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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서는 ‘절정체험’이 가능하다

88호 (2011년 9월 Issue 1)

 
 
길가에서 일하고 있던 석공들에게 물었다. “지금 뭐하고 계십니까?” 그랬더니 첫 번째 석공은 “먹고 살 돈을 벌고 있소”라고 대답했다. 두 번째 석공은 “돌을 자르고 있소. 이 일에서는 내가 전국에서 제일이죠”라고 답했다. 세 번째 석공은 “난 대성당을 짓고 있소”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누구의 답이 정답일까?
 
사실 정답은 없다. 이 세 가지 대답은 사람들이 일에 대해 가지는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일은 우리에게 생업(job), 커리어(career), 소명(calling)의 세 가지 의미가 될 수 있다.
 
일을 단지 돈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업에서 즐거움이나 성취감보다는 경제적인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자신들이 머무는 일터 안이 아닌 밖에서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는다.
 
일을 커리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능력 개발과 승진, 출세를 중요시한다. 이들은 일을 통해 상당한 만족감을 얻지만 그 만족감이란 승진, 포상, 급여 인상 같은 외부적 원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오직 소명을 추구하는 운 좋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돈이나 출세와는 상관없이 일 자체를 통해 충만감을 느낀다. 이 충만감을 심리학의 대가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 Maslow)는 ‘욕구 5단계설’에서 욕구 피라미드의 정점인 ‘절정 체험(peak experience)’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절정 체험이란 ‘돼야만 하는 무엇(what ought to be)’이 이뤄져 모든 것이 완벽히 제자리에 맞춰져 있는 듯한 초월적이고 찰나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매슬로에 따르면 절정 체험 중에 있는 사람은 보통 자신의 역량을 최고, 최대로 발휘해 능력의 절정에 도달해 있다고 느껴 최선의 상태, 최상의 컨디션, 최고의 모습이 된다.
 
만약 우리 회사에 이런 순간을 체험하는 직원들이 모여 있다면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정말 놀라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생각에서 매슬로의 경영철학을 실제 경영에 적용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1년 만에 멋지게 극복해낸 기업이 있다.
 
<매슬로에게 경영을 묻다>의 저자인 칩 콘리가 소유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부티크호텔그룹, ‘주아 드 비브르 호스피탤리티(Joie de Vivre Hospitality, 삶의 기쁨 호텔 그룹)’이다.
 
칩 콘리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개성 있고 독특한 콘셉트의 호텔인 ‘주아 드 비브르’를 통해 창립 15년 만에 호텔·외식 업계의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나 2001년 들어 9·11테러, 전쟁,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닷컴 붕괴 등의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의 호텔도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고 자금난에 허덕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제 그의 호텔이 끝났다고 단언했고 그의 사업과 자신감,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업과 인생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던 칩 콘리는 우연히 매슬로의 욕구 단계, 자아실현, 절정 체험 등의 개념을 접하면서 애초에 이 사업을 왜 시작했는지를 상기하게 됐다. 그가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굳이 발음도 어렵고 철자는 더더욱 어려운 프랑스어 문구(Joie de Vivre, 삶의 기쁨)를 회사 이름으로 정한 것은 모두 일상적인 일에서 즐거움을 추구하고 직원과 고객들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칩 콘리는 호텔 서비스 사업을 제대로만 해낸다면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으리라는 초심(初心)을 회복하고 매슬로 이론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심리학’을 창안했다. 즉 직원, 고객, 투자자의 욕구단계 피라미드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피라미드의 끝인 ‘절정 체험’을 느끼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가시적·기본적 욕구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자아실현 욕구까지 고려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직원의 욕구 피라미드 측면부터 살펴보면 직원의 욕구 피라미드는 돈(생존), 인정·포상(성공), 의미(변화)의 3단계로 구성된다. 욕구 피라미드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하위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위욕구로 이동할 수 없으므로 직원에게 기본적인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은 필수적이다.
 
욕구 피라미드 2단계에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유발하는 인정과 포상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면담 또는 e메일을 통해 칭찬한다거나 예기치 않은 선물을 준다거나 하는 비공식적인 방법을 사용해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직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은 대상자가 생길 때마다 수시로 이뤄질 수 있으며 상하 관계뿐만 아니라 수평적인 동료끼리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직원 욕구 피라미드의 3단계 마지막 정점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즉 의미를 추구하는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가장 고차원인 욕구인 만큼 이를 충족시켜주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직접 적용해 효과를 본 처방전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직원들에게 잊고 있던 ‘일의 의미’에 대한 가치를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다. “지난 한 달간 여기서 일하면서 가졌던 최고의 경험은 무엇인가?” “우리는 여행자들에게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게 왜 중요한가?” 등의 질문을 던지면 직원들은 회사가 왜 남다른 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소속감이 낮은 직원에게 ‘감사 일기’를 쓰게 했다. 감사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떠올리게 하면 자신의 일이 조직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되돌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장의 수입과 경력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직원 욕구 피라미드에서 더 나아가 저자는 고객과 투자자에 대해서도 3단계의 욕구 피라미드를 제시했다.
 
고객의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제품 자체에 대한 기대감, 특별한 고객으로서 대접받고자 하는 욕망,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일체감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표준화된 하나의 상품을 다수의 대중에게 판매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고객 한 사람의 일생에 걸쳐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행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이란 헌신적인 고객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는 성과를 향한 목표, 경영자에 대한 신뢰, 사회공헌에 대한 자긍심을 원한다. 이처럼 각각의 욕구단계를 충족시켜주면 당연히 직원뿐 아니라 고객과 투자자도 ‘우리 회사’를 성장시키는 일원으로 포섭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욕구 피라미드의 원조인 매슬로는 좋은 경영자가 좋은 기업을 만들고 그 결과 좋은 공동체가 형성되므로 결국 자아가 실현된 일터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를 저자는 ‘카르마 자본주의(Karmic Capitalism)’라는 말로 요약한다. 좋은 비즈니스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켜 지역적,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좋은 인연(karma)을 만들어갈 수 있으므로 성취감을 주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세상에 의미 있게 환원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뜻이다.
 
결국 칩 콘리의 경영 철학은 ‘좋은 일을 하면’ 사업도 잘될 것이라는 인과적 자본주의 철학이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우리식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매슬로의 절정체험과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사업이나 업무에 임한다면 의사결정 방식, 비즈니스 관계를 대하는 태도 등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직원, 고객, 투자자들과의 상생 경영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일을 단지 돈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업에서 즐거움보다는 경제적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일터 밖에서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는다. 일을 커리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능력 개발과 승진, 출세를 중시한다. 일을 통해 상당한 만족감을 얻지만 그 만족감이 승진, 포상 같은 외부적 원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소명을 추구하는 운 좋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일 자체를 통해 충만감을 느낀다. 이 충만감을 심리학의 대가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욕구 피라미드의 정점인 ‘절정 체험(peak experience)’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매슬로에게 경영을 묻다>의 저자 칩 콘리는 이를 ‘카르마 자본주의(Karmic Capitalism)’라는 말로 요약한다. 좋은 비즈니스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켜 지역적,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좋은 인연(karma)을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성취감을 주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세상에 의미 있게 환원하는 방법 중 하나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이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