝거리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지 않는다. 로이즈TSB보험사가 사람들의 집중력을 연구한 결과, 10년 전에는 사람들의 평균 집중시간이 12분 정도였으나 오늘날 일반인의 집중력은 길어야 5분이다. e메일, 메신저, 페이스북 등 각종 방해꾼들이 사람들의 평균 집중시간을 대폭 줄여버린 탓이다. 이는 5분 안에 상대방의 주의를 붙잡아 두지 않으면 애써 내뱉은 말들이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못하고 공중분해 된다는 의미와 같다.
저자는 다양한 기업의 CEO와 고위 경영진에게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르쳐왔다. 그가 말하는 ‘효과적인 말하기의 7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작을 장악하라. 가장 흥미로운 표현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고 만다. 시작부터 관심을 끌려면 매우 짧거나, 긴장감을 주거나, 놀라워야 한다. 둘째, 영화처럼 말하라. 시각적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지도록 하라. 시청자를 잡아끄는 인기 요리 프로그램들은 감각적인 묘사를 동반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고기 굽는 고소한 향이 그윽하게 퍼질 때부터 잘 익은 갈색 껍질을 칼로 찔러볼 때까지의 순간을 생각해보세요. 칼질을 해서 닭다리 두 번째 마디에서 진줏빛 육즙이 배어 나오고 마침내 잘 익은 고기를 입에 가득 넣는 그 순간을요.” 셋째, 간결하게 줄여라. 길어지면 장황해지기 쉽다. 내 앞에 선 누군가가 오랜 시간 장황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라. 어떻게 하면 중간에 끊어버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언어 다이어트는 사족을 잘라내기 위한 필수 요소다. 넷째, 머리보다 먼저 말하지 마라. 뇌와 입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입이 뇌를 추월하는 현상이 일어나면 뇌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결정을 내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다섯째, 확신 있게 말하라. 말의 속도와 강약, 시선, 몸짓, 어조 등을 통해 확신을 갖게 하라. 내가 내 말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상대방의 신뢰를 요구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다소’ ‘좀’이라고 말하지 마라. 가슴을 펴고 손을 자주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여섯째, 상대에게 집중하라.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무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생각을 떠올린다. 세심하게 경청하는 표정을 연습하라. 거울을 보면서 의식적으로 호기심 어린 표정을 반복해서 지어보라. 일곱째, 대화의 방향을 바꿔라. 한 번 뱉은 말, 다시 주워 담기란 절대 불가능이다. 이미 한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제를 바꾸고 화제를 돌려라.
‘제대로 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술을 익히고 연마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저자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것이야말로 일을 추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할 시간만 기다린다고? 월요일이 시작되자마자 금요일을 학수고대한다고? 일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조망해볼 수 있다. 생계수단, 경력과정, 소명이다.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일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자 궁극적으로 원하는 어떤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징검다리일 것이다. 하지만 일 자체가 소명이 되는 순간, 삶이 달라진다. 지겹고 피곤한 일터가 삶의 의미를 캐내는 귀한 공간이 될 수 있다. 통근자나 월급쟁이에 머무르지 않고 의미 있는 ‘내 일’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회의도 자주 하지만 공허한 반복이다’ ‘기존 논리로는 해석할 수 없는 고객층이 등장하고 있다’ ‘이것저것 손은 대는데 어느 것 하나 확실히 장악하지는 못 한다…’ 가치관 없는 회사가 흔히 부딪치는 질문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잘나가는 기업을 벤치마킹하기 전에, 최신 트렌드를 줄줄 꿰기 전에, 소비자의 심리를 알기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할 때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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