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만으로도 부하의 마음을 얻는다

8호 (2008년 5월 Issue 1)

리더란 무엇인가? 우리는 리더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사람들에게 리더십에 대해 연상되는 것을 말해달라고 하면 보통 ‘카리스마’, ‘웅변가’, ‘위기돌파 능력’을 언급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믿고 따르게 되는가?’라고 바꿔 질문해보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로 많이 베푸는 사람, 모델이 되는 사람, 자기만이 아니라 남을 생각해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믿고 따르게 되는 그 사람이 바로 리더다.
 
그렇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서 믿고 따를 수 있다는 신뢰감을 느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절대적인 신뢰감을 느낀다고 한다.
 
리더로서의 코치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들은 그것을 발생시킨 사고 수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는 코치로서의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해졌다. 바로 ‘코칭 스킬’이다. 그 답을 ‘유쾌하게 자극하라’(고현숙, 올림 출판사, 2007)에서 찾을 수 있다.
 
경청의 코칭법
코칭 스킬에는 엄청나게 많은 방법론이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경청, 질문, 피드백 이 세가지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만 꼽으라면 바로 ‘경청’이다. 리더는 입보다는 귀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코칭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깊이 듣는 것이다. 이런 경청은 그냥 들리는 것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기울여 진심으로 듣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경청이 왜 어려운 것일까? 아마도 경청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말하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들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 입 하나와 귀 둘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말은 반만 하고 대신 두 배를 들어야 한다.
 
진정한 대화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경청은 바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적극적인 표현행위다. 그래서 경청을 잘해주면 상대방이 마음을 열게 된다. 들어주는 사람한테는 더 말하게 되고 내 얘기와 감정, 내 주장을 들어준 사람은 이미 나와 ‘연결된 사람’이 된다. 그래서 각별해지는 것이다.
 
경청 중에서도 특히 ‘맥락적 경청’이 필요하다. 맥락적 경청이란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 즉 말하는 사람이 그 말을 하게 된 의도, 감정, 배경까지 헤아리면서 듣는 것을 말한다. 맥락적 경청의 다섯 가지 비결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하자. 다른 일을 하면서 건성으로 듣거나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등 산만해서는 안 된다. 말하는 사람에게 눈을 맞추고 끄덕거리거나 적절한 반응을 보이며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해주자. 대화 도중에 전화가 오면 나중에 걸겠다고 하고 우선 끊는다.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껴 자신이 하는 말에 더 가치를 두게 된다. 만약 상대방의 말을 들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차라리 ‘나중에 보자’고 대화를 잠시 미루는 것이 낫다. 직원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건성으로 답하면서 눈길을 계속 서류에 두고 있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다.
 
둘째,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고 끝까지 듣자. 보통은 듣는 도중에 거의 자동적으로 ‘옳다’, ‘그르다’ 혹은 ‘이렇게 하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떠올라 중간에 말을 끊거나 가로채서 자기 생각을 불쑥 말하게 된다. 그러나 들을 때는 끝까지 듣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다 듣고 나서 내 생각을 말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끝까지 듣고 나야만 정말로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 생각을 전할 수 있다. 판단과 예단을 하면서 듣다 보면 인내심을 쉽게 잃게 된다.
 
셋째, 듣는 도중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하지 말자. 상대방의 말은 그 자체로 생각이 풀려나가는 길과 같은 것이다. 거기에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적절할까’를 생각하며 들으면 정작 들어야 할 것을 들을 수가 없다. 내 생각의 초점이 상대방이 아닌 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방의 말을 반응하는 것은 상대방이 말을 모두 끝낸 다음에 1, 2초의 여유를 가진 후에 정해도 전혀 늦지 않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여유를 주면 상대가 의사소통이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넷째,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요약해 확인하는 것도 좋은 경청 방법이다. 이것을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새로 출발한 프로젝트팀의 구성과 업무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듣고 있다가 “지금 프로젝트팀이 성과를 빠르게 내려면 팀워크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프로젝트팀이 늦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마감시한이 촉박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지요?” 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말을 요약해서 되돌려주는 것이다.
 
다섯째, 상대방이 말한 것과 관련한 적절한 질문을 하며 듣는다. 예를 들어 직원이 “이사님, 신입사원들을 훈련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군요. 일단 성향이 너무 개인주의적입니다. 예전처럼 회사방침에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냐고 대놓고 물어봅니다. 저는 불쾌함을 느낄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상사는 “음… 신입사원들이 개인주의적이라서 훈련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지? 개인주의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라거나 “수고가 많군. 신입직원들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낄 때 어떤 생각이 드나?”라는 식으로 질문하면 말하는 사람은 자기 생각을 더 확장해서 명확히 말하게 된다.
 
이렇게 맥락적 경청을 하면 특별히 리더가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말하는 사람은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해서 시원하다’, ‘나도 생각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말하면서 나 스스로 정리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게 된다.
 
코칭과 경청의 힘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말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단지 7%만을 전달한다고 한다. 나머지 93%의 의미는 그의 음성과 어조, 표정, 제스처 등에 실려 전달된다. 따라서 경청하는 태도를 갖지 않으면 진짜 무엇을 전하는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또 직원들과 이메일로만 의사소통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겨우 7%에 의존해서 교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 상대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경청의 힘을 배워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회사인 자의누리 (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CEO를 위한 경영서평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