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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가격 인상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세계 12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요가 변함없다고 가정할 때 기업이 단 1%만 가격을 올려도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은 11% 늘어난다. 가격 인상이 기업들의 이익 창출에 얼마나 영향력을 지니는지 보여주는 결과다.
사람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작년 우리나라에서는 원유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 인상에 나섰던 우유업체들이 소비자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도 있었다. 미국 팝 가수 다이애나 로스는 2000년 자신의 예전 백업그룹 슈프림스와 재결합 투어 공연을 기획했다. 이 공연의 입장권 가격은 250달러. 세월이 10여 년 지난 지금은 이보다 더 비싼 공연도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 가격은 일반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2만2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밸류시티 경기장에는 겨우 3000명이 입장했고 1만6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트포드 XL센터 공연은 입장권이 1400장밖에 팔리지 않았다. 예정된 공연은 총 23회였지만 12회까지만 간신히 마쳤고 결국 투어가 취소됐다. 기업이 소비자 심리에 반하는 수준의 가격을 고집할 때 얼마나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가격을 결정할 때 기본 원칙은 고객이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사람에 따라 부여하는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뭔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어떤 사람은 200달러짜리 돔페리뇽 샴페인을 기꺼이 구입하지만 어떤 사람은 10달러짜리 코벨 스파클링으로도 만족한다. 제품 가격을 매기기에 앞서 제품을 구입하는 주요 고객층부터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가 소개하는 가격 결정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고객 맞춤형 가격 전략, 버전 다양화 전략, 가격 차별화 전략이 그것이다. 다양한 가격 정책을 바라는 고객군에는 고객 맞춤형 가격 전략이 맞다. 제품에 대해 바라는 것이 제각각 다른 고객군에는 버전 다양화 전략을, 제품에 대한 가치 기준이 다른 고객군에는 가격 차별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장거리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객 맞춤형 가격 전략은 무제한 요금제나 요금을 선납하고 사용하는 전화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원하는 요금제를 알아서 선택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신용카드로도 요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하거나 수신자 부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전략은 버전 다양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매월 6달러를 내면 분당 5센트로 미국 내 장거리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한 버라이즌(Verizon)의 요금제는 가격 차별화 전략에 속한다.
핵심은 고객이 그 제품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따라서 어떤 전략이 적합한지 파악하는 것이다. 가격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제품이 가진 특징에 고객마다 다른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이때 대체 가능한 차선 제품들과 해당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이 필수다. 펩시콜라 가격이 높으면 많은 고객들은 코카콜라를 살 것이다. 대체 가능한 음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브랜드와 품질, 특성, 서비스, 구매 용이성, 스타일이 있다. 이 기준에 맞춰 자사 제품을 분석하고 소비자가 어떤 가치에 초점을 두고 구입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수다.
저자는 각 전략에 맞는 사례를 들어가며 단계별로 꼼꼼히 짚어간다. 가격 결정을 두고 고민하는 기업 경영자나 실무진에서 읽어볼 만하다.
우리는 모두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매일 부딪치는 판단의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늘 생각하던 대로, 익숙한 방식대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결정마저 하던 대로 처리하기 쉽다. 저자는 “후회 없는 판단을 하려면 익숙한 것, 편한 것, 상식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르게, 새롭게 생각하는 일은 일종의 자기 혁명과 같다. 익숙한 사고방식이 어떻게 잘못된 판단으로 연결되는지, 거기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가 실렸다.
몇 년 전만 해도 광고 기획사들은 프레젠테이션으로 5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엔 1분30초짜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 시간 안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모두 핸드폰을 꺼내들고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다. 각종 소음과 난무하는 정보, 짧고 단절적이며 무의미한 메시지들이 쉴 새 없이 날아들며 집중을 방해한다. 최근 신경과학 연구들에 따르면 주의력은 근육과 같다. 훈련을 통해 의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심리학자와 저널리스트로 명성이 높은 저자가 잠재된 탁월함을 일깨우는 집중력을 논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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